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5)
김형엽
" 그것도.. "
그녀는 부끄럼움과 굴욕감이 뒤섞인 채 체념의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으로 남은 하얀색
의 팬티마저도 무릎밑으로 떨구었다. 순간 사내의 눈빛이 강렬한 빛을 뿜어되더니
빠른 동작으로 그녀의 팔목을 잡아 이끌고는 그녀를 침대위로 밀었다. 그녀가 놀라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사내의 왼 손이 그녀의 등을 그대로 눌러 버렸다.
" 그대로 있어. "
그녀는 침대에 상체만을 엎드린 상태가 되어 사내의 모습을 바라볼수 없게 되었다.
사내는 천천히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 아... 제발...."
그녀가 낮게 소리를 냈다. 그러나 사내는 그녀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바지의 혁대를
풀었다. 사내의 바지와 팬티가 그대로 무릎을 타고 흘러 내려갔다. 그녀는 침대 이불을 끌어 당기면서 얼굴을 감싸았다. 어느 새 두 눈에서는 커다란 눈물이 흘러내리면
이불을 적시었다. 사내의 그것은 엄청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곧 그녀의 엉덩이를 잡아 당겼다. 마침내 사내의 그것이 그녀의 몸에 닿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면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사내가 누르는 팔의 힘에 꼼짝도 하지 못 했다.
" 움직이지마. "
그녀의 귀를 울리는 차갑고 음산한 목소리가 그녀를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이윽고 사내가 그녀의 몸속을 헤집고 들어왔다.
" 으.... "
그녀는 이불을 입 속으로 손가락과 같이 넣어 버렸다. 사내는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
를 붙잡았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칼이 쥐어져 있었다. 사내가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그녀는 봉석의 얼굴을 떠 올렸다.
( 여보.... 이제 나는 어떡해요.. )
두 줄기 눈물이 그녀의 빰에서 쉴 사이 없이 흘러 내려 침대를 적시었다. 사내의 몸
놀림이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입을 틀어 막고 나오려는 신음소리를 억지로 막았다. 드디어 사내가 경렬하게 몸을 떨었다. 어찌나 힘이 들어갔는 지 사내가
잡고 있는 허리부분이 아퍼 통증을 느꼈다. 그녀는 엎드린채로 흐느꼈다. 사내가 그
녀에게서 떨어지더니 곧 바지를 올렸다.
" 좋은 육체를 가졌군. "
그녀는 얼른 몸을 일으켜 옷가지를 주었다.
" 그냥 두어. 아무것도 몸에 걸치지 마라. "
그녀는 손으로 집었던 옷을 다시 떨구고 방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사내가 또 무슨짓
을 하려는지 겁이 났다. 사내가 침대위에 걸터 앉아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 남편은 언제 오지 ? "
" 내... 아니, 이제 곧 올때가 되었어요. "
" 곧 온다고... "
사내가 그녀를 비웃듯이 쳐다 보았다. 그녀는 사내의 눈을 보고 얼른 고개를 떨구었
다. 사내의 눈은 그날밤에도 느꼈듯이 칼날같이 날카로웠다.
" 출장간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금방 오지. "
그 소리에 그녀는 더욱 더 맥이 빠졌다.
( 그래... 계속해서 감시하고 있었구나. )
" 언제와 ? "
사내가 짤막하지만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물었다.
" 내.. 내일... "
사내는 침대위에서 일어 섰다. 그리고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 섰다.
" 그래. 그럼 우리 오늘 밤 긴긴밤을 같이 즐겨도 되겠군. "
사내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그녀는 숨이 막혀버릴것만 같았
다. 이젠 꼼짝없이 사내의 포로가 되었다고 생각하자 또 다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 한가지 묻겠다. "
" ..... "
" 아침에 주차장에서 무엇을 주었지 ? "
" 줍다니요... "
" 무엇인가 바닥에서 주웠잖아. "
그녀는 순간적으로 귀걸이를 생각했다.
" 나.. 나는 아무것도 줍지 않았어요. "
사내가 칼끝을 그녀의 목으로 가져갔다.
" 바른데로 말을 해. 그렇지 않으면 .... "
칼끝이 그녀의 목을 조금 찔렸다.
" 아 -- 정말이지 아무것도 줍지 않았어요. "
그녀는 귀걸이에 대해서는 절대로 말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 그럼.. 거기에서 왜 서성 거렸어. 무엇을 찾으려고 한거지 ? "
그녀의 목에서 피가 조금 새어 나왔다.
" 그냥.. 시장 가려다가 동전이 떨어졌기에... 동전을 찾으려고 했던 거야요.."
" 동전 ?.."
" 네. 믿어주세요. 정말입니다. "
그녀는 두 손을 빌면서 애원을 했다. 사내가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다가 칼을 목에서
떼었다.
" 좋다. 믿어 주겠다. "
사내가 일어서자 그녀는 한숨을 몰아 내쉬었다. 그리고는 목으로 손을 가져갔다.
손에 피가 묻었다. 그녀의 두 눈이 더 커졌다.
" 걱정하지마. 더 이상 피는 나오지 않으니까. "
그녀는 허벅지로 떨어지는 눈물을 바라보고 자신이 지금 왜 이렇게 되었는지 원통하고
분한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 일어서. "
사내가 강한 어조로 짧게 명령 했다.
" 욕실로 가. "
그녀는 어쩔수 없이 사내가 이끄는 데로 욕실로 향했다.
안산 경찰서는 건축한지 얼마 되지않아 외형상으로도 상당히 깨끗했다.
강력계 사무실에는 주 형사가 아까부터 책상위에 있는 귀걸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최 반장은 계속해서 줄담배를 피고 있었다.
" 주 형사. 그만 쳐다보고 그 여자 신원이 확인 되었는지 알아봐. "
" 예. "
주 형사는 만지작 거리던 귀걸이를 책상위에 놓고는 전화를 집어 들었다.
" 아니... 이 친구는 전화를 해 준다고 했으면 빨리 해야 할 것 아냐. "
그는 감식반의 최 형구에게 전화를 걸며 투덜거렸다.
" 아. 최형입니까 ? 저 우남입니다. "
" ......... "
" 예.. 유 혜란.. 22 세... "
" ........ "
" 부평시 원곡동 37 .... 상아 아파트 305 동 204 호... "
" ....... "
주 형사는 전화 통화의 내용을 열심히 적어 내려 갔다.
최 반장은 새로운 담배를 꺼내어 다시 불을 붙였다.
한참을 통화를 하던 주 형사가 이내 전화를 끊고 최 반장이 앉아있는 곳으로 갔다.
" 그래 뭐 특이한 것이라도 있나. "
" 글쎄요. 뭐 정보가 될만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요. 부검 결과로는 사망시간이 오늘
새벽 2 시쯤으로 나타났고요.. 직업이나 기타 특이 할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
" 음.. 그러면 집주소를 들고 찾아가 봐야 되겠구먼. "
" 기타 약물 같은것도 복용한 사실이 없고 소량의 알콜 성분이 나타난 것으로 보아 술
은 좀 마신것 같습니다. 그리고 뜻 밖에도 임신중이었답니다. 아직 3 개월도 안되었
지만... "
최 반장은 미간을 찌푸리고 담배를 비겨 겼다.
" 혹시 술집에 나가는 처녀 아닌가 ? "
" 그렇게 이쁜 처녀도 술집에 다닙니까 ? "
" 이 사람..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몰라. 인물 반반하고 몸매 이쁜 여자들이 술집
에 있어야지 장사가 잘되지. 호박같은 인물 데리고 술집 영업하면 자네는 가겠어."
주 형사는 멋쩍게 웃으며 한손으로 뒷머리를 매만졌다.
( 40 이 넘은 사람이 별것을 다 알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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