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38)
김형엽
그랜저는 여수로 진입하자 곧 오동도를 지나 돌산방죽에 도착했다. 이미 돌산방죽에
십여명의 무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랜저가 멈추자 대기하던 무리중에
한 명이 자동차의 문을 열고 정중히 인사를 했다. 쌍칼을 비롯한 무리가 차에서 내려
여수의 책임자를 만났다.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수를 대표하는 갈치 입니다. "
콧수염이 수북한 사내가 쌍칼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며 손을 내밀었다.
" 고생이 많소. 나는 쌍칼이요. "
두 사내는 마주 보며 악수를 하였다.
" 조직으로 부터 얘기는 많이 들었는 데 이렇게 직접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 그래 배는 구했오. "
" 말씀 낮추십시요. 저기 서 있는 저 배입니다. "
쌍칼은 갈치가 가리키는 배를 보았다. 한눈에 보아도 튼튼함을 느낄수 있는 배였다.
" 수고했오. 다행히 비도 그치고 파도도 생각보다는 그리 높지 않아 다행이오. "
" 네. 하지만 오늘 밤부터 다시 비가 내리고 파도가 높아진다는 기상 소식이 있으니
하지도에 들어가서 일을 끝내더라도 밤에는 이동하지 말고 날이 밝으면 움직이는게
좋을 겁니다. "
그들이 모여서 회동하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엑셀 승용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망원경으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 음. 무엇인가 있긴 있어. 설마 이런 날씨에 배를 타고 나가려는 걸까.... 어라.
저놈들좀 봐. 정말로 배에 오르고 있네.... )
쌍칼과 그 일행이 갈치가 선정해 준 배에 올라타 밑으로 내려갔다.
공간이 상당히 넓었고 그 안에는 이미 요리상이 차려져 있었다.
" 아니 이게 웬 요리상이야. "
" 형님. 하지도까지는 지금 이 날씨 상태로는 약 3 시간 가량 걸리니 밤 늦게
도착하려면 1 시간 정도 있다가 출발해야 할 겁니다. 점심식사도 못 했을것 같아
저희가 조금 준비했습니다. "
쌍칼은 갈치의 배려에 감동하며 자리에 앉았다.
" 고맙다. 자 모두들 앉지. "
쌍칼이 손짓을 하자 모두 상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상에는 싱싱한 회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고 양주까지 한 병 놓여 있었다.
" 제가 한 잔 따르겠습니다. "
갈치가 술병을 들자 쌍칼은 잔을 들었다. 모두의 잔에 술이 부어졌다.
" 자. 우리가 하는일의 성공을 빌면서. 위하여--- "
쌍칼의 신호를 시작으로 모두들 위하여를 합창하며 술 잔을 들이켰다. 그들은 그렇게
마시고 먹어 댔다. 엑셀 승용차의 사내는 초조하게 그들이 배 안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궁금했지만 차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다. 여수의 개미파 대원 일부가
배 밖에서 일종의 경호를 하고 있었기에 그는 접근하는 것을 포기하고 망원경으로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시간 가량 조용하더니 배에서 사내가 내렸다.
사내는 망원경을 다시 들어 살폈다.
" 출발하자. "
쌍칼은 갈치와 그의 일행이 배 밖으로 나가자 곧 명령을 내렸다.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아니. 저 놈들 정말 배를 움직이네... 미친놈 들이야... 이런 날씨에 배를 몰고
나가다니.. 대체 어느 섬으로 가늘 걸까..... )
엑셀 승용차의 사내는 망원경으로 배가 점점 부두에서 멀어져 가는 것을 보고 어디로
가는 것인지 궁금해 했다.
배는 천천히 모타 소리를 내며 바다로 들어갔다. 갈치 일행은 다른 배에 올라
떠나가는 배를 바라보다가 모두 배 밑으로 들어 갔다.
( 음... 저 놈들은 이 곳에서 계속 대기를 할 모양이군. 그렇다면 내가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지. 어차피 놈들은 저 배안에서 계속 머무를 모양이니
순천 인터체인지에서 그들을 만나야지. )
엑셀 승용차는 곧 시동을 걸고 돌산방죽을 출발했다.
하늘엔 먹구름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지만 비는 뿌리지 않았다.
그러나 바다 저 멀리에서는 비가 내리는 지 시야가 흐렸다.
쌍칼과 그 일행이 승선한 배는 파도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 음... 그래도 파도가 많이 가라앉은 것이 다행이군. "
" 그렇습니다. 형님. 이 정도면 8 시 정도에는 하지도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
" 그래. 그 정도의 시간이면 어둠이 깔릴 시간이지. "
" 그런데 형님. 그 하지도에 있는 놈이 대체 어떤놈입니까? "
" 나도 아직 그 자의 실력은 몰라. 그러나 강한것은 사실이야. 도끼 너도 그 자하고
맞대결을 하게 되면 조심해라. "
" 형님도... 걱정하지 마십시요. 제가 그 놈을 이 도끼로 산산히 부셔 버릴테니. "
도끼가 허리에 차고있던 도끼를 꺼내어 흔들었다. 날이 시퍼렇고 날카로운 도끼가
번쩍거렸다.
" 서뿔리 행동하지마. 일단 놈에게 물건을 돌려받은 후에 싸움도 시작되는 거야.
물건을 인수받지 않고서는 어떤 싸움도 용납할 수 없어. 그 자의 목숨도 목숨이지만
만에 하나 물건을 찾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우리의 목숨도 붙어있지 못해. "
쌍칼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여 한 모금을 길게 빨아되자 그 옆에 서 있던
도끼도 역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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