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피카소의 장미(6)

김형엽

    " 아무튼 사망시간이 새벽 2 시고 현장에 버려진 시간이 2 시반에서 3 시 사이라면 그렇게 먼곳이 아니군. "
    " 범행 현장 말이군요. "
    " 그래.. 수인선 산업도로를 중심으로 30 분정도 소요되는 거리지. "
    " 그럼 저희가 있는 곳도 해당이 되겠네요. "
    " 여기뿐 아니고 그 여자의 주소지 부평과 인천, 광명, 수원.... 이런식이라면 경기도 전체를 사정 거리로 보아야겠군. "
    " 현장에서 옮긴 이유가 뭘까요 ? "
    " 글쎄.. 그것을 알수 있다면 범인을 잡는데 상당한 보탬이 되겠지. "
    " 제 생각에는 귀걸이 한쪽이 범행 현장에 떨어져 있을거라 생각도 해 보는데.."
    " 그럴지도 모르지. 그걸 어떤 사람이 주어서 자기 귀에 걸었는지 아니면 보석상에다 팔수도 있겠지. "
    " 목격자가 있을까요? "
    " 그거야 우리의 희망사항이지. "
    최 반장이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주 형사는 라이터를 켜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
    " 반장님. "
    " 말해. "
    " 이건 제 예감인데요. 이번 사건의 해결은 저 귀걸이가 될 것 같아요. "
    " 귀걸이 "
    " 예. 저 귀걸이가 범인을 추적할 수 있을 유일한 희망 같은 생각이 듭니다. "
    " 글쎄.. "
    주 형사는 자기 자리로 가서 귀걸이를 손에 들고 다시 최 반장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는 손바닥에 귀걸이를 내려 놓고 유심히 관찰을 하였다. 최 반장도 다시 한번 귀걸이를 눈여겨 보았다.
    " 지금 몇시나 되었지. "
    주 형사가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 5 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
    " 그래.. 차를 대기 시키게. 유 혜란의 집으로 가보세. "
    " 예. 알았습니다. "
    주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 났다. 곧 이어 최 반장도 몸을 일으키며 담배를 껐다.
    최 반장의 책상위에 놓여 있는 재털이에는 담배 꽁초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그들이 부평 유 혜란의 집에 도착한 시간은 출발후 40 분 정도 소요되었다. 상아아파트 305 동 204 호의 초인종을 5 - 6 회 눌러 보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 반장님. 아무래도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요. "
    " 음. 그래 "
    " 관리인에게 물어 볼까요. "
    " 글쎄.... 뭐 쓸만한 정보가 나올까 ? "
    " 그래도... "
    " 좋아. 일단 가 보자구. "
    관리사무소는 305 동 오른쪽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 수고하십니다. "
    주 형사는 신분증을 관리소장에게 보여 주고 안으로 들어 갔다. 뒤를 이어 최 반장도 따라 들어갔다. 관리소장은 뜻밖에 형사가 들어닥치자 약간 긴장하는 표정을 지었다.
    " 무슨일이신가요 ? "
    " 예. 뭐좀 알아볼까 해서 왔습니다. 혹시 저 204 호에 사는 사람에 대해서 아시는지요. "
    " 204 호라... 아 ! 젊은 아가씨 혼자사는 곳을 말씀하시는 군요. "
    " 아. 알고 계십니까 ? "
    " 예. 이곳에 온지 한 달정도 밖에는 안 되었지요. 그런데 무슨일로 .... "
    " 혼자산다고 했는데.. 누가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나요. "
    " 찾아오는 사람이라.... "
    50 이 다 되어 이마에는 주름살이 제법 많이 생긴 관리소장이 무엇인가 생각해 내려는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 글쎄요. 가끔 혼자 외출하는 것은 보았는데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
    " 그래요. "
    " 무엇하는 여자 같았습니까? "
    " 그건 모르겠어요. 다만... "
    " 다만 무엇이지요... 이상한 점이 있다면 좀 말씀해 주세요. "
    " 예.. 어디를 다니는 것 같지도 않은 것 같아요. 가끔씩 외출 할 때 조그만 가방만 들고 나갔다 오곤 했지요. "
    " 혹시 이 여자가 맞는지 좀 보아주십시요. "
    주 형사 뒤에 서있던 최 반장이 유 혜란의 사진을 꺼내 관리소장에게 보여 주었다.
    관리소장은 최 반장의 손에 들고 있던 사진을 보았다.
    " 예.. 맞아요.. 바로 이 여자예요. 상당한 미인이라 얼굴을 유심히 보았지요. "
    최 반장이 미간을 찌푸리다 담배를 꺼내 물었다.
    " 영감님. 그 집을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 "
    " 아니.. 그런데 왜 그러시죠. 주인도 없는 방엘.... "
    주 형사가 관리소장에게 바싹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 실은 이 여자가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어요. "
    관리소장이 깜짝 놀라며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 죽어요... "
    " 예. 그래서 그런데 혹시 열쇠같은 것이 없나요. "
    관리소장은 잠시 숨을 크게 몰아 쉬었다.
    " 열쇠는 없습니다. 방법은 옆 동을 통해 창가 베란다를 이용 할 수 밖에는 없어요."
    주 형사는 아파트을 다시 한번 쳐다 보았다.
    " 그럼 203 호에 같이 좀 가 주시겠습니까 ? "
    " 그러지요. "
    그렇게 세사람은 관리소에서 나와 203 호 앞으로 갔다.
    마침 203 호에는 사람이 있었다. 관리소장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203 호 주인은 흔 쾌히 승낙을 했다. 주 형사는 203 호 베란다로 나갔다. 베란다의 철창을 잡고서 옆 동으로 옮겨가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이윽고 주 형사는 204 호로 넘어가 창문을 열었다. 다행히 창문은 안으로 잠겨있지 않았기에 창문을 넘어서 방으로 들어갔다.
    ( 이럴수가... )
    방에는 침대와 작은 거울만이 벽에 붙어 있었고, 침대 머리곁에는 전화가 있었다.
    ( 무슨 집구석에 장농도 하나도 없지 ? )
    주 형사는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도 마찬가지였다. 살림 도구라고는 도 무지 하나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기껏 주방에 남비 한개와 그릇 2 개, 그리고 수저 2 세트와 먹다남은 라면박스에 10 여개의 라면만 있을뿐이었다.
    " 뭐해 ! 어서 문열어. "
    밖에서 최 반장이 무엇을 하면서 문을 열지 않느냐고 문을 쿵쿵 두들겼다. 주 형사는 곧 아파트 출입문을 열어 주었다.
    " 이 사람아.. 들어 갔으면 문부터 열어야 할 것 아냐. "
    " 아.. 예. 죄송합니다. 집에 살림도구가 하나도 없어 좀 어안이 벙벙해서요. "
    최 반장이 안으로 들어 갔다. 관리소장도 따라 들어 오려고 하자 최 반장이 저지했다.
    " 보시다 시피 살림 도구라곤 없습니다. "
    최 반장이 거실과 안방을 살펴 보았지만 살림하는 가정집이라곤 볼 수 없을 정도로 살 림도구가 보이지 않았다.
    " 저쪽 방도 열어 보았나. "
    최 반장은 작은 방을 가리켰다.
    " 아직 그 방은 열어 보지 않았습니다. "
    " 어서 열어 보게. "
    주 형사가 작은 방의 문을 열고 들어 섰다. 곧 최 반장도 뒤따라 들어갔지만 역시 작 은방에도 살림도구는 없었고 크고 작은 두개의 가방만이 전부였다. 가방은 완전히 열 려서 있었고 내용물은 온통 방바닥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몇벌의 옷이 전부였다.
    " 음.. 누군가 들어 왔었군. "
    " 누굴까요 ? 반장님. "
    " 글쎄. 아마 유 혜란을 죽인 놈 아니겠어. "
    " 그 놈이 왜... "
    " 무엇인가 있었겠지.... "
    최 반장이 흩어진 방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주 형사가 여자의 옷 가지를 헤치며 가방 을 거꾸로 들었다.
    " 반장님.. 이 큰 가방은 옷만 넣어 둔것 같아요. "
    " 그 작은 가방을 가져와 보게. "
    " 텅 비었는데요. "
    그건 손으로 들고 다닐수 있는 소형 가방이었다. 최 반장은 가방 안에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맡았다.
    " 냄새는 왜 맡습니까 ? "
    최 반장이 코를 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 뭔가 냄새가 좋지 않아. "
    " 무슨 냄새가 납니까 ? "
    주 형사가 최 반장으로부터 가방을 받아 냄새를 맡아 보았다.
    " 가죽 냄새밖에 나지 않는 데요. "
    " 그래 ... 가죽 냄새지. "
    주 형사와 최 반장은 몇번 옷가지를 헤치다가 작은 방에서 나왔다. 최 반장은 거실에 담배에 불을 붙였다.
    " 범인은 오늘 새벽 2 시경에 유 혜란을 살해한 후 이곳에 온 것 같아. "
    " 그렇다면 유 혜란이 뭔가 중요한 것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얘기군요. "
    " 그래.. 범인은 유 혜란을 이용해 비밀리에 어떤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어.
    그러다 유 혜란이와 무엇인가 잘못되어 유 혜란이를 죽이고 이 곳에 와서 자신의 물건 을 찾아 간 것 같아. "
    " 그것이 무엇 같습니까 ? "
    " 확실하지는 않지만.... "
    " ...... "
    " 마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
    " 마약이요 ? "
    주 형사의 눈이 놀라움으로 켜졌다.
    " 일단 그 가방을 가지고 본부로 가세. "
    " 예. "
    그들은 유 혜란의 방에서 나왔다.
    관리소장에게 유 혜란의 집을 부탁하고 그들은 곧 안산 경찰서로 향했다.
    " 자네는 도착과 동시에 감식반에 연락을 하게. "
    " 감식반요 ? "
    " 그래.. 혹시 다른 지문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 그리고 유 혜란의 아파트가 개 인것인지, 아니면 전세 여부등을 알아 보도록 하고... "
    " 예.. "
    " 그리고 유 혜란의 과거를 알아야 할 텐데... 어디서 부터 추적을 할까 ? "
    최 반장은 연거푸 담배를 빨았다.
    " 반장님. 만약 마약과 연관이 있다면 인원을 보충해야 하지 않을까요 ? "
    "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니까.. 일단 그 가방을 조사한 후 결정해도 늦지 않아. "
    차는 금방 산업도로로 들어섰다.
    그러나 토요일 오후의 산업도로는 차량행렬로 줄을 이었다. 자연히 차량의 속도가 떨어졌다.
    " 반장님. 이런 식으로 가다간 한 시간도 더 걸리겠는데요. "
    최 반장이 열린 창문으로 담배 연기를 내 뿜으면서 길게 한숨을 쉬었다.
    " 하는수 없지. 어쩔 도리가 없쟎아. "
    하늘을 쳐다 보았다.
    한 여름의 하늘은 무척이나 파란색을 띠고 있었다. 6 시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아직 어둠은 밀려오지 않았다.

    어느 덧 뜨겁던 태양이 아파트 단지 넘어로 사라지고 저녁 노을을 그리고 있었다.
    영옥은 침대에 사지가 묶인 채로 누워 있었다. 물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그대로 였다. 사내는 냉장고에서 맥주 한병을 꺼내어 병째로 마셔댔다. 사내 역시 몸 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수건만 목에 두른 상태였다.
    사내의 몸은 마치 단단한 근육질의 덩어리 였다. 피부도 검은색으로 탄탄해 보였으며 어디 한군데 쓸데없는 군살이라곤 찾아 볼수 없었다. 누가 봐도 운동으로 단련된 육 체라는 것을 쉽게 알수 있었다.
    그녀는 사지가 묶인채 천장을 바라보고 울고 있었다. 사내와 목욕탕에서 벌렸던 일이 아직도 그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한 시간전에 침대에 엎드린채로 사내에 게 강제로 당한 후 욕탕에서 또 다시 치욕같은 시간을 보냈었다. 그녀는 그렇게 사내 에게 또 당했었다. 그녀의 침대는 온통 눈물로 젖어갔다.
    사내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가 이 아파트에 온것은 그녀를 죽이는 것이었다. 그런 사내가 그녀의 육체속으로 빠져 들어가더니 마음의 동요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 아까워.... 죽이기에는 너무 아까워... )
    사내가 맥주 한병을 다 마셔버리고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침대옆에 앉으며 누워있는 그녀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한 손으로 젖가슴을 가볍게 만졌다. 사내를 바라보 던 그녀는 또 다시 사내가 자신의 육체를 탐하려고 하는줄 알고 두 눈을 감아 버렸다. 그건 모든것을 포기한 표정이었다.
    " 너를 살려두면 오늘 일과 그날 밤의 일을 영원히 비밀로 할 수 있겠느냐. "
    사내의 전혀 엉뚱한 말에 그녀는 두 눈을 크게 뜨면서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의 목 소리는 처음처럼 차겁거나 두렵지도 않았다.
    " 너를 살려주고 싶어. "
    그녀는 사내의 눈빛을 보았다. 그건 틀림없는 진실의 눈빛이었다. 그녀는 입을 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의 손이 젖가슴에서 복부로 천천히 옮겨 갔다.
    " 그대신... "
    사내의 손이 배꼽 부근에서 멈추었다.
    " ...... "
    "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너와 너의 남편까지도 함께 죽여 버릴거야. "
    " 아.. 알았어요. "
    그녀는 사내가 충분히 그럴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이런 몸으로 다시 남 편과 살을 섞을 일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해지면서 또 다시 서러운 눈물이 한없이 쏟아 졌다. 사내가 몸을 일으키더니 자신의 옷을 하나씩 입기 시작했다.
    " 현관 열쇠가 어디 있지. "
    옷을 다 입은 사내가 그녀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 열쇠는 왜.. "
    " 한시간 정도만 나갔다 오겠다. "
    그녀는 사내가 다시 온다는 소리에 맥이 풀렸다.
    " 전화옆에 있어요. "
    사내는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나서 넓은 테이프를 조금 뜯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 그녀는 몸을 뒤틀며 움직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손과 발이 모두 묶여버 린 상태였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 네가 소리를 지를까봐 그러는 거니까 잠시만 그렇게 있어. "
    ( 나쁜 자식.. )
    그녀는 몸에 힘을 빼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사내는 그녀를 한번 더 쳐다보고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 곧 이어 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사내는 완전히 그녀의 집에서 빠져 나갔다. 천장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창밖으로 어둠이 서서히 깔려왔다. 악몽의 시간이 지나갔지만 그건 아직 완전히 끝이 난 것이 아니었다. 갑자기 봉석의 얼굴이 나타났다. 앞으로 봉석과의 잠자리를 어떻 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하니 막막하기 그지 없었다.
    ( 차라리 죽어 버릴것을... 끝까지 반항해 죽는편이 더 현명했을 것을... )
    그녀는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후회의 눈물이 설움과 같이 하염없이 쏟아져 침대위를 적시고 있었다.
    사내는 그녀의 우측 아파트 10 층으로 들어 갔다. 그는 곧 전화 수화기를 들고 번호 를 눌렸다. 잠시 후 신호음이 울리더니 상대방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여보세요. "
    " 나 피카소요. "
    " 아. 그렇지 않아도 전화를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 바꿔주시요. "
    " 잠깐만 기다리세요. "
    곧 이어 굵은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 피카소.. "
    " 예. 피카소 입니다. "
    " 기다리고 있었오. "
    " 무슨일로... "
    " 당신의 운반원이 신문에 나왔오. "
    " 짐작하고 있었오. "
    " 물론 뒤 탈은 없겠지요 ? "
    "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
    "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추적하는게 형사들이요. 특히나 우리가 다루는 물 건의 냄새라도 맡게 된다면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하니 철저하게 증거를 남기지 말아야 하오. "
    " 잘 알겠오. "
    " 그래. 다음 물건은 약속데로 진행 될 겁니까? "
    " 물론, 약속데로 이행하겠오. 3 일후에 약속한 물건 3 킬로그람을 인수 받게 될 것 입니다. 남은 금액이나 약속날짜에 정확하게 입금 시켜 주면 됩니다. "
    " 그건 염려할 것 없오. 이제까지 한 번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적이 없지 않았오. "
    " 그건 알고 있오. "
    " 먼저 건의 금액도 확인 해 보셨지요? "
    " 네. 정확히 입금 되었오. "
    " 그럼. 수고하시오. "
    " 이틀 후에 연락을 하겠오. "
    사내는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 피노키오... 언젠가는 네 놈도 나의 목을 노리고 올때가 있겠지. ) 사내는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다가 옷장으로 다가가 옷을 꺼내 갈아 입었다. 검은색 의 양복으로 갈아 입은 후 소형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는 아파트를 빠져 나와 승용차 를 몰고 아파트 단지를 빠져 나갔다.

    어둠은 순식간에 세상을 깜깜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최 장환 반장은 선풍기 바람앞에 의자를 고정시켜 놓고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감식반에 찾아간 주 우남 형사가 생각보다 늦자 조금은 초조한 표정이었다.
    ( 도데체 왜 이리 늦는거야. )
    " 따르릉.. 따르릉 ..."
    최 반장은 몸을 일으켜 전화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 예. 수사반입니다. "
    " 아.. 반장님. 접니다. "
    " 아 그래. 왜 이렇게 늦는 거야. "
    " 반장님 예감이 맞았어요. "
    " 예감이 맞다니 ... "
    " 예. 그 가방에서 소량의 히로뽕 가루가 발견되었어요. "
    " 그래 -- "
    최 반장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 그리고 유 혜란이가 살던 방은 월세로 얻었던 거구요.. "
    " 음.... "
    " 그 유 혜란이 성장 과정이 상당히 복잡해서 어디서 부터 조사를 시작해야 할런지 좀
    난감합니다. "
    " 어느 정도인데 그래 ? "
    " 주변에 일가친척이라곤 전혀 없어요. "
    " 부모도.. "
    " 예. 다섯살때 고아원으로 입양되어 10 년을 지내다 나갔다고 하더군요. "
    " 그래. 자세한 것은 와서 이야기 하세. "
    " 예. 지금 곧 가겠습니다. " 전화 수화기를 내려 놓고 최 반장은 다시 선풍기 앞 의자에 앉았다. 내 뿜는 담배연 기가 선풍기 바람에 뒤섞여 순식간에 바람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최 반장은 다시 수 화기를 들어서 버튼을 눌렸다. 세번의 벨소리가 울리고 나서야 상대편에서 전화를 받 았다.
    " 여보세요. "
    " 아. 미안하지만 마약반의 유 길준 형사를 좀 부탁합니다. "
    " 유 형사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
    "..... "
    " 네. 전화바꿨습니다. "
    " 아. 오랫만일세. 나 안산의 최 반장이야. "
    " 아-- 반장님. 정말 오랫만이네요. 별일 없으십니까 ? "
    " 그래. 자네도 건강한가. "
    " 예. 그런데 어떻게 전화를 다 하셨습니까 ? "
    " 응. 별일은 아닌데... 요즘 그쪽 상황이 어떤가 해서... "
    " 우리요. 글쎄요. 요즈음은 조용한데요. 왜 무슨 정보라도 있습니까 ? "
    " 조용하다고... "
    " 예. "
    " 자네 지금 시간 좀 있나. "
    " 지금이요. 뭐 좋은 정보라도 제공 할 겁니까 ? "
    " 정보는 무슨 정보.. 그저 소주나 한잔 하자는 걸세. "
    " 그러지요. 주 형사도 같이 올거지요 ? "
    " 그래. 그러면 8 시에 고잔역 순천회집에서 만나세. "
    " 알겠습니다. 지금 출발하지요. "
    수화기를 내려 놓은 최 반장이 담배를 깊숙히 빨아들였다가 꽁초를 재털이에 비볐다.
    ( 놈은 틀림없이 유 혜란을 이용해 중계 임무를 맡겼왔었는데 죽였다. 왜 죽였을까? 살인하는 방법이 대담한 것으로 보아서는 상당한 전문가일수도 있다.. )
    최 반장은 선풍기 앞을 오갔다. 무엇인가 잡힐 듯 하면서도 풀리지 않을 때 오는 특이한 습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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