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92)

                                                     김형엽

    " 우선 우리가 찾고 있던 여자를 보았습니다. 직접 주민등록대장을 보고 확인을 하고나서 실제로 그 여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가서 얼굴도 보았습니다. "
   주 형사의 얘기를 듣는 사람들이 조금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 이름은 '유 영옥'. 몽타지의 그림보다 실제 인물을 보시면 더 놀라실지도 모릅니다. 얼굴과 몸매가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룬 미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있습니다. 남편의 이름은 '조 봉석', 현재 가야무역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 자는 아니었습니다. 유 영옥의 현재 나이는 26 세로 조 봉석과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부부였습니다. 남편인 조 봉석은 고향이 여수였는데 아마도 그의 부모님들이 아직 여수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유 형사가 보내온 자료로 조사를 해본결과 8 월 3 일 유 영옥은 여수행 비행기를 탑승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날 남편인 조 봉석도 일본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
   최 반장이 내 뿜는 담배연기가 금방 회의실을 뿌옇게 만들었다.
   " 조 봉석이 근무하는 회사로 가서 알아보았더니 업무차 출장을 다녀 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이틀후 다시 출장을 간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유 영옥은 조 봉석이 서울에 없는 시간을 이용하여 여수를 다녀 온 것이지요. 조사하면서 느낀것은 남편인 조 봉석은 유 영옥이 여수를 다녀온 것은 자기의 부모를 뵈러 간 것으로만 알고 있지 나머지 사실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 자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자는 전혀 엉뚱한 이름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았냈습니다. 이미 4 년전에 사망 기록이 되어있는 '권 상철'이란 신분으로 이제까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나도 자료를 보았네. "
   최 반장은 새로운 담배를 한 대 꺼내어 또 다시 불을 붙였다.
   " 문제는 유 영옥과 그 자와의 관계입니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혼부부로서 남편 모르게 그 같은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추측을 해 보았습니다. "
   " 그래 어떤거지. "
   " 예. 첫째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이일 경우입니다. 그 자는 이미 죽은 유 혜란이 대신으로 동행 할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예전에 알고 있었던 유 영옥의 거처를 알아내어 접근했을 가능성입니다. 그래서 남편인 조 봉석이 일본으로 출장을 떠나게 되자 여수에 계신 부모님도 뵐겸 그 자와 동행을 했을 경우입니다. 물론 과거에 어떤 관계였는지 모르지만 그 자의 협박같은 것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
   " 협박이라면 어떤... "
   유 형사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주 형사를 바라보았다.
   " 글쎄. 그건 다 남편인 조 봉석을 의식한 내용이라고 보아야겠지. "
   " 계속 해 보게. "
   최 반장은 담배를 입에서 떼어 재를 떨었다.
   " 예. 두번째의 경우는 전혀 알지 못했던 사이였을 경우입니다. 물론 이번 경우에도 유 혜란을 대신할 사람으로 유 영옥을 대상으로 한 경우지요. 유 혜란이 죽고나자 그자는 처녀보다 유부녀를 이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꼈을 지도 모릅니다. 처녀는 한 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늘 감시를 해야하지만 유부녀는 감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유 영옥이 그 자에게 어떤 약점을 잡혀서 그 약점이 남편인 조봉석의 귀에 들어가게 되면 큰일이 난다고 가정한다면 그 자는 그 약점을 이용하여 유영옥에게 일을 시킬수 있다는 겁니다. "
   " 약점이라면 어떤것이 될까? "
   최 반장은 담배꽁초를 비벼 껐다.
   " 글쎄요. 혹시 그 자와 강제로 불륜의 관계를 맺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여수에서도 3 일이나 있었습니다. 현재로서는 유 영옥이 시부모님을 만났는지 조차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만에 하나 그 자와 같이 3 일씩 있었다면 무슨일이 없었다고는 볼 수 없지요. "
   " 흠. 하지만 그건 추측이고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단정 지울수는 없지. "
   " 예. 그렇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일뿐입니다. 외형적으로 보아서 독하거나 악한 여인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청순하고 가련한 모습으로 인정이 많고 마음이 여린 여인으로 보였습니다. " 최 반장이 크게 심호흡을 하고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 주 형사의 말대로라면 유 영옥 이라는 여자를 함부로 다룰수도 없겠군. "
   "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해 둘수도 없지 않습니까? 일단은 데려와서 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 "
   유 형사가 불쑥 나섰다.
   " 글쎄. 조사는 해야 하겠지만 방법을 좀 연구해 보아야 겠군. "
   " 제 생각으로는 무엇인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것 같습니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에 휘말려 버린것인지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일단 감시를 하면서 보호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다시 그 자와 만날지도 모르는 것이고 또 우연히 개미파의 눈에 띄어 무슨일을 당할지 모르는 처지인데 그대로 방치해 둔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 그래. 주 형사의 생각도 일리가 있어. 우리가 지금 유 영옥을 데려다 조사한다면 그 자를 잡을길이 영영 사라지게 될 수도 있어. 일단 유 영옥은 평소처럼 생활을 하겠금 놓아두고 24 시간 감시를 하기로 하지. 주 형사의 정보로는 유 영옥의 남편 조봉석이 이틀후에 다시 일본으로 출장을 간다고 했으니 그 틈을 이용하여 유 영옥이 어떠한 행동을 할 지도 모르는 거니까 당분간은 감시만 하는 것으로 하고 인원을 좀 더 보강하여 황 필두도 다시 감시조를 보내기로 하지. "
   " 일단 저하고 강 형사가 나가겠습니다. "
   주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