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90)
김형엽
피카소는 망원경을 접어 조그만 배냥속에 넣었다. 그는 간편한 츄리닝 차림에 조그만
배냥을 짊어지고 있었다.
( 일단 이 곳에서 3 층 거실을 볼 수 있으니 내려갔다가 저녁때 다시 와야겠다. )
비는 거의 그쳐 내리지 않았다. 그는 산을 천천히 내려오면서 주변의 길을
자세히 익혀두었다. 산을 다 내려온 그는 뛰기 시작했다.
( 피노키오가 바싹 긴장을 했군. 평소 같으면 계집과 둘만이 나갔을텐데 차를
2 대씩이나 데리고 나간 것을 보면 내가 신경에 거슬리는 모양이군. 그나저나
오늘 밤에 피노키오가 풀장으로 내려와야 할텐데..... )
피카소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양평교를 지났다. 조금 더 가자 어제 식사를 했던
식당이 나타났다. 피카소는 뛰는 것을 멈춘 후 크게 숨을 몰아 내쉬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 어서오세요. "
카운타의 주인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인사를 했다. 피카소는 주인을
알아보았지만 주인은 어제일을 기억하지 못 하였다. 피카소는 어제 정장
차림으로 식당으로 왔었지만 오늘은 츄리닝 복장이었고, 어제까지 없었던 코수염이
제법 길게 나 있었기때문에 주인은 알아보지 못 하였다.
피카소는 주인을 한번 바라보고는 어제 자기가 식사했던 방으로 향했다.
" 송 양아 손님모셔라. "
" 예. "
주방에서 종업원 하나가 쏜살같이 카운타로 다가갔다. .
" 저 쪽 1 호실에 들어가 봐. "
" 알았어요. "
종업원은 곧 1 호실의 문 앞으로 다가서더니 가볍게 노크를 했다.
" 들어와. "
종업원은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가 문을 닫고 공손하게 인사를 하다가 화들짝 놀랐다.
" 어머. 선생님께서. "
" 피곤하지 않아. "
비록 피카소가 코수염을 붙였다고는 하지만 종업원인 송 나영은 오늘 새벽까지 자신과
몸을 섞고 있었던 사내의 모습을 잊을리가 없었다.
" 어떻게 다시. "
" 아. 오늘 하루 더 자고 갈거야. 오늘도 같이 지낼수 있겠지. "
" ..... "
송 나영은 얼굴을 붉힌 채 아무말도 하지 못 하였다.
" 나. 어제 먹었던 것과 똑 같이 먹었으면 하는데. "
" 아.. 알겠습니다. 곧 준비하지요. "
송 나영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피카소는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비는 멈추었지만 하늘은 아직도 비구름이 가득하였다.
( 차라리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강한 비가 쏟아지는 편이 나은데... )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방문 밖에서 인기척이 나며 문이 열렸다.
갖가지 반찬이 상을 메우고 송 나영이 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피카소가 불러 세웠다.
" 손님도 별로 많은 것 같지 않은데 잠깐 앉지. "
" 예. "
송 나영은 피카소의 맞은편에 앉았다.
" 자. 일단 맥주로 목을 좀 축일까? "
사내가 잔을 들자 송 나영은 술병을 들어 천천히 잔을 채웠다. 이윽고 잔이 채워지자
사내는 단숨에 한 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 오늘도 그 시간쯤에 방에 도착하게 될거야. "
" 그 밤중에 어딜 다녀오시나요. "
사내는 이번에는 자기 스스로 잔을 채웠다.
" 나는 밤에 등산하는 것을 좋아하지. 특히 이렇게 비가 좀 부시시
내리는 날에는 더욱 스릴이 있지. "
" 캄캄한데 위험하지 않으세요. "
송 나영은 처음보다 긴장을 풀었다.
" 위험하지. 하지만 위험하지도 않는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 "
사내는 채워진 잔을 또 다시 비웠다.
" 천천히 드세요. 안주도 좀 드시고. "
" 그러지. "
대답을 하면서도 피카소는 빈 잔에 술을 채웠다.
" 선생님은 무엇을 하시는 분이세요. "
" 글쎄. "
" ..... "
" 미스 송이 보기에는 무엇하는 사람 같아. "
" 잘은 모르겠지만 무엇인가 사연이 많을 것 같아요. "
" 사연이라... 사연은 나 보다 미스 송이 더 많은 것 같은데. "
" 저요. 저는 아무런 사연도 없어요. "
"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
피카소는 다시 맥주잔을 입에다 대었다. 반쯤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 오늘 밤에는 서로의 사연을 얘기하여 보자구. 꼭 오는 거지. "
" 알았습니다. 나가서 매운탕을 가져 오겠습니다. "
" 그래. "
송 나영은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피카소는 남은 술을 마저 입에 털어넣었다.
최 장환 반장은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앉아 있는 강 민구 형사를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 이제 오십니까? "
강 형사는 소파에서 일어나 최 반장 곁으로 갔다.
" 아니. 자네는 황 필두의 감시는 어떡하고 이 곳에 있는거지. "
" 예. 반장님이 시키신 일이 아닙니까? "
"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
" 주 형사가 전화를 걸어서 철수하라고 해서 이렇게 들어왔는데요. "
" 주 형사가. "
그 때 송 경희 경사가 들어섰다.
" 어머. 반장님 오셨어요. 강 형사님도 오셨네요. "
" 송 경사. 주 형사가 들어 왔었나. "
" 예. 오전에 반장님 나가시고 나서 다시 들어왔었습니다. "
" 들어 왔었다고. 왜. 무슨일이 잘못 되기라도 했나. "
" 자세한 것은 얘기하지 않고 서류를 보면서 여러사람의 신원 조회를 했었습니다. "
" 신원조회 ? "
최 반장은 자리에 앉더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 유 형사의 전화를 기다린다고 하면서 저 먼저 식사를 하라고 해서
제가 먼저 식사를 하러 나갔는데 혹시 기다리다가 배고 고파 식사를 하러 간 것이 아닐까요. "
" 그래. 좀 기다려 보자구. "
최 반장은 담배 연기를 내 뿜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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