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21)
김형엽
" 다... 당신은... "
" 쉿. 조용... 얌전히 택시를 타. "
사내는 작고 짤막하게 명령을 했다. 그녀는 조금전의 악몽이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후들거리면 걸음을 제대로 옮기지 못하는 그녀를 사내는 능숙하게
부축을 하면서 아주 편안한 얼굴을 하면서 택시로 올라탔다.
" 어서오십시요. 어디로 모실까요. "
40 대 중반의 택시 기사는 사내와 영옥의 짐을 받아 뒤 트렁크에 싣고서 운전석에
앉았다. 사내는 그년의 몸을 자기쪽으로 기울게 하면서 다정스러운 포즈를 취하였다.
" 돌산 방죽으로 갑시다. "
" 예. "
택시가 출발 했다. 그녀는 사내에게 몸을 기댄 상태에서 또 다시 놀라고 있었다.
( 방죽이면 어머님이 계신곳인데... )
그녀는 몸을 떨어 뜨리려고 했지만 워낙 사내의 팔이 자신의 어깨를 힘껏 잡고 있어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내가 두려웠다.
( 이 사내가 여기까지 따라 올 줄은 몰랐어. 그렇다면 그 후로 계속 감시를
하고 있었단 말인가.... )
그녀는 심한 좌절감에 사로 잡혔다. 택시는 거칠 것 없이 달렸다. 그 만큼
도시에는 차도 많지 않았고 한산해서 속도를 내기에도 그만이었다. 곧 남해대교가
나타났고 대교를 건너자 오동도가 시야에 들어왔다.
" 그 곳에서 배를 타실건가요. "
" 네. 돌산 방죽의 항구앞에 차를 세워주시요. "
" 네. 알았습니다. "
오동도를 지난 택시가 15 분가량 더 달리자 항구가 나타났다. 운전수는 빠른
동작으로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내 주었다. 사내는 거스름돈을 받지 않았다.
" 즐거운 여행 되십시요. "
택시 운전수는 절을 꾸벅하고 다시 차를 몰고 시내로 향했다. 사내는 그녀의 등을
감싸며 항구로 갔다. 그녀는 주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혹시라도 친정 어머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무척이나 두려워했다. 사내가 부둣가로 다가서자 젊은 청년
하나가 배에서 나왔다.
" 배를 타실 건가요. "
" 그렇소. 하지도까지만 태워다 주겠오. "
" 하지도요. "
청년이 시계를 쳐다 보았다.
" 돈은 당신의 요구대로 얼마든지 드리겠오. "
사내는 영옥을 이끌고 청년에게 성큼 다가갔다.
( 굉장한 미인을 데리고 다니는 군. )
청년은 영옥의 미모에 약간 넉을 잃은 것 같았다. 사내가 만원권 뭉치를 청년에게
내밀었다. 얼마인지 세지도 않았지만 족히 20 만원은 될 듯한 부피였다. 청년은
주저하지도 않고 돈을 받아서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 저기 저 배에 타시오. 곧 그리로 갈테니. "
사내는 그녀를 데리고 청년이 가르쳐 준 배에 올라타려고 했다.
" 나는 가기 싫어요. "
그녀는 배에 타지 않으려고 힘을 주었다.
" 조용이 하고 타. "
사내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그녀는 어쩔수 없이 사내가 이끄는 데로 배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운전석 뒤로 해서 배밑으로 내려 갔다. 배 밑에는 20 여명은
충분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청년이 운전석에 올라타면서
배 밑의 문을 닫았다.
" 출발합니다. "
위에서 청년의 출발 소리를 들으며 사내는 그녀를 편안하게 앉히고 자기 자신도
그 옆에 앉았다. 커다란 모터 소리와 함께 배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 나를 어디로 데려 갈 건가요? "
" 어디로 데려 가다니...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너야 말로 이곳에 왜 왔지...
설마하니 나를 미행하려고 한 것은 아닐테고... "
그녀는 사내의 말을 듣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내가 바싹 다가서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 바른대로 말을 해. 누구와 같이 왔어. "
그제서야 그녀는 우연히 그 비행기를 같이 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누구하고 무엇때문에 이 곳에 왔는지 물었쟎아. "
사내가 그녀의 어깨를 거세게 흔들어 댔다.
" 친정 어머니 집에 온것 뿐이에요. "
" 친정 어머니 ?... "
사내도 줄곧 비행기 안에서 부터 그녀의 행동을 주시해 왔었지만 수상한 점을
발견 할 수가 없었기에 어느 정도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그래요. 친정 어머님이 이 곳 여수에 살고 계셔요. "
" 음.. 우연치곤 아주 대단한 우연이군. 당신과 나는 아주 묘한 인연을 지니고
세상에 태어난 것 같군. "
사내는 그녀에게서 조금 떨어져 앉았다.
" 나를 그냥 보내주세요. 이 배가 돌아갈 때 나도 같이 갈 수 있게 해 주세요. "
그녀가 사내에게 애원하듯이 요청을 했다.
" 보내주지. 하지만 내일.... 오늘은 나 하고 같이 있어. "
" ...... "
" 내일은 확실히 보내 주겠어. "
사내가 다짐하 듯 그녀를 바라보며 얘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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