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51)
김형엽
배 밖을 지키고 있던 병어는 가물치와 짝코가 오는 시간이 늦자 계속해서 산만
바라보고 있다가 멀리서 작은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자 안심을 한듯 천천히
두 물체가 다가오는 곳으로 갔다.
" 무엇이라도 찾으셨습니까. 형님. "
" 아냐. 아무것도 없어. 괜히 헛고생만 했다. "
" 그렇지요. 이 밤중에 산 짐승이면 몰라도... "
병어가 빠른 걸음으로 그 들에게 다가갔다.
투덜거리며 내려오는 사내의 손에는 여전히 쇠 파이프가 쥐어져 있었다.
금방 간격이 좁아졌다. 병어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 가물치 형님 키가 좀 커진것 같은데요... "
순간 사내의 손이 허공을 뜨는 듯 싶더니 곧 이어 둔탁한 소리가 났다.
" 퍽 ---- "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병어가 백사장에 엎어졌다. 영옥은 또 다시
가슴이 철렁내려 앉으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자. 빨리 이리로... "
사내는 영옥을 이끌고 배 가까이 갔다. 오른쪽으로 줄 사다리가 늘어져
있었고 좌측으로는 닻이 내려져 모래사장에 꽂혀 있었다.
사내는 우선 닻을 뽑았다. 그리고 올리기 쉽도록 배 가까이 가져다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민첩한 동작으로 사다리를 타고 배 위로 올라갔다.
사내가 배에 오른 후 영옥도 천천히 사다리를 올라 갔다.
영옥이 올라오자 사내는 곧 바로 조심스럽게 닻을 배 위로 올렸다.
( 이제 배 밑에 있는 두 놈만 처리하면 된다.... )
사내는 이마의 땀을 닦고 영옥을 기관실로 데려 갔다.
" 여기서 꼼짝말고 있어야 해. 아직 밑에 두 녀석이 있어. 그 녀석들을 배에서
몰아내야만 하니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는 가방을 그녀에게 맡기고
기관실에서 빠져나왔다.
( 어떤 방법이 좋을까 ? )
사내는 배 안으로 들어서는 출입문 입구에 서서 잠시 망설였다.
그 때였다. 안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곧 바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왜 일어나십니까 ? "
" 음.... 소피 좀 봐야겠다. "
곧 안에 불이 켜지면서 출입구 쪽으로도 불빛이 새어나왔다. 사내는 재빠른 동작으로
출입문에서 떨어지며 기관실 담벽으로 몸을 숨겼다.
" 형님. 가물치가 없는데요 ? "
" 그래. 그 자식도 화장실이 급했었나... "
곧 이어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덜컹소리를 내며 열리면서 랜턴 불빛이 배
주위를 비추었다. 곧 이어 도끼가 쌍칼의 뒤를 이어 나왔다. 사내는 벽에 몸을
완전히 밀착시킨 상태로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 아니. 이 자식들이 다 어디로 갔어. "
쌍칼이 백사장 주위를 랜턴으로 살피다가 부하들이 보이지 않자 신경질적으로 도끼를
쳐다보았다. 도끼도 자신의 랜턴으로 백사장 주변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 제가 내려가서 찾아 보겠습니다. "
도끼는 어느 새 허리츰에서 도끼를 꺼내들더니 사다리를 타고 배 밑으로 내려갔다.
쌍칼은 도끼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배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닻이 올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 아니.. 닻이 올려져 있쟎아. )
쌍칼은 순간적으로 배에 사람이 올라왔다는 것을 느꼈다.
" 야. 도끼 ! 다시 배로 올라와. "
쌍칼이 도끼를 부르는 소리와 동시에 검은 물체의 사내가 쌍칼의 앞에
나타나서는 손에 들고 있던 쇠 파이프를 휘둘렀다.
" 휘익 ---- "
정확하게 쌍칼의 머리를 겨냥했던 쇠 파이프가 쌍칼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사내는
첫 공격이 실패하자 연이어 두번째의 공격을 실시했다. 갑작스럽게 당한 쌍칼은 처음
공격은 피했지만 두번째의 공격은 피할 시간이 너무 짧았다.
" 퍽 -- "
사내의 쇠 파이프는 정확하게 쌍칼의 넓적다리를 관통했다. 쌍칼의 몸이
휘청거리면서 쓰러질 듯 했지만 한 손으로 배의 난간을 붙들면서 넘어지지는 않았다.
손에 들고 있던 랜턴만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불이 꺼져 버렸다. 배에서 내려갔던
도끼가 그 광경을 보고 미친듯이 소리치며 다시 사다리를 붙잡으러 갔다.
" 형님 --- 조그만 기다리십시요. "
도끼는 씩씩 거리며 사다리를 붙들고는 빠른 동작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사다리
위에는 벌써 사내가 버티고 서 있었다. 사내는 미련없이 사다리의 끈을
칼로 잘라버렸다.
도끼는 중간쯤 올라왔다가 사다리와 같이 얕은 바다물로 떨어졌다. 몸을 일으켜 뛰어
보았지만 그냥 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피카소.. 역시 대단한 놈이군. "
어느새 자세를 바로 잡은 쌍칼이 양 손에 칼을 쥐고 사내에게 다가섰다.
피카소는 얇은 미소를 머금은 채 쌍칼을 노려보았다. 밑에서는 도끼가
외쳐되며 욕을 하는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며 바다 물결소리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도끼는 배에서 떨어져 랜턴으로 배 위를 비치며 도끼를 치켜 올려 들었다.
( 기회만 와라. 도끼를 날려 버릴테니까.... )
" 미안하군. 부하들을 허락도 없이 건드려서. "
"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야. 넌 나의 앞에서 쓰러지게 될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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