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장미(99)
김형엽
" 네.. 네놈이.. 이런식으로 올 줄은 몰랐군. 하.. 하지만 너도 여기에서 살아서
나가지는 못 할 것이야. "
" 후후.. 과연 그럴까 ? 잘 가시오. "
피카소가 칼을 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황은 왼쪽 옆구리를 한 손으로 감싸며 뒤로
두어걸음 물러섰다. 그리고는 다른 한 손을 기둥위로 올리더니 조그만 벨을 눌렸다.
" 아니. "
순간적으로 놀란 피카소가 빠르게 황에게 다가갔다.
" 휘익 -- "
피카소의 칼을 쥔 손이 허공을 갈랐다. 황이 뒤로 넘어지면서 피했지만 어느 새 털이
수북한 가슴에서 피가 튀어 흘러내렸다. 피는 곧 황의 사타구니까지 흘러 마치
그 곳에서 피가 새어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 때 출입구쪽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시커먼 사내들이 들어섰다.
피카소는 몸을 날려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지하로 들어선 사내들은 피투성의 황을
발견하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 회장님 ---- "
" 어서.. 저.. 저놈을 잡아.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시커먼 사내들이 옷을 입은채로 그대로 물로 뛰어들었다.
피카소는 물 속에서 맨홀을 힘차게 잡아 끌어 올렸다. 맨홀 뚜껑이 열리면서 강한
물줄기가 한꺼번에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러자 피카소의 몸이 소용돌이에 말려
빠져나가듯이 물줄기와 함께 하수구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굉장한 속도였기에
피카소는 온몸에 힘을 뺀채 그대로 물줄기에 몸을 맡겼다.
잠시 후 처음 들어갔던 곳으로 피카소의 몸이 물과 함께 빠져 나왔다.
물줄기는 다시 방향을 바꾸어 밖으로 연결되는 하수구로 흘러 나갔다. 피카소는
망설이다가 내친 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연결되는 하수구로 몸을 던졌다. 또 다시
물줄기와 함께 피카소의 몸이 흘러내려 갔다.
잠시 후 피카소가 나온곳은 별장앞의 도로와 연결된 하천에 떨어졌다.
피카소는 빠른 동작으로 하천에서 빠져나와 도로로 향했다.
" 잡아라. "
별장안에서 검은 복장의 사내들이 우수수 몰려나왔다. 도로 입구에 서 있던 두
사내는 다가오는 검은 물체를 발견하고 몸속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피카소는
잠시도 머뭇거리지도 않고 빠른 속도로 뛰어 두 사내에게 다가갔다. 오른쪽에 있던
사내가 날카로운 칼을 앞으로 뻗은채 피카소의 가슴을 향해 몸을 날려
달려들었지만 피카소는 가볍게 피하면서 왼쪽발로 달려드는 사내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 퍽 -- "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내가 옆으로 나가 떨어지자 또 다른 사내가 잠시 주츰하다가
손에 들고 있던 단도를 피카소를 향해 던졌다.
" 휙 --- "
빠른 속도로 날아간 단도는 피카소의 가슴에 찍히는가 싶었더니 어느새 피카소의 손이
가슴으로 다가와 날아드는 단도를 잡았다. 사내는 그 광경을 바라보자 입을 크게
벌리고 놀랐다. 그러나 그 놀라움도 잠시뿐. 피카소는 어느새 손에 쥐었던
단도를 다시 사내에게 던졌고 그 단도는 정확히 사내의 오른쪽 어깨에 박혔다.
" 억 -- "
사내가 뒹굴면서 아픔을 잠시 못하며 비명소리를 질렀다. 피카소는 슬쩍 뒤를
바라보았다. 불과 10 미터 정도로 사내의 무리들이 다가와 있었다. 피카소는
빠른 걸음으로 도로로 올라섰다. 도로는 한산했다. 밤이 깊었고 무엇보다
비 때문에 길이 미끄러워 더욱이나 한산했다.
피카소는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서
다가오는 황의 졸개들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도로를 지나 북한강이 흐르는 물가로 내려갔다.
그리고 랜턴을 꺼내 주위를 밝히더니 곧 물칼퀴를 찾아 손에 들고는 그대로
북한강으로 뛰어들었다.
" 풍덩 --- "
뒤이어 북한강 주변으로 다가선 황의 수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빠른 속도로 흘러
내려가고 있는 북한강 물줄기만 바라보았다.
" 미친놈이군. 이런 물속에 뛰어들다니. "
그건 쌍칼이었다.
쌍칼은 허탈감을 느꼈다. 정예부대를 편성해서 황을 보호한다고 했지만
너무도 어이없게 당한것이나 눈앞에 보였던 피카소를 이렇게 멍청하게 놓친것이나.
" 모두들 들어라. "
" 예. "
쌍칼은 비장한 결심을 했는지 다시 부하들을 모았다.
" 놈은 죽지 않았다. 지금 북한강의 물줄기가 아무리 거세다해도 놈은 반드시
어디론가 나올것이다. 지금부터 1 개조를 5 명씩 묶어 3 개조로 나누어 행동한다.
먼저 1개조는 북한강 물줄기를 따라 계속 내려간다. 1 조 팀장은 코브라가 맡아라. "
" 예. "
눈이 갸름하고 찢어진 것처럼 보이는 키가 작은 사내가 쌍칼앞으로 슬며시 다가섰다.
" 1 조는 지금 곧 행동 개시를 하도록. 그리고 수시로 상호간 무전연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2 조는 나와 같이 양수리쪽으로 출발한다. 혹시라도 놈이 이 강을
건너 양수리로 빠져 나갈지도 모르니. 그리고 나머지 3 조는 이 곳에서 잔류하면서
별장안에 있는 장발의 명령을 받는다. 그럼 곧 행동하도록. "
쌍칼의 말이 끝나자 사내들은 무리를 지어 흩어졌다.
그때 양수리쪽에서 앰블런스의 싸이렌 소리가 들리더니 곧 도로에 모습을 드러냈다.
앰블런스는 곧 바로 별장이 있는 도로를 타고 들어갔다.
" 너희들은 곧 지하의 차를 빼내어 양수리로 먼저 가라. 나도 곧 따라갈테니까. "
쌍칼은 자신이 이끄는 대원들에게 명령하고 곧 별장으로 뛰어갔다.
앰블런스가 별장앞에 닿자 사내들의 빠른 동작으로 황을 부축하여 차에 실었다.
황은 커다란 천으로 가슴부터 발까지 말려있었는데 천은 온통 붉은색을 띠고 있었으며
붉은 피가 계속 흘러내렸다. 황이 앰블런스에 실리자 건장한 사내 3 명이 좌우로
갈라 앉았고 장발은 곧 운전석옆으로 올라탔다.
" 빨리. "
장발의 재촉하는 말이 떨어지자 기사는 곧 출발을 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어둠을 울리며 비가 쏟아지는 하늘 속으로 사라져 갔다. 쌍칼은 차를 세우려 했지만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고 도로 옆으로 물러섰다. 앰블런스는 곧 도로로 빠져나가
굉장한 속력을 내며 양수리로 향했다.
쌍칼은 허탈한 심정으로 사라지는 앰블런스의 모습을 바라보다 주먹을 움켜지었다.
( 음.. 두번씩이나 당했다. 천하의 쌍칼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당할수가 있다니..)
쌍칼은 천천히 별장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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