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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2010] 한국 문화 고유의 상상력 부족… 당선작 못 내

  •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 심사위원회(장경렬 정재서 박진 박성원 오현종 강유정) 대표집필 장경렬
  • 입력 : 2010.11.22 03:02 / 수정 : 2010.11.22 08:02

[심사위원단 심사평]
판타지에 대한 이해와 설득력 떨어지는 작품 많아… 문장력도 더 다듬어야

지난 9월 30일 마감한 제2회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이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은 1억원 고료 본상 부문 응모작 106편 가운데 본심에 올라온 7편을 놓고 장시간에 걸쳐 토론을 벌였으나, 기대했던 수준을 넘어서는 작품을 찾을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응모작들에 특히 아쉽게 느낀 것은 판타지 문학에 대한 이해가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점이었다. 환상적 요소만 들어가면 모두 판타지 문학이 되는 것은 아니며, 유아적인 공상(空想)의 세계를 펼쳐놓는 것이 곧 판타지 문학일 수도 없다.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 심사위원들이 응모작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진 강유정 정재서 장경렬 박성원 오현종씨.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물론 판타지 문학은 아직 미완의 장르이고 여러 면에서 실험과 도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한국적 판타지 문학의 전통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하여 본심에 오른 작품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한국적 판타지 서사를 향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우리 문화 고유의 상상력에 대한 깊은 공부 없이 창작됐다는 점에서 어느 작품도 높이 평가하기 어려웠다. 도깨비나 도술을 들먹인다 해서 곧 한국적 판타지 서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서양 판타지 서사는 서양 마법에, 일본 요괴 판타지는 요괴학에, 중국 무협 판타지는 도교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깊고 넓은 상상의 세계를 펼쳐보이는 인문학적 고전들에 대한 심도 있는 공부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 손쉽게 얻은 지식을 짜깁기하거나 머리에 떠오른 것을 임의로 엮어 놓은 것이 판타지 문학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본심에 오른 작품 중 '장영실' '통제사의 부하들' '고물상 커뮤니티'는 한국적 판타지 문학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니지만, 이야기의 환상성이 피상적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자연스럽지가 못했다. '하늘 번개'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관계를 다룬 따뜻한 소재의 이야기이긴 하나 설정의 배경 및 당위성이 취약했다. '하늘 번개'와 마찬가지로 어린이의 모험을 다룬 '이야기 나무와 오래된 도서관'은 전자문명에 대한 비판은 나름의 의미를 지니나, 전체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했다. '날개 부족'은 새로운 세계를 설정하여 이를 구체화하려는 응모자의 노력이 돋보였지만, 이야기의 밀도와 짜임새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링크 드림'도 소재는 참신하고 흥미롭지만, 문장이 느슨하여 '꿈의 리얼리티'를 살려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판타지 소설도 판타지이기 전에 소설이고 소설의 기본은 문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문장 구성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의성어·의태어·감탄사를 남발하거나 가공하지 않은 문장과 상투적 묘사를 무절제하게 동원한 작품을 문학의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탄탄한 문장 구성 능력을 갖춘 신예와 기성 작가의 참여가 무엇보다 아쉽다.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 심사위원들이 응모작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정경열기자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2010] 중등부 우수작 '꿈속에서'… 소설 기본에 충실하고 설정·문체 등 수준있어

  • 조연정·문학평론가
  • 입력 : 2010.11.22 03:02
임예린

올해 중학생 장학금 부문 응모작들은 작품의 질에는 고른 역량을 보여주었지만 익숙한 형태의 설정을 취한 점, 장면과 장면의 연결이나 이야기의 구성에 미숙한 점, 장면의 묘사에 무신경한 점 등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소설로서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발랄한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으로 임예린의 '꿈속에서', 고혜진의 'WANDER LAN D', 김예원의 '호루스', 김지성의 '티버텔'을 추려냈다. 하지만 이 작품들도 설정이 흥미로웠지만 전개가 세심하지 못하고 방대한 상식과 톡톡 튀는 상상력이 부분적으로 읽는 재미를 주지만 완결된 문제의식으로 통일되지 못한 점 등은 아쉬웠다.

이 중 가장 주목하여 읽은 작품은 임예린(양운중 3)의 '꿈속에서'였다. 설정이나 구성, 문체 등에서 고른 수준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꿈이 뭐지?"라며 시작하는 이 작품은 우리가 꾸는 꿈이 단순히 무의식의 상연이 아니라 실재하는 다른 세계와의 만남이라고 설정한 대목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이 작품을 우수작으로 선정하였다.

고심 끝에 최우수작은 내지 않기로 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이기는 하지만 '중학생으로서' 얼마나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가를 심사 기준으로 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2010] 초등부 우수작 '비앙카와…'… 神이 독재자 되는 과정, 표현력과 상상력 뛰어나

  • 고봉준·문학평론가
  • 입력 : 2010.11.22 03:02
정소현

올해 초등학생 장학금 부문은 응모작이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으나 전반적으로 고른 수준을 유지했다. 심사의 기준은 첫째,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서사적 힘. 둘째, 현실과의 긴장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발상의 새로움. 셋째, 앞의 두 조건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력으로 정했다.

그 결과 세계 창조의 순간을 배경으로 선(善)의 신(神)이 사악한 독재자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선과 악에 대한 통상적인 이해를 바꿔놓은 정소현의 '비앙카와 그리핀의 모험', 꿈이라는 형식을 빌려 게임의 세계를 판타지적 형식으로 그려낸 김래현의 'Black Mission', 16세기 비밀 통로를 통해서 마법의 세계를 경험하는 모험담인 남서정의 'Ma Fo.-선택받은 아이들', 주인공 하시인과 악인 세실 비리지트의 대결을 통해서 악의 비열함을 폭로하는 홍수연의 '하시인과 아크엔젤의 반지', 현실세계의 너머에 존재하는 스펠케스리안이라 불리는 유토피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쟁을 다룬 박창훈의 '스펠케스리안'이 최종까지 남았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최우수작이 되기에는 서사의 힘이나 발상의 새로움이 부족했다. 결국 표현력은 물론 상상력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정소현(역촌초 5)의 '비앙카와 그리핀의 모험'을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2010] 판타지문학상 마감, 내년부터 4월로 앞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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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11.22 03:02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의 공모 마감일이 9월 30일에서 내년부터 4월 30일로 5개월 당겨집니다.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올해 제2회 당선작이 나오지 않음에 따라 내년 제3회부터 공모 일정을 상반기로 앞당겨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판타지 문학을 통해 도약을 노리는 기성 작가와 판타지 문학으로 문단 입문을 꿈꾸는 예비 작가들은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을 향한 도전의 신발 끈을 다시 매십시오. 제3회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의 구체적인 응모 요령은 2011년 1월 중 공고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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