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책 가져오면 한강유람선이 공짜!

[서울] “딸아이가 보던 동화책 덕분에 이렇게 한강유람선을 타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내일 예린이가 유치원에 입학하는데 좋은 추억과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예린(6)이 엄마가 유람선에서 바깥 풍경을 보면서 말했다. 오늘 모처럼 예린이 식구들이 함께 유람선을 탈 수 있게 된 것은 동화책 덕분이다. 예전에 보던 동화책을 기증하면 승선권을 대신 주기 때문이다.

한강유람선 측은 지난달 24일부터 3월 18일까지 유아나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동화책을 집에서 가져오면 유람선을 탈 수 있는 ‘한강사랑 도서나눔행사’를 펼치고 있다. 어린이와 성인 할 것 없이 누구든 1인당 2권 이상을 가져오면 승선할 수 있다. 책이 모이면 깨끗이 손질해 시설 아동들에게 전달된다.

3일 현재까지 모아진 책은 약 5백여권, 하루 평균 50명 정도가 이번 도서나눔행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헌 동화책을 가져오면 한강유람선을 탈 수 있는 한강사랑 도서나눔행사가 18일까지 진행중이다.
헌 동화책을 가져오면 한강유람선을 탈 수 있는 '한강사랑 도서나눔행사'가 18일까지 진행중이다.

한강유람선을 운영하는 민간기업 시앤한강랜드 박은미 행사담당은 “이번 행사는 아이들이 커서 더 이상 보지 않는 유아·아동 도서를 모아 시설 아동들에게 전달하는 행사로, 자녀들이 유람선을 타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나누는 기쁨까지 느낄 수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강유람선측의 나눔 행사는 사실 처음이 아니다. 박은미 담당은 “한강랜드는 2007년부터 서울시(한강사업본부)가 추진하는 ‘한강사랑 나눔 투어’에 한강유람선을 제공하는 등 협찬을 해왔다”며 “이들 행사를 통해 매년 1천 명 이상의 시설아동, 홀몸노인, 장애인들이 한강유람선을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보는 책 기증하고, 오후 1시 유람선 타요.”

이번 나눔 행사는 예전의 협찬행사와 달리 한강유람선측이 직접 기획해 마련했다. 무료 승선기회는 월~금요일까지 주중 평일 13시, 여의도 회항 노선에 한하고, 행사는 3월 18일까지만 진행된다. 박은미 담당은 “18일 이후에는 여의도 벚꽃축제 등 행사와 연계되는 프로그램들이 진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유람선 코스는 여의도 선착장을 출발해 밤섬, 선유도공원을 거쳐 다시 여의도로 돌아오기까지 약 1시간 운항된다. 안내직원의 친절한 설명으로 한강의 역사와 자연환경을 감상하고 배를 따라오는 새들도 볼 수 있다. 한강의 생태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이 날 예린이 가족은 예린이가 유아때 즐겨보았던 이야기책 6권을 들고 왔다. 유람선을 처음 타본다는 조예린(6) 양은 “더 갖고 나올 수도 있었지만 무거워서 더 이상 가져오지 않았다.”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가져오겠다.”며 즐거워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2권 이상의 도서를 기증할 수 있다.
 
기증받은 동화책등은 깨끗이 손질해 책을 사서 볼 수 없는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기증받은 동화책등은 깨끗이 손질해 책을 사서 볼 수 없는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3일 행사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20명 정도였다. 예린이네처럼 가족단위 참가자가 많았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를 감안하면 결코 적은 인원이라 할 수 없다. 한강유람선은 마치 행사참여자만을 위한 크루즈여행처럼 호젓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예린이 아빠 조긍희(41)씨는 “이번 행사는 안 보는 책을 재활용하고 나눔과 배려의 의미까지 담아 자라나는 아이한테 매우 뜻깊은 시간이 됐다”며 이벤트를 반겼다.

손주와 함께 참가한 60대 황금자 씨도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손주 덕분에 유람선도 타게 되고, 기부도 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동심으로 돌아간 듯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한강사랑 도서나눔행사는 유람선과 동화책을 연결시켜 자원을 재활용하고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강사랑 도서나눔행사는 유람선과 동화책을 연결시켜 자원을 재활용하고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강랜드 박은미 담당은 “비록 손 때 묻은 헌 책이지만 훈훈한 정을 담아 독서 환경이 열악한 문화소외계층 어린이들에게 잘 전달하겠다”면서 “얼마 남지 않은 행사기간동안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한강유람선측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초봄에 찾아든 쌀쌀한 날씨에도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동화책을 활용한 기부 아이디어가 돋보인 행사였다.

 
정책기자 이혁진(직장인) rhjeen0112@empal.com
이 게시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