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얼 그렇게 생각해. "
언제 들어왔는지 봉석의 두팔이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
" 어머. 놀랬잖아요. "
그녀가 고개를 돌려 봉석을 쳐다보다 가슴에 안기었다. 두 사람 사이로 시원한
물줄기는 계속해서 쏟아졌다. 그들은 그렇게 가볍게 몸을 적신후 다시 침대로 가서
깊숙한 잠에 빠져 들어갔다.
자정이 다 된 시간.
김 민규는 일요일이라 유성 룸카페가 쉬는 날이기에 오랫만에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마땅히 얻은 방도 없었기에 그는 룸카페에
있는 여자들 대기하는 곳에서 기거를 하고 있었기에 천천히 그 곳으로 걷고
있는 중이었다. 그가 경남호텔을 지나 룸카페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설 때
누군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 응. 뭐야. "
큰 키에 검은 양복을 단정히 입은 옷차림의 사내였다.
" 당신 뭔데 남의 앞길을 막는 거야. "
김 민규가 손가락으로 사내를 가리키며 비키라고 하였다. 그러나 사내는
오히려 피하기는 커녕 김 민규에게 바싹 다가섰다.
" 어. 혹시 지난번에 저희 룸카페에 오셨던... "
김 민규가 사내를 알아 보았다.
" 나를 기억하는구나. "
" 그.. 그럼요. 그날 팁까지 10 만원씩 주신 분인데 몰라 볼 수 있습니까. "
김 민규는 꾸벅 인사를 하고 온 몸의 긴장을 풀었다.
" 나를 알아본다는 것이 너에게는 안된 일이구나. "
갑자기 사내의 얼굴이 무섭게 변했다. 김 민규는 순간적으로 위협을 느꼈다. 그리고
는 두어걸움 뒷걸음질을 하는 순간 어느새 사내의 오른발이 턱 앞에
와 있었다. 둔탁한 소리가 나면서 김 민규가 공중에서 잠시 떠 있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해서 떨어졌다. 김 민규의 입에서 금방 피가
터저 밖으로 새어나왔다.
" 왜.. 왜 이러는 거야. "
김 민규가 턱을 움켜지며 일어나 사내에게 소리쳤다. 그도 웬만큼 싸움에는 자신하고
있었다. 웨이타 생활하면서 늘 하는게 싸움질이었고 나름데로 실력을 쌓아 온 터였기
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 아까 애기하지 않았느냐. 나를 알아 본다는 것이 너에겐 안된 일이라고. "
김 민규는 벽에 몸을 기대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유흥가의 일요일은 한산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사내의 왼 발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 민규가 맞지 않았다. 그러자 사내가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김 민규가 반격을 시작했다. 오른쪽 발로 벽을 차면서 몸을 공중에 띄우고는 한 바퀴
돌면서 돌려차기로 사내의 턱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갑작스런 공격에 사내가 몸을 뒤
로 피했지만 김 민규의 발이 양복 어깨를 스치었다.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
의 어깨를 털었다.
" 흠. 몸이 제법 빠르구나. "
" 그럼 너 따위에게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줄 알았느냐. "
김 민규는 조금 자신을 가졌다. 그러나 사내는 틈을 주지 않고 다시 성큼성큼
다가섰다. 이번에는 두 팔을 어깨위로 올린 채 마치 빠져나가는 통로를
막으려는 듯한 그런 자세였다. 김 민규는 왼쪽발에 중심을 두고 이번에는
오른쪽 발을 옆으로 쭉 내차면서 사내의 턱을 향했다. 이번에는 보기좋게
사내의 턱을 가격했다고 생각했는데 무엇인가 강한 통증이 자신의
허리부분에서 느껴졌다. 자신의 발은 허공을 갈랐고 어느새
사내의 오른쪽 주먹이 자신의 옆구리에 꽂혀 있었던 것이다.
" 윽... "
그건 엄청난 펀치였다. 김 민규는 무릎을 끓은 채 옆구리를 움켜 잡고 신음소리를 냈
다. 곧 이어 다시 사내의 발이 안면으로 날아들어와 그대로 김 민규의 면상을 내리찍
자 두어바퀴를 돌면서 벽에 부딪쳤다.
" 으.. 이 새끼... 가만 두지 않을거야. "
김 민규는 누운채로 손가락으로 사내를 가리키며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이미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옆구리에 찍힌 통증은 전신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사내
가 다시 다가서더니 오른발로 김 민규의 복부를 힘껏 밟고 앉았다. 김 민규는 아픔을
느끼면서도 두 손으로 사내의 양복을 움켜 잡았다.
" 잘 가러라. "
사내의 음성이 무섭도록 차갑다고 느끼는 순간 김 민규는 가슴속으로 무엇인가 들어오
는 것을 느꼈다.
" 윽...... "
두어번 김 민규의 두 팔이 허공을 맴돌다 그대로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내는 몸을
일으키더니 주위를 살펴 본 다음 걸음을 옮겼다. 어둠속으로 사내가 완전히 사라졌지
만 김 민규의 몸은 움직일 줄 몰랐다.
다음날 아침.
안산의 수사본부 회의실에는 최 장환 반장과 주 우남, 강 민구 형사 그리고 마약반에
서 온 유 길준과 김 동석 형사 다섯이 탁자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아 심각하게 서로의
의사를 얘기하고 있었다.
그들이 뿜어대는 담배 연기는 좁은 회의실을 뿌옇게 만들어 공기가 상당히 탁했지만
그들은 그런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 자. 그럼 유 형사가 조사한 대상자를 무작성 조사할 수는 없겠지. 일단 어제 이곳
에 찾아왔던 유성 룸카페의 손 유미를 만나서 그자를 보았던 그 웨이타에게 준비한 사
진을 보여 주는것이 가장 빠른 방법일거라고 생각해. 만약 유 형사가 조사한 13 명의
대상자중에 그 웨이타가 보았던 인물이 있다면 수사는 급속히 진전될 수도 있지만 그
렇지 않고 사진에 없다면 수사는 상당히 힘들것이라고 생각하네. "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단 손 유미라는 여자를 통해 유 혜란의 최근 상황
의 정보를 알게 된것은 커다란 소득이라고 봅니다. 제 생각에는 유 혜란을 살해한 자
가 제가 조사한 대상자 중에 한명이라면 그 자가 틀림없이 마약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
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