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34)

                                                     김형엽

    " 으 .... "
   다리에서 금방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다리를 움켜 잡고 한 손으로 나무를 잡으며 일어 서려고 했지만 다시 넘어지고 말았다. 상처가 난 곳에서 심한 통증이 온몸으로 번지었다.
   ( 아.. 너무 아프다.... )
   그녀가 또 다시 안간힘을 쓰고 일어서려 할 때 누군가 그녀의 팔목을 잡아서 부축하여 주었다. 그녀가 놀라면서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사내가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 바보같이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해. "
   " ...... "
   사내가 등을 돌려 업히게 했다. 그녀가 주츰거리자 사내가 더 큰 목소리를 냈다.
   " 어서 엎혀. "
   그녀는 사내의 등에 업혔다. 사내는 그녀를 업고서도 가볍게 산을 내려갔다.
   이윽고 동굴로 들어서자 사내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담요 위에 내려 놓고는 상처를 확인 했다. 종아리 옆부분이 조금 찢여져 있었다. 사내가 상처 부위를 손으로 누르자 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 아야 ---- "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사내는 그녀의 비명따위는 신경도 쓰지않고 곧 마른수건을 적셔 상처 부위를 깨끗이 닦았다.
   " 아퍼요. 좀 살살해요. "
   그녀가 고통을 호소 했다. 사내는 상처 부위을 닦고 상자속에서 천 조각을 조금 뜯어냈다. 그리고는 그녀의 상처부위를 감았다.
   " 아 -- 너무 조이지 마세요. "
   그러나 사내는 단단히 조여 맸다.
   " 이렇게 묶어야 더 이상 피가 새어 나오지 않아. "
   " ..... "
   그녀의 꼴은 엉망이었다. 비에 젖은 상태로 산에서 구르는 바람에 입고 있던 옷은 물론 몸까지 흙물로 뒤범벅이 되었다.
   " 씻겨 줄까. "
   " 아니요. 괜챦아요. 내가 할 수 있어요. "
   그녀는 절뚝거리면서 자기의 가방속에서 갈아 입을 반바지와 티를 꺼낸 후 수건을 들고 물가로 갔다.
   " 상처난 곳에는 가급적 물이 닿지 않도록 해. "
   사내는 자기의 젖은 옷을 벗어 던지고 팬티 차림으로 주변에 있는 마른 장작들을 모아 불을 지폈다. 오랜 된 나무라 쉽게 불이 붙었다. 모닥불이 켜지자 동굴안이 훈훈해졌다. 그녀는 더렵혀진 옷을 벗어서 물에 씻었다. 수건을 적셔 대충 몸을 닦고 티와 반바지를 입었다. 어느새 사내는 봉지에서 고기를 꺼내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사내가 모닥불 옆으로 굵은 나무가지를 세웠다. 그리고는 자기의 젖은 옷을 주섬주섬 널어 놓고는 그녀의 젖은 옷도 갖다 늘어 놓았다.
   ( 이상한 사람이야... 그렇게 차가우면서 어떻게 저런 행동이 나올 수 있을까...)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사내의 행동을 넋나간 사람처럼 쳐다 보았다.
   사내는 그녀가 모닥불 옆에 앉을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 자 이리와 앉아서 몸을 녹여.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니까. "
   그녀는 사내가 만들어준 자리에 앉았다. 따스한 불길이 그녀의 온몸을 녹여 주었다. 동굴안에는 금방 고기 굽는 냄새로 가득찼다. 사내는 고기 한마리를 꺼내어 조금떼어 맛을 보았다.
   " 음.. 잘 익었군. "
   사내는 여섯마리의 고기를 쇠고챙이에서 빼내 세마리를 그녀에게 주었다. 아침을 굶은 탓인지 그들은 고기를 맛있게 먹어 치웠다. 사내는 어제 먹다 남은 술까지 고기를 안주 삼아 다 마셔버렸다. 사내는 그녀가 겨우 두마리 밖에 먹지 못 했는데 자기앞에 있던 고기를 다 먹어 치우고는 뒤로 누워 눈을 감았다.
   " 여수에 계신 어머님이 당신이 이 곳에 온 것을 알고 있나. "
   사내의 엉뚱한 질문에 그녀는 말문을 열지 못하고 고개만 좌우로 흔들었다.
   " 모른다니 다행이군. 당신이 이 곳에 내려오는 것을 미리 연락했다면 어머니께서 실종 신고를 할 뻔 했으니. "
   그건 사내의 말이 옳았다. 그녀는 이런 상황속에서도 어머니에게 미리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은 잘 된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녀는 고기를 천천히 다 먹었다.
   사내는 잠이 들었는지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 저렇게 태평하게 잘 수가 있다니... )
   그녀는 일어서서 절뚝거리며 동굴 입구로 갔다. 그렇게 세차게 퍼붓던 빗방울이 한풀 꺽인 듯 가늘어 지더니 조금씩 떨어 졌다.
   ( 이제 비가 그치려나... )
   그녀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하늘을 쳐다 보았다. 아침까지 먹구름 투성이었지만 곳곳에 흰구름이 조금씩 보였다. 먹구름은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고 흰구름은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 오늘은 어렵더라도 내일은 꼭 이 곳을 빠져 나가야 할 텐데... 여보.. 미안해요.
   어쩌다가 제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당신과 어떻게 다시 살을 맞 될수 있을런지... 지나번에야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랬다지만 이제는 이렇게 생생하 게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당신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