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44)
김형엽
" 자식 꼭 미꾸라지 같은 놈인데.. "
가물치가 쇠파이프를 다시 들어 올리며 한마디 했다.
" 이번에 내가 앞에서 공격하마. "
도끼가 피카소의 앞으로 다가 갔다. 가물치는 피카소의 뒤로 이동했다.
( 음.. 피노키오 자식... 시시한 놈을 보낸것이 아니군. )
피카소는 자세를 낮추면서 도끼와 가물치를 번갈아 가며 살폈다.
쌍칼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피카소의 몸 동작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 일단 저 쪽에 있는 랜턴을 없애야 겠다. )
피카소는 천천히 랜턴이 놓여있는 자리고 한발자씩 움직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앞에 있던 도끼가 자신의 도끼를 허공으로 띄우며 피카소를
향해 내리 찍었다.
" 야 --- "
번쩍거리는 도끼날이 서너번 허공을 갈랐다. 피카소는 좌우로 몸을 움직이며 도끼를
피해 나가며 기회를 보았다. 그러나 연이어 가물치의 쇠파이프가 피카소의 무릎을
향해 날라 들어왔다.
" 맞았다. "
가물치의 들뜬 목소리가 동굴안을 울리는 순간 둔탁한 소리가 이어졌다. 쇠파이프를
피하며 몸을 위로 날린 피카소의 몸이 한바퀴 돌면서 그대로 가물치의 턱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 극히 짧은 순간의 행동이었기에 그 광경을 지켜보던 쌍칼과 도끼도 입을
벌리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 억.... "
가물치의 몸이 한바퀴 돌면서 그대로 나 뒹굴었다. 이미 그의 턱에선 피가 주르르
흘러 내렸다.
" 이 새끼... 제법 하는군. "
도끼가 악에 바쳐 입을 악물더니 자신의 도끼를 번쩍 치켜 올렸다.
그 순간, 피카소의 몸이 도끼에게 향했다. 갑자기 공격해 오는 피카소를 보고 도끼는 엉겹결에
자신의 도끼를 휘둘렀다. 그러나 피카소는 도끼에게 공격하는 척 하면서 랜턴이 있는
곳으로 가서 랜턴을 발로 걷어 차 버렸다. 순식간에 동굴안이 캄캄해졌다.
" 놈이 도망간다. "
" 어딥니까. "
" 불을 켜라. 라이터 불을 켜. "
" 찰칵 - "
동굴안이 라이터 불로 조금 환해졌다.
" 놈이 없어졌습니다. "
도끼가 한 손으론 도끼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라이터를 들었다. 그 옆에서 가물치도
라이터를 켰다.
" 쥐 새끼 같은 놈... "
쌍칼은 이를 갈면서 동굴밖을 쳐다보았다. 어둠속에서 비 내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 혹시 동굴속에 무엇이 있나 찾아봐. "
도끼와 가물치는 라이터를 손에 든 채 동굴안을 살폈다.
" 여기 커다란 박스가 하나 있습니다. 가방도 있는 데요? "
" 가방 ! .... 어디 보자. "
쌍칼이 가방을 열어 보려고 했지만 열수가 없었다.
" 도끼. "
" 예. "
도끼는 자신의 도끼로 가방을 내리 찍었다. 두어번 찍고 나니 가방이 터져버렸다.
" 개새끼... 물건을 다른데로 옮겨 놓은 것이 분명해. "
쌍칼은 분통을 참지 못하며 이번에는 박스안을 뒤졌다. 박스안의 내용물이 모두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 석유등이 있네요. "
가물치가 석유등을 찾아서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동굴안이 금방 밝아졌다.
쌍칼은 박스안에 내용물을 다 확인하고 나서 몸을 일으켰다.
" 상처는 좀 어떠냐? "
" 이빨이 두개 나갔습니다. 이정도로는 끄덕 없습니다. "
가물치가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며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 생각보다 더 빠르고 강한 놈이다. "
"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요. 제깐놈이 아무리 빨라도 이 도끼에 한번 찍히면
그것으로 끝장입니다. 그나저나 이 놈을 어디서 찾지요? "
" 아무리 발버둥 친다해도 이 섬을 빠져 나가지는 못 해. 그리고 이 산도 주먹만한
거야. 놈이 아무리 숨는다 해도 이 산을 벗어나지 못 해. 어차피 배는 움직일 수
없으니까 짝코와 병호도 같이 데려와서 산을 수색한다. "
" 알겠습니다. "
그들은 동굴 밖으로 나가 곧 바로 배로 향했다.
그들이 내려가는 모습을 동굴위 바위 뒤에서 지켜보는 사내가 있었다. 바로 피카소였다.
( 음.. 그래. 저 놈들을 따 돌리고 저 배를 이용해서 이 곳을 빠져 나가야 할 것 같아.
그러기 위해선 놈들을 한 놈씩 해치우는 수 밖엔 없어..... )
피카소는 다시 동굴속으로 들어가서 짤막한 밧줄을 들고 다시 나왔다. 그리고는 빠른
동작으로 산 속으로 사라졌다.
한편 유 영옥은 조그만 동굴속에서 몸도 움직이지 못한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자꾸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 미칠 지경이었다. 가끔씩 살에 붙어 기어다니면서
자신의 몸위로 올라오는 곤충의 느낌이 소름끼치게 하였고, 밖에서 쏟아지는 비
소리가 또 그녀의 마음을 공포속으로 몰아갔다. 그녀는 한 없이 울면서 가방을 끌어 안은
채 손을 움직여 자신에 몸에 달라 붙는 곤충들을 띄어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당장이라도 동굴을 가린 나무가지를 박차고 뛰어 나가고 싶었지만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고 또 두려웠다. 그렇게 그녀는 울면서
사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자신을 괴롭히고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지만 지금
그녀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사내밖에 없었다. 비는 점점 더 세차게 쏟아졌다.
돌산방죽 위로 차 2 대가 조용히 진입했다.
모두 4 명이 차에서 내렸다.
엑셀 승용차에서 내린 사내가 우산을 바쳐 들면서 유 길준 형사에게 선착장에 서 있는
배들 중 하나를 가리켰다.
" 저기 오른쪽에서 두번째 서 있는 배 보이지요. 안에 불이 켜져있지 않습니까? "
" 음. 그렇군. 등불이 켜져 있는걸 보니 아직도 놈들이 안에 있겠군. "
" 약 10 여명은 될 겁니다. "
" 그래. 수고 많았어. 괜히 우리때문에 오늘 시간 다 빼앗기로... "
" 아닙니다. 지난번에 서울에 올라갔을 때 제가 신세 진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
" 어떻게 술이라도 한 잔 해야될텐데... "
" 아. 괜챦습니다. 그리고 제가 오늘 미리 선약도 있고... 계속해서 도와드렸으며
좋을텐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 "
" 그래. 돌아가 봐. 오늘 정말 수고 많았어. "
유 형사와 악수를 한 사내는 최 반장과 주 형사와도 악수를 나눈 후 엑셀 승요차에
올라탔다. 곧 시동이 걸리면서 엑셀 승용차는 돌산방죽을 천천히 빠져 나갔다.
" 확실히 길준이 자네는 발이 넓어. 이런 먼 곳에서도 자네 심부름을 들어 줄 사람이
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한 친구야. "
주 형사가 최 반장의 곁에서 우산을 든 채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야릇한 웃음을
지었다.
" 저 불빛이 새어 나오는 배에 놈들이 들어있나? "
최 반장이 어느 새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내 뿜었다.
" 예. 그런데 서울에서 내려온 자들은 다른 배를 이용해 이동을 했고 지금 저 배안에
있는자들은 이 곳 여수에서 활동하는 자들 갔습니다. "
" 미친놈들이군. 이런 날씨에 배를 몰고 나가다니... "
최 반장은 시원한 바다 바람을 몸으로 느끼면서 캄캄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파도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