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91)
김형엽
" 강 형사. 그럼 지금 황 필두는 아무도 감시하고 있지 않겠군. "
" 예. 제가 양평의 별장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데 호출기에 신호가 와서 곧 이쪽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곧 철수하고 이리고 돌아오라고 해서 부랴부랴
오게 되었습니다. "
( 왜 황 필두의 감시를 풀게 하였을까. )
최 반장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연신 담배를 피워 연기를 내 뿜었다.
" 그래 황 필두에게 뭐 이상한 점은 없었나. "
" 별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어제밤에 서초동 자택에서 자고 아침에 별장으로
이동한 것 외에는 특별히 보고 드릴 만한것은 없습니다. "
"흠."
문이 열리며 유 길준 형사가 들어섰다.
" 안녕하십니까. 반장님. "
" 아. 어서 오게. "
강 형사와 송 경사와 인사를 나눈 유 형사는 최 반장 앞으로 다가갔다.
" 주 형사 이 친구는 안 보이데 어디 갔습니까? "
" 글쎄. 지금 기다리고 있는 중이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
" 제게 전화를 해서 급히 두 사람의 해외 입출국에 대해서 물어 왔습니다. "
" 두 사람. "
" 예. 조 봉석과 권 상철의 이름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
" 그 외 또 다른 사항은. "
" 일단 저와 만나서 얘기하기로 해서 전화가 끝내고 바로 달려온 것 입니다. "
" 그런데 정작 이 친구는 어디로 간거야. "
" 없어졌습니까? "
" 조금 더 기다려보세. "
유 형사는 옆에 서 있던 강 형사를 이끌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
" 아니. 자네는 왜 이 곳에 있지. "
" 저도 주 형사님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온 것 아닙니까. "
" 아니 그럼 황 필두는 누가 감시하고. "
" 지금은 아무도 감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
" 대체 이 친구 어떡하려고 이러는 거야. "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 이봐 강 형사. "
최 반장이 담배를 비벼 끄더니 일어났다.
" 예. "
" 자네 밖에 나가서 차가 있다 보고 오게. "
" 예. 알겠습니다. "
강 형사는 몸을 일으키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유 형사는 아까 그 두사람의 신원조회를 해 보게. "
" 예. "
유 형사는 곧 단말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조 봉석의 신원이
화면이 조회되어 나타났다.
" 고향이 여수로군. "
" 예. 그러나 평범한 사람입니다. 전과같은 것은 전혀 없고. "
" 가만, 현주소가 안산의 상아아파트로 되어 있군. "
" 예. 그런데 뭐가 이상합니까? "
" 오늘 주 형사가 찾아 나서는 여자중에 안산의 상아아파트를 주소로 둔
여자가 한 사람 있었는데 그 주소와 동일한 것 같은데. "
" 그렇다면 몽타지의 여자가 이 주소에 살고 있단 말입니까? "
최 반장과 유 형사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지. 주 형사가 와 봐야 알겠지.
다른 한 사람도 마저 조회하여 보게. "
" 예. "
유 형사는 조 봉석의 신원조회 내용을 프린트하고 나서 다시 권 상철의 이름을 입력하였다.
" 이 자는 이미 4 년전에 죽은 사람인데요. "
" 그렇군. 교통사고로 사망한 기록이 있군. "
" 그런데 무엇때문에 죽은 자에 대해서 입출국 기록을 알아보라고 하였을까요? "
유 형사의 눈이 번뜩거렸다.
" 혹시 탑승객 명단에 권 상철이란 이름이 있었던 것 아냐. "
최 반장과 유 형사는 입을 벌린채 멍한 상태로 바라보았다.
그 때 문이 열리며 강 형사가 들어섰다.
" 차가 없습니다. 경비에게 물어 보았더니 나간지 20 분이 넘었다고 합니다. "
" 알았네. "
최 반장은 조 봉석과 권 상철의 자료를 들고 자기 자리로 가서 앉았다.
" 반장님. 혹시 주 형사 이 친구 그 여자를 찾은 것 아닙니까? "
" 확실치는 않지만 무엇인가 찾기는 찾은 것 같군. 안산에 주소를 둔 그
여자가 우리가 찾고 있는 여자와 동일인 인것 같아. "
" 그럼 지금 이렇게 앉아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빨리가서 연행을 해서 조사를
해 보아야지요. 그래서 그 자의 거점도 알아내고.... "
" 아냐. 주 형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하지. 자기에게도 무엇인가
생각이 있으니까 지금 나간 것이고 때가 되면 돌아오겠지. "
최 반장은 신원조회 자료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유 형사는 주 형사의
자리에서 탑승객 명단을 꺼내었다. 그 중 연필로 체크 표시가 있는 탑승객의 명단을 뽑았다.
수 많은 명단중에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있는 두 개의 이름이 보였다.
( 한 사람은 남자인 권 상철, 또 한 사람은 여자로서 이름이 유 영옥. 그렇다면
유 영옥이 몽타지의 주인공이라면 권 상철은 바로 그 자. 죽은 사람의 신분증을
이용해 유유히 비행기를 탔다는 얘기로군. )
" 무엇인가 잡혔습니까? "
강 형사가 유 형사에게 다가와 넌지시 물었다.
" 글쎄. 이 친구가 대어를 발견하기는 했는데 어쩔려고 혼자 나섰는지 알수가 없군."
" 그냥 기다려 보는 겁니까? "
" 어쩌나. 반장님께서 저러시니. "
그 때 주 형사가 들어섰다.
최 반장를 비롯하여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어딜 그렇게 바쁘게 다녀오나. "
" 들어오셨군요. "
" 어떻게 된 거야. 이 친구야. "
" 일단 회의실로 들어가시지요. "
" 그래. "
모두가 회의실로 들어갔다. 최 반장을 중심으로 우측으로 주 형사가 앉고 좌측으로는
유 형사가 앉았다. 그리고 맞은편에 강 형사가 자리를 잡았다.
" 식사는 했나. "
최 반장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 아직 못 했습니다. "
" 아니 밥도 안먹고 어딜 갔다 오는거야. "
유 형사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짓고 주 형사를 바라보았다.
" 지금까지 제가 조사한 것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
" 알았네. 어서 얘기하여 보게. "
최 반장과 유 형사, 그리고 강 형사는 주 형사의 말을 귀담아 듣기 위해
의자를 앞으로 당겨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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