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18)
김형엽
최 반장과 주 형사, 그리고 유 형사는 김 민규의 시체를 유심히 살펴 보았다.
( 음... 역시 칼을 사용했어. 똑같은 곳을 찔렸어. )
최 반장은 범인이 유 혜란이를 살해한 놈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 반장님. 이제 범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목격자가 없어진 셈이네요. "
주 형사가 김 민규의 시체를 내려다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 주 형사와 유 형사는 여기에 좀 있어. 나는 성 반장과 이야기좀 하고 올께. "
최 반장은 성 반장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사건 현장에서 좀 떨어져 걷기 시작했다.
" 그래. 확인은 하셨습니까? "
" 네. 동일범의 소행으로 단정 지울수 있겠습니다. "
"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요? "
최 반장은 걸으면서 그 동안의 사건 전모에 대해서 천천히 얘기를 했다.
말을 들으면서 성 반장이 차츰 놀라기 시작했고 최 반장이 이야기를
모두 끝냈을 때는 더욱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 음.. 듣고 보니 범인은 동일인이 틀림없군요. "
" 네. 범인은 자기의 얼굴을 알아보는 김 민규가 마음에 걸렸을 것입니다. "
" 그럼 범인은 벌써 두 사람을 해친셈이군요. "
" 그렇지요. 현재까지는 두 사람인데 언제 어디서 또 무슨일을 벌일지도 모르는 아주
흉악한 놈이지요. "
" 그래. 우리가 무엇을 협조 하였으면 좋겠습니까? "
" 저희쪽 생각은 오늘 김 민규의 사건을 단순 강도 사건으로 처리 하였으면 합니다.
지금 이와같은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저희쪽 형사 몇명하고 성 반장님 뿐입니다.
지금 먼저 사건과 관련하여 범인이 동일인이라고 하면 범인이 잠적해
벌일지도 모르니까 당분간 범인의 윤곽이라도 어느 정도 들어날 때 까지는
모든것을 숨기려고 합니다. "
" 그렇지만 일단 상부에는 보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
최 반장이 성 반장에게 담배를 꺼내며 자신도 한대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 글쎄요. 아직 확실한 증거도 없고.. 유일하게 범인의 얼굴을 알고 있던 김 민규
조차도 죽어버린 마당인데 보고를 하자니 뚜렷하게 내밀 자료도 없어서 ....
제 생각은 보고도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
" 하지만 언젠가는 밝혀 질텐데... "
" 일단 범인의 윤곽과 마약이 관련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잡힐 때까지는
보류하고 싶습니다. "
" 음.. 일단 최 반장님 말씀에 동의 하겠습니다. "
" 감사합니다. "
" 그러면 우리쪽에서 특별히 도와줄 일은 없는지요. "
" 일단은 저희쪽에서 사건을 좀더 조사한 후 도움을 청할일이 생기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
" 그럽시다. 우리쪽에서도 일단 단순 살인사건으로 상부에 보고 하겠습니다. "
" 그럼 저희는 돌아가겠습니다. "
최 반장은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성 반장과 악수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주 형사와 유 형사를 데리고 유성 룸카레로 들어갔다.
" 어머. 반장님. "
손 유미는 마치 구세주나 만난것 처럼 최 반장에게로 뛰어 갔다.
카페안에는 여 주인과 종업원 몇명이 시무룩하게 앉아들 있었다.
최 반장은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룸을 하나 빌려 손 유미를 데리고
들어갔다. 룸 안에 들어서자마자 손 유미는 눈물부터 흘렸다.
" 그 놈 짓이지요. 혜란이를 죽인놈.... 그렇지요 반장님. "
" 진정하시오. 아직 이렇다 할 증거도 없어요. "
" 무서워요. "
최 반장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면서 불을 붙였다.
" 혹시 그 놈이 저에게도 오지 않을까요? "
손 유미의 떨리는 목소리에 최 반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 얼굴도 마주치지 않았으니 그럴 일이야 있겠오. "
" 하지만 그 놈은 저희집도 알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반장님하고
혜란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사실을 안다면 .... "
" 만약을 대비해 이사를 가는것도 생각해 봐야 하는거 아닙니까 반장님. "
주 형사가 나서자 유 형사도 한마디 거들었다.
" 그래요. 그 미치광이 같은 놈이 무슨 짓을 할 지도 모르니까요. "
손 유미는 더욱 공포에 휩싸이면서 눈물까지 흘렸다.
" 아가씨. 너무 그렇게 겁먹지 말아요. 정말로 두려우면 이사를 하세요.
그러나 내 판단으로는 놈은 아가씨 앞에 나타나지 않을겁니다. "
최 반장은 손 유미의 두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 주었다.
" 자 이제 그만 진정하세요. 아. 그리고 주 형사와 유 형사는 밖으로
나가서 혹시 그날 그 자를 본 사람이 또 있는지 알아보게. "
주 형사와 유 형사가 문을 열고 룸밖으로 나갔다. 손 유미는 얼굴에
맺혀있는 눈물을 닦으며 크게 한숨을 내 쉬었다. 최 반장이 주머니에서
조그만 비닐봉지를 꺼내어 손 유미 앞에 내려 놓았다.
" 자 이걸 좀 보아주시오. "
비닐 봉지에서 나온것은 귀걸이였다.
" 이건 귀걸이네요. "
손 유미가 귀걸이를 손으로 들어 올렸다.
" 그래요. 혹시 어디서 본적이 없나요. "
" 아뇨. 정말 이쁘네요. "
" 유 혜란씨가 사용하던 건데 본적이 없어요? "
" 혜란이가요.... 혜란이는 귀걸이를 원래 하지 않았었는데... "
" 흠. 그럼 유미씨와 헤어지고 나서 구입한 것이군요. "
" 아마 그럴거야요. 하지만 혜란이는 저와 같이 있을때까지는 귀걸이
같은것을 사용하지 않았었어요. "
" 그러면 귀걸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는 얘기군요. "
" 그런데 왜 한 쪽만 있지요? "
" 사건 현장에는 한 쪽밖에 발견되지 않았어요. 아마 나머지 한 쪽은 범행 현장이나
다른 곳에서 떨어진 것 같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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