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43)
김형엽
그러나 동굴안에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캄캄한 밤에 이런 조그만한 동굴에서
혼자 있으려니 무서움과 두려움이 그녀의 전신을 감싸왔다. 그녀는 가방을 안은채
고개를 두 무릎사이로 쳐 박고 떨고 있었다.
사내는 자신의 가방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백사장 근처로 갔다. 배가 조금전 보다
상당히 섬에 접근하고 있었다. 사내는 굵은 나무뒤로 몸을 숨기고 배가 도착 할 때까지
숨을 죽이고 서 있었다.
( 만약 피노키오 그 놈이 보냈다면 이유가 뭘까 ?.... 물건이 내 손에 있는것을 알면
그렇게 섣불리 행동을 할 놈이 아닐텐데.... )
비가 점점 굵어 지면서 바람도 강해졌다. 칠흙같은 어둠속에서도 검은 물체는 서서히
백사장 부근으로 다가섰다.
( 음.. 마을쪽을 일부러 피하고 마을 뒷쪽으로 온 것도 수상해. 정상적이라면
당연히 마을쪽으로 왔었야 하는데.... )
사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배가 해변가 근처에 도달했다.
엔진 소리가 멎으면서 배는 파도에 밀리듯 백사장쪽으로 밀려왔다. 드디어 배가 완전히 멈추고
잠시 후 검은 그림자가 배 위에서 내렸다.
배가 완전히 백사장 밖으로 나올수 없기에 그들은 무릎밑까지 물에 적셔야 했다.
( 하나.. 둘... 셋... 그리고 배 위에 둘... )
배 위에서 내린 세명의 무리들중 하나가 랜턴을 켜면서 섬 주위를 비추고 지나갔다.
사내는 나무 뒤로 몸을 완전히 숨기고 그들의 행동을 주시했다. 이윽고 세 명의
무리들이 숲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머지 둘은 배 위에서 서서 동료들이 산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 음... 역시 나를 찾아 온 녀석들이구나. 피노키오가 보냈어. )
사내는 재빠른 동작으로 자기가 머물고 있던 동굴로 향했다. 동굴에 도착해서 나무를
움직여 입구를 닫았다. 그리고는 침묵을 지킨 채 돌부리에 걸터 앉았다.
잠시 후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 음.. 드디어 왔구나. )
동굴 입구의 나무가 움직이더니 검은 그림자가 셋이 들어섰다. 그 중 선두에 선
사내가 랜턴으로 동굴안을 비추었다.
" 누가 보내소 왔소. "
갑작스런 말에 동굴로 들어 선 세 사내가 긴장하며 목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쌍칼이 든 랜턴이 목소리가 나는 곳을 비추었다. 그 곳에 검은 양복에 검은
썬글라스를 낀 사내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 피카소!..... "
쌍칼이 랜턴 불빛이 위로 향하게 고정시켜 놓고 피카소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썬글라스의 사내가 일어섰다.
" 우리는 개미파의 일원이요. 피노키오 회장님의 심부름으로 왔소. "
" 어째서 사람을 직접 보냈지요? "
" 그런 이유는 묻지 마시고 물건은 어디있오. "
랜턴을 위로 비추자 어느 정도 서로를 알아 볼 수 있게 되었다.
" 물건은 여기 없오. 나는 늘 내가 약속한 데로 서울에서 전달하겠오. "
쌍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 당신의 몫은 여기 가져왔소. 회장님이 물건이 급해서 우리를 직접 보낸것이오. "
쌍칼이 안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내 피카소에게 건네 주었다. 그러나 피카소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 내일 오후 5 시에 그전 방식대로 전달해 주겠다고 가서 전하시오. "
도끼와 가물치가 성질을 참지 못하고 피카소에게 다가섰다.
" 기다려. "
쌍칼의 정적을 깨는 소리에 둘이 주츰했다.
" 무슨짓을 하는 거냐. 아무도 내 명령없이는 움직이지 말라고 했쟎아. "
쌍칼의 호통에 도끼와 가물치는 두어걸음 뒤로 물러섰다.
" 피카소씨. 어차피 당신은 당신의 몫만 챙기면 되지 않소. 우리는 내일 아침 날이
밝기전에 이 섬을 떠나려고 하오. 원하면 당신도 그 때 같이 모시고 가겠오. "
" 호의는 고맙소. 하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물건을 돌려 줄 것이며 당신들의 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니 당신들 먼저 떠나시오. "
쌍칼의 표정이 한번 더 일그러지다가 다시 펴졌다.
" 우리가 이런 험악한 날씨에 이 곳까지 온 이유를 모르겠오. 회장님께서는 내일
오후에 그 물건을 꼭 써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요. 우리는 그 물건이 없으면 돌아갈
수도 없소. 그러니 여기 당신의 몫을 확인하고 어서 그 물건을 우리에게 주시오. "
쌍칼이 다시 흰 봉투를 피카소에게 건넸다.
" 미안하오. 당신들의 사정은 알겠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소. "
" 건방진 놈... "
쌍칼이 이를 갈며 흰 봉투를 안 주머니에 넣었다.
" 그럼 우리식으로 하지. "
쌍칼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도끼와 가물치가 피카소에게 다가갔다.
" 흠. 역시 그랬었군. 피노키오가 나를 제거하라고 하더냐. "
" 오냐.... 네 놈이 과연 물건을 안 내놓고 견디는 지 한번 보자. "
" 음. 그러고 보니 너는 피노키오의 왼팔이군. 그 때 유성호텔에서 만났을 때
피노키오의 왼쪽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던... "
" 나를 기억해 주니 고맙다. 자 그럼 어디서 부터 만져줄까? "
피카소가 썬글라스를 벗어 주머니에 넣었다.
" 도끼 ! 그리고 가물치 ! "
" 예. "
도끼와 가물치가 동시에 대답을 했다.
" 절대로 죽이지는 마라. 적당히 주물러서 내 앞에 끓어 앉혀라. "
" 알겠습니다. "
도끼가 자신의 등뒤에서 시퍼렇게 빛나는 도끼를 꺼내 들었다. 이어 가물치도
쇠파이프를 꺼내 들었다. 쌍칼이 뒤로 물러서자 둘은 피카소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피카소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 야아 ---- "
먼저 공격을 한 것은 가물치였다. 쇠파이프가 허공을 가르며 피카소의 머리를 향하여
내려갔다.
" 깡 ---- "
쇠파이프가 땅바닥의 돌과 부딪치면서 소리가 동굴안을 울렸다. 쇠파이프를 옆으로
피한 피카소를 향하여 도끼가 옆구리를 향하여 들어왔다. 피카소는 몸을 땅바닥으로
굴리며 피했다. 땅바닥을 구르는 피카소의 몸 위로 가물치의 쇠파이프가 쉴새없이
공격을 시도 했지만 서너바퀴를 계속 구른 후 피카소는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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