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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구문학상운영위원회·호미수회는 제9회 흑구문학상과 제3회 포항문학상 작품을 오는 10일부터 5월 10일까지 각각 공모한다. 사진은 지난해 운영위원회 관계자들과 수상자들 모습. |
‘제9회 흑구문학상’과 ‘제3회 포항문학상’을 공모한다.
흑구문학상운영위원회·호미수회가 주최하고 경북일보가 주관하는 ‘제9회 흑구문학상’과 ‘제3회 포항문학상’이 오는 10일부터 5월 10일까지 작품을 공모한다.
흑구문학상운영위원회와 호미수회는 수필가 흑구의 발자취와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흑구문학상’을 제정하고 경북일보와 함께 수필 문단을 이끌어 갈 문학인의 작품을 공모한다.
아울러 ‘포항문학상’도 제정, 올해부터 전국 문학인으로 확대 공모해 포항과 호미곶을 소재로 한 작품을 발굴한다.
흑구(黑鷗) 한세광(1909~1979)은 일제 강점기 국내에 영미문학을 소개해 한국 문단의 지평을 세계로 넓힌 영문학자이자 수필가다.
그는 1948년 포항으로 와 영일만과 청보리밭 등 자연을 소재로 생명과 인생에 대해 관조하는 수필로 당대 한국 문단의 거목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수필집 ‘동해산문’에 실린 수필 ‘보리’는 한겨울의 억센 추위 속에서도 푸른 생명을 잃지 않는 보리의 끈질긴 생명력과 인내력을 시적인 표현과 격정적인 정조로 찬미한 대표작이다.
제9회를 맞은 흑구문학상은 기성 수필가를 대상으로 미발표된 수필 3편을 받아 당선자에게 1천만 원의 상금을, 제3회 포항문학상은 포항과 호미곶을 소재로 한 작품의 미발표된 시 5편을 받아 당선자에게 5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작품 접수는 (우)37927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해맞이로 291 흑구문학관 내 호미수회, 응모작품 겉봉에 ‘흑구문학상 응모’ 또는 ‘포항문학상 응모’를 표시해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문의 010-6592-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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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식씨 |
경북일보 주관, 호미수회 주최로 열린 제9회 흑구문학상 본상에 김영식(포항 호미곶)씨의 ‘숲, 그 오래된 도서관’이 선정됐다.
흑구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서상은)는 지난 12일 심사위원회를 열고 각 분야 심사결과 제3회 포항문학상 본상에는 ‘호미곶’ 등 5편을 응모한 조우리(전남 광주)씨의 ‘호미곶’을, 제4회 중국 조선족문학상 본상에는 신향란(중국 목단강시 조선족 소학교 교사)씨의 ‘아! 콩’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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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리씨 |
흑구문학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유혜자 수필가는 “이번에 응모된 152편의 작품 중에는 서술하지 않고 묘사체로 형상화한 글들이 몇 편 있었다.
그중에 김영식 님의 ‘숲, 그 오래된 도서관’이 단연 눈에 띄었다”며 “이런 글을 보면 수필문학의 진수를 알 수 있고 신변잡사나 사실 나열을 왜 피해야 하는 가를 알 만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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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향란씨 |
그동안 지역 출신으로 한정했던 응모자격을 올해 배제하자 포항문학상 시 부문에는 기성 작가들의 잘 정제된 작품 71편이 응모됐으며, 조선족문학상에는 208편이 응모돼 해가 거듭될수록 높아져 가는 이 상의 권위를 짐작게 했다.
흑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영식씨는 포항 출생으로 2007년 강원일보, 동양일보신춘문예 당선, 2007년 현대시학(現代詩學)신인상 당선, 2012년 시집 ‘숟가락 사원’ 발간, 2015년 경주문학상 수상, 2015년 산문집 ‘부록에 관한 세 가지 옴니버스’를 발간했으며, 현재 포항해양경비안전서 호미곶센터에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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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경 호미낙조사진 대상 |
시상식은 오는 27일 호미예술제 시상식장인 국립등대박물관 영상관에서 열린다.
시상금은 흑구문학상 1천만원, 포항문학상 500만원, 조선족문학상 500만원이다.
한편 일출 명소로 유명한 호미곶의 일몰 낙조사진 공모전인 제1회호미낙조전국사진공모에서대상자는 김숙경씨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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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그 오래된 도서관
-김영식(시인)
삐걱, 숲의 문을 떠밀면 꽃과 나무들이 수백만 권 푸른 장서가 된다. 오솔길 하나 고즈넉하게 걸어오고 어디선가 차르르! 책장 넘기는 소리도 들려온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니 고마리며, 쑥방망이, 꽃향유들이 길가에 가지런히 피어있다. 새로 발 간된 문고판처럼 귀엽고 앙증맞다. 어디 꽃들의 책뿐이랴! 박달나무, 층층나무, 굴참나무들이 온고지신(溫故知新), 초록 위 에 단풍을 덧얹고 산등성이에 고요히 펼쳐져 있다.
이맘 때쯤이면 으레 늙은 사서(司書)가 내 앞에 나타난다. 이 숲의 사서는 오랜 지인이지만 그의 나이는 종내 가늠할 수 없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숲에 살았다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있는 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런 건 아 무래도 상관없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산을 찾는 모든 이에게 두루 친절하기 때문이다.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 했던가? 품 성이 온화한 사서는 어느 때 찾아가도 반가운 표정으로 산 구석구석을 안내해준다. 산 중턱에 이르자 먼저 온 사람들이 땀을 식히며 쉬고 있다.
어떤 이는 산국(山菊)을 읽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서어나무를 휘감고 올라가는 다래덩굴을 읽기도 한다. 빛나는 문장을 들려주려고 아침이슬로 부지런히 몸을 닦는 꽃, 나무들의 수런거 림. 추사 김정희는 문자향(文字香)이라 했다. 무릇 글에는 향기가 있어야 한다고 했으니 숲속 도서관엔 저마다 향기 나는 글 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계곡이 행간처럼 깊어지는 골짜기에 느릅나무 군락지가 있다. 잠시 흐트러진 호흡을 고르며 그중 나이가 가장 지긋해 보이 는 나무 곁에 나를 앉힌다. 울퉁불퉁한 회색의 껍질이 상형문자 같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래된 나무일수록 옹이가 있다. 옹이는 나무가 삶의 질곡을 넘을 적마다 그어놓은 밑줄일 것이다. 어떤 곳은 굵게 또 어떤 곳은 깊게 새겨진 자기성찰의 흔 적들. 단단하고 서늘한 기전체의 문장을 읽는다.
라코타 인디언은 살면서 힘든 고비를 넘을 때마다 할머니에게 길을 묻는다 고 한다. 할머니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야말로 우리를 인도하는 빛나는 지혜의 책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나무는 모두 할머니 를 닮았다. 다람쥐가 가지 끝에 앉아 잣나무를 정독하고 있다. 산비둘기는 가까운 듯 먼 곳에서 "구구 없어도!"하고 아침 산을 읽는다. 다람쥐와 산비둘기는 이 숲 도서관의 부지런한 애용자다.
매일 숲에서 생활하니 독서가 심오할 것이다. 그에 비하면 나는 일 주일에 한 번 정도 산을 찾으니 아무레도 그들보단 독서가 얕은 게 사실이다. 두보(杜甫)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 書)라 했다. 모름지기 학문하는 자는 다섯 수레에 가득 찬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 수레의 책은 대략 오천 권 분량 이라 하니 제대로 된 한 줄의 문장도 어려워하는 것이 전적으로 내 독서량에 상관되는 것 같다.
감어인(鑑於人)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비추어보라는 말이다. 자연이야말로 사람의 모습을 비추는 가장 훌륭한 거울이 아 닐까! 자연 앞에 서면 우리는 한없이 겸손하고 낮아진다. 그러니 감어자연(鑑於自然)이라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고금(古今)의 문장으로 가득 찬 숲은 현자(賢者)다. 세상의 모든 책들은 숲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친절한 사서의 설명을 듣 지 않아도 책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2,500년경의 파피루스에서부터 대나무, 닥나무, 지금의 펄 프까지 책의 재료인 종이는 모두 나무나 풀에서 기원했다. 그러니 이 도서관의 책들이야말로 완벽한 원서(原書)인 것이다.
햇살이 따가워지자 느릅나무가 몸속에서 시원한 그늘멍석을 꺼내 발아래 깔아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산을 내려간다. 오늘은 저마다 어떤 책을 읽고 세상의 마을로 돌아가는 것일까?
노랑턱멧새 한 마리가 "츄이!" "츄이!" 소리를 내며 물푸레나무 우듬지를 떠나 구름의 이마까지 솟아오른다. 저마다 가슴 속에 푸른 책 한 권씩 품고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가을 햇살처럼 따뜻하다. 바람결에 은은한 향기가 건너온다. 오늘의 독서를 끝내고 내려가는 길, 뒤돌아보니 늙은 사서가 오래도록 손 흔들며 배웅하고 서 있다.
> 숲, 그 오래된 도서관
-김영식 뻐걱, 숲의 문을 떠밀면 꽃과 나무들은 수백만 권 푸른 장서가 된다. 오솔길 하나 고즈녁하게 걸어오고 어디선가 차르르! 책장 넘기는 소리도 들려온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니 고마리며 쑥방망이, 꽃향유들이 길가에 가지런히 피어있다. 새로 발간된 문고판처럼 귀엽고 앙증맞다. 어디 꽃들의 책뿐이랴! 박달나무, 층층나무, 굴참나무들이 온고지신, 초록 위에 단풍을 덧얹고 산등성이에 고요히 펼쳐져 있다. 이때쯤이며 으례 늙은 사서가 내 앞에 나타난다. 이 숲의 사서는 오랜 지인이지만 그의 나이는 종내 가늠할 수 없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숲에 살았다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있는 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산을 찾는 모든 이에게 두루 친절하기 때문이다. 인자요산이라 했던가? 품성이 온화한 사서는 어느 때 찾아가도 반가운 표정으로 산 구석구석을 안내해준다. 산중턱에 이르자 먼저 온 사람들이 땀을 식히며 쉬고 있다. 어떤 이는 산국을 읽기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서어나무를 휘감고 올라가는 다래덩굴을 읽기도 한다. 빛나는 문장을 들려주려고 아침이슬로 부지런히 몸을 닦는 꽃, 나무들의 수런거림. 추사 김정희는 문자향이라 했다. 무릇 글에는 향기가 있어야 한다고 했으니 숲속 도서관엔 저마다 향기 나는 글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계곡이 행간처럼 깊어지는 골짜기에 느릅나무 군락지가 있다. 잠시 흐트러진 호흡을 고르며 그중 나이가 가장 지긋해 보이는 나무 곁에 나를 앉힌다. 울퉁불퉁한 회색의 껍질들이 상형문자 같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래된 나무일수록 옹이가 많다. 옹이는 나무가 삶의 질곡을 넘을 적마다 그어놓은 밑줄일 것이다. 어떤 곳은 굵게 또 어떤 곳은 깊게 새겨진 자기성찰의 흔적들. 단단하고 서늘한 기전체의 문장을 읽는다. 라코타 인디언들은 살면서 힘든 고비를 넘을 때마다 할머니들에게 길을 묻는다고 한다. 할머니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이야말로 우리를 인도하는 빛나는 지혜의 책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나무들은 모두 할머니를 닮았다. 다람쥐가 가지 끝에 앉아 잣나무를 정독하고 있다. 산비둘기는 가까운 듯 먼 곳에서 '구구 없으면' '구구 없어도'하고 아침 산을 읽는다. 다람쥐와 산비둘기는 이 숲 도서관의 부지런한 애용자이다. 매일 숲에서 생활하니 독서가 심오할 것이다. 그에 비하면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산을 찾으니 아무래도 그들보단 독서가 얕은 게 사실이다. 두보는 남아수독오거서라 했다. 모름지기 학문하는 자는 다섯 수레에 가득 찬 책을 읽어야한다는 것이다. 다섯 수레의 책은 대략 오천 권 분량이라 하니 제대로 된 한 줄의 문장도 어려워하는 것이 전적으로 내 독서량에 상관하는 것 같다. 감어인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비추어보라는 말이다. 자연이야말로 사람의 모습을 비추는 가장 훌륭한 거울이 아닐까! 자연 앞에 서면 우리는 한없이 겸손하고 낮아진다. 그러나 감어자연이라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고금의 문장으로 가득 찬 숲은 현자다. 세상의 모든 책들은 숲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친절한 사서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책의 역사는 고대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2,500년경의 파피루스에서부터 대나무, 닥나무, 지금의 펄프까지 책의 재료인 종이는 모두 나무나 풀에서 기원했다. 그러니 이 도서관의 책들이야말로 완벽한 원서인 것이다. 햇살이 따가워지자 느릅나무가 몸속에서 시원한 그늘멍석을 꺼내 발아래 깔아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산을 내려간다. 오늘은 저마다 어떤 책을 읽고 세상의 마을로 돌아가는 것일까? 노랑턱멧새 한 마리가 '츄이' '유이' 소리를 내며 물푸레나무 우듬지를 떠나 구름의 이마까지 솟아오른다. 저마다 가슴 속에 푸른 책 한 권씩 품고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가을했살처럼 따듯하다. 바람결에 피토치드 은은한 향기가 건너온다. 오늘의 독서를 끝내고 돌아가는 하산. 뒤돌아보지 않아도 등 뒤에선 늙은 사서가 오래 손 흔들며 배웅하고 있을 것이다. -2009. 11. 3 경북일보 발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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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구문학상 수상작 취소 '상금 반환'
8년 전 일간지 발표 수필과 전체적 맥락·문장 모두 같아 |
| 1천만원 상금을 받은 올해 흑구문학상 수상작이 8년 전인 2009년 포항지역 한 일간지에 발표된 작품이라는 의혹(본지 9일 자 8면 보도)이 사실로 확인됐다. 본지 보도 이후 문인들이 보내온 올해 수상작 '숲, 그 오래된 도서관'을 분석한 결과, 한자 병행 표기와 단어 등이 몇 가지 더해졌을 뿐 전체적인 맥락과 문장이 모두 같았다. 처음부터 마지막 문단까지 단락 하나를 뺀 것을 제외하면 모든 내용이 일치했다. 취재 당시 "작품을 수정해서 완성했기 때문에 미발표작"이라고 주장하던 행사 주최 측도 보도 다음 날 이를 곧바로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주최 측은 10일 오전 대구에서 심사위원들이 모여 수상작을 취소하고 상금을 반환받아 이를 협찬한 포스코에 돌려주기로 했다. 또 올해는 수상작을 따로 뽑지 않기로 했고, 내년부터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문학상 시상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최 측 관계자는 "충격적이다. 작가가 돈에 욕심을 내고 양심을 속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번 일이 문단 전체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 나가겠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다. 흑구문학상 공모안에 명시된 '미발표 수필 3편'이라는 단서조항을 무시한 채 수상작 선정이 이뤄진 배경에 대해서는 "작가의 양심불량"이라고 해명했다. 주최 측의 대책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역 작가들은 "문학상의 엉터리 수상 관행이 낱낱이 드러났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에서 이뤄지는 크고작은 문학상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며 "상금이 큰 문학상일수록 이른바 '짬짜미'를 통해 시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나돌았다"고 했다. 한 작가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포항시 보조금과 포스코 등 지역기업 후원으로 진행된 지역 최대 문학작품 발굴 행사가 일부 양심 없는 문인들과 책임감 없는 주최 측의 잔치판으로 전락한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 기회를 박탈당한 많은 문인들을 생각한다면 주최 측 사과 등으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국립국어원장을 역임한 이상규 경북대 교수는 "문단 권력이 생기면서 터진 문제로 보인다. 문인들 스스로 자정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어떤 문학상이라도 투명하게 진행될 수 없다"며 "문인들이 너무 양적으로만 성장하고 있다 보니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문학상이 속출하고 논란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포항시는 관련 대책회의를 갖고 조만간 입장을 밝힐 예정이며, 경찰은 기초자료를 확보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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