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128)

                                                     김형엽

   " 자. 아무튼 유 영옥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만 우리가 찾고자 하는 인물의 정체도 밝혀졌고 내일이면 어린시절의 성장과정도 알 수 있게 되었어. 그리고 하지도에서 헤어진 후 진 달호가 유 영옥에게 더 이상 접근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연락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혹시라도 모르니 내일 아침 일찍 전화 도청장치를 하여 송 경사에게 감시하도록 하고.. "
   순간 주 형사는 가슴이 뜨금했다.
   그것은 바로 오늘 낮의 일에 대해서는 전혀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영옥으로부터 물건을 인수 받았던 문제의 여인에 대해서도 전혀 얘기를 하지 못 했다. 만약에 그 얘기를 다른 얘기와 같이 했었다면 당장에 유 영옥은 체포를 당해야 마땅한 일이었다. 주 형사는 차마 유 영옥이 그런 일을 당하는 것이 안스러워 그 얘기만은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사건이 완결되면 어차피 모든것이 드러나겠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그 얘기를 숨기로 싶었다.
   ( 나중에 기회를 보아서 반장님께 사실을 말씀드리자. )
   주 형사는 처절하게 울음을 터뜨리며 괴로워 하던 유 영옥의 모습이 떠 올랐다.
   ( 지금쯤은 깊은 잠에 빠졌을까? )
   " 이 봐. "
   유 형사가 사방의 눈치를 살피면서 작은 소리로 주 형사를 불렀다.
   주 형사는 허공에 시선을 고정시킨 상태로 유 형사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 했다.
   " 이 봐. "
   조금 크게 소리를 내어 부르자 그 때서야 주 형사의 시선이 유 형사를 바라보다가 모두에게 시선이 갔다.
   " 무엇을 그렇게 생각해. "
   최 반장이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주 형사를 바라보았다.
   " 아... 아닙니다. 별 생각 아닙니다. "
   " 웃기지마. 자네 유 영옥이 생각했지. 어둠도 깔리고, 거기다가 비 또한 청승맞게 내리고 아무도 없는 텅 빈 아파트에서 단 둘이 있었으니... 거기다가 술도 마셨으니 여인의 자태는 흐트러지고... "
   " 그만두지 못 해. "
   주 형사가 유 형사를 노려보며 인상을 썼다.
   " 사실을 말 한것 뿐인데.. "
   유 형사가 웃자 좌우의 형사들도 따라 웃었다.
   " 자. 피곤해서 오는 현상이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
   최 반장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두들 따라 일어났다.
   " 가까운데 가서 요기라도 할까? "
   " 좋습니다. "
   유 형사가 먼저 출입문을 열며 나섰다.
   주 형사는 마지막으로 남아 창 밖을 내다보았다.
    그 시각.
   모든 것이 다 잠든 깊은 밤에 두 대의 승용차가 질풍같이 도로를 빠져 나와 좁은 길로 들어서더니 곧 별장안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윽고 문이 열리면서 검은 물체들이 차속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비틀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 빨리 지하로 옮겨라. "
   쌍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검은 물체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 쿵. "
   둔탁한 소리가 지하 표면에서 들렸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이어 전구에 불이 들어오면서 주변의 모습이 드러났다.
   지하방에는 천정에 전구가 흔들거리며 매달려 있었고 가운데 책상 한개와 의자가 서너 개 놓여 있었고 기타 잡다한 사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 놈을 의자에 앉혀라. "
   바닥에 엎어져 있는 장 조영을 일으켜 세워 의자에 앉혔다.
   " 쌍칼. 네 놈이 감히 나를... "
   장 조영은 이를 악물며 의자에 앉은 채로 쌍칼을 노려보았다.
   " 배반의 댓가라고 생각하지. "
   쌍칼은 담배를 꺼내물며 지그시 장 조영을 쳐다보았다.
   " 놈의 옷을 볏겨라. "
   " 네. "
   장정들이 장 조영에게 다가가서 옷을 강제로 벗기기 시작했다.
   " 놔.. 이 새끼들아.. "
   순간 둔탁한 소리가 지하를 울렸다.
   반항하는 장 조영을 무작위로 두들기기 시작하자 장 조영은 신음소리만 냈다.
   곧 팬티만 남기고 모든 옷이 다 벗겨지자 가슴을 기준으로 의자와 같이 밧줄로 묶여졌다. 그러자 쌍칼이 천천히 장 조영의 앞으로 다가 갔다.
   " 어떠냐. 순순히 대답을 하면 이 정도의 선에서 멈출수 있다. "
   " 개새끼... "
   장 조영의 얼굴은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다.
   " 물건은 어디 있지? "
   " 미친 새끼... "
   순간 쌍칼의 오른쪽 발이 허공을 가르더니 그대로 장 조영의 안면에 가서 꽂혔다.
   " 퍽 - "
   장 조영은 의자와 같이 뒤로 넘어갔다. 그러자 부하들이 와서 다시 일으켜 세웠다.
   " 목숨은 하나뿐이다. 물건은 어디 있냐? "
   쌍칼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 허튼 소리 하지 마라. 무슨 물건을 얘기하는 거냐. "
   " 음... 쉽게 얘기하지 않으리라고 생각은 했다. 그럼 일단 맛 좀 보고 할까? "
   " 마음데로 해 봐. 이 새끼야... 가서 황 필두나 데려와. "
   " 시작해라. "
   쌍칼의 명령이 떨어지자 덩치가 가장 큰 킹콩이 장 조영의 앞으로 다가섰다.
   거대한 체구의 킹콩이 장 조영의 앞에 서자 장 조영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킹콩의 손이 허공으로 올라갔다. 굵은 쇠파이프가 같이 움직였다.
   " 악 ---- "
   킹콩이 휘두르는 쇠파이프는 정확히 장 조영의 어깨를 그대로 내리 찍었다.
   둔탁한 소리와 비명이 지하실 안을 가득 채웠다.
   그 때 지하실문이 열리면서 황 필두가 나타났다.
   " 놈이 쉽게 자백을 하지 않습니다. "
   쌍칼이 황 에게 다가서며 고개를 숙였다.
   " 그럴거야. 하지만 반드시 알아내야 해. "
   황은 부하가 갖다 준 의자에 앉았다.
   " 놈이 기절 했습니다. "
   " 물을 뿌려. "
   잠시 기절했던 장 조영은 차가운 물이 몸에 뿌려지자 어렴풋이 눈을 떴다.
   " 내가 보이느냐. "
   황은 장 조영의 앞에 앉아서 가볍게 시가를 빨았다.
   " 개같은 놈... 언젠가는 내 손으로 반드시 너를.... "
   장 조영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어깨는 엄청나게 부어 올라 있었다.
   " 이미 네가 피카소와 거래한 사실을 알고 있다. 물건만 넘겨 준다면 너의 목숨은 물론 향후 지원도 해 주겠다. 어떠냐?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유리할텐데... "
   " 퉤. "
   장 조영은 대답 대신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침은 정확히 황의 안면에 튀었다.
   순간 킹콩의 쇠파이프가 또 다시 허공을 갈랐다.
   " 퍽 ---- "
   " 악 -- "
   황은 천천히 얼굴을 닦고나서 씁쓸하게 웃었다.
   "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너, 장 조영 네가 하는 것이다. 순순히 말을 듣는 것이 좋을 것이야. 그렇지 않으면 좋지 않은 꼴을 보게 될 지도 모르니까. "
   " 헛소리 하지 말아.. 어서 죽여라. "
   장 조영의 어깨가 터져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 그건 어떻게 되었나? "
   황은 시가를 신경질적으로 빨았다.
   " 네. 잠시후면 도착할 것 입니다. 놈도 어쩔수 없이 입을 열게 될 것 입니다. "
   " 음. 그래... 물건있는 곳을 알게 되면 곧 바로 출동해서 찾아. "
   " 네. 대기하고 있습니다. "
   밖에서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 도착했습니다. "
   " 그래. "
   황은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 빨리 시작해서 빨리 끝낼수 있도록. "
   " 알겠습니다. "
   쌍칼과 그 일행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자 황은 천천히 지하를 빠져 나갔다.
   그리고 또 한무리가 지하실 안으로 들어섰다. 두명이 한명의 여자를 사이에 끼고 들어섰다.
   " 여보 -- "
   순간 장 조영은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한 충격으로 고개를 들었다.
   " 아니... 이 새끼들이... "
   그건 다름아닌 장 조영의 아내 박 영애였다.
   박 영애는 장 조영의 모습을 보자 울음을 터뜨리면서 다가 가려고 했지만 한 발자욱도 움직이지 못 했다.
   " 이 비열한 새끼들... "
   장 조영은 이를 악 물었다.
   " 어떠냐. 더 이상의 꼴을 보고 대답하겠느냐. 아니면 지금쯤에서 털어놓겠느냐? "
   쌍칼의 냉랭한 목소리가 지하실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 여보. "
   박 영애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커다란 눈물만 흘리고 장 조영을 바라보았다.
   장 조영은 쌍칼을 뚫어지게 노려볼 뿐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