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98)
김형엽
수영장에 물이 넉넉하게 찰 무렵 출입구의 문이 살며시 열리면서 두 사람의
영상이 나타났다. 그들은 곧 소파에 가운을 벗어 던지고 수영장으로 다가섰다.
황 필두는 사각의 얼룩무늬의 수영복 팬티차림 이었고 옥향은 연두색 비키니
차림이었다. 황은 기둥 근처에 가서 전기 스위치를 올렸다. 그러자 은은한
빛은 뿜어 대던 전구가 꺼지면서 풀장 한 가운데 설치된 여러개의 전구로 뭉쳐진
커다란 등이 켜지면서 지하는 대낮처럼 밝아졌다.
" 아빠. 너무 밝지 않아요. "
" 밝은 것이 좋아. 그래야 너의 몸매도 환히 볼수 있고. "
황은 비웃는 듯한 미소를 머금다가 그대로 수영장으로 뛰어 들었다.
" 풍덩 --- "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물덩이가 치 솟았다. 물속에 들어갔던 황의 몸이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더니 곧 팬티를 수영장 밖으로 던졌다.
" 어서 들어와. "
" 알았어요. "
옥향도 비키니 복장을 풀어 가지런히 소파에 던지고는 물로 뛰어 들었다.
길이가 30 미터에 폭이 10 미터인 수영장은 두 사람이 수영을 즐기기에는 상당히 컸다.
옥향의 몸이 마치 날쌘 고기가 지나가듯이 직선으로 쭉 가로 질러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황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 계집이 수영 하나는 정말 기막히게 한단 말이야. )
황이 옥향의 뒤를 따라 갔다. 밝은 불빛 아래에 두 나체가 일직선을 향해 움직였다.
먼저 끝에 도착한 옥향이 얼굴만 밖으로 내민채 황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매혹적으로 휘감겨 늘어져 있었다. 곧 황이 도착해서 고개를 내밀더니
숨을 가쁘게 내 쉬었다.
" 아빠. 나를 잡아보세요. "
옥향이 천정을 향해 반드시 누운채 천천히 움직였다. 눈부신 나신이 불빛에 반사되어
그대로 노출되었다.
황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힘차게 옥향을 향해 헤엄쳐 나갔다. 그러나 가까워질듯
하면서도 황은 옥향을 붙잡지 못 하였다. 옥향의 까르르 거리는 웃음 소리가 실내를
울렸다. 황은 가쁜숨을 몰아쉬며 멈추었다가 옥향의 위치를 확인하고나서 또 다시 힘차게
몸을 움직였다. 잠시 후 황의 손에 옥향의 발목이 잡혔다. 그러나 그것은 옥향이
일부러 잡혀준 것이었다.
" 잡았다. "
황이 숨을 헐떡거리며 상체를 일으키더니 옥향의 발목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옥향의 몸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면서 황에게 가서 안겼다. 둘은 수영장 중간쯤에서
서로 마주본 채 부둥켜 안았다. 황은 여전히 가쁜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 아빠. 힘든것 같아. "
" 그래.... 예전같지가.... 않아. "
" 좀 쉬세요. "
옥향이 황의 손을 잡아 끌며 가장자리로 갔다. 황의 육체는 작은 체구의 여자에
힘에도 버티지 못하며 가볍게 이끌였다. 황은 온몸에 힘을 뺀체 옥향이 이끄는
데로 따라갔다. 옥향의 수영 솜씨는 대단했다. 무거운 황의 몸을 이끌고도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가장자리로 다가서자 둘은 수영장에서 나와 난간에
걸터 앉았다. 황이 가볍게 옥향의 어깨를 감싸안으면서 한 손으로는 복숭아 같은
젖가슴을 움켜지었다.
어둠속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그림자가 있었다. 피카소는 미동도 하지 않은채
두눈만 깜박거리면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 음.. 빛이 너무 밝다. 이 상태에서는 섣불리 접근할 수가 없어.... 저들이
잠수라도 하지 않는다면... )
피카소는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벽으로 몸을 붙였다. 여차하면 물 속으로 뛰어들기
위해 준비를 하였다.
난간에 앉아있던 황의 몸이 반드시 눕혀지면서 옥향이 황의 몸위로 올라타 앉았다.
황의 까만 피부와 옥향의 하얀 피부가 밝은 불빛에 서로 색다른 빛깔을 띠고 있었다.
곧 이어 불빛에 비쳐 유난히 하얀 옥향의 둔부가 아래위로 흔들렸다. 황은 반드시
누운 채 두손으로 옥향의 작은 가슴을 거세게 움켜잡아 비틀었다. 짧고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옥향의 입에서 새어나와 지하에 울려 구석구석을 파고 들었다.
" 아빠.. 이대로 물로 들어갈래. "
황이 누워있는 상태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옥향의 몸이 왼쪽으로 기울면서
황의 몸을 꼬옥 부둥켜 안았다.
" 첨벙 ---- "
엉켜있던 두개의 육체가 물속으로 한꺼번에 빠지자 엄청난 소리가 지하를 울렸다.
그리고 그 순간 또 하나의 작은 물장구가 모서리에서 조그맣게 파장을 일으켰다.
잠시 후 엉켜있던 두개의 육체는 얼굴만 물 밖으로 내민체 여전히 부둥켜 안은 자세로
떨어지지 않았다. 옥향은 벽에 기댄 상태로 황에게 매달려 몸부림치면서 요란한
신음소리를 내 질렀다. 황도 역시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옥향의 몸을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황은 절정이 다가옴을 느끼면서 더욱 자신의 육체를 밀어 붙혔다.
이윽고 온몸을 경직되면서 힘을 주던 황은 옥향을 허리를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그 순간.
허리 부분이 갑자기 허전해짐을 느꼈다. 황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옆구리쪽을 바라보았다.
" 헉 -- "
맑은 물 사이에 검붉은 색의 피가 섞여 주위를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 누.. 누구야. "
황이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물속에서 커다란 물줄기가 흩어지면서 시커먼 물체가 솟아
올랐다.
" 피노키오... 내가 왔다. "
" 네.. 네놈이 .... "
" 악 --- "
옥향이 갑자기 나타난 사내와 주변의 시벌건 피가 번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기겁을 하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피카소의 손이 어느새 옥향의 목을 잡아 들어 올렸다.
옥향의 나신이 피카소의 손에 끌려 물 밖으로 솟구치면서 바둥거렸다.
비틀거리던 황이 난간을 붙들고 수영장 밖으로 몸을 빼냈다. 피카소는 즉시 옥향의
목을 풀더니 황에게로 다가갔다. 옥향의 몸은 그대로 물 속으로 쳐박혀 버렸다.
황이 필사적으로 기어 기둥쪽으로 갔다. 피카소가 수영장을 빠져나와 곧 바로
황에게 다가갔다.
황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기둥에 등을 기댄채 바로 섰다. 그 앞에는
어느새 피카소가 다가와 있었다.
" 마지막 정사를 망쳐서 미안하군. "
피카소는 얼굴에 냉소를 머금은 채 황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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