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20)
김형엽
"안돼. 내 몸에 손대지 말아. 안돼.... "
그녀는 미치광이처럼 소리를 질러 보았지만 그 소리는 크지 못했다. 목구멍에서
맴돌다가 이내 넘어가고 말았다. 사내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어깨에 매고 걸음을
옮겼다. 얼마쯤 가자 조그마한 호수가 나타났다. 사내는 망설임없이 그녀를
호수가에 던져 버렸다.
" 풍덩 "
갑자기 차거운 물에 빠져버린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몸을 세우려고 했지만
바닥이 미끄러운지 그녀는 번번히 물속에 잠겼다가는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그 광경을
호수 밖에서 지켜보던 사내가 음흉한 웃음을 지우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사내는
그녀의 손몸을 움켜잡고 그녀를 똑바로 세웠다. 그녀가 똑바로 서보니 물의 깊이는 겨우
그녀의 배꼽 근처밖에 되지 않았다. 둘은 마주본 상태가 되었다. 곧 사내의 손이
그녀의 젖가슴을 만지었다. 그러자 그녀는 힘차게 뿌리치고는 사내를 노려 보았다.
사내의 손이 또 다시 그녀의 가슴으로 갔다. 이번에는 그녀의 손이 사내의 뺨을
내리쳤다. 그러자 사내가 뺨을 어루만지면서 표정이 일그러 졌다.
" 이년이... "
사내가 그녀의 머리채를 붙들더니 얼굴을 물속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올리려고 힘을 주었지만 사내의 완강한 힘에 그저 팔만 허우적 거릴
뿐 이었고, 사내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물 밖으로 꺼내었다가는 곧 바로 다시 밀어 넣기를
되풀이했다. 그녀가 완전히 기진맥진하여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을 느끼자 사내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은 채 그대로 물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지친몸에 머리까지 잡힌
상태였지만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사내가 물 밖으로 나오자 바닥에 그녀를 밀어 버렸다.
그녀는 쓰러진 채 일어날 줄 몰랐다. 사내가 다가와 그녀의 몸을 돌려 눕게 했다.
그녀는 누운채로 서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 그래도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겠어? "
사내가 그녀 옆에 앉으면서 차겁게 물었다. 그녀는 겨우 고개를 가로 저었다.
" 앞으로 말을 잘 듣겠지? "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말할 기운조차 없었는지 고개만으로 사내에게
대답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그녀를 사내는 가만두지 않았다. 그 와중에서도 사내는
그녀를 애무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눈을 감은채 가쁜 숨만 몰아 쉬었다. 사내의 손이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참을 그렇게 애무하던 사내가 몸을
일으키더니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갔다. 그녀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지만 그녀의
그런 모습은 사내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사내는 정복하기 시작했다.
" 안돼... 안돼... "
그녀의 입에서는 쉴새없이 안된다는 소리만 질러댔다.
" 아가씨. 이봐요 아가씨.... "
영옥은 여 승무원이 흔들어 겨우 눈을 뜰수 있었다.
" 어디 편챦으십니까? "
여 승무원은 언제 준비했는지 차거운 물수건까지 내 주었다.
( 아... 내가 악몽을 꾸고 있었구나. )
그녀의 몸은 온통 땀 투성이였다.
" 이걸로 좀 닦으세요. "
그녀는 여 승무원으로부터 물수건을 받아서 얼굴을 닦았다.
" 고마워요. "
" 어디 불편 하신데라도 있으신지요. 말씀하세요. "
" 아.. 아닙니다. 괜찮아요. "
" 이제 곧 착륙할 시간입니다. 벨트를 점검해 주십시요. "
" 네. "
여 승무원이 기내 앞으로 가자 그녀는 창밖을 내다 보았다. 성냥갑 크기의 집과
멀리에는 바다와 섬이 눈에 보였다.
( 그래. 그 놈이야. 이제까지는 생각이 나지 않아 몰랐는데 이젠 꿈속에서 조차
생생하게 나타나네. )
그녀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억하기 조차 싫은 장면들이 꿈속에서 선명하게
나타난 것이 기분을 언짢게 만들었다. 기내에 방송이 흘러 나왔다. 비행기가 곧
착륙한다는 방송이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물수건을 이마에 대었다.
잠시후 덜거덩 소리가 나더니 곧 잔잔해졌다. 비행기는 무사히 공항에 착륙을 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기내에는 좌석이 많이 비어 있었다. 그녀는 가방을 들고 출입구로
향했다. 곧 바로 공항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빠져 나왔다. 그녀는 친정 어머니가
계신 곳까지 택시를 이용하고자 마음 먹었다. 친정 어머니가 계시는 곳은 오동도를
지나서도 약 15 분가량 들어가는 작은 포구였다. 택시비가 꽤 나오걸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몸도 불편하고 버스를 이용 하자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택시 타는
곳으로 가서 줄을 섰다. 그녀의 앞으로 약 10 여명의 사람이 택시를 기다렸지만
대기하고 택시들이 많아서 기다리는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녀가
앞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조금씩 앞으로 걸음을 옮길때 누군가 뒤에서
그녀의 등을 뾰족한 것으로 찌르는 것을 느꼈다. 무심코 뒤를 바라보던 그녀는 기겁을 했다.
( 헉... )
그녀는 하마터면 그 자리에 주저 앉을뻔 했다. 검은 양복의 사내가 오른손으로
그녀의 팔을 부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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