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35)
김형엽
그녀는 하늘을 쳐다보며 남편 조 봉석의 얼굴을 그렸다. 봉석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 여보... )
그녀가 봉석을 처음 만난것은 결혼하기 1 년전이었다.
그 당시 봉석은 지금 다니고 있는 안산의 가야무역에 근무중이었고 그녀는
서울의 중소기업체에서 경리를 맡고 있었다. 그들이 처음 만난것은 가야무역에서
그녀가 다니는 회사로 납품을 하면서 이루워졌다. 그녀는 매월말일이 제일 바뻤다.
그건 그녀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대외로 외상 대금을 지불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날은 5 월 31 일이었다.
그녀는 각종 거래처에서 오는 수많은 수금직원을 상대하고 있었다.
대략 하루에 지급되는 거래처가 적을때는 70 여개, 많을때는 100 여 군데도 넘었다.
오전에 40 개의 거래처에 대금을 지불하고 점심을 먹고 오후의 일과를 시작했을 때였다.
창구 앞으로 보통키에 스포츠형으로 머리를 짧게 깎고 줄무늬 넥타이에 고동색의
양복을 입은 사내가 들어섰다.
" 어디서 오셨습니까. "
사내는 조금 두리번 거리다기 창구 안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 앞으로 다가 갔다.
" 이 곳에서 대금을 지불합니까. "
사내의 목소리는 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너무 작지도 않았다.
" 처음 오셨나요 ? "
" 네. 가야무역에서 왔습니다. "
조 봉석은 창구로 바싹 다가가 창구 안의 여자를 보았다. 그녀도 마침
창구밖을 내다보다가 서로 얼굴을 마주쳤다.
( 이야.. 정말 미인이네... )
봉석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감탄을 했다. 이제까지 수많은 여자를 보아 왔지만
이렇게 한눈에 자기의 마음을 감탄하게 만든 여자는 만나보지 못 했었다.
" 무엇을 그렇게 쳐다보세요. "
그녀의 질문에 봉석은 무안해하며 뒷머리를 매만졌다.
" 청구서와 영수증을 주시겠어요. "
" 아.. 네. 여기 있습니다. "
봉석은 봉투안에서 청구서와 입금증을 꺼내어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그녀는 청구서와 입금증을 받아 회사에서 발행한 당좌수표와 비교를 하였다.
" 어머. 이게 왜 맞지가 않지. "
가야무역 앞으로 발행한 수표의 금액과 가야무역에서 청구한 금액이 서로
육백만원의 차이가 났다.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
" 왜 무엇이 잘못 되었습니까. "
" 네. 손님.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요. 금액이 차이가 나서 그러니 저 쪽에
좀 앉으셔서 기다려 주십시요. "
" 얼마나 기다려야 합니까 ? "
" 잠깐이면 될 겁니다. 죄송합니다. "
그녀가 창구안에서 일어서서 인사를 꾸벅 했다. 봉석은 그녀의 표정을
살펴보고는 사람들이 대기하면서 앉아 기다리게 준비한 소파에 가서 앉았다.
봉석이 창구에서 물러서자 곧 바로 다른 회사의 직원이 창구앞으로 다가 갔다.
그녀는 가야무역의 서류와 당좌수표를 왼쪽 서랍속에 넣고는 곧 창구 앞으로
온 회사의 서류를 받아 업무를 처리하였다. 봉석은 소파에 앉아 그녀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정말 잘 생겼어... 저런 여자를 마누라로 데리고 사는 놈은 얼마나 좋을까...)
봉석은 그녀의 모습을 쳐다보다 책꽂이에 꽂아 놓은 여성잡지를 한 권 꺼내 펼쳤다.
시간이 흘러 갔다.
봉석은 잡지책 한권을 다 보고나서 창구안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창구안의 여자는 거래처의 사람들을 상대로 정신이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 어떻게 된 거야... 벌써 3 시가 넘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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