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95)
김형엽
주 형사와 강 형사는 도착한 다음부터 계속해서 유 영옥의 아파트 창문을 주시하였지만
유 영옥의 아파트 창문은 열려진 채 사람의 모습은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아파트가 밤이 되면서 불이 켜졌지만 유 영옥의 아파트에서는 조그만 불빛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 일단 식사를 하고 오게. 올때 빵과 우유 좀 사다주고. "
" 빵으로 때우시게요. "
" 그러지. 그리고 본부에 전화를 걸어서 교대조가 준비 되었는지도 알아 보게. "
" 알았습니다. "
강 형사는 차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비를 맞으면 상가쪽으로 향했다.
( 정말 유 영옥이가 외출한 것일까 ? )
주 형사는 초조해 하면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 젠장 빗줄기가 점점 굵어 지는군. )
주 형사는 짜증스런 표정을 지으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파트를 밝혀주는 점조등
불빛에 굵은 빗방울이 선명하게 드러나 보였다. 주 형사가 다시 한번 담배를 입에 대는
순간 유 영옥의 아파트에 불이 들어왔다.
( 앗. 불이 켜졌다. )
주 형사는 신속하게 담배를 비벼 끄고 유 영옥의 창문으로 눈을 주시했다. 잠시후
창문에 여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 음. 이제까지 집에 있었던 모양인데... )
주 형사는 선명하게 들어난 유 영옥의 모습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유 영옥은 창밖을
잠시 내다보다가 창가에서 사라졌다. 유 영옥은 낮에 침대에서 잠시 눈을
붙인다는것이 그만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었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조금전 전화
벨소리에 잠이 깨었다. 그녀는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 거실의 불도 켰다.
( 웬 잠을 그리 깊이 잤을까. )
그녀는 욕실로 들어가 옷을 벗었다. 잠을 자면서 땀을 많이 흘렸는지 옷이
조금씩 젖어 있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 샤워기 앞에 섰다. 미끄러운 몸매가 욕탕을
환하게 만들었다. 샤워기에서 금방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져 나오자 그녀는 어깨부터
천천히 물줄기속으로 들이 밀었지만 머리는 적시지 않았다.
잠시 후 그녀는 수건으로 몸을 닦고 욕실에서 나왔다. 거실로 한발자욱씩 옮길때마다
두 젖가슴이 출렁거렸다. 방으로 들어서자 옷장을 열어 간단한 속옷을 거치고
반바지에 흰색 티를 입었다. 거울을 한번 쳐다보고 다시 거실로 나갔다.
( 빨리 움직여야 겠군. )
그녀는 커다란 우산을 꺼내 집어들고 거실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거실문을
잠그고나자 곧 계단을 내려갔다.
주 형사는 차 안에서 유 영옥이 아파트 현관으로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숨을 죽이면서
지켜보았다. 유 영옥은 곧 커다란 우산을 펴더니 단지를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 어딜 가는거지. )
주 형사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내리면서 유 영옥의 뒤를 미행했다. 빗줄기가 금방
얼굴이며 옷을 적셨지만 아랑곳 없이 천천히 뒤를 따랐다. 유 영옥은 빠른 걸음으로
단지를 빠져나가더니 커다란 대로를 향했다. 그리고는 버스 정류장 앞에 멈추었다.
대로에는 승용차들이 대부분이었고 버스는 가끔 눈에 띄었다. 주 형사는 상가
모서리에 몸을 기댄채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유 영옥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 남편을 기다리는 모양이군. )
주 형사의 예감대로 시내버스가 한 대 멈추고 내린 몇명의 사람중 젊은남자가
유 영옥이 들고 있는 우산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 오래 기다렸어. "
" 아니요. 지금 막 도착했어요. "
" 그래. 어서 가지. "
조 봉석이 우산을 들자 유 영옥이 팔짱을 끼며 바싹 붙었다. 그들이 아파트로 향하는
뒤 모습을 지켜보던 주 형사는 부러운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모습이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자 주 형사는 빠른 걸음으로 차로 향했다.
" 어떻게 된 거지요. "
이미 차 안에 앉아있던 강 형사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주 형사를 바라보았다.
" 식사는 잘 했나. "
" 예. "
" 자네가 가고 나서 얼마되지 않아 유 영옥의 집에 불이 켜 졌어. 그리고
갑자기 우산을 들고 나가기에 따라 나섰지. "
" 그럼 지금 금방 들어간 두 사람이 .... "
" 그래. 유 영옥과 그녀의 남편이지. "
" 그랬었군요. "
강 형사는 유 영옥의 아파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반장님께 전화는 해 보았어. "
" 예. "
" 뭐라고 하셔. "
" 10 시쯤 유 형사님과 김 형사가 이 곳으로 온다고 했습니다. "
" 그래. "
" 그리고 이것 좀 드십시요. "
강 형사는 몇개의 빵과 우유가 들어있는 봉지를 주 형사에게 내 밀었다.
" 고마워. "
" 그런데 어째서 긴 시간동안 얼굴 한번 내다보지 않았을까요 ? "
" 잠이 들어었는지도 모르지. "
주 형사는 빵을 뜯어 한 조각을 입으로 베었다. 눈은 여전히 유 영옥의 아파트
창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조 봉석은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짧은 잠옷 바지만 거치고 욕실에서 나왔다.
" 아니. 그렇게 잠을 오래 잤으니 이제 어떡할거야. "
봉석은 식탁 의자에 앉으면서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영옥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 걱정되세요. 밤새 한 잠도 못 자게 할것 같아서. "
영옥도 남편 봉석을 바라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았다.
" 걱정은 무슨 걱정. 내 체력은 아직 튼튼해. "
봉석은 영옥이 식탁위에 떠다 놓은 차거운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 그나저나 출장이 땡겨질지도 모르겠어. "
순간 영옥이 하던 일을 멈추고 천천히 식탁으로 다가갔다.
" 그게 무슨 말이예요. "
" 내일 아침 출근해봐야 알겠지만 일이 잘 풀리면 내일 오후라도 일본으로
출발을 해야 할 것 같아. "
" 그래요. "
" 응. 저쪽에서는 하루가 급한 모양이야.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모든 계약을
끝마치고 물건을 인수하려고 하는 것 같아. "
영옥은 아무 표정도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 어차피 가야 할 것인데 빨리 갔다오는 것이 좋지 않겠어. "
" 그거야 그렇지만.... 내일부터 또 혼자가 되어야 할 것을 생각하니까 ... "
봉석이 의자에서 일어나 영옥을 살며시 안으며 등을 토닥거렸다.
" 3 일이면 될 거야. 조금만 참아. "
봉석의 입이 영옥의 볼에 닿았다.
" 그리고 좋은 소식이 있어. "
" 좋은 소식이라니요 ? "
" 잠깐만 기다려. "
봉석은 방으로 들어가더니 자신의 양복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들고 나왔다.
" 자. 받아. 특별 보너스야. "
" 특별 보너스 ! "
영옥은 봉투를 건네 받고 봉투속을 들여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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