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50)
김형엽
" 병어. 너는 계속해서 이 배 앞에서 감시를 해라. "
" 예. "
가물치는 짝코가 서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 무슨 소리인데. "
" 글쎄요. 자세히는 듣지 못했지만 사람 목소리 같았습니다. 그것도 여자의 목소리
같았어요. "
" 여자라고 ? "
" 예. "
가물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짝코를 바라보았다.
" 왜 그렇십니까 ? "
" 짝코.. 너는 이 밤중에.. 그것도 이런 무인도 같은 섬에 여자가
있으리라고 생각 하냐. "
" 그렇지만 소리가 꼭 사람 소리 같았어요. "
" 너 하루를 못 참아서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닐테지. "
" 에이.. 형님도 .. 설마하니 이런 곳에 와서 제가... "
" 너는 늘 그랬쟎아. 하루라도 여자를 끼고 있지 않으면 잠을 못 자고. 그래서 새로
들어오는 여자마다 닭 잡아 먹듯이 다 해치우고서는... "
" 아이. 요즘은 안 그렇습니다. 예전에 다 청소했습니다. "
" 좋아. 아무턴 가 보자. 여자가 있는지 생쥐새끼가 있는지. "
" 예. "
가물치와 짝코는 천천히 불을 밝히면서 산으로 올라갔다. 잠시후 그들은
동굴안을 밝히면 안으로 들어섰다.
" 랜턴을 구석구석 잘 비쳐보아. 생쥐 새끼라도 한 마리 잡아야 되지 않겠어. "
" 알겠습니다. 형님. "
가물치와 짝코는 동굴안을 구석구석 비추었다. 짝코가 비추는 랜턴빛이 호수를
지나다가 갑자기 멈추었다.
" 엉. 저.. 저게 뭐지요 ? "
" 왜. 무엇이 보여. "
" 저기.. 저 박스위에... "
가물치가 짝코가 랜턴을 비추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 저.. 저건 사람이냐. 귀신이냐. "
짝코가 가물치 곁으로 다가갔다. 그들이 비추는 곳에는 나무박스가 있었고 그리고 그
박스 위에는 영옥이 무릎을 포개고 앉아 있었다. 그것도 반나의 차림으로.
가물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나서 오른손에 들었던 쇠 파이프를 높이 치켜 들고서는
천천히 박스로 다가갔다. 바로 그 옆에 짝코도 가물치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영옥은
미동도 하지 않은채 다가서는 그 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사람이면 말을 해 보고 귀신이면 이 쇠 파이프 맛을 좀 봐라. "
가물치의 쇠 파이프를 쥐고 있는 손이 부르르 떨었다. 그러자 그 때까지 움직이지
않던 영옥이 얼굴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서 박스위에 섰다.
가물치와 짝코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감탄을 했다. 절세미인이 지금 자신들의
앞에서 반나의 몸으로 서 있는것이 마치 꿈을 꾸는 듯 했다. 그녀의 옷 차림은 가히
매혹적이었다. 티를 입었다고는 하지만 가슴위에서 졸라매어 배꼽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고 하의에는 앙증스럽고 작은 흰 색의 팬티만을 걸치고 있었다.
" 형님. 틀림없는 사람이지요. 그것도 천하의 미인이쟎아요. "
짝코는 벌써 마른침을 계속 삼키고 있었다. 가물치도 그녀의 아름다움에 너무 놀라서
넋이 빠지면서도 쇠 파이프를 잡은 손은 여전히 들고 있었다.
" 대체 당신은 누구야 ? 어디에서 왔어. "
가물치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면서 동굴안을 울렸다. 그러자 그녀는 대답 대신 자신이
걸치고 있던 티를 묶음을 풀었다. 티의 매듭이 풀어지면서 정상적인 옷차림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티를 몸 위로 올리기 시작했다.
그건 티를 벗으려는 행동이었다. 둘은 완전히 여자에게 시선을 빼앗긴 채 넋을 잃었다.
" 형님 옷을 벗으려나 봐요. "
짝코가 가물치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중얼거리듯이 지껄였다.
" 이봐. 대체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
가물치는 그래도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상당히 애를 쓰는 기색이 보였지만 아랫도리가
뻗뻗해 지고 있는것을 느꼈다. 박스위에 있는 그녀의 티가 가슴위로 올라갔다. 이내
두개의 젖가슴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짝코가 더 이상 참을수 없다는 듯이
그녀에게로 바싹 달려 들었다.
" 잠깐 기다려 짝코...... 헉... "
가물치가 짝코를 말리려는 순간 그의 등뒤로 부터 차거운 기운이 그의 입과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가물치는 쇠 파이프를 땅으로 떨구며 두 무릎을 땅에 대더니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짝코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채 어느 새 영옥을 끌어 안고 자신의
바지를 내리고 있었다. 그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짝코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는 영옥의 몸 위에서 맥없이 넘어갔다. 영옥이 놀라며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어느 새 사내의 손이 그녀의 입을 봉쇄했다.
" 놀라지마. 죽이지는 않았어. "
그녀는 사내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흐느꼈다. 도저히 자신이 상상할 수 없는
연기를 했다는 것이 그녀의 가슴을 더욱 미어지게 했다. 사내는 천천히 그녀의
등을 토닥거렸다.
" 아주 잘했어. 훌륭한 연기였어. "
그녀는 더욱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 어서 옷을 입어. 밖에 놈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이리로 오기전에 우리가
먼저 선수를 쳐야 해. 그래야만 당신도 저 배를 타고 집으로 갈 수 있어. "
그녀는 집으로 간다는 사내의 말을 듣고 억지로 울음을 참았다. 다시 옷을 챙겨 입고
사내를 따라 나섰다. 사내는 가방을 한 쪽 어깨에 멘 후 다른 한 손에는 가물치가
들고 왔던 쇠 파이프를 움켜 쥐었다.
" 자 이 랜턴을 갖고 앞을 비추면서 조심해서 따라와. 어둡기 때문에 배 밖에
있는놈은 우리를 알아 볼 수 없을거야. "
" 무서워요. 자신이 없어요. "
그녀가 망설이자 사내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이 곳을 떠날 수 없어. 아니 영영 이 곳에서 죽게 될 지도
모르는 거야. 난 당신에게 약속을 했어. 꼭 집에 보내주겠다고... "
그녀가 하늘을 쳐다보며 짧은 한 숨을 토해냈다. 그리고는 결심을 한 듯 사내를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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