피카소의 장미(122)
김형엽
" 피카소 선생님 이십니까? "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웨이터는 다시 한번 인사를 했다.
" 저를 따라 오십시요. "
사내는 앞에서 길을 안내하는 웨이터를 따라 천천히 술집으로 들어갔다. 안은 중앙 복도를 중심으로 좌우로 방문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웨이터는 복도 맨끝의 119 호 방문앞에서 멈추더니 조그맣게 노크를 했다. 잠시후 문이 열리면서 안에서 덩치가 큰 사내가 나타났다.
" 무슨일이야. "
" 저. 사장님께서 기다리시는... "
" 아. "
덩치 큰 사내는 곧 웨이터의 뒤에 서 있는 사내를 바라보더니 황급히 앞으로 나갔다.
" 어서오십시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피카소는 천천히 방으로 들어갔다.
" 아! 오셨군요. "
의자에 앉아 있던 장 조영이 일어나서 피카소에게 다가 갔다. 보통의 키에 특징이 있다면 코수염이 아주 잘 자라 있었다.
" 오랜만이군요. "
둘은 서로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 자 이쪽으로 오셔서 앉지요. "
피카소와 장 조영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앉았다.
실내는 상당히 넓었다. 족히 10 여명이 앉아서 술을 마실수 있는 공간이었고 실내 장식 또한 고급스러웠다. 안에는 장 조영 외 3 명의 덩치 큰 사내가 벽쪽에 서 있었다.
" 자. 너희들은 모두 나가고 경리부장에게 준비한 것 가져오라고 해. "
장 조영의 말에 사내들은 정중히 인사를 하고 곧 방에서 나갔다.
장 조영은 탁자위에 놓여 있는 담배를 꺼내 피카소에게 건네 주었다.
" 안이 무척 넓군요. "
담배를 받아 입에 물자 장 조영은 곧 라이터의 불을 켰다.
" 그렇게 넓다고는 볼 수 없어요. 주변에는 이 보다 3 배가 넘는 술집들이 아주 많아요. 그런집에 비교한다면 보잘 것 없어요. "
장 조영 자신도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 그래도 수입은 꽤 높을 것 같은데요. "
" 그저 먹고 살만 한 거지요. 물장사라는 것이 뻔한 것 아니겠어요. "
두 사람이 뿜어되는 담배연기가 금방 실내를 뒤 엎었다.
" 물건을 먼저 보시겠습니까? "
피카소는 자신이 들고 왔던 가방을 탁자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 예. 한번 보지요. "
피카소는 가방의 비밀번호를 맞추고 열었다.
가방안에는 여러개의 비닐봉지가 들어져 있었는데 내용물은 모두가 하얀색이었다. 피카소는 그 중 하나를 꺼내어 장 조영에게 건네주었다.
" 자. 확인해 보시지요. "
장 조영은 마른침을 삼키면서 피카소로 부터 봉지를 받았다. 그리고는 손톱으로 봉지에 작은 구멍을 뚫고는 손가락으로 하얀 가루를 살짝 찍어 혀에 갖다되고 맛을 느꼈다.
" 흠.. 물건은 하자가 없습니다. "
장 조영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피카소를 바라보았다.
그 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 들어와. "
장 조영의 대답이 떨어지자 곧 문이 열리면서 금테 안경에 삐쩍 마른 사내가 배지색의 양복차림으로 커다란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 여기 식탁위에 올려 놓도록. "
" 예. "
금테 안경의 사내는 가방을 조심스럽게 탁자위에 눕히더니 곧 가방을 열어보였다.
가방안에는 지폐 덩어리가 그득히 들어있었다.
" 부탁하신데로 달러와 현금으로 반씩 준비 하였습니다. 보시지요. "
" 맞겠지요. "
피카소는 가방에서 백만원권 묶음 하나와 달러 묶음 하나를 집어들어 손으로 매만지다다가 다시 가방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금테 안경의 사내가 가방을 닫아서 피카소에게 밀었다.
" 자 이것으로 우리의 거래는 끝났습니다. 어떻게 한잔 하시겠습니까? "
장 조영이 자신 앞에 놓인 가방을 들어 경리부장에게 인계했다.
" 아닙니다. 일이 좀 바뻐서. "
피카소가 양복을 매만지며 슬며시 일어났다. 맞은편의 장 조영도 따라 일어났다.
" 저희가 뭐 도와줄 일이라도 있습니까? "
" 아닙니다. 괜챦습니다. "
" 이런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는데.... "
장 조영이 잠시 뜸을 들이자 피카소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무슨일인지 말씀 해 보십시요. "
" 예. 그럼 얘기를 하지요. 실은 조금 전에 피노키오로 부터 연락이 있었습니다. "
순간 피카소의 안색이 변하면서 몸이 경직되었다.
" 피노키오가. "
" 예. 우리는 늘 피노키오를 통해서 물건을 얻을수 있었고, 피노키오는 피카소 선생으로 부터 물건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항상 선생과 우리는 직접 거래를 할 수 없었지요. 피노키오로 부터 연락을 받고 선생과 피노키오와의 사이에 좋지 않은 일이 생겼으리라 짐작했습니다. 사실 저희는 선생으로 부터 물건이 있다는 전화를 받고 막상 거래는 승낙을 하였지만 피노키오의 연락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자리에 피노키오가 올 수도 있었지요. 그러나 우리는 피카소 선생을 믿기로 했습니다. 하늘 높이 치솟는 피노키오지만 많은 조직에서 그를 미워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조직 자체를 삼키려는 피노키오의 야심에 반발을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사실 그동안 많은 조직들이 개미파로 휩쓸려 들어갔습니다. 우리 조직도 언제가는 삼키려고 들겠지요. 만약 이번 거래를 개미파에서 눈치 챈다면 피노키오가 가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
피카소는 짧게 숨을 토해냈다.
" 그것은 걱정하지 마시오. 피노키오가 내가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오늘 일은 전혀 알 수가 없을 것이오. 그리고 나를 믿어준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오늘의 도움은 반드시 기억하겠오. "
" 감사합니다. "
피카소와 장 조영은 서로 악수를 나누었다.
" 조심해 가십시요. "
" 또 연락하겠습니다. "
피카소는 가방을 오른손에 들고 "붉은 장미" 를 빠져나왔다.
마침 모범택시 한 대가 막 사람을 내리고 출발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 피카소가 손으로 택시에게 신호를 보냈다. 기사는 곧 피카소를 발견하고 천천히 차를 몰았다.
" 어서오십시요. "
40 살은 넘은듯한 기사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피카소를 바라보았다.
피카소는 뒤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서 있던 웨이터가 고개를 깊숙히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 르네상스 호텔로 갑시다. "
" 예. "
택시는 골목을 빠져나와 금방 대로로 뛰어 들었다. 비가와서 길이 미끄러운지 차들이 속도를 내지 않았다. 피카소는 뒤를 한번 쳐다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 황 필두.... 끈질진 놈이군.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었어. 장 조영이가 내 목숨을 연장시켜 주었군. 개미파의 조직원들이 혈안이 되어 찾아 나섰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서울은 안전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
" 전화 좀 사용하겠습니다. "
" 예. 사용하십시요. "
피카소는 택시안에 설치된 전화를 들어 버튼을 눌렀다.
잠시후 상대편으로 부터 신호가 왔다.
" 1712 호 실좀 부탁합니다. "
" ...... "
" 아. 나야. 지금 내가 호텔앞으로 갈테니까 가방을 들고 호텔 입구로 나와 있어. "
" ....... "
" 약 5 분 정도 걸릴거니까 어서 서둘러. 가방 잊지말고. "
" ....... "
피카소는 수화기를 천천히 내려 놓았다.
" 장거리를 가고 싶은데 갈 수 있습니까? "
" 어디까지 가실 건데요? "
기사는 백밀러를 통해 뒤에 앉아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 강원도 강릉까지 갔으면 합니다. 돈은 넉넉히 드리겠습니다. "
기사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는 정확히 9 시 5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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