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97)
김형엽
" 오늘 밤은 이 곳에서 철수를 하고 내일 날이 밝자마자 다시 경계를 서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일단 남편인 조 봉석도 집에 있고 밤에는 거의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이 들어. 그리고 이렇게 무작정 유 영옥과 그 자와의 접선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일단
유 영옥을 만나서 자초지종을 들어 보는것이 좋을듯도 싶어. 물론 남편인
조 봉석에게는 모든것을 비밀로 하고 말이야. "
" 그렇지 않아도 저도 차 안에서 계속 아파트 창문을 바라보면서 느꼈보았는데 이렇게
무모하게 기다리는 것 보다는 일단 당사자인 유 영옥과 얘기를 해 보는것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
주 형사는 씁쓸한 표정으로 최 반장을 바라보았다.
" 그래. 상황으로 보아서는 몽타지의 주인공과 현재의 유 영옥이 동일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아. 그렇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냐. 대체로 미인은 닮은데가 많아.
뚜렷한 윤곽이나 특성이 없는한 대부분 비슷한 얼굴이지. 우연이도 유 영옥과
비슷하게 생긴 여자였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감시하고 있는 유 영옥이 반드시 몽타지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는 없어. 다만 그녀가 그 날 여수행 비행기를 탔다는 점, 그리고 그
자와 동일한 비행기를 탑승했다는 것이 심증을 굳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지만 완전하게
동일 인물이라고 단정짓고 섣불리 행동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문제가 될 수도 있어. "
차 안에서 최 반장의 말을 듣던 세 형사는 수긍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일단 차를 몰고 나가세. 오랫만에 횟집이나 가서 목이나 축이자구. "
주 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 차는 느릿느릿 아파트단지를
빠져 나갔다.
조 봉석은 서류를 갖추고 나서 커다랗게 기지개를 켰다.
( 휴.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내일 출발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 )
봉석은 서재에서 나와 거실 주위를 한번 살펴보고 불을 껐다. 방으로 들어서자 이미
영옥은 잠이 들었는지 침대위에 잠옷 차림으로 엎어져 있었다. T.V 에서는 뉴스가
다 끝나고 날씨를 예고하는 아나운서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데도 열심히 구름 사진을
설명하고 있었다. 방 한쪽 구석에서는 선풍기가 미지근한 바람을 내 뿜고 있었다.
( 내가 너무 늦었나. 벌써 잠이 들게. )
봉석은 침대가로 다가가 엎드려 있는 영옥의 몸을 한 쪽으로 밀었다. 영옥의 몸이
천정을 향해 똑바로 누워지면서 앙증스런 가슴이 잠옷을 비집고 허옇게 드러났다.
봉석은 천천히 손을 움직여 영옥의 잠옷을 위에서 밑으로 내렸다. 그러자 보일듯말듯
하던 젖가슴이 환히 모습을 드러냈다. 봉석은 자신의 몸 위에 걸치고 있던 가운을
벗어 던지면서 침대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숙여 젖가슴을 입에 넣었다.
영옥의 몸이 조금 꿈틀거리더니 이내 눈을 떴다.
" 어머. 내가 졸았었나 봐요. "
" 졸은것이 아니고 완전히 자고 있었지. "
봉석이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영옥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마추었다. 입술은 달콤했다.
영옥은 두 팔을 뻗어 봉석의 등을 어루만졌다. 봉석은 입술이 차츰 밑으로 옮겨
가면서 다시 젖가슴을 물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는 영옥의 허리에 휘감겨 있는
잠옷을 밑으로 내렸다. 잠옷이 침대밑으로 떨어져 나가고 둘은 완전 알몸이 되었다.
T.V 에서는 일기예보 방송마저 끝나고 갖가지 광고 방송이 방의 적막을 깨고 있었다.
봉석은 집요하게 영옥의 젖가슴을 물고 늘어졌다. 영옥의 손은 그런 봉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조금씩 가쁜숨을 몰아 내쉬었다. 봉석의 집요함이 가슴을 타고 내려가
배꼽으로 내려가다가 멈추었다. 영옥의 강한 힘이 팔로 전해왔다. 봉석이 고개를
들어 영옥을 바라보자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고 있었다. 봉석이 잠깐 주츰하다가
영옥의 몸위로 자신의 몸을 포개었다. 그러자 영옥의 두 다리가 벌어지면서
둘은 가볍게 하나가 되었다. T.V 에서 또 다른 연속극이 시작되었지만 그들은
무엇이 방송되고 있는지 느낄지 못했다. 아니 느끼려고 하지도 않았다.
침대의 출렁거림이 한층 더 요란해 져 갔다.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대담해져 갔다. 처음 결혼해서 신혼 살림을 시작할때만 해도
늘 봉석이 영옥의 몸 위에서 혼자 몸을 움직이다가 내려오는 것으로 끝이었다.
그것도 불도 완전히 끈 상태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하고 비교하면 엄청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대담해 졌고 동작이 다양해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아내인 영옥이 아침에
봉석의 몸위로 오르면서부터 시작되어진 것이었다. 그 후로 영옥은 섹스에 눈을
뜬 것처럼 쑥스러워하는 표정도 없어졌고 봉석이 시키는데로 행동을 하며 또
적극적으로 따랐다. 그러자 봉석도 더 대담하게 갖가지 자세를 취하면서 서로의
만족도를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자세가 바뀌었다. 영옥은 상체를 뒤로 제끼면서 봉석의 두 다리를 잡았다. 탄력있는
젖가슴이 천정을 향해 솟아올랐다. 거친 숨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지만 T.V 에서
나오는 또 다른 음이 그들의 숨소리를 삼켜 버렸다. 몸에서 흘러내린 땀이
침대를 조금씩 적시고 있었지만 그들의 몸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또 한 차례의 폭풍우가 세차게 지나가고 나자 이번에는 영옥이 엎드렸다. 봉석은
상체를 일으킨 채로 영옥의 허리를 두 손으로 붙들고 세차게 허리를 움직였다.
몸이 부딪치는 소리와 그들의 뿜어되는 숨소리, 그리고 T.V 속에서 나오는
갖가지 음이 한꺼번에 방안을 휘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거칠게 요동치던 침대소리와 함께 가쁜 숨소리가 잔잔해 졌다.
어지럽게 흩어진 침대위에는 알몸의 두 남녀가 몸을 포갠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선풍기는 여전히 미지근한 바람을 그들에게 내 뿜고 있었고 T.V 에서는 또 다른
방송물이 시작이라도 되었는지 광고 방송이 흘러나왔다.
피카소는 어둠속에서 초조해하면서 자꾸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시간은 벌써 10 시
30 분을 지나서 11 시로 치닿고 있었다. 빛도 없는 어두운 지하에서 그는 움직이지도
않은채 몇시간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 제기랄.. 어떻게 된거야. 시간이 상당히 되었는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으니..)
피카소는 어둠속에서 두 눈을 반짝거리며 이제나 저제나 수영장에 물이 들어차고
피노키오가 계집하고 수영을 즐기려 내려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점점
흘러가도 아무런 기미가 보이지 않자 초조하면서 다른 대처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 그렇다고 정면 대결을 하기엔 저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 그리고 놈은 3 층
꼭대기에 있어. 그렇다면 1 층과 2 층을 걸쳐야 하는데.... 안돼. 그건 무리야.
모두들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
피카소는 손목에 찬 시계를 만지작 거리면서 고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때였다.
갑자기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아. 드디어 ... )
잠시후 수영장 모서리 네군데의 전구에 불이 켜지면서 은은하게 지하를 밝혔다.
피카소는 몸을 더 깊숙히 숨기고 숨을 죽인채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후 출입구에서 발자욱 소리가 들리면서 문이 열렸다. 건장한 사내 두명이 안으로
들어서더니 서로 반대방향으로 수영장 주변을 살펴보았다. 사내들은 지하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흩어보더가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곧 출입구를 통해
다시 밖으로 나갔다. 어느새 수영장 안의 물이 반을 넘었다.
피카소는 어둠속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채 출입구쪽을 바라보았다.
( 어서 오너라. 피노키오. )
한 줄기 빛이 은은한 전구의 불빛에 반사되었다. 피카소가 칼을 수건으로 말자
곧 빛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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