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52)
김형엽
" 후후.. 과연 그럴까. 자네는 이미 다리에 상처가 났어. 정상적인 몸이 아니야.
그런몸으로 상대하다 영원히 후회하게 될 일이 생기면 곤란하지 않겠어....
네가 피노키오의 오른팔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어차피 오늘의 승부는 끝난거야.
나중에 정상적인 몸으로 다시 붙는것이 좋지 않겠어. 곱게 배에서 뛰어 내렸으면 좋겠군. "
" 흥.. 웃기는 소리 집어 치워. 이 정도의 타격으로 내 몸이 상처를 입을 것 같아.
너는 아직 나에 대해서 완전히 알지 못해. "
어둠속에서 쌍칼의 칼날이 선명하게 빛을 뿜었다. 쌍칼이 한 걸음씩 좌우로 움직이며
피카소의 주위를 맴 돌았다.
" 정말 해 보겠다는 건가. 내 호의를 받아 주는것이 현명할텐데... "
피카소는 쇠 파이프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치면서 여전히 눈은 쌍칼의 시선에서
떨어뜨리지 않았다. 넓지 않은 갑판위에 두 사내의 거리는 불과 2 미터 정도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와졌다.
" 네 놈이 여기까지 올라왔을 때에는 물건도 가져왔다는 뜻이겠지. "
" 물론. 그 물건을 두고 갈 수는 없으니까. "
" 그것 잘 됐군. 제 발로 찾아와서 물건까지 가져다 주었으니. "
쌍칼이 조금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러나 피카소는 여전히 입가에 차가운 미소만이
감돌뿐이었다.
" 자네 생각대로 일이 잘 되길 빌겠네. 나는 나의 호의를 무시하는 상대에겐 인정을
베풀지 못 한다네. 그것이 자네의 운명이라면 할 수 없지. "
쌍칼이 아랫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가 놓았다. 짧고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어둠을 뚫고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 야얏 -- "
쌍칼의 양손이 허공을 가르는가 싶더니 어둠속에서 번쩍거리며 빛을 뿜었다.
그건 마치 어둠속에서도 불을 뿜어대는 호랑이 눈빛의 움직임 같았다.
" 휘익 --- 휙 --- "
쌍칼이 휘두른 칼날을 두어 걸음 물러서면서 피하던 피카소가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는 쇠 파이프를 휘둘렀다.
" 쨍 --- "
쇠 파이프와 칼이 부딪치면서 불똥이 튀었다. 작은 불꽃놀이가 이루워 지듯이
맞부딪칠 때마다 불꽃은 사방으로 튀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도끼는 계속해서
기회를 엿보면서 발을 동동 굴렸다. 또 하나의 물체가 가슴을 조아리면서 싸우는
두 사내를 보고 있었다. 바로 영옥이였다. 그녀도 안절부절하며 기관실안에서
창문을 통해 두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차례의 공격을 끝낸 두 사내의 간격이 다시 벌어졌다. 짧은 시간의 공격이었지만
둘 다 가쁜숨을 토해냈다.
" 역시 피노키오의 오른팔다운 실력이군. 대단한 칼 솜씨야. "
" 네 놈 역시 대단하군. 이제까지 나의 공격을 피하지도 않고 막아 본 놈은 만나보지
못 했는데... 쇠 파이프로 나의 칼을 막다니. 비록 나의 적이지만 너의 실력은
존경한다. 그러나 이번 공격으로 너는 영원히 이 세상과 이별을 하게 될 거야.
마침 구름도 많이 없어지고 별들이 총총히 보이니 마지막으로 하늘의 별이나 좀 보아두지. "
피카소는 하늘을 보았다. 이제 날씨는 완전히 개었다. 하늘의 별들도 구름을 헤치고
계속해서 얼굴을 내밀었다.
" 내가 이 섬에서 떠나는 것을 하늘도 알고 축하해 주려는 모양이군. 고맙게도
피노키오가 이렇게 배까지 보내주었으니... 나중에 자네가 살게되면 배를
보내주어서 고맙다고 피노키오에게 전해주게. "
이번에는 피카소가 조금 소리를 내어 웃었다. 쌍칼의 눈이 불을 뿜었다.
" 저승에 갈 시간이 다가오니까 입이 제멋대로 노는구나. "
쌍칼이 좌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피카소도 쌍칼이 도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이내 피카소의 앞에는 쌍칼이 서게 되었고 뒤 쪽으로는 도끼가 불을
비추는 위치가 되었다. 쌍칼이 걸음을 멈추었다. 쌍칼은 기관실의 벽에 등을
기댄채 야릇하게 웃음을 띄었다.
짧은 순간의 웃음이 멈추더니 도끼에게 외쳤다.
" 지금이다. 던져라. "
기다리고 있던 도끼는 오른손에 치켜 든 도끼를 피카소를 향해 던졌다.
배 밑에 있었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도끼의 공격에 피카소는 순간적으로
놀라면서 몸을 숙였다.
그러나 도끼는 피카소의 왼쪽 어깨를 스치면서 기관실 창문을 부수고 떨어졌다.
순식간에 피카소의 어깨에서 검붉은 피가 떨어졌다. 아픔을 느끼는 것도 잠시 뿐.
기관실안에서 갑작스런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 아악 -- "
피카소를 스치고 날아간 도끼는 기관실 안에서 밖을 내다보던 영옥의 바로 앞에 꽂인
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기습적으로 날아든 도끼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터트리고 말았다.
" 이게 무슨 소리야. "
쌍칼이 깨진 유리창을 통해 고개를 들이밀며 기관실안을 들여다 보았다.
놀랍게도 안에는 여자가 가방을 끌어안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쌍칼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뜻밖의 상황에 놀라고 있었다. 그 때 백사장에 있던 도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 조심하세요. 형님 --- "
쌍칼은 갑자기 피카소를 생각했다.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피카소의 모습을 보려고
했지만 이미 피카소는 자신의 등뒤에 와 있었다.
" 으윽 -- "
피카소의 칼은 쌍칼의 허리부분을 깊숙히 박혀 있었다.
" 뒤에서 공격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수 없었다. 잘 가거라. "
쌍칼은 손에 쥐고있던 칼을 바닥으로 떨구며 무릎을 굽혀 쓰러졌다. 피카소는 자신의
칼을 뽑고나서 쌍칼의 어깨를 끌어 당긴 후 배 밖으로 밀어 버렸다.
" 첨벙 --- "
" 형님 ----- "
도끼가 빠른 걸음으로 쌍칼에게로 다가가더니 곧 자신의 어깨에 메고 백사장으로
옮겼다. 이미 쌍칼의 등 뒤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와 옷을 피로 물들였다.
" 정신차리세요. 형님. "
도끼의 애절한 목소리가 어둠속에서 울려 퍼졌다.
" 괜.. 괜챦아.. 이 정도로 죽지는 않아.. 어.. 어서 지혈이나 해.. "
" 예.. 알겠습니다. "
도끼의 몸 놀림이 갑자기 빨라졌다. 배 위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피카소는
한쪽 손으로 상처난 어깨 부위를 누르면서 천천히 기관실로 들어갔다. 영옥은
사내가 들어서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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