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제5회 항공문학상 공모일정이 아래와 같이 추진될 예정입니다.
- 아 래-
구분 | 내용 |
공모기간 | '17.5.15(월) ~ 8.31(목), 18:00까지 |
1차(예심) | '17.9월 ~ 10월 |
2차(본심) | '17.11월 중 |
결과발표 | '17.11월 말 |
시상식 | '17.12월 초 |
※ 상기일정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착오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항공·사람 주제로 문학작품 하나 쓰는 건 어떨까요?
시․소설․수필 분야 제5회 항공문학상 공모전 실시…항공문학
발전 기대
□ '항공'과 '사람'을 주제로 우리나라 국민이 손수 창작한 문학작품이라면 시, 소설, 수필 어느 분야라도 오는 15일(월)부터 시작하는 ‘제5회 항공문학상’ 에 공모할 수 있다.
ㅇ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와 한국항공협회(회장 성일환)는 문학을 통해 항공의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13년부터 이 행사를 진행하기 시작했으며,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주)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주), 한국문인협회의 후원을 받아 ‘제5회 항공문학상’ 공모전을 실시한다.
□ 민간조종사 출신으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는 열두 살이 되던 해에 비행장을 처음 방문한 이후, 하늘을 향한 꿈과 열정으로 조종사가 되어 비행경험을 바탕으로 「남방우편기」, 「야간비행」, 「어린왕자」 등 세계적인 명작을 우리에게 남겼듯이,
ㅇ 우리나라에서도 항공문학상 공모전이 항공이 주는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문학으로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항공 분야 대표 작가를 배출하는 요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ㅇ 올해 항공문학상은 초등부 부문에 장려상을 신설했다. 이는 우리나라 미래 항공 분야 주인공으로 활동할 꿈나무들을 대거 선정한 것으로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대를 넓혀 항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한 것이다.
ㅇ 또한 항공문학의 지속적인 저변 확대와 창작활동 확산을 위해 2016년부터 한국문인협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여 일반부 대상·최우수상 입상자에게는 문인협회 회원 입회자격*을 부여해 오고 있
다.
* (사)한국문인협회(이사장 문효치)는 ’61년 창립된 우리나라 대표 문인단체로 문인 9백여 명 배출
□ 공모기간은 2017년 5월 15일부터 8월 31일 18:00까지이며, 응모는 항공문학상 누리집(http://www.contest-airtransport.or.kr)을 통해 접수하면 된다.
* 접속경로: 항공문학상 누리집→공지사항(지정양식 내려 받기)→작품접수→개인정보 입력→응모작품 올려주기(업로드)→접수확인
□ 이번 공모에서는 일반부 대상 1편, 최우수상 1편, 우수상 4편과 중고등부, 초등부 각각 최우수상 1편, 우수상 4편 등 총 41 작품의 예비작가들이 영예의 수상을 받게 된다.
* 공모 작품은 한국문인협회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부문별 수상작 선정
ㅇ 일반부 대상 수상자에게는 국토교통부 장관상과 상금 500만원,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한국항공협회장상과 상금 200만원이 수여되며 시, 소설, 수필 3개 부문에 총 1,535만원 상금과 부상(항공권 14매, 약 1,200만원 상당)이 전달될 예정이다.
□ 심사 결과는 한국항공협회 및 항공문학상 누리집을 통해 11월 말 발표할 예정이며, 수상작품은 작품집 등으로 발간하여 항공과 문학 관련 유관기관 등에 배포하여 홍보할 예정이다.
* (시상식) 12월 중 수상자 및 수상자 가족 등을 초청 실시 예정
** (역대 대상 수상작) 제1회 이영석(소설-하늘, 너의 꿈), 제2회 유다민(소설-그래도 아름다운 것들), 제3회 박사무엘(소설-나의 작은 종이 비행기), 제4회 이성민(소설-가장 소중한 것)
□ 이번 ‘제5회 항공문학상’ 공모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항공협회 (http://www.airtransport.or.kr) 및 항공문학상 누리집(http://www.contest-airtransport.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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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수상작품집]
대 상
가장 소중한 것
소설부문
일반부
이 성 민
대상 / 소설 _ 가장 소중한 것 29
“오빠, 정말 가야만 해?”
선우의 질문에 진석은 차마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진석은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질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힘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선우의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한줄기 흘러내렸다. 그 순간 여행객들의 들뜬 대화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캐리어의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그리고 그 밖의 모든 소리가
한순간에 음소거가 된 느낌이었다. 귓가에는‘삐-’하는 이명 현상만 맴돌았다.
그렇게 공항 속 바쁘게 움직이는 인파들 속에서 선우와 진석의 시간만 멈춰있었다.
선우와 진석. 진석과 선우. 그 누구도 아무 말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한참이
흘렀을까, 그들의 만년설과 같은 차가운 정적을 깨뜨린 건 다름 아닌 한 여자의 목청
터질 듯한 뜨거운 외침이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외침의 근원지에는 그 여자와 쓰러져 있는 중년의 남성이 한 명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걱정된 눈빛으로 그들을 보았지만 아무도 선 듯 나서지 않았다.
“제발 도와주세요, 사람이 쓰러졌어요.”
여자는 거듭된 외침에 목소리가 갈라지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넋을 놓고 있던 진석은 그 여자의 오열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잠깐만”
선우에게 그렇게 한 마디를 남기고 진석은 구경꾼 사이를 뚫고 들어갔다.
누군가의 도움 요청에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진석은 대한민국 공군 특전사 상사이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진정하시고요, 선생님 괜찮으세요?”
진석은 그 여인을 진정시킴과 동시에 능숙하게 환자의 의식 상태를 확인했다. 호흡과
맥박을 마저 확인한 후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심정지가 일어나서 지금 당장 심폐소생술을 해야 될 것 같아요, 119에 신고
부탁드립니다.”
진석은 여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신고를 부탁했다.
그리고 이 환자를 구하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자동제세동기가 필요했다. 진석은 그것을
가장 소중한 것
소설부문 / 일반부 / 이성민
30
부탁할 사람을 찾으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선우와 눈이
마주쳤다.
“선우야, 자동제세동기 들고 와줘!”
선우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뒤돌아 뛰어갔다.
진석은 흉부 압박과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 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
“후~, 후~”
“하나, 둘, 셋 넷 … 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
“후~, 후~”
계속되는 반복에도 환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도움을 요청한 여인은 그의 옆에서
정말 간절히 두 손 모아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진석은 힘들지만 멈출 수
없었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을 반복했다. 진석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었다. 그렇게 2분쯤 흘렀을까, 선우가 자동제세동기를 들고
뛰어왔다.
“오빠, 여기 들고 왔어.”
선우는 헉헉 거리며, 차는 숨을 한 번 삼키고 계속 이야기 했다.
“내가 심폐소생술을 계속 할 테니까, 기계 작동시켜”
선우는 공항에서 근무하는 항공교통관제사이다. 지난달에 공항에서 주최한 심폐
소생술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 절차와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선우는 실습을 통해
흉부압박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기에 진석에게 기계를 맡기며 휴식할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진석은 선우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내심 고마웠다.
선우는 자동제세동기를 건네고 곧바로 흉부압박을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
진석은 자동제세동기 키트를 열어 전원을 켜고 패드를 꺼내 환자의 우측 쇄골 아래에
붙이고, 왼쪽 옆구리 위에 붙여 전류가 심장을 통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패드에
연결된 선을 기계에 꽂자 기계에서 음성메시지가 나왔다.
“심장리듬 분석 중”
선우와 진석은 환자에게 떨어져 분석 결과를 기다렸다. 짧은 순간이지만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믿음이 녹아 있었다.
“제세동 해야 합니다, 충전 중”
기계에서 또 소리가 나왔다.
대상 / 소설 _ 가장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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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세동 실시하세요.”
진석은 마치 중요한 시험의 결과를 확인하는 절실한 마음으로 제세동 버튼을 눌렀다.
버튼을 누르는 그 순간 쓰러져 있던 환자는 온몸을 크게 움찔했다. 진석은 조심스럽게
몸을 기울여 환자의 코에 귀를 가져다 대고 호흡을 확인했다. 환자의 상태를 한참 동안
확인한 진석은 심각한 표정으로 몸을 다시 제자리로 세우고서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잠시 후 진석은 엄지를 높이 치켜세우며 환한 미소를 터트렸다. 주변
에서는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진석과 선우와 여인 그리고 지켜보고 있던 모든
이들의 애절함이 하늘에 통해서일까. 행운의 여신은 그들의 편에서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여기에요, 여기!”
때마침 구급요원들이 도착을 했고 그들은 진석에게 환자를 인계받아 곧바로 응급
처치를 시작했다. 진석과 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짐가방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당신들은 고귀한 생명을 살린 영웅입니다.”
“망설이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준 청년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두 분, 정말 환상의 호흡이었어요.”
그렇게 진석과 선우가 돌아가는 길은 칭찬과 격려의 말로 가득했다. 비록 10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두 사람은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는 보람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이별을 직면한 현실로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무언가에
몰두하다보면 아픈 것도 잊게 된다. 하지만 그 몰입이 끝나는 순간 아픔이 몰려온다.
지금 그들에게도 잠시 잊고 있던 이별이 서서히 마음을 죄어오기 시작한다. 매정하게
이별하려 했던 진석은 방금 일을 계기로 더 이상 그러기 힘들었다.
“이야~ 이선우, 제법인데?”
진석은 그렇게 다가올 아픔과 어색함을 무마해보려 말을 꺼냈다.
“그치? 오빠가 떠나고 없더라도 다 잘 해낼 거야.”
선우도 다시 찾아온 슬픔을 숨기기 위해 더 당당하게 얘기했다.
“그렇게 말하니깐 나도 조금은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겠다.”
진석은 선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살짝살짝 웃으며 이야기 한다. 선우는 이
상황에 웃고 있는 진석이 미웠다. 하지만 웃는 그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풀어지는
자신이 더 미웠다.
“웃지 마, 정 들어.”
대상 / 소설 _ 가장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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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가 정색하는 톤으로 말했지만 사실 그 속에는 웃음이 녹아 있었다. 선우는 기침이
나올 듯 말 듯 코가 간지러운 것처럼 눈물이 나올 듯 말 듯 했다. 코의 짜릿한 간지럼
끝에 시원하게 재채기 하듯 그냥 시원하게 울고 싶었지만 진석은 그런 울고 싶은
선우의 감정을 웃음으로 다루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한 아이가 울면서 그들 옆을 지나갔다. 선우는
울고 있는 아이를 그냥 방관할 수가 없어서 아이를 불렀다.
“꼬마야 왜 울어?”
아이는 누군가의 부름에 겁이 났다. 하지만 부모를 찾기 위해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자신을 부른 낯선 사람에게 경계하며 이야기했다.
“비행기 타러 가다가 엄마를 잃어버렸어요.”
선우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쪼그려 앉으며 물었다.
“그랬구나. 꼬마는 이름이 뭐야?”
아이도 선우의 부드러운 말투에 안심이 됐는지 훌쩍이던 것을 멈추고 이야기 한다.
“저는 박진주예요.”
엄마 잃은 아이의 심정을 이해한 선우는 진주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동화에 나올
법한 톤으로 아이에게 말한다.
“와 굉장히 예쁜 이름이다. 나는 선우야. 이선우. 옆에 있는 아저씨는 진석이지.
진주는 몇 살 이니?”
“일곱 살이요.”
“일곱 살?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가는 나이니깐 다 컸구나! 언니는 일곱 살이 세상
에서 가장 씩씩하고 아름다운 공주님 같다고 생각해.”
진주는 선우의 말을 듣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자신이 이제는 더 어른처럼 행동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반면에 진석은 선우의 말을 듣자 기분이 나빠졌다.
“야! 선우, 나는 왜 아저씨고 너는 왜 언니야?”
“음 오빠는 군인아저씨잖아! 군인오빠하면 어감이 이상해. 그치 진주야?”
진주는 진석과 선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꺄르르 웃는다.
“그런데 선우야 진주가 들고 있는 표 한번 봐봐”
진석의 말을 듣고 선우는 진주가 가지고 있는 비행기 표를 확인하고 읽어본다.
“뉴욕으로 가는 코리아나 081편 항공기. 10시 출발, 탑승구 10번, 좌석번호 38D”
“어? 나랑 같은 비행기네.”
“심지어 좌석번호가 오빠랑 같은 나이야, 38D. 곧 마흔”
대상 / 소설 _ 가장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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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제 나이에 민감하단 말이야”
“그래, 빨리 결혼해야할 나이지. 그런데 떠난다니, 너무하다.”
선우가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의 엄마가 달려왔다.
“진주야! 엄마가 얼마나 찾았는지 아니? 혼자서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지!”
진주의 엄마는 두 손으로 진주를 번쩍 들어서 안았다. 그 순간 진주의 손에 있던 비행기
표가 빙그르르 땅에 떨어졌다.
“진주 어머니신가요? 그렇지 않아도 진주가 엄마를 잃어버렸다고 해서 찾아주려고
했거든요.”
진석은 비행기 표를 주워 진주 어머니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우리 진주가 말없이 사라져서 정말 걱정했거든요”
진주의 엄마는 대충 인사를 하고 획 돌아서 가버렸다.
“언니, 아저씨 안녕”
진주는 엄마의 어깨너머로 고개를 들어 인사했다.
선우와 진석도 진주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후, 오늘따라 일이 참 많네.”
진석은 시계를 확인했다.
“선우야, 나도 이제 갈 시간이 된 것 같아.”
진석은 계획 했던 것 보다 아직 20분의 여유가 더 있었지만, 이별의 순간을 더 길고
아프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 오빠 가서 잘 살고,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해.”
선우는 진석에게 다가가 마지막 포옹을 했다.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돌아오면 그땐 꼭 프로포즈 할게.”
진석은 다가온 선우를 살포시 안고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한
선우의 어깨도 어느새 들썩이고 있었다. 진석은 선우의 어깨를 잡고 거리를 두며 고개
숙인 선우를 쳐다보았다.
“선우야, 너도 출근하려면 늦겠다, 어서 움직이자, 나 이제 들어가 볼게.”
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휘저으며 가라는 말을 대신했다.
진석은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 뒤돌아 캐리어를 끌며 선우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선우는
아무런 미련 없이 돌아서 가버리는 진석이 미웠다.
‘나는 이렇게 아픈데 넌 슬프지도 않은가보다.’
선우는 진석의 등에다 대고 마음속으로 소리를 뱉었다. 그리고 그 순간 멀어져 가는
대상 / 소설 _ 가장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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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석의 선글라스 아래로 무언가 흘러내렸다. 그것은 땀이었을까.
공항에서 많은 이들이 목격했나보다. 기내에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꽤 있었다.
“김진석 손님, 저희 항공사에서 고객님의 좌석을 이코노미 석에서 비즈니스 석으로
업그레이드 시켜드리고자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항공사에서도 그 소식을 들었는지 승무원이 진석에게로 와서 좌석 업그레이드를
제안했다.
“감사합니다만, 저는 이 자리가 편합니다. 창가 자리라 밖이 참 잘 보이네요.”
진석은 정중하게 그 제안을 사양을 했다. 물론 감사의 뜻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당연한
일을 했기 때문에 그로 인한 대가를 받고 싶지 않았다. 너무 과한 대접은 받는 것 같아
이렇게라도 행위가 순수한 의도였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기내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일일이 확인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안전벨트를 착용해주시고 좌석 등받이를 바로 세워주십시오.”
“손님, 항공기가 이륙을 완료할 때까지 창문 덮개를 올려주십시오.”
승객들은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 승무원은 머리 위 선반에서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선반 덮개를 눌러 다시 확인을 했다.
“지금 손님께서 앉아계신 좌석은 비상구 좌석으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승무원을
도와주셔야 하는 좌석입니다. 비상사태 발생 시 비상구열 손님의 임무는 외부상황을
확인하고 승무원의 지시에 따르는 것입니다. 동의해주시겠습니까?”
승무원은 비상구 좌석에 앉은 손님들에게 비상 시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비상구 좌석에 앉은 손님들은 비상탈출 시 방해요소가 되지 않도록 소지품을 모두 머리
위 선반에 올려야 한다는 안내를 듣고 짐을 모두 머리 위 선반에 넣었다.
그렇게 기내에서는 이륙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엔진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이내 기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밖을 보니 지상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비행기를
향해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덥고 또 추운 곳에서 힘들고 고된
일을 하지만 항상 웃으며 여객들을 보내는 저 직원들에게 진석은 손을 흔들어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진석은 오랜만에 비행기를 탔더니 긴장되었다. 아니 어찌 보면 설렌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공수훈련이나 낙하훈련 등 강도 높은 훈련을 위해 수송기나 헬기를
종종 타곤 했었는데, 오늘은 여객기를 타고 떠나니 역설적이지만 편한 게 오히려
어색하고 불편했다.
대상 / 소설 _ 가장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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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보니 진석의 머릿속에서 지난날들이 필름처럼 한 컷 한 컷
흘러갔다.
“김 상사, 우리에게 중요한 임무가 생겼어, 그 임무 자네가 좀 맡아줄 수 있겠는가?”
“갑자기 어떤 임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음.. 지금 당장 모든 걸 말해줄 수는 없지만, 외국에서 1년 정도는 머물러야 할 것
같네.”
“부대장님, 제 상황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이제 곧 결혼도 해야 하고..”
“김 상사는 아주 잘 훈련된 정예 요원이야. 그래서 이번 임무의 최고 적임자라 판단
했다네. 이번 건만 잘 마무리 된다면, 포상과 특진 그리고 휴가까지 충분히 보상해
주겠네.”
“그런 보상을 떠나서 제 중요한 시기를 포기해야할 만큼 중대한 사안입니까?”
“자네 상황을 알면서도 부탁할 수밖에 없는 내 마음을 이해해주게. 아주 심각한
사안이라네.”
“그렇다면 군인으로서 본분을 다 하겠습니다.”
항공기의 진동이 점점 심해지더니 강한 추진력에 의해 몸이 뒤로 쏠렸다. 의자와 몸은
더 밀착하게 되고 창밖의 풍경은 더 빠르게 흘러갔다.
‘아 정말 한국을 떠나는구나.’
곧이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처럼 몸이 훅 하고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잠깐이지만
진석은 이 느낌이 좋았다. 이런 느낌을 자주 겪어서 이제는 별 반응이 없는 사람처럼
애써 동요하지 않으려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혼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창밖을 다시 보니 항공기는 이미 높이 올라와있었다. 하늘에서 보는 도시의 느낌은
색달라서 아는 장소를 찾으며 하늘전망을 즐기고 있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항공기가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풍경이 이내 흰색으로 뒤덮여버린다. 이제 더 이상 구경할 게
없어 진석은 좌석 앞에 있는 잡지를 꺼내든다. 빠른 속도로 페이지를 넘기며 잡지를
대충 훑었다. 그럼에도 한 권을 다 보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잡지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항공기는 순항 고도로 상승하였다. 머리 위에 있는
좌석벨트 표시등이 꺼지고 기내 안내방송이 나왔다.
“손님여러분, 지금 좌석벨트 표시등이 꺼졌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기내에서는 항상 좌석 벨트를 착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대상 / 소설 _ 가장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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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석은 긴장을 해서 그런지 아까부터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이제 좌석벨트 표시등이
꺼졌으니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이 들어가기 전에 얼른 화장실로 향했다.
선우는 진석을 보내고 우울한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일찍 출근해서 회사에 왔지만
근무 교대 시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 선우는 평온하지 못한 마음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항공교통관제사는 여러 일을 동시에 수행하며 순간순간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짧은 시간 내에 결정을 해야 하고 그것이 다른 항공기에게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서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업무를 수행하기에 애로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선우도 이 바닥에서 10년차이기
때문에 그런 것쯤은 잘 알고 있다. 게다가 평소 감성적이고 여린 성격과 달리 마이크만
잡으면 냉철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베테랑이다.
선우는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았다. 진석을 떠나보내며 많이 울어서 그런 걸까,
눈가가 조금 부어있었다. 선우는 동료들에게 그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파우치를
꺼내 화장을 고쳤다. 오늘은 화장을 더 진하고 날카롭게 하여 강인한 인상을 만들
계획이다. 목도리도마뱀이 두려운 상대를 만났을 때, 목의 주름을 펼쳐 자신이 크고
강한 존재임을 표현하듯이, 선우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절대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 같은 차가운 외모로 나타냈다. 지금뿐만 아니라 선우는 약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 항상 그렇게 자신을 숨겨왔다. SNS에 행복한 사진을 올려 공허한 자신을
숨기고, 무리해서 산 비싼 명품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어찌 보면 자신의 강함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이 그만큼 여리고 약하다는 것이다. 맹수의 제왕인 사자는 절대
과시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조용히 행동으로 보여줄 뿐.
화장을 다 마친 선우는 파우치를 닫으며 마지막으로 점검을 했다. 이제 눈에서 울었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울었던 흔적은 사라졌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 속에서
자꾸 진석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선우는 눈을 세게 감으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진석은 손을 씻으며 화장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눈동자가 빛난다. 기분 탓이겠지. 어느새 눈가에 주름이 생겼는지 얼굴에 나이가 들어
보여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몇 번 쓸어 넘기고는 문을 열어
화장실을 나갔다. 창가자리의 가장 불편한 점 중 하나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다.
좌석이 가장 안쪽에 있기 때문에 나갈 때도, 들어갈 때도 여러 승객들에게 민폐 아닌
대상 / 소설 _ 가장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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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를 끼치게 된다. 진석은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한 번 더 옆자리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했다. 사실 앉아있는 승객들만큼이나 들어가는 사람의 마음도 불편하다.
진석처럼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인 경우
더욱 그렇다.
“실례합니다.”
진석은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양해를 구하고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창밖을
내려다보니 이제 막 육지를 지나 동해의 푸른 바다가 보였다. 진석은 바다 위로 간간히
보이는 저 하얀 것들이 물고기일까 파도일까 뚫어라 쳐다봤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했다.
항공기는 비행 중인 상공의 기압과 기내 기압의 압력차를 줄이기 위해서 기내의 기압을
낮춰서 비행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상의 75% 정도의 기압이 유지되고 공기
압력이 떨어지는 만큼 산소농도도 떨어진다. 따라서 비행 중에는 저기압, 저산소로
인해 평소보다 피곤하고 졸릴 수 있다. 진석은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 새벽부터
분주하게 준비한 탓일까, 아니면 공항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던 탓일까 피곤의 원인을
생각하며 크고 길게 하품을 했다. 비행기는 미국까지 14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할 것
없는 진석에게 길고도 긴 시간을 보내기에는 잠이 최고였다. 진석은 며칠 동안 잠을
많이 못잔 터라 한 숨 자고 일어나기로 했다. 평소에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머리만
대면 잠을 잘 자기 때문에 진석은 불편함을 느끼기도 전에 눈을 감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선우는 상번 브리핑을 마치고 관제실로 들어가 배정받은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 듯 혼자서 구호를 외친다.
‘오늘도 집중해서 사고 없이 안전하게 잘 마무리 하자.’
선우가 습관처럼 외친 구호지만, 어찌 보면 관제사에게 무사고는 당연하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일반 기업처럼 성과를 내는 조직이 아니라 항공 안전을 선도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정말 잘 해서 사고를 예방했다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고 누구하나 알아주지도
않는다. 반면에 항공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조사를 받고 조직에 마이너스가
된다. 비단 이것은 관제사만의 상황은 아닐 것이다. 삶에서 인식할 수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당연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님을. 당연한 것 뒤에는
보이지 않는 이들의 수많은 노고가 있음을. 그것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있다면
얼마나 많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
대상 / 소설 _ 가장 소중한 것
38
비록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지만 선우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즐긴다. 오늘 하루를 지켜냈다는 보람과 업무에서 주는 적당한 흥분은 선우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선우는 늘 자긍심을 가지고 일한다.
선우는 레이더 화면에서 진석이 탄 코리아나 081편 항공기를 확인했다. 동해의 중심을
지나 이제는 일본 관제사에게 인계를 할 때가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진석이 탄
항공기를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의 감정대로 할 수 없기에 선우는 일본 관제소의
주파수로 변경을 지시했다.
“코리아나 081, 컨택 도쿄 컨트롤 133.8 굿 데이”
“133.8 코리아나 081, 굿 데이”
비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 반쯤 지나자 기내는 고요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잠을
청하고 있었고, 승무원들은 기내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조종사들이 식사를 할 때는
보통 일등석 승무원이 큰 쟁반에 식사를 올려서 조종실 안으로 전달을 한다.
조종사들은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한 명이 식사를 하는 동안 나머지 한 명은
조종을 하고 있어야 한다.
승무원 지혜는 조종사에게 기내식을 전달하기 위해 정해진 조종실 입구로 갔다. 911
테러 이후 조종실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기 때문에 조종실을 출입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했다. 사전에 정해진 조종실 출입절차에 따르자 출입문이 열렸다.
마지막으로 뒤돌아 주변을 확인하고 조종실로 들어갔다.
그 순간이었다. 지혜는 괴한의 습격을 받고 비명도 없이 쓰러졌다. 기내식은 지혜와
함께 바닥에 엎질러졌다. 분명 지혜가 출입 전 마지막으로 확인할 때까지 아무도
없었는데 괴한이 어디선가 갑자기 불쑥 나타나 조종실 안쪽으로 같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괴한은 큰 키와 다부진 체격이었고 그가 입은 상의와 하의 그리고 푹 눌러쓴
모자까지 온통 검정색이었다.
괴한은 조용히 조종실 출입문을 닫았다.
조종사들은 갑작스러운 피격에 두려움을 느꼈다. 젊은 부기장은 괴한을 상대해 보려
덤볐지만 역부족이었다. 부기장은 곧 바닥에 쓰러졌고, 괴한은 조종 중인 기장에게로
다가갔다. 기장의 목에 차갑고 날카로운 무엇인가가 살짝 닿았다. 기장은 긴장되어
침을 삼켰고 목젖이 위아래로 꿀렁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살기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지금부터 우리는 목적지를 변경하여 서울로 돌아간다.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당신도
대상 / 소설 _ 가장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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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하지 못할 것이야”
기장은 400명의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선택할 여지없이 무조건
적으로 괴한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네, 관제소와 협조하여 가장 빠른 길로 회항하겠습니다.”
기장이 순순히 지시에 따르자 괴한은 상당히 흡족해하며 말했다.
“당신은 말이 잘 통해서 좋군. 그리고 이 상황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 승객들
에게도”
기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괴한은 천천히 기장을 위협하던
흉기를 거뒀다.
“관제소, 여기는 코리아나 081, 항공기 결함으로 인해 서울공항으로 회항하겠다.”
“코리아나 081, 알겠다. 고도 36,000 피트로 강하하고 우선회하여 회항하라”
“고도 36,000피트 강하하고 우선회 회항, 코리아나 081”
기장은 우선회하기 위해 몇 가지의 조작을 했다. 그러면서 은밀하게 항공기 트랜스폰더
코드를 7500으로 세팅했다.
그 시각 공군 중앙방공통제소에서 항공기를 감시중인 김중사는 무엇인가를 보고
놀랐다.
트랜스폰더 코드 7500.
이것은 항공기가 납치되었을 시 상황을 전파하기 위한 전 세계적으로 약속된 코드이다.
이 코드를 세팅하게 되면 항공관제소와 방공통제소에서 피랍 상황을 알 수가 있게
된다. 기장은 영리하게 그리고 은밀하게 코드를 세팅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항공기
납치범은 그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김중사는 전체 방송 버튼을 누르고 즉시 그 상황을 보고했다.
“보고 드립니다. 현재 일본 인근해역에서 비행중인 코리아나 081 항공기에서 코드
7500이 시현되고 있습니다.”
김중사의 보고가 나간 후 곧이어 굵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휘부에서 지시사항 전파한다. 피랍중인 항공기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특이사항
발생 시 추가 보고할 것, 무기 통제장교는 요격을 위한 전투기 출격 준비시킬 것.”
군 지휘부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납치된 항공기는 승객 400명의 목숨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911테러에서 보았듯이 건물도 무너뜨리는 하나의 폭탄으로 사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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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들어와서 자살테러를 시도할 경우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자폭 테러를 할지 안할지도 모르는 항공기를 서울 진입 전 격추시키기에는 400여명의
무고한 희생이 따른다. 여기서 군 지휘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남은 시간은 일본
부근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1시간 30분이다.
“우리는 국민의 목숨을 다루는 중요한 결정을 하여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기동타격대를 출동시켜 제압하면 좋지 않을까요.”
“안됩니다, 그렇게 방치해 뒀다가 목적지를 변경하여 자폭 테러라도 할 경우 너무 큰
희생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건 대재앙이에요. 서울 진입 전에 항공기를 격추시켜야
합니다.”
“그렇다고 항공기를 격추시키기엔 너무 큰 부담을 안아야 합니다. 외국인 승객들도
많이 탑승하고 있고, 이건 외교적으로도 큰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입니다.”
“잠시 제가 한 마디 하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사실 이 항공기에는 해외 파견을 나가는 우리 특전사 김진석 상사가 타고 있습니다.
그를 잘 이용한다면 아무런 희생 없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납치된 항공기에서 어떻게 그와 연락을
한단 말입니까”
또 다른 지휘관이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좋은 생각입니다만, 현실적으로 그와 연락할 방법이 없는데 그에게만
의지하여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30분만 시간을 주십시오. 그 안에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지휘부 결정에 따라 하면 되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우리는 회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을 테니, 30분 안에
좋은 결과 가지고 오십시오.”
“필승!”
선우가 일하고 있는 항공교통관제소에서도 코드 7500을 확인했다. 아직은 도쿄
관제소에서 관제를 하고 있지만 곧 주파수를 이양 받아 관제를 할 때가 되었다.
“팀장님, 코드 7500 항공기가 우리 구역으로 접근중입니다.”
선우는 팀장에게 사항을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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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관제소에 연락을 할 테니 항공기를 인계 받으면 다시 한 번 확인해줘.”
팀장은 도쿄 관제소에 전화를 걸어 협조하였고, 잠시 후 해당 항공기의 기장은 도쿄
주파수에서 선우가 관제중인 주파수로 변경하여 말했다.
“관제소, 여기는 코리아나 081. 항공기 결함으로 인해 서울공항으로 회항하겠다.”
분명히 조종사가 항공기 결함이라고 보고를 했지만, 선우는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했다.
그리고 항공기 결함이라면, 트랜스폰더 코드 7700을 세팅하게 약속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이 항공기는 7500이 세팅되어있다. 조종사의 실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다시 확인해보기로 했다.
“코리아나 081, 코드 7500 확인해라.”
“……”
조종사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납치범이 옆에 있을 경우 조종사는 그와 관련된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선우는 피랍 상황으로 간주하고, 조종사가 곤란에 처해질
수 있으니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살다보면 침묵은 가장 확실한 답이 될 때도
있다.
“코리아나 081, 고도 28,000 피트로 강하하라”
“고도 28,000로 강하, 코리아나 081”
일반적인 관제 지시에는 응답을 하는 걸로 보아 더욱 확실하다.
그 시각 관제실 팀장석으로 한통의 전화가 왔다.
“네 관제팀장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공군 특수부대 김대령입니다. 시간상 본론부터 얘기하자면 피랍된
항공기에 우리 특전사가 탑승중입니다. 하지만 그와 연락에 어려움이 있어 협조를
구하고자 연락을 드렸습니다.
“저희 쪽에서 어떻게 협조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조종사를 통해 기내 방송을 해주십시오.”
“내용은요?”
“D-45. 우리의 작전명이므로 그것만 전파하면 됩니다.”
“시도해보겠습니다.”
팀장은 해당 항공기를 관제중인 선우에게로 걸어갔다.
“선우 씨 공군에서 그 항공기에 특전사가 타고 있다고 연락이 왔어. 기내 방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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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해서 그에게 작전명 D-45를 전해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납치범이
이상한 낌새를 차리지 못하게 전해야 할 텐데...”
‘특전사? 아, 진석 오빠를 말하는 거구나.’
선우는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암어로 된 작전명조차도 암어로 보내야
하는 상황. 그들만 이해할 수 있는 말. 둘만의 추억.
“아! 팀장님, 좋은 생각이 났어요!”
선우는 팀장님께 귓속말로 조종사에게 전할 문구를 얘기했다.
“아니, D-45을 전하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당연히 진석과 선우의 관계를 알지 못하는 팀장으로서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선우는 팀장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자신의 메시지를 더욱 확신했다.
“팀장님, 저만 믿어보세요.”
진석은 자리에서 기내식을 먹고 있었다. 메뉴는 생선 요리와 비빔밥이었는데 둘 중
고민을 하다가 비빔밥으로 결정을 했다. 기내식이 제공되고 처음 한 입을 먹었을 때
즉각적으로 선택에 대한 결과가 나왔다. 진석의 선택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기내에서
제공하는 음식이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비빔밥뿐만 아니라 심지어 같이 나온
된장국도 진석의 입맛에 딱 맞았다. 나물 하나하나 본연의 맛을 음미하며 밥을 다
먹어갈 쯤 갑자기 기내방송이 나왔다.
“기장입니다. 현재 우리 항공기에는 몸이 약한 아동이 탑승하고 있습니다. 공항에서
심폐소생술을 하신 분이 계시다면, 지금 박진주 어린이를 보살펴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더불어 승무원들은 박진주 어린이의 좌석과 나이를 확인하여 해당
승객에게 안내해주길 바라겠습니다.”
진석은 방송을 듣고 걱정이 되었다. 진주라면 공항에서 길을 잃었던 아이가 아닌가. 그
아이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얼른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비행탑승 시
좌석교체를 제안했던 승무원이 진석에게로 다시 왔다.
“김진석 손님, 기내 방송 들으셨습니까?”
“네 들었습니다. 진주는 어디에 있나요?”
“식사 다 끝나셨으면 제가 아동에게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함께 온 승무원은 진석이 다 먹은 기내식을 받았고 진석은 안내하는 승무원을
따라갔다.
“진주라는 아이, 제가 공항에서 만났었는데 몸이 아픈지는 몰랐어요.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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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건가요?”
진석은 승무원을 따라 비행기 뒤쪽 열로 이동하며 질문했다.
“기장님의 지시에 따라 안내를 해드리고 있으나 저희도 그 부분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진주는 밝아보였고, 아픈 기색이 전혀 없었다.
“진주야 안녕, 몸이 어디가 불편하니?”
“저 하나도 안 안파요!”
“아 그래? 그럼 다행이다. 아저씨가 방송 듣고 진주가 아프다고 해서 많이
걱정했거든”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석은 혹시 몰라 옆에 있는 진주 어머니에게도 물어본다.
“진주 어머니 진주가 몸이 불편한 곳이 있나요?”
“아니요, 전혀 그런 게 없는데, 방송이 나와서 이상하네요. 다른 사람이랑 착각한 게
아닐까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가볼게요.”
진석은 진주의 어머니에게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자리로 돌아갔다. 아무런 상황이
아니자 승무원도 난처해하며 진석을 따라갔다.
공항에서 심폐소생술을 했던 사람은 진석이다. 물론 또 다른 사람이 했을 수도 있지만,
여기에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왜 굳이 본인을 지정하여 이곳으로 오게 만들었을까?
분명히 무슨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다. 진석은 상대가 뜬금없는 이야기를 할 때는
혹시나 말에 숨은 의미가 있지 않는지 항상 의심해보는 습관이 있다.
“승무원님, 기장님이 방송할 때 마지막에 무엇을 지시하셨죠?
“아, 네, 좌석과 나이를 확인하여 안내하라고 하셨습니다. 38D좌석이구요, 아동은
일곱 살입니다.”
‘38D 좌석에 입골 살. 이 정보를 왜 알려주라고 했을까.’
‘두 숫자를 붙이면 738D, 387D 아닌데, 두 숫자를 더하면 45D.’
그 순간 진석의 머릿속에서 한 줄기 빛이 핑 하고 지나갔다. 위험을 뜻하는 Danger의
앞 글자 D에 45는 항공기를 의미했던 것 같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희미하게 어렴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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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나는 듯 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을 확신할 수 없었고 설령 맞다 하더라도 지금
기내에서는 아무런 위험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우연의 일치인가. 혹시 모르니
일단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간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확인이든 보고든 할까 말까
망설여진다면 일단 하는 게 상책이었다.
“저기 승무원님, 기내에 전화를 사용할 곳이 있을까요?”
“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기내에는 수신은 불가능 하지만, 송신을 할 수 있는 위성전화가 있다. 승무원은 진석을
데리고 그곳으로 갔다. 진석은 주머니에서 신용카드를 꺼냈다. 결제를 하고 부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필승, 김진석 상사입니다. 작전명을 들은 것 같아서 혹시 몰라 연락드립니다.”
“김 상사. 전화 해줘서 고맙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지금 자네가 타고 있는 항공기가
납치되었다네.”
“항공기 피랍 말씀이십니까? 잘못 전달 된 것이 아닐까요, 현재 기내 상태는
평화롭고, 항공기 결함으로 회항한다고 기내 방송만 있었습니다.”
“그것은 기만이야, 조종사가 납치되었다는 코드를 사용하였어. 기내가 평화롭다는
것을 보니 조종실만 장악중인 것 같군.”
“납치범은 몇 명이고 범행 도구는 무엇입니까.”
“애석하게도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다네. 정보수집부터 격투, 승객보호까지 전부 다
스스로 해야 할 것이네. 지금부터 모든 것이 자네에게 달렸어.”
“이거 보통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실패 시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군 지휘부의 결정으로 서울 상공 진입 전 폭파를 할 것일세. 사실 시간이 많이 없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꼭 막아주게.”
“서울 도착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입니까?”
“약 30분. 지금부터 자네를 현장 지휘관으로 임명하지.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말하게
적극 지원해주겠네”
“지금이 38분이니 55분에 급기동하여 좌선회 하게 해 주십시오. 그 틈을 타
진입하겠습니다.”
“알겠다. 55분에 좌측으로 급선회 시키도록 하지.”
진석은 전화를 끊고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승무원에게 조심스럽게 상황을 전파했다.
믿기 힘든 소식을 전해들은 승무원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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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진석은 항공기의 급기동이 있을 예정이니 모든 승객들이 좌석벨트 착용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네, 그건 제 임무이니 믿고 맡겨주세요.”
이 승무원은 누구보다도 일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투철했다. 자신이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승무원 덕분에 진석은 마음이 한 켠 가벼워졌다.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기내승무원은 승객들에게 항상 웃는 모습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승무원은 무섭게 돌변하여
승객들에게 정확히 지시내리고 명령하기도 한다. 사실 항공법에서도 객실승무원은
항공기에 탑승하여 비상 시 승객을 탈출시키는 등 안전업무를 수행하는 승무원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승무원의 핵심 임무는 서비스 보다 안전업무 인 것이다. 진석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승무원에게 감사를 표했다. 승무원 또한 진석에게 꼭
해결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진석과 승무원은 파이팅을 하고 각자의 길을 갔다.
진석은 항공기 납치범을 제압하기 위해서 무기가 될 만한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대부분 기내에 반입이 불가능 하다. 진석은 자신의
소지품을 떠올려봤지만 무기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일일이 수소문을 하며 확인을 해볼 수도 없었다. 무엇이 있을까. 상대를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것. 진석은 머리를 쥐어 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눈을 감아 시각을
차단하고 생각에 집중을 했다. 시험 종료 시간이 다가오는데 마지막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처럼 진석은 필사적으로 생각을 했다. 한참을 집중하던 그 순간 진석은 갑자기
눈을 뜨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혹시 누가 사용하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운이 좋게도 화장실은 비어있었다. 진석은 안으로 들어가 조용히 문을 닫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니 아까보다 더 수척해 보였다. 진석이 짊어진 400명의 목숨을
생각하니 그 중압감에 어깨가 무거웠다. 이런 부담과 스트레스들이 얼굴의 주름을 더
깊게 만드나 보다. 진석은 갑자기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무슨 감정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꾹 참다가 터지는 분노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쾅”
진석은 주먹으로 거울을 강하게 가격했다. 지금까지 이런 폭력적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본 적은 없었는데 생각보다 속이 시원했다. 거울은 깨지고 조각조각
갈라졌으며 거울에 비친 진석의 모습도 거울과 함께 갈라졌다. 진석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중에서 가장 길고 날카로운 것을 챙겼다. 이정도면 특전사인 진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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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무기가 될 만했다.
진석은 화장실을 나와서 시계를 보았다. 50분. 급기동하기까지 5분이 남았다. 진석은
항공기내 승무원의 최고 수장인 객실사무장을 찾아갔다. 사무장도 조종실에 기내식을
제공하러 갔던 승무원이 한동안 보이지 않던 터라 이미 수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진석은 조종실에 진입하기 위해 사무장에게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자 사무장은 기꺼이
그러겠노라며 진석을 적극 도와주었다. 조종실 출입을 위한 긴급코드를 입력할 경우
30초 후에 자동으로 문이 열리게 된다. 사무장은 진석의 요청대로 54분에 긴급코드를
입력했다.
남은시간 30초.
진석은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30초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수많은
작전에 참가했음에도 지금처럼 심하게 긴장되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단독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고, 상대를 알지 못하며, 진석의 손에 너무나 많은 것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남은시간 20초.
진석은 작전을 수행해오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진석이 잘해서가 아니라 항상 옆자리를 지켜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석이 실수를 하더라도 동료들이 커버해 줬고 그런 그들을 믿고 언제든
몸을 던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작전에서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었다.
오늘따라 함께 동고동락을 했던 동료들이 너무 보고 싶고 그들에게 정말 고마움을
느낀다. 역시 소중함은 부재로부터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남은시간 10초
문이 열리면 어떻게 행동할지 경우의 수를 나눠본다. 만약 상대가 총을 가지고 있다면
방탄으로 설계된 조종실 문을 이용하여 몸을 숨겼다가 항공기가 급기동하는 타이밍에
맞춰 기습을 할 것이다. 상대가 도검류를 가지고 있다면 그대로 정면 돌파할 생각이다.
“철컥”
문이 열렸다.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진석은 문을 강하게 발로
차고 문 옆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거울 조각을 살짝 내밀어 조종실 내부를
훑어보았다. 상대는 키가 190센티미터 이상으로 보이는 건장한 괴한 단 한 명. 그는
갑작스럽게 문이 열리자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입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시각 중앙방공통제소에서는 납치된 항공기에게 전투기를 접근시키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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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콘 66, 피랍항공기 위치 전방 30마일, 고도 18,000 피트, 속도 300 노트.”
“항공기 레이더 컨택. 미사일 발사 준비 완료. 팰콘 66”
“발사 명령 대기하고 계속 추적할 것.”
“알겠다, 팰콘 66”
전투기와 교신중인 김대위는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진땀이 났다. 수백 명이 탄
항공기에 미사일을 발사시킨다니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김대위는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통제관에게 질문했다.
“통제관님, 벌써 강릉 상공에 진입했습니다. 이거 정말 발사시키는 것입니까?”
“이건 지휘부의 결정이야. 국가적 위기인 만큼 우리는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어”
“발사 명령을 제 입으로 전해야 한다니 안타깝습니다.”
“그 마음 잘 알지. 김대위,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힘들고 더러운 일이라도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 되는 일이 있는 법이야. 모두가 기피하고 외면한다면 우리 사회는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어. 자네가 정 못하겠다면 내가 하지”
“아,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방금 통제관님의 말을 들어보니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 어깨 펴고 힘내”
“네, 감사합니다.”
진석은 날카로운 거울 조각을 꼭 쥐고 마음속으로 시간을 셌다. 셋, 둘, 하나. 마지막
숫자를 셈과 동시에 진석은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괴한에게 달려들었다. 놀란 괴한은
달려오는 진석을 향해 단도를 휘둘렀다. 하지만 진석은 몸을 숙여 그의 공격을 피했고
빈틈을 파고들어 그의 뒤쪽으로 이동을 했다. 서부 영화의 카우보이들이 서로 뒤를
돌아보며 총을 쏘듯, 진석과 괴한은 동시에 뒤를 돌아보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괴한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괴한은 자신이 몇 달에 걸쳐 준비해온 계획을 갑자기
나타나 한 순간에 다 무너뜨리려고 하는 진석의 존재가 궁금했다. 괴한은 저음의
목소리로 진석에게 물었다.
“저세상으로 보내버리기 전에 알아나 두자. 당신 누구야.”
“나는 아저씨.”
괴한은 진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진석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항공기는 좌측으로 급기동을 했고 괴한은 곧장 바닥에 쓰러졌다. 중력가속도에 의해
중력의 3배에 가까운 힘이 갑자기 온몸을 강하게 눌렀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진석은
대상 / 소설 _ 가장 소중한 것
48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틸 수 있었지만 미처 준비하지 못한 괴한은 갑작스러운 강한 힘에
눌려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항공기가 선회를 멈추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때 진석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어느새 괴한의 목에는 400명의 희망이 깊숙이 박혀있었다.
진석은 부기장의 자리에 앉으며 기장에게 말했다.
“기장님 어서 항공기 납치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이 항공기는
서울상공 진입 전에 격추될 예정입니다.”
기장은 계속 뒤따라오던 항공기가 자신의 비행기를 격추시키기 위한 전투기였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기장은 즉시 트랜스폰더 코드 7500을 일반 코드로 변경하였고
관제소에 그 상황을 알렸다.
“관제소, 여기는 코리아나 081. 피랍상황 종료되었으며 공군에게 상황전파
부탁한다.”
“코리아나 081, 알겠다. 공군에게 상황 전파하겠다.”
진석은 이것이 선우의 목소리임을 진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한 번도 선우가 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으니 정말
멋있고 대견했다. 진석도 조종실내에 있는 전화를 이용해 부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
종료를 보고했다. 부대장으로부터 수고했다는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진석은
숨을 깊게 한번 쉬고 기장에게 말했다.
“후, 이제 정말 다 끝났네요.”
“어떻게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기장님께 감사를 드려야 하죠. 납치상황에서도 의연하게 잘
대처해주신 덕분에 살 수 있었습니다. 무섭지 않으셨습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무서웠어요. 하지만 저한테 달린 승객들을 생각하면 제가 쉽게
행동할 수 없더라고요.”
“기장님 정말 잘하셨습니다. 사실 저도 무서웠어요. 생명의 위기를 겪으니깐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네요.”
“그렇죠, 공감합니다. 저 또한 그런 경험을 하고 삶이 바뀌었거든요.”
“갈 길도 먼데 기장님의 인생을 짧게나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는요,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학창시절부터 잠도 제대로 못자고 공부를 했어요.
고등학생 시절은 지금도 돌아가기 싫을 정도로 괴롭게 공부를 했었지요. 대학에
들어가면 자유가 펼쳐진다는 말만 믿고 그렇게 3년을 버텼어요. 그때는 대학이 가장 큰
대상 / 소설 _ 가장 소중한 것
49
목표였으니깐 합격통지를 받았을 때는 정말 날아갈 듯이 기쁘더라고요. 하지만 그
기쁨도 오래가지 못 했습니다. 대학생이 되면 좀 더 즐거워질 거라 생각했는데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복수전공, 평점, 자격증, 어학점수, 봉사활동 등의 소위
스펙이라 불리는 것들을 쌓기 바쁘더라고요. 직장인이 되면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그렇게 4년을 버티고 마침내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그런 대기업에 취직했죠.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당당히 입사를 했는데 그곳은 전쟁터나 다름이 없었어요.
매일같이 야근을 하고 실적에 시달리고 경쟁에서 도태될까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삶이
고달프니깐 술에 의존하게 되고, 악순환의 반복이었어요. 정말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왔나 싶더라고요. 집 평수가 넓어지고 자동차 배기량은 높아지는데 저는 갈수록
불행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어느 날 교통사고가 나고 위기에 처하면서
깨닫게 된 거예요. 살아있을 때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 뒤로 곧장
퇴사를 하고 제가 예전부터 꿈꿔왔던 비행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정말 즐거웠어요.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며 그동안 땅만 보느라 보지 못했던 하늘을 마음껏 누리는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시간이 지나 비행자격을 갖추고 지금 항공사에
입사를 했어요. 그런데 있죠, 사람이라는 것이 참 간사하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좋아하던 비행도 돈을 받고 일하는 직업이 되니 결국 흥미를 잃게 되더라고요. 같은
버스를 타더라도 여행갈 때 타는 버스는 즐겁고, 출근할 때 타는 버스는 즐겁지 않은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다시 깨달은 게 있어요. 일은 일로서 받아들이고, 일이 아닌
새로운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때부터 저는 남은 시간을 소중한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을 했어요. 그 뒤로부터는 삶이 풍요롭고 아름답게
변화하더라고요. 소중한 것을 마음에 품고 간직하며 산다는 것. 그것이 삶의 큰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어요. 지금
본인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보세요.”
진석은 기장의 말을 듣고 백번 공감했다. 살면서 소중한 것 하나 지키지 못하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기장님, 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한 명 있는데, 전 오늘 그녀를 두고 미국으로
떠나는 중이었습니다. 제 이기심이었을까요, 아니면 상대에 대한 배려였을까요.
돌아오면 그때 결혼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그녀에게 상처를 남겼어요. 사실 이번 작전에
투입되면 제가 살아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었거든요. 혹시 돌아왔을 때, 그녀의
마음이 떠나 있을까봐 너무 불안합니다.”
“지금 돌아가면 반드시 잡으세요. 제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이미 중요한 것이
대상 / 소설 _ 가장 소중한 것
50
무엇인지 깨닫고 계신 것 같은데요?”
진석은 기장에게 관제사로 일하고 있는 선우의 존재를 말했다. 진석은 기장에게 양해를
구했고 기장이 흔쾌히 허락하자 진석은 마이크를 잡았다.
“관제소, 여기는 코리아나 081”
“코리아나 081, 말해라”
“이선우, 넌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고, 난 앞으로 그것을 지키며 살 거야. 사랑한다.
나랑 결혼하자.”
주파수에선 한동안 잠적이 일어났다.
그리고 관제소에서 쑥스러운 듯 무심하게 응답이 왔다.
“APPROVED AS REQUESTED(요청을 허가한다)”
대상 / 소설 _ 가장 소중한 것
최우수상
블라디보스톡행 후
시부문
일반부
조 수 일
55
아직 단단한 이름을 갖지 못했나요
물 밖 세상은 꿈꾸지도 못하는 수조 안의 삶인가요
바다 건너 창공을 꿈꿔보세요
구름 깃털 속에 지친 부리를 묻고
퇴화한 날개를 펼치고
푸른 창공을 한번 마음껏 날아보세요
용기가 없다구요
늘 닻처럼 발 묶인 하루하루일 뿐이라고요
지금 구름의 속살을 날고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세 아이 고3 엄마와 각기 달리 불리는 호칭들
각진 구석으로 몰려다니다 얼든 사과 한 알
훌쩍 지천명을 넘는 내가 보였어요
기다렸다는 듯 몸이 수신호를 보내 왔어요
과부하 걸린 듯 소리를 내는 관절들,
냉대와 열대의 극지점을 오르내리는 체온은
숨겨지지 않는 생의 복병이었어요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하룻밤은?
아무르 강가에서 커피 한 잔은?
거절할 수 없는 생의 첫 유혹은 감미로웠어요
손발 움직임과 토막 영어로 통용되는 세상이
거기 있더라니까요
서두를 줄 모르는 느긋한 걸음에 실린 생의 의미가
돋음체로 읽혔다니까요
발밑에 몸담고 살던 세상이 가까와져요
집, 건물, 산과 강이 장난감 같아요
구물구물 기어가는 까만 개미 떼 같아요
수국 같은 웃음의 스튜어디스가 커피 한 잔을 건네와요
블라디보스톡행 후
시부문 / 일반부 / 조수일
최우수상 / 시 _ 블라디보스톡행 후
56
스키니 청바지를 입고 배낭을 메고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이제는, 나들이하듯
날아 볼래요
땅만 보고 먹이를 나르느라 하루가 저문 줄도 모르는 개미떼가
문득, 아파와요
단단한 이름을 가질 준비 되셨나요? 당신,
최우수상 / 시 _ 블라디보스톡행 후
55
나는 내 이름을 런던행 비행기에 놓고 내렸다
시부문
중고등부
조 영 훈
59
이천십사년 이월 십칠일
나는 내 이름을 런던행 비행기에 놓고 내렸다.
처음으로 커튼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기로 한 날,
어쩌면 이 날이 나의 생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나는 나만의 도전에 새로이 태어났다.
저 멀리 나와는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는 비행기 안.
처음으로 느끼는 이 고요함과 소란스러움.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속은 설렘에 요동친 나와는 달리,
겉으로는 덜컹, 덜컹, 소란스러우나 속은 고요한 이 비행기 안에
나는 내 이름을 놓고 내렸다.
내가 내린 뒤에도 내 이름 세글자는 그 런던행 비행기 안에 남아
들뜬 마음을 이끌고 다시 저 하늘을 여행하겠지.
눈 안에 대서양이 담긴 영국 출신 사진작가 누나와
등이 조금 굽은 일본 신사 할아버지도 만나겠지.
가장 소중한 이름 석 자를
가장 간직하고 싶었던 순간의 그때에
사뿐히 내려놓고 나왔다.
나는 그날로써 여태까지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내가 되었으니.
그렇게 저 하늘 속 런던행 비행기에 놓아두었다.
나는 내 이름을 런던행 비행기에 놓고 내렸다
시부문 / 중고등부 / 조영훈
최우수상 / 시 _ 나는 내 이름을 런던행 비행기에 놓고 내렸다
나만의 비행기
시부문
초등부
이 찬 우
63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비행기가 하나씩 있어
그런데 이 비행기는 정말 특이해
막 만들어지면 계속 놀아
만들어진지 8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행기에 연료를 넣기 시작해
만들어진지 19년이 지나고 나면
고장난데가 없는지 점검하지
점검이 끝나면 아주 강도 높은 훈련을 시작해
훈련이 끝나면 멋지게 날아올라
각자 다른 목적지를 가지
그런데 가끔씩 나 잘났다고 잘난 척하는
비행기들이 있어
사치스러운 장식만 주렁주렁 매달고 가지
그런 비행기들은 어떻게 될 것 같아?
바로 쾅! 하고 추락하지
그리고 자신이 그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이제 그 대장정은 드디어 끝나는 거야
그 대장정은 정해진 것이 아니야
언제 끝날지 누구도 장담 못 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완주’야
나만의 비행기
시부문 / 초등부 / 이찬우
최우수상 / 시 _ 나만의 비행기
우수상
항공여행
시부문
일반부
박 덕 은
69
여행 책자에서 가르랑거리던 음절이
한순간 등받이로 몰리는 추억에 휘말려든다
비스듬히 쏠리는 오후 여섯 시의 기울기에서
남루한 어휘들이 빠져나가
하늘 강가에 뭉텅이째 떨어진다
별빛은
가느다란 수초 사이로 파문 일으키지만
저녁은 말이 없다
시트에 목베개를 고정시켜 준 당신처럼
책날개 같은 하늘이 마냥 좋다
가만히 귀 대어 보면
쿵쿵 가슴 뛰는 둥근 창,
아직도 그 파닥거림을 기억하나
기내식의 두근거림을 먹다가
눈동자 속에서 바라보았던 노을이
반짝이는 낱말들을 팽팽히 잡아당기며
휘파람 분다
무수한 책갈피의 입술들이
허밍으로 따라하며 깔깔거린다
흐릿한 바람이
손등에 얹혀져 있던 노래 물고 날아간다
불안한 발이 머무는 좌석의 무릎공간은
점점 좁아져 자간마저 사라진다
항공여행
시부문 / 일반부 / 박덕은
우수상 / 시 _ 항공여행
70
향기 잃은 박자는 행간을 넘다가
차가운 여울물에 닿아 파르스름히 몸 떨고
어긋난 음표는 기슭으로 자꾸 떠밀려 간다
창문 가림막을 올리니
쓰디쓴 고음 한 문장의 폭우가 그치고 맑다
이젠 더이상 궁금하지 않은 마지막 페이지
어순에 맞게 엔진은 힘차게 돌며
흰구름 건너 공항으로 향한다
여명 자락에 슬쩍 끼워 두웠던
풍경이 흘러나와 지평선이 새붉다
저항은 늘 있지만
짙푸른 대지에 사뿐히 내려앉는
비행기의 발목이 눈부시게 따스하다.
우수상 / 시 _ 항공여행
아버지의 꽃
소설부문
일반부
배 상 원
73
아버지의 꽃
소설부문 / 일반부 / 배상원
<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곧 착륙하겠습니다. 좌석 등받이와 발 받침대, 테이블을
제자리로 해 주시고, 좌석벨트를 매 주십시오.…(중략)…please discontinue the use
of all electronic devices until the aircraft has been parked at the gate.>
안전벨트 등이 켜지고 승무원들도 각각 비상구 앞의 지정된 자리에 속속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승연은 급히 화장실에서 나오는 승객을 발견하고는 자리로
안내하고는 자신도 자기 자리에 앉았다. 덮개가 내려진 윈도 너머로 인천공항의 전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휴-, 이제야 도착인가. 피곤함 때문인지, 자꾸 고개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지만 이내
고개를 들고 앞에 마주 보고 앉아있는 승객에게 환하게 눈인사를 건넸다.
“피곤하시죠? 이제, 금방 도착할 거에요.” 눈이 마주치는 게 겸연쩍어 자꾸 시선을
피하던 남자 승객도 그냥 모른 체하기 그런지 “고생하셨어요.”라고 답해주고는 곧
얼굴이 발그레 져 고개를 숙였다.
동체에 탑승교 2개가 물리고 이어 지상 직원이 밖에서 도어를 열었다. 승객들이 복도
양쪽으로 차례차례 내렸다. 마지막 승객이 내리는 동안 승연은 담당했던 좌석 열을
뒤부터 앞으로 천천히 훑었다. 바닥에 널린 슬리퍼와 신문, 시트에 어지럽게 뭉쳐진
담요들을 들어보며 혹시 승객이 두고 간 분실물(LB)이 없나 살폈다. 비행을 하고
도착을 하면, 소지품을 잘 챙겨달라는 당부의 방송에도 불구하고 많게는 대여섯 개의
분실물이 발생하기도 한다. 여권부터 지갑, 휴대폰, 읽다가 두고 간 책들, 옷이나
가방류, 여행 중에 산 지인의 선물도 그냥 두고 내릴 때도 있다. 이런 것을 주인에게
바로 찾아주는 것 역시 우리 승무원들의 또 하나의 역할이다.
<자, 오랜 시간 다들 고생했어요. 승무원들 얼른 짐들 정리하고 나옵시다.> 앞에서
사무장이 PA로 하기를 재촉한다. 가방을 내리고 짐을 정리하는 동안 ‘꺽’하고 짧게
트림을 했다. 내내 명치끝을 꽉 막고 있던 답답함이 풀리는 모양이다. 속만 불편한 게
아니다. 눈도 따갑고 침침하다. 호놀룰루를 처음 가는 것도 아닌데 다른 때 보다 유독
꼬인 비행이었다. 비행 전 서비스할 품목을 꼼꼼히 챙겼는데도 아이템 세팅은 죄다
엉켜 동선이 꼬여 엉뚱한 곳에 가 있었고, 비행 중간중간 APU 장치가 오작동이나 실내
우수상 / 소설 _ 아버지의 꽃
74
온도는 찜통처럼 올라갔다. 다시 작동되어 간신히 온도가 내려가면 다시 더워지는 것을
반복하니, 승객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울려댔다.
‘딩! 딩! 딩!’
이렇게 호출이 많았던 비행이 있었을까. 이코노미석 앞줄의 아기는 출발 전부터 도착할
때까지 연신 울어 댔다. 처음에는 아기가 뭔 잘못이 있을까 싶어 모른 척해주던 주변
승객들도, 한두 명이 승무원을 불러 항의하기 시작하자 울음소리가 날 때마다 짜증
섞인 탄식들이 이어졌다. 엄마는 연신 사과를 하다가 붉으락푸르락 울기 직전이
되었다. 승연이 지쳐가는 엄마 대신 아기를 안고 갤리 안에서 왔다 갔다 하며
진정시키랴, ‘시끄럽다고 애 좀 어떻게 해보라’며 불평을 토해내는 승객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음료라도 한 잔씩 더 서비스하면서 사과하랴, 자신의 가슴속도 점점
무겁고 답답해지는 것을 달랠 시간도 없었다. 비행을 나가면 늘 일어나는 일이지만,
피할 구멍을 주지 않고 모든 방향에서 한꺼번에 날아오는 돌에는 속수무책인 법, 한두
개를 맞고 틈을 봐야 겨우 빠져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숨이 조금 트이자 그제야 앞이
보였다. 이러니 숨이 막히게 된 이유가 갑자기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비행 전
사무장에게 들은 한 마디 때문이었다. 까먹고 있다가 지금 생각난 게 아니고, 정확히
말하면 그 말을 들은 후부터 오늘 비행이 꼬인 것 같다. 잊어버리려 해도 떡하니 붙어서
머릿속에서 나가지 않았다. 실수가 실수를 유발하고, 경직된 몸이 제대로 서비스를
했을 리가 없다.
“승연 씨 아버지가 정말 정민수 기장이야?”
“네? 네.”
인천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본사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는데 최 사무장이
들어오다 마주쳤다. 승연이 먼저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그런데 사무장은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보통은 이럴 때 ‘오늘 잘 부탁해!’라거나 ‘화장 예쁘네?’ 등 사소한
인사가 자연스럽다. 승연을 만나면 가장 먼저 물어보려고 전부터 생각하고 있지
않고서야 자연스럽지 않다. 이어진 두 번째 말은 더욱 가관이었다.
“그 아버지에 그 딸이었네….”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사무장님, 지금 그게 무슨….”
“아니야. 그냥 그렇다고. 오늘 비행 무사히 잘 끝나게 좀 도와줘. 나 오래 살아야
하니까.” 그리고는 쌩하고 화장실을 나갔다. 승연은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하고 집 털린
사람 마냥 서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머릿속은 백지처럼 하얗게, 가슴은 꽉 막히기
시작한 게. 목덜미가 뻐근해지고, 이마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식은땀이 하나둘 나오기
우수상 / 소설 _ 아버지의 꽃
75
시작했다. 호흡을 좀 고르려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는데 공기가 반도 안 차고
답답해진다. 조금 전 급하게 먹은 밥도 얹힌 걸까. 승무원이 되고 나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불안 장애 증상이 갑자기 찾아왔다. 과연 오늘 이대로 비행을 나갈 수 있을까.
일단 숨부터 돌려야 했다. 승연은 비어있는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아서는 일단
스커트의 지퍼부터 내려 조여 오는 몸을 편하게 풀어줬다. 잘 정돈되어 있던 스카프도
풀어내고는 블라우스의 단추를 열었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승무원이
공황장애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과호흡을 막아 보려고 손으로 입을 막고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아까보다 조금 가볍다. 그렇게 몇 분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답답함이
조금 가시고 머릿속이 조금씩 맑아졌다.
그래, 견디지 못할 건 없다. 고작 이런 일로. 옷을 고쳐 입고 나가려던 참이었다.
“너, 그 이야기 들었어? 승연이 아버지가….”
“승연 언니? 몰라, 무슨 이야긴데.”
“오늘 회사에 쫙 퍼졌잖아. 예전에 착륙하다 사고 난 비행기 기장이 승연이
아버지였대.”
문을 벌컥 열고 나갔다.
승연과 마주친 두 사람은 놀란 토끼 눈으로 ‘아니, 그게 아니고…’라는 제스처로
손을 흔들어 댔다. 그 뒷이야기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다 아는 이야기가,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지들이 뭘 안다고, 아빠에 대해 뭘 안다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다. 승연 앞의 거울 속에는 한 어린 소녀가 검은 마스카라가
번져 줄줄 흐르는 체로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주먹을 너무 꽉 쥐어
스카프는 이제 다시 데려도 펴질지 모를 정도로 구겨졌다. 승연은 엄마가 잠시 시장에
나간 뒤 안방의 화장대에 앉아 엄마 흉내를 내고 있었다. 전에 어깨너머로 본 데로
삐뚤빼뚤 서툴렀지만, 정성껏 화장했다. 빨간 립스틱은 입술의 두 배만큼 커졌는데도
즐거웠다. 그렇게 큰 눈을 활짝 피워내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그때였다. 방문이
부서져라 눈이 뒤집힌 엄마가 신발도 안 벗은 체 기다시피 뛰어 들어왔다. 들킨 승연은
엄마를 보자 놀라서 립스틱을 등 뒤로 숨기고는 그대로 멈춰 서 부들부들 떨었다. 이제
혼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엄마는 승연을 혼내기는커녕 손을 덜덜 떨면서 TV 전원을
제대로 누르지도 못해 몇 번이나 버벅대던 끝에 뉴스를 틀고는 TV 앞에서 고꾸라졌다.
화면 속에는 검은 연기에 뒤덮인 두 동강 난 비행기가 땅에 처박혀 있었다. 소방차들이
불을 끄고 있었고 앵커는 계속 사고 소식을 전했다. 정신이 나가도록 울부짖으며
우수상 / 소설 _ 아버지의 꽃
76
자지러지는 엄마와 양옆에서 붙잡고 부축하던 동네 아줌마들이 뒤엉켜 한바탕 방안을
휘저을 때 그제야 승연은 이게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자꾸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몸이 아프지도 않은데, 엄마한테 혼난 것도 아닌데, 덜컥 무섭고 겁이 났다. 왜 울어야
하는지 모르는데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어금니는 스스로 딱딱 부딪혔다.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았다. 맨손으로 바닥 장판을 움켜쥐고 쥐어뜯을 정도로 통곡을 해대는
엄마를 바라보며 따라 울던 그 소녀가, 잊고 지냈던 그 소녀가 승연의 눈앞에 나타나
울고 있었다.
입사 면접 때 부모님의 직업을 물어봤는데, 아버지가 기장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언제가 다들 알게 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먼저 말하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는
가게를 하시고,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어요. 만일 아버지의 존재가 부끄러워 그랬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승연은 어느 쪽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다. 물론 그런 이유로 입사
시 숨긴 건 아니었다. 이미 20년도 지난 일인데, 왜 하필 오늘. 사람들도 시간도 모두
다 잊어버린 사건인데.
이상한 소문들이 돌고 있다. 하루아침에 미운 오리 새끼가 되었다.
물론 승연은 백조는 아니었다. 자신보다 키도 크고 더 늘씬한, 대부분이 170cm를 넘는
연예인 뺨치는 미모를 자랑하는 동료들 틈바구니에서 승연은 평범 그 자체였다. 대신
동료들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아하고 차분하고, 야무진 성격으로 실수를 잘 하지
않고 꼼꼼하게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위기관리 능력도 뛰어나 ‘까다로움 종합
선물 세트’를 들고 앉아있는 승객들 사이를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좌석 사이를
종횡무진 뛰어 넘나들며 서비스했다. 비상식적인 요구도 특유의 미소로 노련하게
거절했다. 백조는 아니었지만, 결코 미운 오리 새끼가 될 이유는 없었다.
이틀 뒤, 호놀룰루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틀 만에 한국의 공기는 달라져
있었다.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면 애써 눈을 피한다. 친한 사람들조차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 평소와 다름없이 대해주려고 의식하는 게 보여 오히려 냉랭한 기운이 서로
간에 불었다. 아버지의 존재가 알려진 날 이후로 승연의 존재는 회사 내에서 작은
바람이 되어 이곳저곳을 타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버지가 누군지 알게 된 게 뭐 어때서. 어디서 퍼진 걸까. 호놀룰루에 도착하고 하루
휴식을 얻은 날, 호텔 방에 누워 밖에 나오지도 않았다. 몇 병의 술을 마셨는지도
기억도 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천정을 바라보면서 이야기가 퍼지게 된 과정을
추적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지난달의 그 인터뷰 때문이었을까. 우수 승무원으로
뽑혀 모 잡지사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해
자만했는지, 평정심을 잃어서 그랬는지, 누가 가장 자랑스럽냐는 질문에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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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냈고, 기장이셨던 아버지의 꿈을 이을 수 있어 행복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물론 당시의 사고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발간된 잡지에도 깊은
스토리는 나오지 않았다. 누가 읽어도 정승연 승무원이 이렇게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건 기장으로서 비행기를 조종하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향이
컸구나! 정도였다.
아버지를 부끄러워하고 원망한 적이 있었다. 사고 조사가 발표되고 유가족들의 보상
문제가 언론에서 거론될 때쯤, 흥분한 유가족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문을 발로 차고 하면서도 말리는 가족들 품에서 결국 울부짖다가
돌아갔지만, 일부는 아버지에게 쌍욕을 해대며 집안으로 돌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창문을 몇 번을 갈았는지 모른다. 당시 승연은 방안에서 책상 밑에 기어들어 가 귀를
막고 울었다. 상황이 심각해지니 친척 어른들이 돌아가면서 집안에 모여 우리 가족을
지켰다. 경찰들이 상주하면서 유가족들이 더 큰 일을 벌이지 못하도록 보호해 주기도
했다. 어느 날은 신문지 뭉치에 불을 붙여 마당에 던져 불이 옮겨붙은 적도 있었다.
워낙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 큰 사고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날 이후로 우리 가족은 다른
동네로 이사했다. 두 번이나 더. 불안 장애는 그때부터 조금씩 징조가 보였다. 늘
고함을 치고 대문을 발로 차고 아버지를 저주하는 사람들한테서 도망 다니다 보니 어린
소녀가 받아들이기에 이 세상은 너무나 두려웠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멋있는 파일럿
아빠는 자신을 지옥으로 밀어 넣은 원망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학교를 몇 번 옮기다
보니 친했던 친구들과도 떨어져야 했다. 모든 게 아빠의 사고 이후에 생긴 일이었다.
아빠 때문이었다.
언더슛이었다. 안개 때문에 시야가 900m 정도였다. 나타나야 할 활주로가 나타나지
않았다.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앞의 제방에 랜딩기어가 부딪히며 비행기는 방향을
잃었고 활주로를 미끄러지다 결국 동체는 두 동강이 났다. 이후 전기 회선에 화재가
발생, 불이 전체로 퍼졌다. 백여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큰 사고라 신문과
방송에서는 연일 사고보도가 이어졌고 조종사의 실수로 알려졌다. 가족들이 무너지기
시작한 건, 사망자 명단에 아버지의 이름이 등장한 다음부터였다. 처음에는 승무원
중에는 가벼운 부상자만 있다는 중간 보도가 나와 안심했다. 구조 현장에서도 아직
상황 집계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전화를 걸어 부상자 명단을 확인할 때만 해도 아버지
이름은 없었다. 화재가 발생해서 진화 중이라는 속보에 이어, 추가 폭발이 있었다는
속보도 이어졌다. 그리고 진화가 되고, 구조가 마무리될 즈음, 뉴스 하단의 사망자
명단에 아버지가 나왔다. 그 뒤로 승연의 인생은 바뀌었다.
어린 승연은 당시의 일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너무 어려, 유품을 확인하러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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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도, 집에서 할머니와 다른 때처럼 책을 보고, TV를 보고, 놀이터에 나가 놀았다. 점점
나이를 먹으며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버지의 시신은 사고가 나고 한참 뒤늦게
발견되었고, 일부 유품으로 확인되는 물건들만이 조종실에서 발견되었다는 것, 두
차례의 폭발에 휩쓸렸을 것이라는 추측들로 조합된 기억들이 머릿속에 채워졌다.
그리고 직접 찾아보면서 당시의 상황들을 스크랩하면서 이어간 정보들이 하나하나
퍼즐을 완성해 가슴속에 담겼다.
잔해를 수색하던 중 아버지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고 연락이 왔을 때 엄마는 꺼진
방구석에서 식음을 전폐하며 반실신상태로 웅크리고 있어 직접 확인하러 나가지도
못했다고 한다. 작은아버지와 할머니가 갔을 때 당신들도 처음에는 확인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온몸이 검게 그을려 쭈글쭈글 불에 탄 아버지의 몸은 고작해야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게 굽어 있었다. 뜨거운 화염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했는지 팔다리를 웅크리려 얼굴을 감싼 그 상태로 굳어 있었다고 한다. 유전자검사를
통해 정민수 기장의 시신을 확인하는 문서 두 장이 손에 쥐어지고, 몇 번을 읽고 나서야
할머니도 당신의 아들이 죽음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슬피 우셨다고 했다. 어느 가족이
성하지 않게 웅크리고 있는 자식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고 화장을 해 납골함에 모시고 온 뒤에도 어머니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멍하니 혼자 웃다 울다 하다 쓰러져 이틀을 자더니 또 일어나서는 온종일 밖에
나가 배회하다 들어와서는 펑펑 울다 쓰러져 잠들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어느 날
엄마가 방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냉장고를 뒤져 갑자기 채소들을 주방에 꺼내
놓더니, 채를 썰고 계란후라이를 하더니 참기름을 부어 양푼에 비빔밥을 가득 만들어
꾸역꾸역 먹더란다. 거실에서 TV를 보던 할머니는 며느리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 내어
우셨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한 수저 크게 입에 집어넣더니, 아빠 이름을 계속 불렀다고
한다. 엄마는 절대 소리 내어 통곡하지 않았다. 끝까지 양념을 싹싹 긁어 다 먹고
나서는 그 날부터 매일 회사를 찾아갔다. 사고 조사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동료들을 만나고 자료를 모았다. 당시 사고와 관련된 기사를 모두 스크랩해 정리했다.
블랙박스의 기록과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 사고 당시의 데이터들을 나열했다. 물론
엄마가 그 내용을 백 퍼센트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결코 아니었지만, 역시 아버지의
죽음을 애통해했던 선배나 후배들이 해석을 대신해줬다. 조종사의 과실이 인정되지만,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나 보다. 남편의
명예를 찾고 싶었는지 모른다. 승연은 그런 엄마를 보면서 자랐다.
“승연아, 엄마한테 아빠는 늘 비행기를 끝까지 책임진다고 했어. 비행을 다녀오기 전,
갔다 와서도 늘 그 말을 했단다. 진정한 남자였지. 비행기를 잘 조종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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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하지만 사고의 순간에 그들을 지키는 마지막 책임은 자신이라고 했어.”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을 때, 저녁밥을 차려주던 엄마는 뜬금없이 승연을
식탁에 앉혀놓고 이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서는 상자 하나를 가지고
왔다. 그 안에는 형형색색의 각종 머리핀이 담겨 있었다. 미키마우스부터 검은색의
리본, 빨간 꽃, 프랑스 국기가 붙어 있는 것도 있었다.
그중 하얀색 진주가 달린 머리핀을 꺼내 보여주면서,
“이게 아빠가 마지막으로 사 온 네 머리핀이야. 원래는 더 많이 모아서 네가 더 컸을
때 선물로 줄 거라고 했는데 이 이후로는 더는 모을 수가 없겠다 그치?”
“갔다 올 때마다 하나씩 주면 승연이가 더 좋아할 텐데 그걸 왜 모아서 주려고 하냐고
엄마가 얼마나 타박을 했는데…. 그래서 그날 다 모아서 주려던 거였는데, 직접 주지를
못하게 되었네.” 엄마는 오랜만에 아빠 이야기를 하면서 우셨다. 승연도 같이 울었다.
아빠의 유품은 자신에게 주려던 선물이었다. 세계를 다니면서 가질 수 있는 행복, 각
나라를 밟으면서 느끼는 감정을 자식에게 고스란히 전달해 주고 싶었던 아빠의 마음.
아빠의 유품. 그때 승연은 처음으로 아빠를 잇고 싶었다. 대신해서 비행기를 계속 타고
싶었다.
그거 알아? 그 승무원 아버지가 점보 추락시킨 기장이래.
너 들었어? 그때 35명이 죽었잖아. 아우 끔찍해. 같이 비행기 타기 싫어.
동기한테 들었는데 걔랑 타면, 꼭 비행 중에 승무원이 다친대.
걔 비행 중에 승객 한 명이 호흡 곤란이 와서 119 뜨고 장난 아니었다며?
저년 회사 내에 뒤봐주는 간부가 있다면서? 그 사람 백으로 취직했다며?
얼굴도 안 예쁘니 몸으로라도 덤벼야지…. 그러게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저년도 언젠가 지 아빠처럼 사고 치겠지. 불길해.
소문은 기장 아버지에서 사고를 낸 조종사로, 그 저주를 받은 딸에 대한 모욕과 음해로
옮겨갔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소재와 표현들이 막장 드라마처럼 재생산되었다.
불과 일주일만이다. 사내 게시판에도 대놓고 쓰지는 않아도 지금의 이 상황에 수저를
얹으려는 많은 사람이 각종 비아냥거리는 글들을 쏟아내며 이 아슬아슬한 게임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지금 승연의 앞에 벌어지고 있었다.
동료들은 듣고 싶은 대로 들었고 점점 승연이 해명할 기회는 사라졌다. 시선은
차가웠고, 잘나가는 동료를 시샘하는 질투라고 치부하기에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승연은 복도를 돌아가다 자판기 앞에서 몇 명의 승무원들을 모아놓고
깔깔거리고 있는 최 사무장을 발견했다. 자기와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피하고 제각각
흩어지는 것을 보아 무슨 말들이 오갔을지 뻔히 예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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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나를 몰아내고 싶은 걸까. 승연은 대상이 없는 적들과 어떤 싸움을 해야 하는
걸까 고민해봤지만 아무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비행기를 타는 게 겁이 났다. 회사에서도 이미 이런 소문을 알고 있는 터라 몇 번 승연을
불렀다. 어쨌든 슬프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었어도 다시 돌릴 수 없는 과거의
사실이다. 조종사의 과실이 있었지만, 그 사건을 이유로 유능한 직원을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휘말려 내 칠 이유는 없었다. 자칫 이로 인해 큰 상처를 받고 먼저 떠나지 않게
잘 다독여야 하는 것도 회사의 몫이다. 송 전무 앞에 앉은 승연은 지쳐있었다. 잠을
많이 못 자서인지 얼굴은 야위었고 화사한 얼굴은 어두웠다. 비서가 가지고 온 커피를
승연 앞으로 밀어줬다. “일단 숨 좀 돌립시다. 우리 모두. 분위기가 좀 안 좋아. 지금.
자네가 사고를 쳐서 이런 일이 대내외적으로 터졌다면 오히려 우리는 간단해.
징계위원회 하나 열어서 옴팡 뒤집어씌우고 쫓아내면 돼. 그러면 소문은 바로 꺼져.
누군가 자네를 밟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데 우리는 소문만 잡아내기로 했어.
우리는 정승연 승무원을 놓치고 싶지 않아. 보름 정도 휴가를 내고 쉬어. 지금 무리해서
비행기를 탄다고 제대로 뭐 하나 할 수 있겠어?”
“이제는 비행이 솔직히 좀 겁이 나요. 사람들 만나는 것도 무섭고. 왜 저를
붙잡으시려는 거죠?”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회사에서는 조종사 과실로 최종 보고서가 나와 그대로
종결시켰어. 하지만, 자네도 나중에 알게 되었겠지만, 당시 아버지는 기장으로서
최선을 다했네. 탈출하지 못한 승객들을 찾아다녔어. 아마 그때 날개 엔진이
마지막으로 폭발하지 않았으면 자네 아버지는 아직도 비행기를 타고 있을지도 몰라.
명예로운 기장으로 회사에 큰 공을 세워나갔겠지. 이렇게 일부의 음해 따위를 듣고
좌지우지될 분이 아니란 걸 우리도 잘 알아. 우리도 자네 가족에게 그동안 담아둔 빚이
있단 말이야. 자네마저 나가면 우리는 그걸 갚을 길이 없어져.”
승연은 휴가를 내고 며칠 뒤 아버지의 봉안당을 찾았다. 일단은 회사 측의 권유도 있고
회사가 아버지를 잘못한, 실패한 조종사가 아닌 명예를 지킨 조종사로 기억해주고
있다는 점이 고마웠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 짧은 휴가 동안 극복해 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자신 스스로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 승객 한명 한명을
책임지고 지킬 수 있을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검붉은 칼라 한 다발을 사서 가슴에 안고는 아빠를 만나러 갔다. 작년에 오고 바빠서
오지 못 했던 차다. 다음 달이 기일이라 그때 찾아오려 했는데, 이번 사건 덕분에 빨리
만나게 해줬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 한구석이 조금 편해졌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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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연은 해마다 칼라를 사가지고 왔다. 아버지가 엄마를 처음 만나 사귀게 되면서
처음으로 사준 꽃이라고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갔을 때 이 꽃을 보고 매료되었다고
한다. 나중에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면 꼭 이 꽃을 선택하겠다고. 그렇게 아버지는
칼라를 엄마에게 선물했고, 엄마에게도 역시 가장 좋아하는 꽃이 되었다.
평일 한가한 오후라 안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늘 오던 그곳, 햇볕이 잘 드는
자리에 아버지가 계신다. 계단을 내려가 모퉁이를 도는데 누군가가 아버지 봉안당
앞에서 국화를 내려놓고 계셨다. 처음에는 옆자리 누군가의 가족이겠지 하고 아버지
쪽으로 다가서는데, 아버지의 유리문을 하얀 손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닦고 계셨다.
“실례지만 누구신지요? 저희 아버지를 잘 아시는 분이신가요?”
그녀는 뒤의 기척에 놀랐는지 급히 손수건을 가리고는 자리를 비켜주고는 바닥에
내려뒀던 가방을 들고 나가려 했다.
“아니에요. 가지 마세요. 더 계셔도 돼요”
승연은 허리 숙여 크게 감사를 전했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이곳까지 찾아와 준 그녀는
일단 아버지를 아직도 좋게 생각하고 있는 분이 아닐까 생각하니 낯선 거부감은 금세
녹아들었다. 그 짧은 찰나에 혹시 아버지와 과거 정을 통했던 첫사랑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집에 있는 엄마가 불쌍해지기도 했다. 칼라 꽃다발을 바닥에 잠시
내려놓고 아버지가 그 은은하고 진한 향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은은한 햇볕의
따사함에 발산되는 꽃의 향이 한 층을 모두 채워 나갔다. 이곳에 잠들어 계신 모든 분이
그렇게 아버지의 향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승연은 고개를 숙여 아버지에게 인사를
했다. 오십 대 정도로 보이는 중년 여성 역시 승연을 따라 아버지를 모셨다.
“저도 오래 있지 못해서 밖에 꽃 놓아드리고 내려갈 건데, 커피라도 한잔 하실래요?”
중년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서 있을 때는 몰랐는데 왼쪽 다리가
불편한지 조금씩 절뚝거리면서 밖으로 향했다.
“밖에서 기다릴게요. 천천히 아버님 뵙고 나오세요.”
누굴까.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이 십여 년이 지났는데 모든 친구분이나 지인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처음 보는 분이었다. 잠시 뒤 밖으로 나갔을 때 그녀는 그늘이 져 있는 나무
밑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제가 좀 더 빨리 나와야 했는데, 오래 기다리셨죠?”
둘은 추모관 정문 옆 대로변에 있는 카페로 들어가 마주 앉았다.
“따님분이 아주 예쁘세요. 결혼은 하셨어요?”
“아니요. 아직. 아직 더 일해야죠. 그런데, 아버님과는 어떻게….”
“아까는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아버님과 많이 닮았어요. 강해 보이고, 정직해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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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매. 사실 나도 이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매년 이곳에 와서 사진으로만 보기만
하고, 저도 실제로 아버지를 본 건 십 분도 되지 않거든요. 아마 몇 분? 몇 초?”
수줍게 웃으면서도 당시의 상황이 떠오르는지 잠시 몸을 떨었다.
“제가 궁금하실 거에요.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아버지 납골함 앞에 서 있으니. 과거의
애인이라도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한다면 제가 사과드릴게요.”
그녀는 그리고 자신이 아버지를 처음 만난 날을 이야기해줬다.
“착륙이 얼마 안 남았다는 기내 방송이 들렸어요. 읽고 있던 책에 책갈피를 끼고서는
덮어서 가방에 넣고 포켓 앞에 있던 개인 소지품들을 하나하나 챙기기 시작했죠.
창문가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창문 밖으로 김포공항이 다 와 가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물론 그날 안개가 아주 심해서 속으로 무사히 착륙할 수 있는 걸까 하는 재수 없는
걱정도 했었죠. 뿌연 안개 사이로 활주로가 살짝살짝 보였고, 비행기도 조금씩
흔들렸지만, 걱정하고 무서워하거나 할 정도는 아닌, 일반적인 그런
착륙과정이었어요. 오랜 시간 타고 와서 그런지 다리도 뻐근하고 머리도 무겁고
하잖아요.”
“네, 그렇죠. 많이 흔들리고 그럴 땐 어지럽고 속도 메스껍고. 저도 매일 비행기
타는데도 그런 건 아직 적응이 안 되네요.”
“혹시 그럼 승무원?”
승연은 밝게 웃었다. “네.”
“그래서 아까 들어오는 모습에서 빛이 났구나. 화사하고 예쁘고.”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든 다 왔다 생각하니 쌓였던 피로가 쫙 빠지는 순간이었죠. 비행기가 아래로
내려가는 게 느껴지고 슬리퍼를 벗고 아래에 있던 가방을 들어 올리려던 순간이었어요.
쿵 하는 소리에 몸이 크게 흔들렸고 옆으로 보이던 활주로가 가로로 돌아가는 걸
느꼈어요. 바닥을 두 번인가 세 번 크게 튕기는 느낌이 들었고 위에서는 산소호흡기가
모두 떨어졌어요. 비행기가 옆으로 돌면서 미끄러진 거죠. 오른쪽 날개 한쪽이 바닥에
닿아 부러지면서 동체가 바닥을 긁으며 한참을 나갔던 거 같아요. 모두 비명을 질렀고
저 역시도 배운 데로 고개를 숙여 의자 밑으로 구부리고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질러댔어요. 그리고 갑자기 우리가 앉은 쪽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기억을
잃었어요.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의자를 강하게 당기는 것처럼 뒤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마지막이었죠. 나중에 들어서 안 이야기지만 우리가 앉은 자리 쪽이
두 동강이 나면서 떨어져 나갔고 내가 앉은 자리 쪽이 바닥으로 떨어진 거죠. 메케한
냄새가 나면서 가슴이 불에 타는 것처럼 뜨겁고 숨쉬기가 힘들어 나도 모르게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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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들이마실 때 의식이 돌아왔어요. 죽은 건 아닌가 생각했죠. 쿵 하는 폭발음이 한
번 들렸고, 기름 냄새와 검은 연기 때문에 방향을 구분하기 힘들었어요. 의자가 뒤로
돌아간 체로 땅 쪽을 향해 걸려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어디선가 불이 나고 있었는지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었어요. 왼쪽 다리는 아무 감각이 없어 움직이지도
못했어요. 의자 사이를 잡고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보이고 빈자리도 많았어요. 만석으로
출발했는데 말이죠. 기절한 것인지 죽은 것인지 의식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때 누군가 손을 뻗어 내 의자 쪽으로 다가왔어요. 기울어져 의자를 계단처럼
사용해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한칸 한칸 이동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였거든요.
그리고 끼어있던 시트를 밀어 나를 붙잡고는 몸을 꺼내 고정되어 조금 더 안전한
공간으로 데려다줬어요. 한쪽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오른쪽에 넉 줄짜리 견장을 보고는
그분이 이 비행기의 기장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자신도 어딘가 부딪쳤는지 머리
쪽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어요. 내가 일단 떨어지지 않을 곳에 있다고 판단했는지
다른 생존자들을 구하러 다시 그 의자 사이를 올라갔어요.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이제 조금만 참으면 여기를 빠져나갈 수 있겠다 싶었죠. 기장님은
내가 있던 곳에서 기울어진 위쪽 동체 쪽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그때
폭발이 일면서 동체가 크게 흔들렸고 화염이 아버님을 덮쳤어요. 그때 충격으로 제가
있던 곳이 다시 한 번 더 무너졌고 그 이후 또 기억을 잃었어요. 하지만 운이 좋았는지
병원에서 다시 깨어났고 나중에 아버님이 그때 돌아가신 걸 알게 되었어요. 제 생명의
은인이셨어요. 저를 구하러 아래쪽으로 오지 않았다면, 다른 쪽에 계셨다면 아마
살아계실 수 있었겠죠. 저도 두 달인가를 병원에서 누워 있다가 살아났죠.
퇴원하고서야 당시 사고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알 수 있었답니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게
기적인 거죠. 하지만 아버님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들이 많다는 걸 보고는 놀랐어요.
나를 살려준 분인데, 조종사 과실로 수많은 사상자를 낸 거에 대한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었죠. 그때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을 구해줬다고 들었어요. 나는 인정할 수가
없었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비겁했죠. 나는 살았으니까. 7
년인가 지나서 제가 결혼을 하고 첫애를 임신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버님이 안 계셨으면 이 아이는 내 뱃속에 없었을 거라고. 그래서
항공사에 물어물어 여기를 알게 되었고 가능하면 매년 찾아와 감사를 전해 온 거예요.
작년에는 우리 애들하고 남편하고 같이 왔었는데 올해는 다들 바빠서 혼자 온 거죠.
제가 다음 달에 중국에 넘어갈 일이 생겨서 미리 왔어요.”
계속되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승연은 아버지의 당시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봤다.
그렇게 원망했던 아버진데, 이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함은 무엇이지. 해마다 이곳에 오면
우수상 / 소설 _ 아버지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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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누가 갖다놨는지 하얀 국화꽃이 있었다. 그 비밀이 밝혀졌다.
“고맙습니다. 매년 이곳에 와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도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컸어요. 하지만 운 좋게도 이제야 가족을 만나 직접 전할 수 있네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버님 덕분에 제가 지금 살아있어요. 그리고 우리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한참을 감사했고 눈물을 훔쳤다. 수십 년 동안 담아온 감정이 준비되지 않았던
순간에 흘러나오니 미처 대처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승연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감정을 제어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 손을 붙잡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때문에 승무원이 되고 싶었고, 어제까지 승무원이 된 걸 후회했다.
이제야 가슴 한쪽에 자리 잡고 있던 원망을 지울 수 있게 되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버릴 수 없어 늘 자기를 후벼 파고 있던 존재, 자기가 나태해질 때 핑계 댈
수 있는 방어기제로 써먹던 이중적인 용도로 쓰였던 그 원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필요 없다. 승연이 가야 할 길에 대한 확신이 섰다. 아버지도 같은 생각으로 하늘을
날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 비행기를 몰며 늘 두렵고 겁이 나고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겨내셨다.
다시 돌아가야겠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들, 두렵다고 피하고 돌아선다면 영원히 그들을
욕하면서 살게 되지 않을까. 아버지의 명예는 이제 승연이 직접 돌려놓겠다고
다짐한다.
처음에는 막연히 동경했던 하늘. 오로지 날고 싶기만 했던 곳. 하지만, 오늘부터는
돌아가시기 직전 당신을 믿고 하늘을 날아온 승객들을 한 명이라도 더 안전하게
귀가시키겠다는 아버지의 신념을 이어 가겠다고 다짐한다.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함께하기에 혼자일 때보다 더 멀리 높게 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 오는
승연이었다.
그게 승연의 꿈이다.
우수상 / 소설 _ 아버지의 꽃
운명 공동체
수필부문
일반부
송 진 규
운명 공동체
수필부문 / 일반부 / 송진규
평생을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사람들의 절대적인 응원을 받아볼 수 있고, 팀워크가 주는 감동을
경험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생각해 보았을 때, 항공기 조종사라는 직업은 참
매력적인 직업이다. 역할(항공기 조종)과 목표(안전운항)가 분명하고, 이를 위해 여러
사람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언뜻 매일같이 아무 탈 없이 비행을 하면서 자칫 잊기 쉬운 이
사실이, 가끔 극적인 경험을 하고 나면 삶의 크나큰 명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2016년 4월 #일 저녁, 나는 J기장님과 함께 중국 계림으로 비행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
존경하고 좋아하는 기장님과의 비행은 늘 설레는 법. 이 날도 자칫 지루하기 쉬운 비행
중에도 잠시나마 이런저런 가벼운 이야기들을 하며 비행을 하고 있었다. 목적지 계림의
기상이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을 기대하며.
그도 그럴 것이, 비행 전날과 비행 당일 브리핑룸에서 확인한 계림의 기상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때로 강한 뇌우와 함께 많은 비가 내림’
이것이 계림의 도착 예정시간 기상예보였다. 이 정도 기상예보는 사실 비행 생활을
하면서 종종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 더 이상 비행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은 기상으로 발전한 경우는 거의 없었고 이 날도 아마 무난한 기상상황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비행을 하고 있었다.
계림, 중국 남서부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관광도시. 산과 계곡이 만들어 낸 멋진 풍광을
즐기기 위해 나의 비행기를 탄 승객들은 대부분 산을 좋아하거나 혹은 중국 명산
관광을 위해 여행사 단체 패키지로 계림에 가시는, 부모님 세대의 어르신들이었다.
이른바 효도관광인 것이다. 나는‘이 늦은 밤의 비행기 탑승도 마다하실 승객들이라면
과연 얼마나 많은 설레임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실까?’라고 생각하며 비행기 탑승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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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게이트 앞에 계신 승객들에게 눈인사를 하고 그 날의 비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아무 이상 없이 이륙 후 약 3시간 정도가 지나서였을까. 우리는 서서히
순항고도에서 강하를 시작하였다. 승객들께도 착륙 30분 전을 알리는 방송을 마치고
조종사 상호간 접근 브리핑을 끝낸 후 착륙을 준비하고 있을 즈음, 비행기 진행방향과
전방의 악기상 여부를 알려주는 ND(Navigation Display)가 갑자기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덮이기 시작했다. (ND에 표시되는 노란색과 붉은색은 각각 중간 강도 및
강한 강도의 난기류를 보여준다.) 우리는 전방에 보이는 폭풍우를 피해갈 방향을
신속하게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림을 향한 모든 방향에서 폭풍우가 가득 차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 구름대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 한
순간도 가만히 공중에 떠 있을 수 없는 비행기는 계속 앞으로 빠르게 진행하고 있었고,
ND에는 그마저 남아있던 노란색 구역조차도 빨간색이 덮어가고 있었다. 기상
레이더에 보이는 빨간색 구역은 들어가서는 안 될 구역이라고 배운 것이 순간
생각났다. 너무나 강한 요동으로 비행기가 안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 곳을 피해야해’라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비행기는 순식간에 위아래로 100ft이상씩 요동을 치고 있었고 창밖은 계속되는
번개로 인해 번쩍이고 있었다. 워낙 정교하고 똑똑하게 만들어져 자동비행을 잘하기로
유명한 나의 비행기도 오늘의 날씨에는 힘들어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돌풍과 진동으로
속도계가 춤을 추고 있었고 비행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속도와 최고 속도한계에
순간순간 근접했다가 겨우 벗어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기내 요란이 너무 심해 나는 관제사와 정상적으로 말을 이어가기도 힘들었다. 계속되는
번개로 인한 전자파의 잡음, 창문을 때리는 요란한 빗소리와 번개소리 때문에
무선통신조차 쉽지 않아서, 내가 마이크를 잡고 계속적으로 기수를 돌리도록 요청 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비행기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너무나 절박해서 일까? 나는 마치 영화처럼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착각이 들었다.
나는 객실에 앉아있는 승객들을 생각했다. 저 분들은 지금 어떠한 마음일까?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라 여기면서 눈 앞에 보이지도 않는 조종실에 있을 조종사를 응원하고
있을까? 아니면 익숙하지 않은 위험상황에 놓이게 만든 무능한(?) 조종사 혹은
항공사를 원망하고 있을까? 사실 이 정도의 악기상은 나 조차도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갑자기 그 난리통 속에서 고독이 느껴졌다. 그것은 외로움이기도 했다.
위기의 순간에, 절체절명의 순간에 기장님과 나 밖에 이 세상에 없다는 기분. 조종사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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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을 의지하고 있는 승객들의 기대가 주는 무게, 내가 하는 결정과 조작이 어쩌면
우리를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생각의 무게, 캐빈
승무원을 포함한 승객들의 기대와 의지가 조종실을 가로막고 있는 문을 넘어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게 기장님과 나는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함께 알고 있었다. 각자의 어깨에
놓인 견장 3줄과 4줄의 무게를. 결국 안전하게 비행을 마무리 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사실 그렇게 당연하지만은 않은 ‘안전운항’이라는 가치의 무게를.
설상가상으로 겨우 연락이 닿은 계림공항 관제사는 우리에게 말했다.
“심한 번개와 강우로 인해 공항이 폐쇄되었습니다. 우리 공항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나는 물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공항을 폐쇄할 예정입니까?”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한 시간 동안은 지금의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장님과 나는 한 시간이라는 관제사의 응답에 빠르게 연료계를 보았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연료의 양은? 그리고 한 시간 동안 공중에서 악기상과 싸우며 버틴다면
그동안 소비할 연료의 양은? 그리고 나면 우리가 한 시간 후 가지게 될 연료의 양은?
그런데,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도 우리의 기대와 달리 기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지?
사실 이러한 계산을 하기도 이전에 이미 나는 결심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이 폭풍우를 뚫고 100마일(약 180km) 건너편에 있는 공항에 우리가
갈 수는 없다고.
“기장님, 회항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홍콩으로 가시죠.”
“그렇지? 돌아가자”
기장님의 대답에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기장님도 이미 이 비행을 계림까지 이어가는
데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체공항으로 회항하는
데에도 마찬가지 부담을 느끼고 있던 와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부기장인
나의 의견을 기다리고 계셨을 것이다.
우리는 즉시 비행해오던 방향과 정반대로 기수를 돌려 빠르게 폭풍우 속에서 벗어난 후
홍콩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루트를 찾았다. 관제사에게도 우리의 의사를 밝히고 구름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도를 빠르게 상승했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름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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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났을 때, 밖에서 바라본 폭풍우의 모습은 정말 거대했다. 깜깜한 밤에도 번개가
계속 번쩍여 그 규모를 가늠하기가 어렵지 않았는데, 나는 그 구름을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세상에, 저렇게 거대한 구름덩어리 속에 우리가 있었다니...’
우리 뿐만 아니라 많은 비행기들이 동시에 홍콩으로 몰리고 있었고 관제사는 차례로
안전하게 비행기들을 유도했다. 뇌우 속에서 벗어났고 상황은 빠르게 안정되었지만
나는 내 목소리와 온 몸이 아직도 떨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냉동 창고에 있는
것과 같이 추웠다. 기장님께 티를 내고 싶지 않았지만 아마도 눈치 채고 계시리라
싶었다. 무선통신을 할 때 마다 내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으니까.
기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럴 때 우리가 의지해야할 것은 CRM(Crew Resource Management)과 좋은 습관
밖에 없어.”
그랬다. 우리가 믿을 것은 CRM이었다. 어쩌면 이 말씀을 하시는 것으로 봐서 기장님도
조금은 당황하신 상태이구나 싶었다. CRM은 두 조종사간의 협력뿐 아니라 가용한
모든 자원을 이용하여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을 의미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정리가 안 되어 있을 때, 기장과 부기장이 호흡을 맞추고 캐빈 매니저 및
관제사, 회사 지점연락망 등을 통해 필요한 도움을 강구할 필요가 있었다.
너무 당황하다보니 평소와 다른 행동이나 판단, 조작을 하게 될 경우에 대비해 ‘
올바른 습관’도 중요했다.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비행기가 또 다른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서로 확인하고 조작할 필요가 있었다. 역시나 경험에서 우러나온
기장님의 조언은 나의 얼어있던 뇌를 깨우는 것과 같았다.
캐빈 매니저에게 연락하여 승객과 승무원 중에 혹시라도 다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였으나 다행히 모든 승객이 지시에 잘 따라주어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였다.
다행이었다. 어르신들이 많으신 비행이라 혹여 불편하신 분들이 많을까 각별히
걱정하고 있던 차였다.
우리는 그렇게 홍콩에 안전하게 내렸다. 예정되지 않았던 회항이라 임시 주기장에
비행기를 세우고 나서야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승객 중 몇 분이 멀미가 있어 바람을
쐴 필요가 있다고 하여 탑승용 계단을 항공기에 붙이고 탑승구를 열었다.
사실 나는 그 순간 까지도 승객들의 동요 혹은 하기 후 탑승거부를 조금은 걱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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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 아니면 적어도, 비행기를 이렇게 험하게 운항해도 되느냐는 승객들의
원성이나, 예정된 시각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해 계획이 일그러진 데 대한 승객들의
불만을 걱정하고 있었다. ‘내가 승객이었다면’을 생각했을 때, 그런 경우가 있다
해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우리의 승객들은 조종석 창문 너머로 우리에게 응원을 하고 있었다. 고생이
많았다고, 홍콩에 일단 안전하게 내려주어 고맙다고, 날씨가 괜찮아지면 그 때
안전하게 계림으로 가자고 격려를 하고 있었다. 눈빛으로, 그리고 캐빈 매니저를 통해
전해주는 메시지로.
그것은‘운명공동체’끼리 주고받는 신호였다. 우리는 운명공동체였던 것이다. 마치
폭풍우 속에서 한 배를 탄 승객과 선장처럼, 서로를 원망이나 비난할 여유도 없을 만큼
하나가 되어 있었고 그 응원이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 응원의
힘이 너무나 고마웠다. 끝없는 결정을 해야 하는 매 촌각 속에서도 기장님과 나를
무조건적인 지지를 해주는 150여명의 승객들이 있구나. 우리는 사실은 외로운 듯
했지만, 사실은 외로운 조종사가 아니었구나.
약 두 시간을 기다려 계림의 기상이 확실히 호전되고 다른 비행기들이 정상적으로
계림에 도착하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한 후, 우리는 계림으로의 비행을 다시 시작했다.
바람을 따라 흘러간 구름대가 아직도 계림 근처에서 번쩍이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멀찍이 구름대를 피해 큰 무리 없이 그 날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도착 시간은
예정보다 많이 지연되었지만 다행히 승객들도 너그러이 양해를 해주셨다. 숙소에
도착하여 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아침 해가 뜨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 밤을 지샜지만
긴장을 많이 해서 각성이 된 탓인지,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이것이 한 명의 직업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와 같은 편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서. 서로
믿음을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기장님 등 다른 멤버들과 하나의 팀이라는 것에
감사할 수 있어서.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은 당연하지 않게, 평소처럼 안전하게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모실 수 있어서.
우수상 / 수필 _ 운명 공동체
5월의 비망록
수필부문
일반부
천 가 현
5월의 비망록
수필부문 / 일반부 / 천가현
붉은 화상기가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 나는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뉴욕에서 만난 까무잡잡한 그 사람은 꼭 시골소년 같았다. 수수한 옷차림에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모습이 꽤 인상 깊었다. 손 한 번 스치지 않은 첫 날이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일까 그날 밤 내 꿈에 그 사람이 나왔다. 그 후 뉴욕에서 짧았던 한 주 간의
만남은 여행지라는 것, 그리고 호기심 많은 또래라는 것에 이끌려 서로에게 빠져들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전까지 낯설게만 느껴지던 미국을 마치 오랫동안 그곳에 살았던
것처럼 느끼게 해준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다시 플로리다로 돌아가는 날 우리는 햇살
좋은 5월의 플로리다에서 꼭 다시 만나기로하고 아쉬워하며 돌아섰다.
그 사람은 하늘을 사랑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비행을 사랑했다. 그리고 나는 자신의
꿈을 사랑하는 그 사람을 좋아했다. 그 사람은 미국에서 항공으로 잘 알려진 대학교
에서 항공기 운항을 배우며 비행에 대한 확고한 꿈을 가진 사람이었다. 기장의 꿈과
비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면 그 사람의 눈은 빛났고 자부심 넘치는 표정은 보는
사람마저 뿌듯하게 만들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붉게 물들었다.
내가 머물렀던 뉴욕에는 공항이 3개나 있어서 파란 하늘엔 늘 비행기가 몇 몇 떠있고는
했다. 그럴 때면 사람 많은 맨하탄의 한가운데 서서 내 눈은 비행기 꽁무니를 좇기
바빴다. 크고 작은 비행기, 제트기, 헬리콥터가 그리고 간 희뿌연 흔적만 봐도 내
마음은 울렁이는 무언가로 가득 찼다. 5월을 기다리는 나는 이미 한껏 높이 날아 그
사람이 있는 곳엘 몇 번이고 다녀왔다. 함박눈 내리던 날 코트를 여미며 입국했던
나에게, 이제는 막 잎이 돋아나는 뉴욕의 거리처럼 간질거리는 무언가가 피어났다.
약속했던 5월의 그 날이 오고 새벽부터 들뜬 마음에 공항으로 가는 내내 입 꼬리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을 볼 수 있구나.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멋진 그
사람을 볼 수 있겠구나. 플로리다로 가는 비행기에서 나는 당연히 한숨도 못 잤다.
마음속의‘이것’을 주체할 수가 없어 옆 좌석에 앉은 모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며
넘쳐흐르지 않도록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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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daytona beach. 작은 공항을 종종걸음으로 뛰쳐나갔다. 눈에 익지 않은
야자수들이 곧게 뻗어있고 온몸을 감싸는 바람은 그 사람의 향기를 전해주는 것
같았다. 공항 앞 벤치에 앉아 그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는 그 시간에, 내 살갗은 마음에
동요해 자꾸만 달아올랐다. 더위를 정말 못 참는 내가 따가운 5월 플로리다의 햇빛을
포근하게 느꼈다고 말하면 표현이 될까. 의식하지 않는 척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던
나에게, 그 사람은 한걸음에 달려와 안아주었다. 그곳에서 본 그 사람은 더 자신감에 차
있었고 더 멋있었고, 더 까무잡잡했다.
한 달 쯤 못 봤다고 우리는 퍽 서먹서먹했다. 운전하는 그 사람의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볼 뿐 눈을 마주치기가 간지러웠다. 레스토랑에 도착해 음식을 주문하고 우리는
마주앉아 말이 없었다. 서로의 얼굴을 천천히 쳐다보다 그 사람이 먼저 말문을 열었고
그 간 어떻게 생활했는지, 이미 열심히 연락을 해왔음에도 다시 한 번 말해주었다.
서먹함이 조금 풀릴 즈음 때마침 음식이 나왔고 다정했던 그 사람은 자신이 주문한
음식을 잘라 내 앞에 먼저 놓아 주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온몸을 훑어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에 머물렀다.
음식을 먹으며, 그저 서로를 보는 데에만 집중해 미처 계획하지 못했던 여행 일정을
이야기하였다. 데이토나 비치, 세인트 어거스틴 그리고 올랜도를 여행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뒤 앞으로의 여행과 그 사람에 설레어 괜스레 수다스러웠다.
5일간의 여행 중 단연 기대되는 것은 그 사람이 직접 운항하는 경비행기를 타는
것이었다. 단순히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의 꿈에 직접 발을
내딛는 것 자체로 두근거렸다.
학교 비행장을 가득 채운 작은 비행기들 사이를 담담하게 걸어가는 그 사람의 머리
위로 햇살이 뜨거웠다. 고개를 들어 천천히 하늘을 둘러보았다. 방금 본 그 사람
뒷모습이 잔상에 남아 파란 하늘에 그려졌다. 꼼꼼하게 연료와 비행기 상태를 확인한
그 사람은 나를 먼저 조수석에 태웠다. 이 작은 공간에 둘만 앉아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생각에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 운전석에 앉은 그 사람은 곧바로 우리가 비행
할 루트를 짰고 알아볼 수 없는 말들이 휘갈겨졌다. 따뜻한 바람이 작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자신의 일에 집중한 그 사람의 모습이 바람을 데웠다.
관제탑으로부터 허락이 떨어진 후 우리들을 태운 비행기의 프로펠러가 빠르게
돌아갔다. 활주로를 따라 가볍게 날아오른 그 사람은 나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달아오른 볼이 태양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끝없이
뻗은 해변, 그 깊이와 넓이를 감히 가늠할 수 없는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헤드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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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해 그 사람과 대화를 하며 마치 망망대해에서 둘만의 이야기를 속삭이는 것 같아
눈을 감았다. 관제탑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뿐, 고요하고 따뜻했다. 작은 덜컹거림과
함께 착륙하는 순간 마치 연극이 끝난 듯 멍하게 앉아 이글거리는 활주로를
바라보았다.
“무사히 비행 마친 것을 축하해.”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한 말이다. 생각해보니, 많은 것들에 영향을 받는
경비행기이기에 자칫 겁이 날 수도 있는데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은 채 작은 기체에
몸을 실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의 자신감 있는 모습이 내 걱정을 훔쳐간 것이리라.
비행기에서 내린 우리는 활주로 옆의 작은 음식점에 앉아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항상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던 그 사람의 눈길에 며칠 새 까무잡잡해진 내 살갗은 그
날도 여러 번 홍조를 띄었다. 하루가 길었다. 아니, 무척이나 짧게 느껴졌지만 그 날이
지난 후 1분 1초가 빠짐없이 생각나 ‘길었던 날’로 만들어주었다. 지금은 그
기억들이 퍽 시리다.
헤어지기 전날 밤 우리는 잔잔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기는 하지만, 한 달 후면 나는 그 사람과 거리도 멀뿐더러 시차도
맞지 않는 한국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지만 선뜻 만남을
지속하자 말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은 항상 바쁘게 생활했고 기껏해야 1년에 1번 볼 수
있을까 싶은 나를 감당하기에는 벅찼을 것이다. 그 때문에 짧은 플로리다 여행
와중에도 우리 둘의 대화는 그 주제를 피해야만 했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흑색 파도가
밀려왔다.
떨리는 목소리로 대화가 오갔고 그 날, 밝았던 달은 잘 보이지 않았다.
붉은 화상기가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 나는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비행기가 지나갈 때 눈을 감으면 플로리다 해변의 바다와 하늘이 만나 더 푸르러지는
곳이 생각났다. 뉴욕 하늘에는 역시나 많은 비행기들이 오고갔고 오버랩 되는 그날의
기억들이 다른 이유로 나를 길 한가운데 멈춰 서게 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연락이
오고갔지만 우리의 마지막 대화로 못 박아진 결말에 잉크가 말라버렸다. 텅 빈 마음엔
짭짤한 바닷물이 넘실댔다. 그렇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바다와 만나는 곳에는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가는 내 하늘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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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연하게도 억지로 꾸며놓은 하늘은 오래오래 푸르지 못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애써 외면하던 것들이 수면 위로 고개를 들었고, 인연이라면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부한 말과 함께 그 사람은 멀어졌다. 나는 멀리 날아오르는 그 사람을 따라
잡을 길이 없어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그렇게 서먹해진 우리가 더 이상 연락을 주고받지 않게 되던 날 햇살은 너무나도
뜨거웠다. 바람은 불지 않았고 달은 밝았다. 비행하기 참 좋은 날이겠지. 담담한척 몇
번이고 침을 삼켰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붉은 화상기가 지나가 검게 그을린 살갗을
선크림으로 덮고 또 덮었다.
그 사람이 사랑했던 하늘을 나도 사랑했다. 비행도, 공항 특유의 분위기도. 내가
머무르고 있는 세종시에는 비행기가 잘 지나다니지 않는다. 덕분에 하늘을 바라보던
습관이 조금씩 고쳐지고 있지만 아직도 하루에 열댓 번 그 사람이 내 하늘에 왔다간다.
그런데 잘 웃지는 않는 것 같다. 푹푹 찌는 한여름에 더위를 집어 먹은 내 마음은 꽤
오래 앓았다. 마음속의 뜨거운 ‘더위’를 토해내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까.
헛구역질이 났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열병을 앓으며 하늘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푸른 고요함이 천천히 그리웠다. 오롯이 나와 그 사람만이 있던 그 고요함이. 눈을
감으면 그려지는 야자수, 바다, 하늘, 주인공 그 사람. 입버릇처럼 미국을 그리워했다.
미국이 그리워 그 사람을 더 생각하는 거라고 여기던 날들이 지나고, 오랜만에 들리는
비행기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쳐 든 내 모습을 보며 그 사람이 그리워 미국을
생각하는 것이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날 푸른 고요함이 짙어졌다. 그립고 슬프고
원망스럽다. 숨죽였던 감정들이 넘쳐흘렀고 열병은 조금씩 식어가는 것 같았다.
내가 만든 종이비행기는 항상 오래 날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내 마음대로 접은
종이비행기를 보고, 그 사람이 온갖 전문 지식을 동원해 비행기가 어떻게 하늘을
나는지 설명하던 모습이 생각나 한참을 웃었다. 울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면 큰 종이를 접어 날려봐야지. 그 바람을 타면 오래오래 멀리 날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우수상 / 수필 _ 5월의 비망록
별
시부문
중고등부
박 상 훈
101
비행기를 처음 탔을 때
하늘을 처음 날아본다는 생각에 젖어
마냥 신난 꼬마아이였던 나는
비행기가 뜬지 10분도 되지 않아
토하고 말았다.
처음에 나는 실망했다.
내가 tv에서 봤던,
책에서 읽었던 비행기들과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좁고 시끄러운 비행기에서
나는 토하다 잠이 들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한밤중.
주위에 깬 사람은 나밖에 없어보였다.
비좁은 이코노미석,
그나마 창가자리였던 나는
작은 창문을 열어보았다.
별.
내가 태어나서 본 별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은 별.
검은 하늘에
바늘로 구멍을 내놓은 것 같았다.
별
시부문 / 중고등부 / 박상훈
우수상 / 시 _ 별
102
어린 나는 도착할 때 까지
내내 별을 보았고,
그날의 별들은
tv나 책에서 보는 것보다
하늘은 훨씬 넓고, 아름답다고
내 귀에 속삭여 주었다.
우수상 / 시 _ 별
하늘의 일
소설부문
중고등부
박 원 영
하늘의 일
소설부문 / 중고등부 / 박원영
TV에서는 최근에 발생한 비행기 추락사고에 대한 문제를 논하고 있었다. 뉴욕으로
들어서기 전에 있는 산을 들이받고 우거진 나무속으로 떨어진 비행기. 정말로 안타까운
사고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 친구들과 여행하기
위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탄 여학생들, 부모님 손을 잡고 처음 타는 비행기에
감탄사를 내뱉는 어린아이들, 비행기에 타고 일을 하러 가면서도 쉴 새 없이 노트북을
두드리는 회사원, 신혼부부, 외국인, 손쓸 도리도 없이 추락한 비행기 안에서 수많은
생명이 사라져갔다. 해당 비행기 업체에서는 기체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기장의
실수였다고 우겼으며, 이미 이 세상에는 없는, 아무 잘못도 없을 터인 기장은 조금
이라도 제 몫을 챙기려는 사람들에 의하여 모욕되었다. 왜 아무도 훌륭했던 그를
추모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까. 비행기 추락 당시 가장 먼저 알게 된 사실에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 후들거리는 팔을 부여잡고 기내에 있던 사람들을 안내하던
남자를. 이제 겨우 걷기 시작한 아이를 지키려 아이를 품속에서 보호하며, 정작 자신은
죽어가던 남자를. 이제는 이 세상에는 없는 남자를.
공항은 암묵적인 침묵에 잠겨있었다. 분명 며칠 전의 사고 때문이리라.
그런 사고가 났음에도 가족여행에 들떠 비행기를 탈 가족은 그리 흔하지 않을 테니,
비행기의 좌석은 남아돌 것이며, 항공업체는 본의 아닌 적자에 얼굴을 부여잡고 좌절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도 기장의 추모는 없었다.
정장 안쪽에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린 기장에 대한 추모를 잠시 묻어두며 제
앞에 앉아 있는 노란 머리 남자에게 집중했다. 다니엘, 다니엘이었던가. 분명 그런
이름이었을 것이다. 진지한 표정으로, 내 말을 들으며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는.
“다니엘,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당신의 생각이 궁금할 뿐입니다.”
오랜만에 하는 미국인과의 대화에 저도 모르는 새에 긴장을 한 것인지, 제 입에서
나오는 영어가 영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당신은 왜 많은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고인을
감싸려 하는 거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장의 문제였다고
우수상 / 소설 _ 하늘의 일 105
106
말하며 그저 그렇게, 안전하게 지내고 있는데요. 이유가 있는 겁니까?“
당황스러움에 뒷골이 찌르르, 울렸다. 다니엘이 돌려 말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설마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물어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그가 내 편에 들어선다면 일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되리라는
확신이 생겨났다. 어떻게 해서든 그를 내 편으로 들어서게 하리라.
“이유라고 말씀드릴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니엘. 저는 제가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데에 이유를 두고 싶지 않아요. 그것은 마치, 제가 무언가 이익을 바라고 이
일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들거든요. 사실 저는 무엇에 관련된 글을 쓰겠다고
정했을 때, 이유를 두지 않아요.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사회의 거짓된 정보가 아닌
사실을 밝혀내는 글을 쓰고. 무엇보다 저는 쓰지 않아서 나중에서야‘아, 그때 왜 쓰지
않았지’, 하는 후회가 들지 않게 글을 써요. 지금도 제가 기장의 편에 서서 글을 쓰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여기까지 온 거고요. 다니엘, 이것만으로는
제가 당신의 이해를 돕기에는 무리가 있을까요?”
제가 한 말을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혹시 실수한 것은 없는지 확인하면서도, 눈과 귀는
다니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아직 그는, 다니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가 입을 열면 부정의 말이 나올 것만
같은 기분에 손바닥에 땀이 차올라, 다니엘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며
미끌미끌해진 손바닥을 바지에 대충 문질렀다.
“김, 당신은 아주 훌륭한 사람입니다.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로요. 후회가 없게 글을
쓴다니, 그 말이 저를 매료시키는군요. 하지만요, 김. 당신이 당신만의 정의를 따라서
글을 쓴다면 당신은 분명 부정당할 겁니다. 사람들의 기억 속이나, 어디에서든지.
사회는 새로운 것을 원하지만 눈에 거슬리는 것을 싫어하니까요. 김, 만약 당신이 이
일을 해서, 무언가 잘못된다면 당신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세상에서 없었던 사람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후회하지 않을 겁니까? 후회하지 않고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루고 싶습니까?”
다니엘은 지금 당연한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 일을 하지 않아서 후회할
일은 있어도, 이 일을 하고서, 그리고 사람들에게 부정당하더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으리라. 아마도, 따위의 수식어는 내게 필요 없었다. 나는 그저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옳은 일을 하고 싶은 것뿐이니 내가 이 일을 함에 있어 후회가 있을 리가 없었다.
“다니엘, 당신은 제가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언가가 잘못되어서 사람들의
입이나 인터넷에 저를 비판하는 말이 수없이 나온다면, 절벽 끝에 내몰린 제가
우수상 / 소설 _ 하늘의 일
107
주저앉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그렇게 된다면 저는 좌절할 것이고 울부짖겠지만,
저는 저를 절벽으로 내몬 그것들 앞에 주저앉지는 않을 겁니다. 주저앉을 바에야
절벽에서 뛰어내리겠지요. 저는 그런 사람입니다. 하고 싶은 대로,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스스로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은 비판하는 사람이요. 당신은
그런 생각을 하신 적이 없습니까? 거짓말을 알리라면 거짓말을 알리고, 숨기라면
숨기고. 그런 행동은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것을 바로 잡으려 용기내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이 세상이 너무 더럽다고. 나는 그저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그런 생각을 하신 적이 없습니까? 저는 아마도
당신이 그런 생각을 한 번 쯤은 해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젠 손끝이, 팔뚝이, 전신이 떨려왔다. 마치 제 시간에 약을 먹지 않아 돌아버린
사람처럼. 분명 진정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진정을 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
제 생각을 이렇게까지 털어놓은 적이 처음이라. 더 이상은 스스로 단어 하나하나를
생각하며 내뱉을 수가 없었다.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은 제가 항상 속으로 감춰온
말이었으며, 지금 저는 제 안에 있던 모든 것이 밖으로 내보내는 중이었다.
아직 떨리는 손끌을 무릎 아래로 떨구며 다니엘에게 시선을 주었을 때, 다니엘은 활짝
웃고 있었다. 마치, 그 웃음은 마치.
“당신의 생각을 잘 알겠습니다. 비록 우리가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저는 항상 당신의 기사나 책을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저를
놀라게 한다고요. 당신은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당신이 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인지, 그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제가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저는 당신의 대단한 목표를 돕고 싶군요. 괜찮을까요, 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았다. 내려올 생각도 없었던, 내려오지 않으려하던 동아줄을
제가 설득시킨 것이다!
마치 제가 어딘가의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는 우월감?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그것이 아닐까. 다니엘, 그를 설득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그가 웃으며 저를 도와주겠다고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웃음이 펴져 나왔다. 다른 이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가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그가 내게 웃어주며 말했다고.
“제가 당신을 돕게 될 줄이야, 정말 영광스럽네요. 김, 부족하겠지만 조금이나마
당신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정식으로 제 소개를 하자면 미국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중인, 다니엘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수상 / 소설 _ 하늘의 일
108
다니엘이 정장의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며, 서로 명함을 교환하자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몸짓으로 명함을 내밀었다. 그의 행동에 나는 흔쾌히 제 명함을 꺼내어
그에게 건내며 그의 명함을 받아들었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다니엘. 저는 한국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김종서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늘이 푸르고, 그 푸르른 하늘을 가로지르며 비행기 한 대가 지나간다. 저 비행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어떤 기분일까. 불행히도 제가 타고 있는 비행기가 갑자기
추락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마음 졸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런 것에 신경
쓸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고, 안대를 쓰고 자고 있는 사람이
타고 있을 수도 있으며, 의외로 비행기를 탔다는 설레는 마음에 잠겨 있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승객은 대부분 그렇겠지. 그렇다면 기장은 어떤 마음일까. 운전 중일 터인
기장은 사고가 일어나서 온갖 모욕을 당한 기장의 일을 알고 있을 텐데, 어쩌면 자신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행기 하나가
추락했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버렸고,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로
기장을 모욕하고 있다.
나는 억울하게 모욕당하는 기장의 억울함을 풀 것이고, 진실을 알릴 것이다. 하늘에서
일어난 일이고, 심지어는 증인도 모두 죽어버렸으니, 제멋대로 지껄여도 된다는
사람들을 세상에 알리며, 그들에게 기장은 당신들이 멋대로 모욕해도 되는 존재가
아니며 오히려 욕을 먹어야하는 사람들은 당신들이 아니냐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난
후에는, 아마도 내 이름의 뒤에 항상 따라붙었던 기자라는 단어가 사라지리라. 그렇게
된다면 분명 슬프겠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이니.
다니엘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김, 김! 하고.
먼저 다니엘과 내가 간 곳은 비행기가 추락한 산속이었다. 그곳에 가봐야 뭘 알 수
있겠냐만은 그곳이 아니고서야 마땅히 증거를 모을 만한 곳을 없었다. 한 곳이 있다면,
추락한 비행기를 만든 회사일까. 거기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가면 증거는커녕
그쪽에서 우리를 몰아붙일 것이다. 우선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 속에서 뭐든지 알아내야
할 것이다.
우수상 / 소설 _ 하늘의 일
109
나무가 부러지고, 어디에서 튀어나온 것일지 모르는 고철 덩어리 사이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비행기의 본체가 보였다. 비행기의 본체가 옳은 말일까, 유감스럽게도
비행기는 본래의 형체만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지 양옆의 날개는 이미 뜯겨져 옆에
나뒹굴고 있었으며, 본체의 내부에는 흙이며 비행기의 잔해들로 가득 차있었다.
비행기의 시체라고 한다면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만큼 광경은 참혹했으며,
마치 사람의 시체를 볼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아마도 나는 시체의 산을
보고 있는 것이리라. 이곳에서 몇 명의 생명이 죽어나갔던가.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과
함께, 울고 있는 아이를 감싸며 기장 또한 죽었을 것이다.
만약 기장이 지금 제 앞에 있다면 저는 꼭 그의 손을 잡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제가
당신에게 얽힌 수많은 모욕들을 풀어낼 것이며, 당신에게 그 모욕들을 얽히게 한
사람들에게서 사죄를 받아낼 것이라고, 설사 실패하게 된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니 당신은 그만 쉬라고.
다니엘과 나는 먼저 비행기와 그 주변의 참혹한 광경이 전부 카메라 속에 담을 수 있는
위치에서 셔터를 눌렀다. 참혹한 광경을 찍고 싶지 않다고 갑자기 불쑥 든 생각에
유난히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이 무겁다고 생각했다. 이런 광경을 본 사람들이 어떻게
감히 이 사건에 대하여 논할 수 있을까. 그런 것을 논할 시간에 사죄를 하고 추모를 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가. 어떻게 감히 이런 광경을 보고도 기장의 탓이라고
몰아붙일 수 있는 것인지. 당신들의 멱살을 잡고 소리치고 싶었다. 너희가 죽은 사람을
다시 한 번 죽이는구나, 하고.
비행기의 내부로 들어가려는 우리를 비행기 근처를 돌아다니던 경찰이 불러 세웠다.
“당신들은 왜 여기를 돌아다니고 계시는 겁니까. 관광이라면 돌아가셔야 할 겁니다.”
당연히 우리를 관광객이려니, 하고 생각하는 듯한 경찰은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타국에서의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알 길이 없어 그저
머리만 굴리고 있으니 옆에서 다니엘이 말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입니다. 갑자기 일에 방해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취재를 위하여 비행기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은데요, 그리고
괜찮다면 인터뷰도 하고 싶고요. 안될까요?”
다니엘이 차분하게 말하며 정장 안쪽에서 명함을 꺼내 경찰에게 건네자 위협적으로
인상을 쓰고 있던 경찰이 조금이나마 안심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 다니엘 씨. 당신의 글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아무리
기자라고 하셔도 비행기에 들어가는 것은 곤란합니다.”
우수상 / 소설 _ 하늘의 일
110
“왜 들어가지 못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그게,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당신들이 비행기 근처에 갔다가 만약
폭발사고라도 일어난다면.”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내가 끼어든 것은 경찰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뜸을 들일 때였다.
이 때 대화에 끼어든 것은 잘한 일이었을 수도 있고, 성급했던 것일 수도 있다.
“저, 폭발이라뇨? 만약 폭발물이 있었다면 그것은 추락할 때 터졌을 것이고, 그것이
지금 터지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게다가 저는 비행기 폭발 사고는 테러 이외에는
폭발사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예? 예에. 물론 그렇겠지만 저희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고...”
경찰은 경찰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물러설 생각이 없었기에 서로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쓸데없이 시간을 버렸다. 분명 폭발 따위는 있을 리가 없는 일인데, 왜 경찰은 계속
폭발만을 운운하며 우리를 막는 것일까. 설마, 하는 것이지만 혹시 그는 무언가 알고
있음에도 숨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당신이 동행을 하면 되지 않습니까. 저희는 비행기 안에서 무언가를 건드
리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비행기 내부를 둘러보고 셔터나 몇 번 누르고 나올
겁니다. 그리고 후에 나오는 기자나 어디에도 그 일에 대한 언급은 없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경찰관님, 저희는 꼭 비행기 안을 둘러보아야 합니다.”
서로 꽤나 기분이 상한 상태에서 -어쩌면 경찰은 폭력을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다니엘이 침착한 목소리로 경찰에게 부탁했다. 다니엘의 말에 경찰은 험악한 인상을
조금이나마 누그러트리며 다니엘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정말, 당신들은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을 것입니까?”
“예, 그저 사진만을 찍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무슨 글을 쓰든 이 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을 것을 약속하실 수
있으십니까?”
“예, 이후에 당신에게는 전혀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만약 믿지
못하시겠다면 제 손목을 걸지요.”
다니엘이 살짝 웃으며 말했지만, 경찰은 그의 웃음을 흘겨보기만 할 뿐 그의 농을
받아쳐주지는 않았다.
“그럼 보기만 하는 겁니다. 그리고 바로 나올 거고요.”
경찰은 그렇게 말하고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며 한숨을 쉬었다. 얼핏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에게 합리화하는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우수상 / 소설 _ 하늘의 일
111
밖에서는 본 것보다 훨씬 더 참혹한 내부의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뜯어져 나간
벽면이며, 바닥에는 알 수 없는 가루들과 본래 비행기의 한 부분이었을 부품들로
뒤덮였고, 심지어 의자나 형태가 남아있는 벽에는 피가 튀어있었다. 피의 아래에는
원하지 않았던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누군가가 그것을 치웠겠지.
피 튀긴 곳 아래 지금은 없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있었을 사람들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먼저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야 할지 비행기의 문제점을 찾아야 할지 고민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데 집중했다가 중요한 부분을 놓치면 곤란했고, 눈으로만 보다가
증거자료를 남기지 않으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그런 제 고민을 어떻게 알아챘는지
다니엘이 손에 든 카메라를 살짝 흔들며 내게 웃어 보였다.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저 너머에서 들리는 듯했다. 한 번 집중하면 다른 곳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의 기자들이라지만 나는 유난히 그것이 심했다. 그래서
친구들은 내게 그것을 네 단점이라고 했으며, 또 누군가는 내 그런 점을 고치라며
설득시키기도 했다.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조언이나 행동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다니엘이 누르는 카메라의 셔터 소리와 경찰의 숨소리는 좋지 않은 스피커를 통해서
나오는 소리처럼 울리고, 노이즈가 섞여있었다. 그래서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으로 귀를 막아버리고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만 집중했다. 여기저기
얽혀있는 전선들, 굳건히 닫혀있어야 마땅한데 추락의 충격으로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버린 문, 본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망가져버린 수많은 버튼들. 이것들이
눈을 통해 들어와 뇌 속에서 분리되었다. 기장이 버튼을 착각하여 그 때문에 일어난
사고일까? 아니, 그럴 일은 없다. 증거라고 할 것은 없지만 기장의 실수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만약 그의 실수였다면 비행기를 제 위치로 돌려놓으려고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았을 텐데, 비행기는 그저 잘 날아오던 중 갑자기 추락한 것이다. 그렇다면
비행기는 왜 갑자기 추락한 것일까. 기장의 실수가 아니라면, 의심해 볼 수 있는 것은
기체의 이상 정도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과거 뉴스로 보도되었던 기장이나 부기장이
자살을 하려 비행기를 고의적으로 추락시킨 것일까. 뉴스나 경찰은 비행기 회사에서
말하는 기장의 실수에 집착하고 있지만, 만약 부기장의 실수나 의도라면 어떨까. 만약,
만약, 꼬리에 꼬리를 물로 수많은 추측들이 튀어나왔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은
억지스럽고 억지로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하지만. 시선을 이리저리 굴렸다. 과연 내 예상
중에 답이 있을까, 이곳저곳 부수어져 형태나 고작 알아보는 이 비행기에서 내가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치켜드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좌우로
우수상 / 소설 _ 하늘의 일
112
흔들었다. 부정적인 생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무언가를 밟았나 싶었더니 곧 시야가 크게 돌아가며 바닥과 충돌하는 느낌이 들었다.
밟은 것은 비행기의 파편이었던가. 눈물이 찔끔 새어 나왔다. 바닥에 깔려있던 파편
이며 흙이며, 심지어는 유리 따위가 제 볼이며 손바닥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김?
괜찮아요? 오, 이런. 김, 볼에 유리가 심하게 박혔는데요, 무릎도 그렇고요. 빨리
여기에서 나가서 구급차를 불러야겠어요. 김, 괜찮아요?”
“아니요, 다니엘. 아직 갈 수 없어요. 저는 아직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요, 그러니 갈 수
없어요. 조금만 기다려줘요, 분명 찾을 수 있어요. 조금만, 조금만.”
넘어지면서 근처에 널려있던 파편들에 쓸린 볼이며 이곳저곳이 쓰라려왔음에도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일어섰다. 조금만 더 찾으면 저는 분명 찾을 수 있어요. 그렇죠,
다니엘?
문의 개념이 없는 이 황량한 공간 속에서 조심스레 비행기 머리 부분으로 이동했다.
기장실, 태어나서 두 번째로 들어간 기장실은 끔찍했다. 어렸을 때 처음 본 기장실은
내게 있어 신비롭고 멋진 공간이었는데, 지금 이 곳은 그때 보았던 것과 같은 공간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어둡고, 암울하며 무너져있었다. 추락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바닥에 떨어진 수많은 버튼들과 깨진 유리들로 부서진 그곳은 더 이상 예전에
제가 알던 그곳이 아니었다. 끔찍한 광경. 그럼에도 두 눈을 뜨고 이미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버튼들을 살폈다. 예전에 이 기계들만 봐도 비행기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의, 그 어렸을 때의 기억에
의존하며 손가락으로 버튼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려니 분명 이상한 점은 있었다.
엉뚱한 곳으로 기울어져 있는 막대기와 하나, 깜박거리는 빛이 의미하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참을 기장실에 서서 몰려있는 버튼들에 시선을 주고 있던 나와 내 시선이 가는 곳을
카메라로 되짚고 있는 다니엘. 기장실은, 비행기는 카메라의 셔터 소리와 몇 명의
사람들이 숨을 쉬고 있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다니엘, 당신은 비행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나요?”
숨소리와 셔터 소리만이 휘감는 장소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나였다.
“예? 아니요, 저는 비행기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여기에 이 부품 하나도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겠군요. 당신은 비행기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나요, 김?”
“아니요,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그저 어렸을 때, 지인에게 조금 배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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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때의 기억이 아직까지 나네요. 그리고 다니엘, 이제
돌아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에게 제가 무엇을 발견했으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는 제삼자인 경찰이 아직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인 경찰은 눈가에 잡힌 주름을 문지르며 우리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었지만 아마도 그는 우리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조용한 곳에서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듣게
되는 법이니까. 게다가 경찰이 여기에서 들은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으니 입단속을 하는 것이 옳았다.
“보고 싶은 것은 다 보셨습니까? 그렇다면 이제 돌아가도 되는 겁니까?”
“예, 감사합니다.”
“예에.”
경찰은 어서 돌아가고 싶다는 기색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말했다. 누군가에게 들킬까
불안한 것일까? 하지만 이런 곳에 오는 사람이 또 있을까.
다니엘과 내가 예약해둔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차를
타고 몇 시간이나 이동하고, 또 경찰과 말다툼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비행기를 보는 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느라 아침과 점심, 저녁을 모두 걸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먼저 식사를 하러 가자는 내 말에 다니엘도 동의를 표했다. 우리가 늦은
저녁식사로 선택한 것은 작은 피자집이었다. 호텔 근처에서 발견한 곳이었는데, 늦은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꽤 많은 것으로 보아 유명한 가계인 듯했다. 금발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어 올린 젊은 직원에게 다니엘은 치즈 피자를, 나는 양송이 수프와
토마토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직원이 우리가 주문한 메뉴를 읊으며 카운터로 돌아가자,
내가 주문한 메뉴에 대해 다니엘이 ‘피자집에 왔으면 피자를 시켜야죠, 아니면 저
아름다운 직원분께 좀 더 많은 말이 하고 싶으셨던 겁니까?’라고 웃음기 어린 목소리
로 놀렸다. 그에 나는 ‘저는 저 아름다운 직원분보다 매력적이신 신사분께 더 호감이
가는데요.’라며 맞장구를 친 후에, 다니엘과 나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웃었다.
조금 후에 나온 음식들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다니엘이 먹으라며 준 치즈피자는
한국의 것과 달리 굉장히 부드러웠으며, 양송이 수프와 토마토 스파게티 또한
마찬가지였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런 맛있는 가계를 발견한 나는 굉장히 기분이
좋아져 다니엘에게 2차로 술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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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2차는 룸에 올라가서 하는 것은 어떨까요? 거기라면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고, 또 저희 둘 다 취해서 걸을 수 없는 상태에서 무리해서 택시를 타고 다음 날
지갑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될 일도 없잖아요?”
나는 다니엘의 유쾌한 농담에 크게 웃으며 물론 좋다고 대답했다.
호텔 룸 안에는 여러 종류의 술이 들어있는 냉장고가 있었다. 처음에는 잠만 잘 용도로
호텔을 예약하려 했는데 다니엘이 나를 말리며 직접 예약하더니, 나로서는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캔맥주를 따는 소리가 경쾌했다. 그리고 그것을 들고 있는 남자의 표정도 좋았고.
경찰과 타협을 한 적도 처음이었고, 다니엘의 손짓이 부드럽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의외로 다니엘이 유머러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비행기가 추락한 원인을
알게 된 것이 오늘 알게 된 것들 중에서 가장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었다.“김,
이제는 저희가 글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일만 남았네요. 저는 당신이 훌륭한 글을
써서 기장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 무슨 소리예요, 다니엘. 제가 아니라 저희가 써야죠. 그리고 마지막에 기자
다니엘, 김종서. 딱 그렇게 적어놓자고요!”
“하지만요, 김. 이 일은 당신이 전부 했는걸요. 저는 그저 사진만 찍었을 뿐이에요.”
“당신이 사진만 찍었다고요? 누가 그래요! 이 일은 당신이 모두 한 겁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비행기 근처에도 못 가고 포개했을걸요. 당신 덕분입니다,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그저 영광일 따름인데요.”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잠시 동안 침묵했다. 이제부터 나올 말들이 결코 좋은 이야기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아냈더라도 수많은 생명을 다시 살릴 수 없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니엘, 혹시 당신도 보셨나요? 추락 원인을요.”
“아니요, 저는 전혀 보지 못 했습니다. 김, 말해주실 수 있나요? 당신이 발견한 추락
원인을요.”
“제가 이걸 맨정신으로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정말,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이 겨우, 겨우.”
이를 꽉 물며 눈물을 삼켰다.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은 이유입니다. 차라리 기장의
실수가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아요. 이건, 이런 건
다니엘은 내게 답을 재촉하지도 않았고, 그저 묵묵히 나를 기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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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당신이 찍은 사진을 볼 수 있을까요?”
내 말에 다니엘은 물론이라며 카메라를 노트북에 연결했다. 나는 다니엘이 찍은 사진
중에서 부서진 바닥 사이로 보이는 연료통이 나와 있는 사진과 그것을 가까이에서 찍은
기계의 사진을 한 장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보세요, 여기 연료통 사진은 이미 망가져서 알기 어렵지만, 여기 기계는 그나마
알아볼 수 있지요? 여기에 있는 이 기계가 연료의 양을 알려주는 것인데, 지금 이
기계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있습니다. 이게 이쪽으로 가있다는 것은 제가 알기로 연료가
부족할 때 이 기계가 이쪽을 향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의 추락 원인이
비행기은 그것일 겁니다. 연료 부족이요.”
내가 말을 마치고 우리를 감싼 것은 당황스러운 사고에 대한 침묵이었다. 나도,
다니엘도 설마 연료의 문제이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객기는
출발하기 전에 검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비행기는 검사를
받지 않은 것, 또는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된다. 이 두 가지 중에서 답은 물론
후자이고.
“김, 수고하셨어요.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찾지 못한 문제를 찾은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기장의 오해를 풀 수 있게 되었고요. 힘내서 같이 글을 써야죠. 이런 웃기는
상황일수록 이 글은 주목받을 수 있을 겁니다. 김? 울어요?”
다니엘의 말에 아니라고, 대답을 하려 했지만 눈에서 넘쳐흐르는 눈물 때문에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다니엘과 서로 부분을 나누어 글을 쓰기로 했다. 이 사건에 대한 문제점을 적고 사진을
편집하는 일은 다니엘이 맡기로 했고, 나는 문제가 연료의 부족이었음을 설명할
것이다. 우리가 예상하기에 이 기사는 아주 짧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연료
부족’이라는 말에 중심을 둘 것이다. 이 웃기는 상황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서. 그동안 당신들은 잘못이 없는 사람을 욕했던 것이니, 그에게 사과하라고.
그리고 마지막에 그렇게 적을 것이다, 기자-다니엘, 김종서.
무엇보다 기사를 읽어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은 기장을 모욕했던, 비행기 업체의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이 내 기사를 읽고 거짓말 아니냐며 항의 전화를 했을 때,
그들에게 전부 너희들의 잘못이니 고인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소리를 질러준 후에
전화를 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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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는 최근에 발생한 비행기 추락사고에 대하여 논하고 있었다. 산으로
추락해버린 비행기, 기장의 잘못이라 우기던 비행기 업체, 그들의 말에 그들을
모욕했던 사람들, 그리고 나타난 짧은 기사.
TV에서는 최근에 발생한 비행기 추락사고의 원인이 연료 부족임을 알리고 있었다.
기사가 거짓말이 아님을 증명하는 자료는 이미 충분히 있었다. 미국의 경찰들과
비행기에 대해 유식한 몇 사람들이 비행기의 연료가 부족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TV
앞에 놓인 탁자 위에서는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려대고 있었지만, 그것에 답해줄 생각은
없었다. TV에서 시선을 떼고 옆에 신문을 보고 있는 다니엘에게 돌렸다.
“다니엘, 고마워요. 덕분에 이 일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래서요, 김. 당신이 이 일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뭐예요? 당신의 정의를 위해서,
물론 그것도 맞지만 왠지 저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니엘이 보고 있던 신문에서 시선을 떼고 나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그의 말에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였다.
“이건 비밀인데요, 사실은 제 아버지였거든요.”
“네?”
“사고 난 비행기 기장 말이에요, 사실 제 아버지예요.”
“세상에, 전혀 몰랐는데요. 하지만 당신은 그 사고가 일어난 날 울지 않았죠?”
“남자는 우는 게 아니니까요, 저는 남자거든요. 그것보다 저는 당신이 어떻게
아셨는지 궁금하네요.”
항상 다니엘이 내게 치는 것과 비슷한 장난을 따라해 보며 말했다.
“그건, 기자의 감이에요, 김.”
“오, 다니엘. 별로 재미없는걸요.”
우수상 / 소설 _ 하늘의 일
하늘로 날아오른 종이비행기
소설부문
중고등부
전 하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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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관제탑은 바다위의 등대처럼 환하게 빛났다. 의자에 기대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범중의 눈동자는 하나도 힘이 없어보였다. 옆에서 힐끔거리며 범중을
쳐다보던 윤희는 이제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고는 타워를
나서기 전 범중을 향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선배님 도대체 왜 그러세요?”
그 말 속에는 원망과 미움이 서려있었다. 윤희의 행동에 모든 관제사들이 하던 것을
멈추었지만 그 것도 잠시 다들 자신이 하고 있던 일로 돌아가 버렸다. 범중은 타워
밖으로 나가버리는 윤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내 윤희를 따라 나섰다.
범중이 따라오는 것을 느낀 윤희는 걸음을 멈추고는 홱 돌아서 범중을 노려보았다.
범중은 고개를 떨어뜨리면서 말했다.“나 그만두기로 했다.”
범중의 갑작스러운 말에 윤희는 다짜고짜 따지듯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범중은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인 것처럼 우울해 보였다.
“댈리스 공항에서 일하게 될 거야. 그냥 거기에서 봉사나 하면서 살려고.”
범중은 말끝을 흐렸고 더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범중이 가장 미안했던 사람은 윤희였다. 항공기 승무원이 되고 싶었던 윤희는 계속되는
실패에 범중을 따라 항공교통관제사가 되었다. 범중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후배였고 선배라고 부르며 범중을 가장 잘 따랐던 윤희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범중은 점점 활기를 잃어갔다. 관제탑에서도 멍하니 앉아있기
일쑤였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걸핏하면 화를 냈다. 완전히 뒤바뀐 범중의 모습에
윤희는 그 이유를 물었지만 그때마다 범중은 윤희의 말을 무시해버렸다.
대학교 시절부터 범중을 알아왔던 윤희는 범중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계속되는 범중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윤희는 그 누구보다 범중이 왜
그렇게 항공교통관제사가 되려고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늘로 날아오른 종이비행기
소설부문 / 중고등부 / 전하세
우수상 / 소설 _ 하늘로 날아오른 종이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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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비행기에 관심이 많았던 범중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은 하늘이었다. 길을
걷다가도 비행기가 날아오는 소리를 들으면 머리위로 지나가는 비행기가 만들어 내는
하얀 비행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부러워했다.
항공과 관련된 분야로 나가고 싶었던 범중은 대학교에서도 항공교통 관제과를 나왔다.
중학교 시절 항공 직업 체험을 하던 도중 가장 마지막에 소개되었던 항공교통 관제사를
알게 된 이후 변함없이 노력해온 결과였다. 남들보다 항상 더 열심이었던 범중은
졸업하자마자 곧 바로 항공교통관제사의 길을 걸었다. 마침내 관제사가 되었을 때는
자신조차 믿기지가 않을 만큼 기쁨과 설렘에 가득 찼고 사람들은 푸른색 셔츠에 독수리
마크를 단 범중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원하던 항공교통관제사가
된 이후에도 범중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허전함이 가득했다. 범중이 느끼는
삶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삶이었고 늘 동료 관제사와의 경쟁 속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범중에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따분함뿐이었다. 범중이 이런
생각으로부터 발버둥 치면 칠수록 점점 아무 방향도 없는 공허함이 그를 옭아 매였다.
그제 서야 범중은 쉴 세 없이 바쁜 업무에 자신의 삶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매 순간 긴장감이라는 짐을 벗어놓을 수 없었고 그로인한 스트레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금 범중 위로 펼쳐진 하늘은 범중이 알고
있었던 하늘이 아니었다. 그 하늘은 범중의 수첩처럼 검고 또 검었다.
범중이 댈리스 공항을 알게 된 것은 이년 전 어느 밤이었다. 모르던 사람으로부터 온
이메일은 국제 구호기구와 관련된 사람임을 밝히고 있었고 긴급하게 댈리스 공항에서
관제를 할 관제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의 삶에 지쳐버린 범중은 결국
모든 것을 정리하기로 결심했고 고민 끝에 중동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의
목적지는 댈리스국제공항이었다. 기내에 안내방송이 울려 퍼지며 서서히 몸이
뜨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행기가 고도를 높이자 창문 밖 너머는 하얀 구름으로 가득
찼고 범중은 점점 아늑하고 평화로운 공간으로 빠져들었다.
알람시계가 작은 소리를 내며 울리기 시작했다. 새벽별이 뜬 지금 늦지 않게
도착하려면 지금 당장 일어나야 하지만 게으름은 여전히 범중을 놓아주지 않았다.
알람이 세 번 더 울린 후에야 일어나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탁상위에 올려둔 두꺼운
검정색 수첩을 펼쳐 오늘 있는 비행 스케줄을 훑어보았다. 어제에 비하면 오늘은
한가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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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사이로 모서리가 튀어나와 있는 편지봉투를 발견하자마자 범중은 재빨리 봉투를
열어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발신자를 확인하지 않아도 이곳까지 편지를 보낸 사람은
한국에 계신 어머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난주에 이어 부쩍 많아진 편지가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을 보여주듯 걸상 위 자그마한 상자에 차곡차곡 쌓여있었는데
어제 온 편지를 이제야 읽고 있는 것이었다. 한국을 떠난 이후 범중이 기억하는
어머니의 얼굴은 범중의 지갑 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사진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흘러갈수록 고향에 대한 향수가 점점 깊어져 가고 있었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온 마당에 쉽게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새벽공기는 맑고 시원했고 별은 비행기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밝게 빛났다. 어쩌면
하늘의 저 별들도 모두 비행기일지도 모르지만 오늘 만큼은 별이라고 믿고 싶은
범중이었다.
댈리스 공항에서 항공관제사로 일한지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다른 공항에
비하면 작고 아담했지만 범중에게 있어서 가장 큰 의미를 가지는 공간이었다.
범중이 처음으로 댈리스 공항에 오던 날부터 여기서 가장 오랫동안 지내온 사람은
다니엘이었다.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는 웃을 때마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갈색머리와 눈에 띄게 흰 피부는 한국인이이라고 하기 보다는 서양인에
가까웠지만 유쾌하고 정확한 발음은 전형적인 서울말로 한국인인 범중보다도 더
나아보일 정도였다. 다니엘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언어에 타고난 재능을
보였는데 심지어 이곳에 있는 현지인들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어 통역관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다니엘이 댈리스 공항으로 오게 된 이유 또한 범중과 비슷했기
때문에 둘은 서로 죽이 잘 맞았다.
다른 날과 다름없이 관제를 하고 있는 범중에게 다니엘이 다가와 물었다.
“범중. 그 소식 들었어?”
다니엘의 말에 범중은 잠시 헤드폰을 내려놓고 말했다.
“무슨 소식인데?”
다니엘은 아직도 모르고 있었냐는 듯이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여기로 새로운 관제사가 온다고 하던데, 그 사람이 한국인이래.”
범중은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인이라는 말에 가슴이 뛰었다.
한국에서 또 다른 관제사를 파견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다른 관제사들도 범중에게
고향 친구가 생기게 되었다면서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범중은 기쁨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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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관제사들은 파견되기보다는 자원해서
오는 경우가 많았던 까닭에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이라는 말이 더더욱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주가 지나고 새로운 관제사가 도착하던 날 범중은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 있었다.
처음 오게 되는 한국인 관제사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여객기가 착륙하고 게이트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은 뜻밖에도 윤희였다. 범중은 놀란 나머지 인사도 건네지 않고 물었다.
“네가 여긴 웬일이야?”
범중의 말에 놀랐는지 윤희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선배님이 여기 계시다는 말을 듣고 왔어요.”
그 말에 범중은 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새로 파견된 관제사가 바로 윤희였던
것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범중은 동아리 모임에서 윤희를 처음 만났다. 후배였던 윤희는
선배인 범중에게 늘 많은 것들을 물어보곤 했다. 관제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윤희는 누구보다도 하늘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늘 사소한 것 하나 놓치는 법이
없었다.
범중은 그런 윤희가 부러웠고 한편으로는 관제사가 되려고 하는 이유도 궁금했다.
“굳이 항공교통관제사가 되려는 이유가 있어?”
갑작스러운 범중의 말에 윤희는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더니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냥요”
“그냥?”
뜻밖의 대답에 범중은 다시 물었다.
“정말로 그게 전부야?”
“그냥 하늘이 좋아서요. 관제사가 되서 하늘을 책임진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어요. 선배는 안 그래요?”
윤희에 대답에 범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범중도 어릴 적부터 관제사의 꿈을
키워왔지만 아직까지도 그 물음에 대한 해답만큼은 여전히 원점이었다. 윤희에게
물었던 질문은 늘 자기 자신에게 물어왔던 질문이자,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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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찾아오고 윤희가 관제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범중은 학교를 졸업했다. 범중을 따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근무지를 선택한 윤희는
삼년이 넘도록 범중과 한 팀이 되어 일했지만 한국을 떠난 이후에는 한동안 연락 한 번
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윤희가 댈리스 공항으로, 그것도 자원하여
오게 된 것이었다.
이틀 뒤 범중이 공항에 다다르자 먼저 나와 있는 윤희를 볼 수 있었다. 어제 밤 윤희와
했던 내기에서 이기고자 일부러 새벽 일찍 나왔는데도 윤희는 언제나 그렇듯 범중을
앞서 있었다.
“선배, 제가 먼저 도착했으니까 오늘 저녁은 선배가 사시는 겁니다.”
윤희는 자기가 이길 줄 알았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범중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싶었으나 그 말에 순순히 넘어갈 윤희가 아니었다.
“알았어. 그럼 오늘 업무 끝내고 나면 시내에 가서 내가 저녁 살게.”
그날따라 비행 스케줄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범중은 저녁때 시내에 내려가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계획에 왠지 기분이 좋았다.
관제타워에 올라가자 밤새 야간 관제를 하고 있었던 다니엘이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있었다. 교대시간을 넉넉하게 남기고 근무를 시작한 범중을 의아하게 쳐다보던
다니엘이 바라보던 시선을 레이더에서 범중에게로 옮겼다.
“왜 지금 왔어?”
다니엘이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물었다. 범중은 사실대로 말하려다 다니엘이 같이
가자고 조를 것이 뻔해보였기 때문에 그럴 듯한 거짓말을 둘러댔다.
“아 다니엘, 어제 다 못 끝낸 일이 남았는데 하는 김에 네 것도 도와줄게.”
다니엘은 충분히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위아래로 크게 흔들며 사실도 모른 채 마치
자신을 생각해 주는 범중이 고맙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다니엘의 웃음을 그냥 넘기기
그랬던 범중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어제 작정하다 만 서류철을 뒤적였다. 원하던
서류를 찾고 나자 범중은 오늘의 비행 스케줄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점검했다. 오전에만
2대의 C130항공기가 구호물품을 수송하기 위해 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유럽과 중동을 이어주는 댈리스 공항은 근처에 난민들을 위한 난민 캠프가
위치하였기에 구호물품을 나르는 수송기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끔씩 관광을 위한
항공기들이 오기도 하지만 대형 여객기가 착륙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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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지로 배정되는 사람들도 손에 꼽을 정도 여서 다른 공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원도 큰 문제 중 하나였고 다른 사람의 몫까지도 짊어지고 가야하는 상황이었지만
때마침 윤희가 온 뒤로는 업무가 한결 더 수월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범중이었다.
서서히 태양이 떠오르자 범중은 저 멀리 높게 뜬 구름 위를 바라보고 관제 타워 밖을
주시하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서쪽하늘에는 비구름이 잔뜩 껴있었지만 아직 활주로는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제 곧 우기가 시작되면 폭풍우가 자주 몰아칠
것이 분명했다. 폭풍우가 몰아치면 아무래도 조종사와 관제사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고 그 만큼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컸다. 아직까지 큰 사고가 난 적은
없지만 어떤 상황이 닥쳐도 관제사의 신중한 판단에 항공기의 안전이 달려있는
셈이었다. 이글거리는 뙤약볕을 피해 나무 한 그루 없는 활주로를 서성거리며 착륙할
수송기를 기다리는 정비사들의 모습도 눈에 보였다.
“도착시간이 너무 늦어지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착륙해야 할 수송기가 삼십 분이 지나도록 보이지 않으니 혹여나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있는 참이었다.
몇 시간 전 타워와 교신을 시도하는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범중은 재빨리
응답하였고 조종사와의 교신을 끝내고 범중은 한 가지 사항을 덧붙였다.
“북서쪽에서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으니 동쪽으로 선회 비행하기 바란다.”
조종사는 교신을 유지하겠다고 하며 다 이해한 것처럼 짧게 대답했다.
“카피.”
그런데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교신이 갑자기 끊겨버린 것이었다. 범중은
수송기가 무사히 잘 착륙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서쪽하늘을 검게 덮은
비구름은 자꾸 거슬렸다. 불안한 마음을 졸이며 서 있던 그 순간 뒤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알파 원 항공기와 교신이 닿았습니다. 기체에는 이상이 없고 곧 착륙할
예정이랍니다.”
아무 말도 없이 교신이 끊긴 걸로 보아하니 노후 된 기체가 또 말썽을 일으킨
모양이었다.
“그래도 무사하다니 다행이네.”
범중은 작은 소리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우수상 / 소설 _ 하늘로 날아오른 종이비행기
125
잠시 후 거대한 엔진 소리와 함께 기다리던 수송기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송기가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다가오더니 마침내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범중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걱정으로 가득했던 마음을 뒤로 한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사히 착륙한 수송기는 활주로를 따라 격납고로 이동해 싣고 왔던 수하물과
구호물품을 내렸다. 먼저 도착한 수송기의 뒤를 이어 두 번째 수송기가 무사히
착륙하자 오전에 있었던 비행 스케줄이 모두 끝났다. 범중은 마지막으로 검은색 수첩을
확인하고는 빠르게 관제 타워를 빠져나왔다. 공항 입구에서는 이미 윤희가 나와
있었다.
윤희가 타고 있던 흰색 승용차는 비포장도로가 많은 이곳에서 시내를 벗어나 더 멀리
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던 범중은 무작정 차에 타 시내로 향했다.
최근 들어 많아진 업무 탓에 다른 것을 할 수 없었는데 오랜만에 누리는 자유에 범중은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시내부터는 포장된 도로 대신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져 있었다. 차에서 내려 걸어가기로
한 범중은 뜨거운 햇볕에 마치 화난 사람인 마냥 얼굴을 찡그렸지만 마음만큼은
평화로웠다.
거리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고 드문드문 있는 상점들도 눈에 띄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있었기에 아이들을 제외하면 거리는 한산한
편이었다. 모퉁이를 돌자 시내에서도 가장 좋은 식당이 나왔다. 좋은 식당이라고
해봐야 종업원과 그나마 맛이 괜찮은 현지 음식이 있는 게 전부였지만 이마저도 없는
곳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범중은 식당에서도 바깥이 훤히 보이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주문을 받으러 온 종업원에게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며 늘 먹던
메뉴를 주문했다. 아랍어와 비슷한 현지어를 이해할 수는 없어도 어느 나라에서나
몸짓을 통한 의사소통은 가능한 법이었다.
잠시 후 한 소년이 쟁반 가득 담긴 요리를 들고서는 천천히 범중을 향해 다가왔다. 겨우
열다섯 살이 조금 넘어 보이는 소년이기에 무슨 사연을 가지고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아 보이던 소년은 예상대로 몇 걸음을 체
걷지 못하고 그만 쟁반을 엎어버리고 말았다. 그 소리에 종업원이 달려 나오더니
현지어로 무언가 하소연하는 것처럼 거듭 사과를 했다. 괜찮다는 범중의 말에 소년은
고개를 숙이며 계속해서 영어로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 할 뿐이었다. 현지어를 할 줄
우수상 / 소설 _ 하늘로 날아오른 종이비행기
126
몰랐던 범중은 소년이 이해할지는 몰랐지만 영어로 간단하게 이름을 물었다. 소년은
알아들었는지 다시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킵.”
범중은 영어를 알아듣는 아킵에게 이번에는 조금 더 어려운 질문을 건넸다.
“여기서 일하는 거니? 부모님은 어디계시고?”
아킵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일 것이었다.
아킵은 영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에 고아임에도 불구하고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한국에서는 한창 부모님 아래에서 자라야 할 나이일 텐데.’
범중은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난민들과 전쟁고아들이 발생했다. 부모님을 잃거나 가족에게서 떨어져버린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은 고아로 남겨졌고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국제구호기구에서 매년 구호물품과 식량을 지원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늘어나는
난민들을 돕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난민들이 거주 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도 이제는 모두 가득 차 난민 캠프도 임시방편으로 천막을 만들어 놓은
것뿐이었다. 난민들의 수가 급증하자 바다를 건너 유럽지역으로 향하는 난민들도
나타났다. 버려진 배나 뗏목 등을 타고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바다를 건너는 건 목숨을
거는 행위와 다름없었지만 어디를 가나 난민들을 기다리는 것은 고통과 불안이었다.
비록 위험천만하더라도 유럽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 그들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어쩌면 아킵에게는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 자체도 감사한 것일지도 몰랐다.
추위와 굶주림 속에 고통 받는 아이들도 많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는 범중은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아이들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삶을
생각해보면 이곳의 아이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힘든 삶을 스스로 살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범중이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매주 토요일마다 학교에
나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아이들에게 아는 것을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는
것뿐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문을 나설 때 까지도 아킵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처음 보는
아이었는데도 왠지 모르게 다시금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공항으로 돌아와서도 범중은 그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범중의 머릿속에는
눈동자만이 밝게 빛나고 있었던 아킵의 모습이 맴돌았다.
토요일 아침이 밝자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범중은 가장 먼저 기상 상태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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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폭풍우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우기가 시작되려면 일주일정도가 더 지나야 했다.
범중은 가방가득 색종이들을 넣었다. 묵직한 종이들은 몇 백장정도 되어 보였고 학교에
있는 아이들과 종이접기를 할 만큼 충분했다. 늘 범중이 곁에 두고 있는 검정색 수첩도
잊지 않았다.
난민 캠프 안에 있는 학교에 도착하자 아이들이 범중을 보고 달려 나왔다. 금세
아이들로 겹겹이 둘러싸인 범중은 아이들을 한명씩 안아주며 천천히 발걸음을 뗐다.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아이들은 모두 천막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비록 현지어를 할 줄 모르지만 그것은 범중이 하는 모습을 잘 따라하는 아이들 덕분에
수업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종이를 나누어주자 서로서로 한 장씩 챙겨주는 아이들의 모습은 서로
경쟁하기에 바쁜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범중은 커다란 종이를 순서대로 접기 시작했다. 빠르게 따라하는 아이들은 옆에 있던
친구를 도와주며 순서를 맞추어 나갔다.
마침내 종이비행기가 완성되자 범중은 아이들을 이끌고 공터로 나갔다. 황량한 모래밭
위에선 범중이 먼저 시범을 보이기 위해 종이비행기를 던지는 시늉을 하였다.
“자 던진다.”
범중은 아이들에게 외쳤다. 마침내 힘찬 손놀림과 함께 범중의 종이비행기가 하늘을
박차고 날았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도 굴하지 않고 종이비행기는 자유롭게 하늘을
비행했다. 아이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들려왔다. 범중의 비행기가 땅에 떨어지기 전
이어서 하늘을 나는 종이비행기들이 꼬리를 물었다. 수백 대의 종이비행기가 하늘을
날자 공터는 울긋불긋한 색깔의 종이비행기로 가득 찼다. 땅은 비행기의 그림자로 가득
찼고 뜨거운 햇살은 종이비행기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어느 곳에서도 이 난민캠프 속
작은 학교에서 날아오른 종이비행기를 따라하지 못할 것이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그렇게 하늘을 날았다.
수업이 끝나고 범중은 다시 터벅터벅 흙길을 걸으며 시내로 나갔다. 오늘 아이들
속에서 아킵을 찾았지만 끝내 보이지 않았다. 난민 캠프 근처를 비롯해 이 지역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였지만 이상하게도 아킵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범중은 아킵을 처음 만났던 식당으로 향했다. 모퉁이를 돌자 식당 앞에 쪼그려
앉아있는 아킵을 볼 수 있었다. 범중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무릎을 굽혀 아킵을
살폈다. 얼굴과 팔 곳곳에 시퍼런 멍 자국이 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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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범중은 걱정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킵은 말 대신 감긴 눈꺼풀을 깜박였고
넘쳤던 생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범중은 아킵을 들쳐 매고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다. 아킵은 구타를 당해 몸 구석구석이 부어오른 상태였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지 심각한 탈수 증세를 보였다. 몸을 반쯤 일으켜 세운 아킵은 천천히 물을
들이키더니 이내 곧 잠이 들었다.
범중은 아킵을 두고 올 수 없었다. 모른 체 하더라도 평생 동안 후회로 남을 것이
확실했다. 결국 범중은 집으로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야간관제 때문에 집에 혼자 남을
아킵이 걱정됬던 범중은 아킵을 관제타워 한 구석에 있는 긴 의자에 눕혀 놓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윤희와 다니엘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것처럼 범중을
바라보았다.
“선배님 이제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세요?”
윤희는 앞날을 걱정하며 말했다.
다시 아킵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던 범중이었지만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이튿날 아킵은 금세 기운을 차리고 일어났다. 얼굴에 멍든 자국은 여전했지만
눈빛만큼은 되살아나 있었다. 범중은 그런 아킵을 돌려 보내야 한다는 것에 큰
죄책감을 느꼈다. 처음부터 아킵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모를까 이제는 범중이 모든 것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범중은 맛있게 사탕을 핥아먹고 있는 아킵에게 영어로
물었다.
“아킵, 여기에 남아서 계속 살고 싶니?”
아킵은 범중의 속마음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저는 여기가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제가 계속 남는다면 아저씨가 힘들어질 거예요.
저는 이만큼 아저씨가 도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아킵의 말에 범중은 마음 한 구석이 쓰라려 왔다. 한국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이곳에 온
것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었기 때문인데 정작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범중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킵을 난민캠프에 있는 고아원에 대려다 주던 날 범중은 아킵에게 두꺼운 책을
건넸다. 범중은 아킵이 그저 다른 아이들처럼 살아가길 바라지 않았다. 범중은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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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어주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배우는 것이 가장 먼저였다. 아킵은 고맙다는 듯이
두 손으로 책을 받더니 활짝 웃었다. 범중은 두 팔로 꼭 안아주었다. 아킵이 고아원으로
들어가고 있을 때 범중은 다시 아킵을 불렀다.
“아킵! 잠깐만 기다려봐”
아킵은 걸어가던 것을 그만두고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범중은 아킵의 손에 작은 펜던트를 쥐어 주었다. 독수리 마크가 새겨진 항공 관제사의
상징이었다. 아킵은 자신의 손에서 햇살을 받아 빛나는 펜던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눈에서는 반짝이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범중은 다시 한 번 아킵을 안아
주었다.
“꼭 열심히 해서 다시 만나는 거야.”
범중이 귓가에 속삭였다. 아킵은 다시 생긋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되었지만 표정만큼은 환했다.
그로부터 삼년이 더 흐르고 범중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서둘렀다. 이곳에
있으면서 진정한 관제사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이제는 그 책임을 다시 지고 갈 때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윤희의 말이 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늘을 정말로
좋아한다면 그 하늘을 책임지는 일 또한 행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관제사는
그 짐을 지고 가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비행기를 타며 행복해하는
승객들을 보면서 밤낮 없이 일하는 것 그것이 관제사가 걸어가야 할 길이었다. 범중은
검은색 수첩을 덮었다. 그리고는 다시 하늘을 머금은 것 같은 푸른색 수첩을 펼쳤다.
그리고는 수첩 속에 끼워두었던 아킴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기내에서 안내방송이 나오고 잠시 후 비행기는 엄청난 속도로 땅에서 멀어져 가며
동시에 가까이서 보이던 댈리스 공항은 점점 작아져 갔다. 이윽고 비행기 밖은 하얀
구름들로 가득 찼다. 범중의 푸른 수첩에 보이는 것들은 어느새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갔다.
인천국제공항의 관제타워는 댈리스 공항에 비하면 정말 넓었다. 최첨단 장비들을 통해
아주 효율적인 관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많다는 게 가장
신기했다. 5분에 한 대 꼴로 항공기가 이착륙을 하였는데 댈리스 공항에서 분주했던
것이 여기서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바쁜 것이 오히려 범중에게는 힘이 되었다.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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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를 하는 것이 더 이상 지겹지가 않았다. 매 순간 새로운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즐겁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따라 윤희는 범중이 바보처럼 웃고
다닌다며 종종 놀려대었고 그럴 때마다 범중은 더욱 크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다시 활력을 되찾은 범중에게 한 가지 걱정 되는 것이라면 댈리스 공항을 떠난
이후로 한 번도 보지 못한 아킵이었다.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는 지 궁금했지만 달리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처음 몇 번은 공항에 남은 다니엘이 가주었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더 이상 부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범중은 공항 내에 있는 작은 카페에 앉아 푸른 수첩을 꺼내 들었다. 범중과 같이 환하게
웃고 있는 아킵의 사진이 수첩의 가장 앞장에 꽂혀 있었다. 범중이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윤희가 와서 마주보고 앉았다.
“선배님 여기 계셨네요. 한참을 찾아다녔어요. 선배님 앞으로 소포 하나가
왔더라고요.”
윤희는 옆에 맨 가방에서 손바닥 만한크기의 상자를 꺼내 범중의 앞에 내려놓았다.
“발신자는 모르겠는데 확실한건 댈리스 공항에서 왔다는 거예요.”
“어? 거기서는 올게 없는데?”
범중은 다니엘이 보냈을 거라는 생각에 작은 상자를 열었다.
상자를 열어본 범중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묵묵부답인 범중이 답답했는지
윤희도 고개를 내밀어 상자 안을 들여다보았다.
은색바탕에 독수리 무늬가 새겨진 펜던트가 상자 가운데에 고정되어 있었다.
펜던트. 분명히 이것은 범중이 떠나기 전 아킵 손에 쥐여 준 것이었다. 그때와 다르지
않게 그날도 여전히 그 펜던트는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펜던트를 바라보던 범중은
상자 속 가장 아래에 있는 종이비행기를 발견했다. 곱고 반듯하게 접혀져 있는
종이비행기는 범중이 아이들과 만들었던 비행기임이 틀림없었다. 범중이
종이비행기를 힘차게 던지자 종이비행기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푸른 구름위로
자유로운 비행이 시작되었다.
우수상 / 소설 _ 하늘로 날아오른 종이비행기
행복한 시간들
수필부문
중고등부
추 보 경
행복한 시간들
수필부문 / 중고등부 / 추보경
‘여행’하면 떠오르는 있는가?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생각나는 것이 있냐 물었을
때, 나는 설렘, 비행기, 함께 하는 즐거움, 갈 땐 좋지만 올 땐 힘들고, 아쉬운 것 등등이
생각난다. 왜, 비행기가 떠오르냐 하면, 우리 가족은 사실 부모님이 바쁘셔서 국내로
주말 같은 데에 짧게 다녀온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방학 때 2주-3주 정도잡고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또 아빠 출장 가실 때 따라가서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기기에
비행기가 생각이 났다. 한 번 비행기를 타면 비행 시간이 길기에 그 속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즐거웠던 일들도, 힘들었던 일, 특히 웃픈 일들도 많이 있었다. 흔히 비행기
탈 때 하는 장난말“비행기 탈 때는 신발을 벗고 타야해.”나와 10살 터울 나는 늦둥이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동생에게 이 말이 통했었다. 지금은 7살이라 몇 번 당해서 속지
않지만 예전에 더 어렸을 땐 속아서 정말 벗고 들어가서 주변 사람들과 깔깔거리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또, 같은 칸에 탄 아기가 계속 울어서 다 같이 힘들었던 일, 아픈
사람이 생겨 걱정됐었던 일, 기류를 잘못 만나서 기내가 흔들려 무서웠던 일 등 이
때마다 승무원 언니들이 안정시켜주고, 처리해주어서 너무너무 감사했었다. 그래도
항상 힘든 비행 끝엔 ‘꿀’과 같은 여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필리핀(세브)로 여행을 갔는데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스쿠버다이빙이었다. 처음에 들어가기 전에 연습할 땐 무섭기도
했었지만 에메랄드 빛 바다 색깔을 보니 산소호흡기 때문에 무겁고, 압력 때문에
들어가기 힘들었는데 오색빛깔 물고기들과 예쁜 산호숲들을 보니 그런 것을 금방
잊었다. 근데 나는 아저씨 왼쪽, 삼촌은 오른쪽 손을 잡고 들어갔는데 갑자기 삼촌이 물
위쪽으로 몸이 올라갔었다. 그러고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긴 했는데, 나중에 왜
그랬냐고 물어봤는데 무서워서 힘을 뺐더니 몸이 떠서 그대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손짓으로 위험하다고 하고 끌고 가서 끌려갔다고 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여행 중에 구경을 하다 어느 도로를 지난 적이 있는데 엄마가 나는 앞에 걸어가고
있는데“보경아, 이거 봐.”라면서 어떤 건물을 가르켰다. 나는 앞에 가고 있어서
엄마가 누구랑 얘기하는 지 돌아보았다. 그런데 엄마가 동냥하던 아이와 손을 잡고
있어서 엄마! 하고 불렀더니 엄마가 깜짝 놀랐었다. 내가 손을 잡은 줄 알고 건물을
우수상 / 수필 _ 행복한 시간들 133
가르켰는데 손 잡은 아이는 동냥을 하려고 손을 잡았던 것이었다. 결국 그 아이가 하는
말이“원 다랄 플리즈”라고 해서 돈을 주었더니 땡큐! 라며 해맑게 웃어서 웃기지만
안타깝기도 했던 일이었다. 매일 밤에 세브의 시장에 가서 예쁜 과일들과 음식들을
사서 들어가 얘기를 나누며 먹고 놀다 잘 때는 부모님방, 나와 삼촌방을 따로 써서
삼촌과 영화를 보면서 잠을 잔 기억도 난다. 밤에 시장에 갔다가 들어갈 때 쯤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는데, 어느 날은 개 한 마리가 있길래 뭣 모르고 놀리다가 정말
주인이 오지 않았으면 물릴 뻔했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여행 일정 동안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체험도 많이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첫 여행을 마무리하며 돌아왔다.
그런데 왠지 엄마가 직접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시기상 한국에 돌아올 때 동생이 생긴
것 같았다. 두 번째 여행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동생이 조금 커서 엄마, 아빠, 나,
동생 이렇게 네 식구와 함께 여행을 다녔다. 태국여행을 다녀왔는데, 방콕의 왕궁과
사원들은 정말 신비스럽고, 멋있었다. 그 곳에서 사람들이 기도를 하길래, 나도 같이
기도를 했었다. 동물원과 식물원이 기억에 남는데, 특히 동물원은 너무 커서 안에 가족
전용 차가 있어서 그걸 타고 다녔다. 코끼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코끼리 쇼를 볼
때와 코끼리 코에 앉아 같이 놀 때는 좋았지만 코끼리가 사육사 아저씨한테 혼나는
것을 보니 너무나 속상했었다. 또, 코끼리 쇼에서 코끼리에게 줄 바나나를 아이들이
팔았는데 6살 쯤 되어보이는 꼬마들이 돌아다니면서 정말 애원을 하며 바나나를 팔고
있어서 너무 속상했다. 식물원의 이름은‘농눅빌리지’였는데 그곳 또한 엄청나게
넓었고, 신기하게 생긴 식물들이 너무 많았었다. 그 때 아빠한테 왜 이름이
농눅빌리지냐고 물어봤는데 농눅 할머니가 지어서 농눅 빌리지라 해서 설마하며
웃었지만 진짜라고 해서 놀랐었다. 또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게이 쇼’였는데
예쁜 언니들이 나와서 춤을 추었는데 알고 보니 남자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었다.
태국에서 잊을 수 없던 것 중 하나는‘향기’이다.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적으이 되지
않아 고생했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이 여행에서부터 김 가루와 볶음고추장은 내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우리 가족은 항상 여행을 할 때 자유여행을 선호하기에
부모님께서 태국여행을 먼저 다녀오신 적이 있어 다행히 부모님께서 음식이 맞지
않을까봐 가져온 것들이 그렇게 쓰였다. 자유여행이라 동생이 어려 힘들긴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세 번째 여행은 중학교 1학년 때, 싱가폴 여행이었다. 사실 이 여행에서 시작이 좋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비행기 안의 사건 때문이었다. 비행기가 출발할 때 3시간 연착된
마당에, 겨우 출발했더니 내 옆자리에 앉은 취객 때문에 첫째 날과 둘째 날 일정을
134 우수상 / 수필 _ 행복한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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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쳤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계속 술을 마시더니 취해서
나한테 몇시냐고 언제 도착하냐고 자꾸 반복해서 물어보고, 실연당했는지 나한테
신세한탄을 하였다. 보다 못한 승무원들이 술을 그만 하라고 제기했었는데, 그 때부터
난동을 피워 결국 도착해서 경찰서로 끌려가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새벽 도착이라 너무 피곤해서 첫째 날 공항에서 오는 길에 졸아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었는데 둘째 날 오후에 거리에 나가보니 너무 예쁘고 깨끗한 도시였다. 차들
색깔도 가지각색이었다. 시티투어를 한다고 2층 히포버스를 타고 도시를 돌았는데
건물들이 특이하고 신기하게 생긴 것이 많아 시티투어를 두 번이나 했다. 특히‘마리나
베이 샌즈’라고 세 기둥 위에 배 모양 구조물을 올린 건축물이 기억에 남는데 그 배
모양이 수영장이라 너무 신기했다. 그 건물이 호텔이라 마지막 날에 거기서 묵고 다음
날 그 위 수영장에 갔는데, 전경이 너무 멋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나라 쌍용
건설에서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그 곳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센토사
섬의‘유니버셜 스튜디오’와‘루찌&스카이라이더’이다. 센토사 섬에 들어갈 EO
케이블 카를 타고 가야 하는데, 그것도 너무 멋있고, 놀이공원도 정말 예쁘고
재미있었다. 특히‘루찌&스카이라이더’는 언덕에서 썰매같은 것을 조종하면서 타는
것인데, 내가 마치 카트라이더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싱가폴에서는 다행이
음식이 잘 맞았는데, 해산물 요리가 맛있었다. 그 중 칠리크랩은 아무도 못이길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여행은 배운 것과 볼거리가 정말 많은 여행이었다.
네 번째 여행은 중학교 2학년 때, 홍콩과 마카오로 다녀왔었다. 이 때는 삼촌네와 함께
다녀왔었는데, 마카오는 건물들이 정말 휘양찬란했고, 도박의 도시라 할 만큼 널린 게
카지노였다.
그곳에서 물쇼를 보았는데, 정말 예뻤다. 홍콩에서는 날씨가 좋지않아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디즈니랜드도 다녀오고, 중국의 이면도 보았다.
다섯 번쨰 여행은 발리여행을 다녀왔다. 중학교 3학년 때였는데, 그때 발리 현지에서
화산재 폭발 때문에 비행기가 하루하고 9시간이 연착됬었다. 그래서 인천공항 주변에
바다가 근처에 가서 하루 묶고 다음날 발리로 갔는데, 그 하루도 알차게 보내 뜻밖의
경험이라 너무 좋았다.
도착했을 때에는 공항에서부터 발리의 기운이 느껴졌었다. 친절하게 인사해 주는
모습이 친근했고, 정겨웠다. 발리에서는 서핑을 처음 배웠는데, 현지에서 영어를 하는
현지인 친구를 사귀어 아직도 연락을 한다. 서핑을 배울 때 어려웠지만 하다 보니 물에
빠지는 것조차 재밌고, 서로 놀리면서 즐기다 보니 실력도 늘었었다.‘우붓’이라는
우수상 / 수필 _ 행복한 시간들
136
지역에 간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그곳에서 원숭이 공원을 갔었다. 근데 원숭이가
손버릇이 않좋아서 머리위에 올라타 아빠의 선글라스를 훔쳐가기도 하고 ,동생이
원숭이들에게 주려고 한 바나나를 통째로 가져가기도 해 난감한 상황을 겪기도 했었다.
그곳에서는 풀 빌라에서 묵었었는데, 지나가는데 도마뱀이 있어 깜짝놀래기도 했지만
지내다 보니 익숙해져 자연과 친해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발리에서도 또 다른 좋은
경험을 해서 너무 행복했다.
나는 지금도 여행을 사랑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나고도 더 사랑할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배운 것들과 경험들은 정말 잊지 못할 기억으로 평생 남을 것이다.
우수상 / 수필 _ 행복한 시간들
꿈을 닮은 비행기
시부문
초등부
정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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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에
꼭 박혀 있는 비행기 하나
할 일 많은 내 마음 속에
콕 박혀 있는 나의 꿈
비행기는 나의 꿈을 닮았다.
내 눈을 홀리게 하는 나의 꿈처럼
비행기도 내 마음을 홀리게 한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 마음을 들뜨게 하는 나의 꿈처럼
비행기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 마음을 들뜨게 한다.
나의 꿈을 닮은 비행기
그래서 나는
비행기가 좋다.
꿈을 닮은 비행기
시부문 / 초등부 / 정 진
우수상 / 시 _ 꿈을 닮은 비행기
걸스 스튜어디스
소설부문
초등부
김 서 현
걸스 스튜어디스
소설부문 / 초등부 / 김서현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별이는 오늘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내로 들어오는 어린이 승객들에게 인사를 한다.
유치원생처럼 보이는 어린이 승객이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을 본 별이는 총총걸음으로
걸어가 비행기 표를 살펴본 후 자리로 안내해 준다.
“고마워요, 누나.”
“별말씀을요!”
별이는 나이 어린 승객에게도 깍듯이 존댓말을 하면서 예쁜 미소를 보여 준다. 별이가
직업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별이는 걸스 스튜어디스로 뽑힌 어엿한
승무원이다.
어른하고 같이 비행기를 타면 너무 지루하고 재밌는 놀이도 할 수 없다는 어린이들의
불만이 접수되었다. 또 어른들은 아이들 때문에 너무 시끄럽다고 불평했다. 그래서
‘해피해피’ 항공사는 어린이 전용 비행기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어른 스튜어디스가
어린이 전용 비행기에서 일했지만, 어린이 승객들이 어른 스튜어디스가 싫다고
불평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걸스 스튜어디스’!
걸스 스튜어디스를 뽑는다는 말을 들은 별이는 뛸 듯이 기뻤다. 별이의 꿈은
스튜어디스였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기도 전에 스튜어디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별이는 정말 행복했다.
우수상 / 소설 _ 걸스 스튜어디스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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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걸스 스튜어디스의 선발 조건이 어른 스튜어디스하고
달랐단 것이다. ‘해피해피’ 항공사의 모집 광고는 이랬다.
“걸스 스튜어디스를 모집합니다! 키가 크지 않아도 됩니다. 통통해도 좋아요.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은 초등학교 여학생은 누구나 응모할
수 있습니다!”
모집 광고를 본 별이는 어리둥절했다. 뭘 준비해야 좋을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기회를 놓치기 싶지 않았던 별이는 바로 신청했다.
‘해피해피’ 항공사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은 별이는 시간에 맞게 항공사에
도착했다. 그런데 면접장에 들어갔더니 근엄한 표정의 아저씨나 아주머니 대신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면접관 여섯 명이 앉아 있었다.
“혹시 동생이 있나요? 있다면 동생하고 뭘 하고 놀아요?”
대여섯 살 정도 돼 보이는 남자 아이가 별이에게 질문했다.
“네, 남동생하고 여동생이 셋이나 있어요. 둘째 남동생은 레고를 갖고 노는 것을
좋아해요. 나는 레고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동생이 좋아하니까 같이 놀아 줘요. 또
셋째 남동생이 레슬링을 좋아해서 가끔 레슬링도 같이 해요. 그리고 막내
여동생은......”
“합격!”
별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면접관 여섯 명이 동시에 외쳤다.
별이는 이렇게 해서 생각보다 쉽게 스튜어디스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꿈을
쉽게 이루었다고 스튜어디스 일을 쉽게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2년
동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어린이 승객들이 모두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한 후에, 안전벨트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우수상 / 소설 _ 걸스 스튜어디스
145
확인해야 한다. 별이는 앞쪽에서부터 천천히 걸어가면서 꼼꼼히 확인한다.
“승객님, 이렇게 벨트를 매면 풀어질지도 모르거든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별이는 다정한 어투로 말하면서 안전벨트를 고쳐 매 준다.
참, 어른 스튜어디스하고 다른 게 또 있다. 별이는 어른 스튜어디스처럼 몸에 달라붙는
스커트를 입거나 굽이 높은 구두를 신지 않는다.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는다. 계속
서서 어린이 승객들을 돌봐야 하고 같이 놀아 줘야 하는데, 스커트나 구두는 활동하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싫어! 싫어! 콜라 줘!”
어디선가 또 일이 터졌나 보다. 소리만 듣고도 무슨 일인지 감을 잡은 별이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재빨리 걸어간다.
대여섯 살 정도 돼 보이는 꼬마 신사가 주스 대신 콜라를 마시겠다고 투정을 부리고
있다. 그 옆에서는 며칠 전에 새로 입사한 하나가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서 있다.
별이가 방긋 웃으면서 말한다.
“승객님, 콜라 마시고 싶죠? 달콤하니까요. 저도 콜라를 얼마나 좋아한다고요. 그래서
이가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별이는 몸을 살짝 뒤로 돌리고 나서 미리 준비해 둔 김을 이에 붙인 다음에 꼬마
신사에게 보여 준다.
“그래서 이가 이렇게 까맣게 됐어요. 승객님도 이렇게 까만 이를 갖고 싶다면 콜라를
마셔도 돼요.”
별이의 까만 이를 본 꼬마 신사가 얼굴이 하얗게 변하더니 고개를 흔들면서 말한다.
우수상 / 소설 _ 걸스 스튜어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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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콜라 안 마실래요. 주스 마실게요.”
“콜라를 마셔도 되는데 승객님이 주스를 마시고 싶다면 주스를 드릴게요.”
별이의 말을 들은 하나가 예쁜 뽀로로 컵에 주스를 쪼르르 따라서 준다.
“역시 별이 언니는 대단해.”
하나가 존경스럽다는 눈빛으로 별이를 본다.
“너도 조금 더 익숙해지면 나처럼 할 수 있을 거야.”
별이는 살짝 윙크를 하면서 하나에게 용기를 준다. 하나는 6개월 전에 우연히
비행기에서 일하는 별이를 보고는 별이처럼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어 지원했다.
“심심하단 말이야! 게임기 줘! 게임기! 게임기!”
어린이 전용 비행기에서는 쉴 새 없이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난다. 이번에도 별이가
나선다. 별이가 고개를 돌려 보니까 별이 또래의 남자 아이가 험악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다.
“승객님, 정말 멋지고 잘생기셨어요. 친구들한테도 인기가 많을 것 같네요. 마침 양쪽
옆자리에 예쁜 숙녀 승객님과 멋진 신사 승객님이 계시네요. 서로 인사 나누셨나요?
혼자 게임하는 것보다 세분이서 보드 게임을 하면 긴 비행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 것
같은데요.”
“어, 그게......”
남자 아이가 머뭇거리자, 옆에 앉아 있던 또래 여자 아이가 손을 내밀면서 악수를
청한다.
“안녕. 난 6학년 김나미라고 해. 반가워.”
우수상 / 소설 _ 걸스 스튜어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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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래. 나도 6학년인데. 난 이지운. 반가워.”
“난 5학년. 안효운이야!”
셋이서 악수 나누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별이가 보드 게임을 건네주었다.
지운이는 보드 게임을 받아들고는 말한다.
“셋이 같이 할래?”
“응!”
“좋아!”
이번에도 완벽하게 해결!
‘역시 난 타고난 스튜어디스라니까!’
별이는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코를 찡그리며 생긋 웃는다.
지금부터는 진땀나는 식사 시간이다!
별이는 전쟁을 앞둔 군인처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음식을 나눠 준다.
“아이, 난 비빔밥 싫어하는데!”
“무나물은 물렁물렁해서 싫어요!”
“햄버거 주세요!”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늘 있는 일이지만 식사시간을 무사히
넘기려면 진땀을 빼야 한다.
별이는 미리 준비해 둔 동영상을 틀어 준다. 맛없어 보이는 햄버거 사진, 아주 느끼해
보이는 카르보나라 사진, 기름 범벅 새우튀김, 튀김옷이 두꺼운 말라비틀어진 치킨
사진이 연이어 등장한다.
우수상 / 소설 _ 걸스 스튜어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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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런 것을 먹고 싶다는 건가요? 보기만 해도 속이 느글거리고 느끼하지 않아요?
게다가 외국에 나가면 한국 전통 음식을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아요. 비빔밥이 얼마나
맛있다고요!”
별이가 하나에게 눈짓을 하자, 하나가 바로 비빔밥을 가져온다.
“다들 저처럼 한번 해 보세요. 가장 잘하는 분께는 특별 선물을 드릴 거예요! 맨 처음에
튜브 고추장 뚜껑을 열고......”
불평을 늘어놓던 어린이 승객들이 별이가 하는 대로 그대로 따라 한다.
“다 비빈 다음에 숟가락을 푹 집어넣고 밥을 크게 푼 다음에 입에 쏙!으음. 아이,
맛있어라!”
별이가 과장스럽게 소리를 내면서 연거푸 비빔밥을 퍼 먹자, 어린이 승객들도 따라
먹는다.
“으음 소리를 크게 내는 분이 1등이 될 확률이 높아요. 다 같이 으음!”
“으음!”
비행기가 떠나갈 듯 ‘으음’ 소리가 울려 펴진다.
별이가 하나에게 눈짓을 하자, 하나가 잽싸게 비빔밥을 하나 더 갖다 준다. 맛있게 먹는
척하려고 밥을 너무 많이 입에 떠 넣어 비빔밥 한 그릇을 금방 해치웠기 때문이다.
“으음!”
“으음!”
‘으음’ 소리를 내고 또 내고 또 낸 끝에 마침내 힘든 식사 시간이 끝났다.
“와, 배불러. 내가 이래서 2년 동안 5킬로그램이나 쪘다니까! 하지만 덕분에 다들
비빔밥 한 그릇을 뚝딱했으니까 상관없어. 살 좀 찌면 어때?”
우수상 / 소설 _ 걸스 스튜어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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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는 유쾌 발랄 명랑 소녀답게 살 좀 찌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번 비행기의 목적지는 괌이다. 인천에서 괌까지 가는 데는 4시간 반 정도 걸린다.
아직 도착하려면 1시간이 더 남았다.
별이는 좌석 사이로 돌아다니면서 어린이 승객들이 잘 있는지 확인한다. 어떤 아이들은
배불리 비빔밥을 먹고 새근새근 자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새로 만난 옆자리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보드 게임을 한다.
별이는 혼자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 아이들 곁으로 가서 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준다.
별이는 항상 어디로 가는지 미리 확인하고, 그 나라에 대해서 공부한다. 그래야 어린이
승객들이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소곤소곤 아이들에게 괌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동안 어느새 착륙할 시간이 되었다.
어린이 승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동안, 별이는 누군가 두고 내린
물건이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맨 마지막에 내린 여자 아이가 수줍은 표정으로 별이에게 쪽지를 건넨다.
쪽지를 본 별이의 얼굴에 햇빛보다 밝은 미소가 피어난다.
‘언니, 정말 고마웠어요. 이번처럼 재밌는 비행기 여행은 처음이에요. 다음에 또
언니를 만났으면 좋겠어요. 언니처럼 멋진 걸스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어요!’
비행은 항상 쉽지 않지만, 이런 꼬마 승객들의 응원 덕분에 별이는 오늘도 밝은
모습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이다.
우수상 / 소설 _ 걸스 스튜어디스
나는 할머니의 다리
수필부문
초등부
김 지 운
나는 할머니의 다리
수필부문 / 초등부 / 김지운
“너 남자 맞냐? 하하하하!”
“사내자식이 진짜 웃긴다!
“낄낄낄낄!”
친구들이 손가락질을 하면서 낄낄거렸다. 나는 너무 화가 났지만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꾹 참았다.
진로 학습 주간 때 수업 시간에 자신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는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선생님, 저는 스튜어드가 되고 싶어요!”
“스튜어드가 뭐냐?”
장난꾸러기 이건이 이렇게 물어봐서 나는 대답했다.
“스튜어드는 남자 승무원이야. 여자 승무원은 스튜어디스라고 부르고, 남자 승무원은
스튜어드라고 불러.”
“하하하하하!”
이건이 배를 잡으면서 큰소리로 웃으니까, 선생님이 조용히 하라고 엄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친구들이 날 놀리기 시작했다. 남자가 여자가 하는
일을 한다면서 앞으로 치마를 입고 다니라고 놀렸다. 아무것도 모르고 내 꿈을
우수상 / 수필 _ 나는 할머니의 다리 153
우수상 154 / 수필 _ 나는 할머니의 다리
무시하는 친구들한테 화가 났다. 하지만 난 인내심이 많기 때문에 친구들하고 싸우지는
않았다.
내가 스튜어드가 되고 싶은 이유가 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게 있다면 바로
새다. 항상 드넓은 창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으니까. 새를 정말좋아해서 그런지
날갯죽지에 날개가 달리는 꿈을 꾼 적도 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스튜어드가 되고 싶은 이유는 우리 할머니 때문이다. 엄마가 일을
하시기 때문에 할머니가 엄마 대신 날 돌봐주신다. 내가 학교 갈 때나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면 할머니는 나를 반갑게 맞아 주시면서 꼭 껴안아 주신다. 나는 세상에서
우리 할머니가 제일 좋다. 그런데 우리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하셔서 잘 걷지 못하신다.
그래서 가족 여행을 갈 때도 할머니는 늘 빠지신다. 내가 아무리 같이 가자고 졸라도
할머니는 싫다고 하신다.
“아니야. 할미는 됐으니까 너희나 다녀와. 할미가 같이 가면 짐만 돼.”
이번 여름방학 때도 그랬다. 난 더운 여름에 혼자서 집에 계시는 할머니가 불쌍했다.
여행을 가서도 계속 할머니 생각이 나서 별로 신나지 않았다.철이 없었을 때는
파일럿이 되고 싶었다. 왠지 근사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일럿이 되면 비행기
안에서 할머니를 돌봐 드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옆에서 할머니를 돌봐드릴 수
있는 스튜어드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어버이날에 학교에서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시간이 있었는데, 난 아빠나 엄마가 아니라
할머니께 편지를 써 드렸다.
“할머니, 제가 승무원이 되어서 할머니를 모시고 외국 여행을 다닐게요. 일하러 갈
때마다 할머니를 모시고 다닐 거예요.제가 할머니의 다리가 되어서 늘 할머니를 모시고
다닐게요. 그러니까 제가 승무원이 될 때까지 꼭 살아 계셔야 해요.”
우리 할머니는 글자를 모르셔서 내가 직접 편지를 읽어 드렸다. 할머니는 내가 쓴
편지를 들으시고는 눈물을 글썽이시면서 말씀하셨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말만 들어도 고맙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나는 할머니가 왜 나한테 고맙다고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내가 할머니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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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것이 많다. 할머니는 내가 아기일 때부터 내 팔과 다리가 되어서 날 도와주셨다.
그런데 나는 고작 할머니의 다리가 되어 드리고 싶다고 말한 것뿐인데 할머니는 그게
고맙다고 하셨다. 나는 그런 할머니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할머니의 다리가 되어 드리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한다. 내가 멋진 스튜어드가 될
때까지 할머니가 지금처럼 건강하게 살아 계셨으면 좋겠다. 그럼 할머니를 비행기
안까지 업어 드리고, 비행기 안에서는 할머니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갖다 드리고, 또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에는 할머니를 업고 여기저기 구경시켜 드리고 싶다. 내가 어릴
때 할머니가 나를 업고 다니셨던 것처럼 나도 우리 할머니를 업고 다닐 것이다.
할머니, 제발 그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세요!
우수상 / 수필 _ 나는 할머니의 다리
베이징아, 반갑다
수필부문
초등부
김 재 형
베이징아, 반갑다
수필부문 / 초등부 / 김재형
저는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부모님께서는 먹는 것, 입는 것을 아껴서 열심히 저축을 하십니다. 그리고 1년에 한번
국내든 국외든 꼭 여행을 하십니다. 부모님께서는 다른나라의 풍경을 보고 음식을
먹는것도 제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 창고가 된다고 늘 말씀 하셨고 그 생각 덕분에
유치원시절부터 또래 아이들과 달리 해외여행을 제법 많이 해서 여권에 도장도 많이
찍혀있습니다.
여행을 많이 한데에는 아버지의 직업도 한몫했습니다. 아버지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주)뷸러라는 커피머신과 초콜렛, 밀가루 머신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를 다니셨기에
신제품 as교육이 많아 해외출장이 잦으신 편입니다. 그 계기로 어머니와 저까지도 함께
가게 되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중에 작년 1학년 7월에 여행했었던 중국 (베이징)에 갔던
기억이 젤 강하게 남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9개월전 아버지의 베이징 출장 5일이 잡혔었습니다. 늘 출장이 많았던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시는 날이 거의 없어서 늘 보고싶은 얼굴이었습니다. 남들 즐겁게
보내는 주말에도 저는 어머니와 단둘이었고, 휴가도 우리가족은 단한번도 3명이서
보낸적이 없었지요. 그래서인지 이번 중국 출장을 어머니께서 반길이유가 없었 습니다.
두분이 잠시 냉전이 있었고 그 냉전의 결론을 아버지께서 과감하게 마무리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내린 결론은 저를 돌보시며 일까지 하시는 어머니의 기분을 구름낀 모습에서
햇님이 비친 모습으로 바꿔드리고 학원과 학교에 힘든 저를 위해 베이징 티켓두장과
여행용 가방을 사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날 우리가족은 뜬금없는 해외여행에 들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설레였던건 저였습니다.
학교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때면 한쪽에 세워둔 케리어 가방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여행기분을 내며 밤새 잠을 설치는게 일이었습니다.뿐만아닙니다. 몇시간을 앉아서
파마에 염색을 하면서 베이징에서 멋쟁이 소리 듣고 싶어서 꾹 ~참 고 앉아
있었답니다.
여행하루전날 , 새벽일찍 공항으로 가야하기에 공항 근처 게스트 하우스에 묵었습니다.
또 짐정리를 하면서 혹시 빠진 것이 없나 살펴 보았습니다.
우수상 / 수필 _ 베이징아, 반갑다 159
160 우수상 / 수필 _ 베이징아, 반갑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날이 밝았고 우리가족은 간단히 토스트와 우유를 아침으로 먹었고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가는거라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아빠는 남방항공으로 바꿔야했습니다..
공항은 사람을 설레게 하나봅니다. 들어서는 내내 심장이 쿵캉거리고 뛰어서 애먹
었습니다.
이른시간임에도 사람들은 제각각 큰 가방하나씩을 들고 한줄 길게 서있으며 티켓을
발권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는걸 보니 정말 나도 저사람들과
똑같이 비행기를 타긴 타는가 보구나 ~들떴습니다. 사람들이 남방항공을 저가 항공
이라서 문제가 많다고 여기저기서 불만을 털어 놓았지만 우린 잘 모르겠더군요.
약 한시간을 기다리고 나서야 표를 받은 우리는 협소한 중국 화장실에 대비해서 미리
우리나라 공항 화장실을 이용하고 조용히 비행기를 탑승했습니다.
그런데 탑승을 한후 처음 설레던 마음에 비해 눈에 보이는 광경들은 마치 닭장안에서
좁은 새장하나씩 들어 있는 것처럼 자리가 좁았습니다. 더 힘들었던 것은 제 옆에
타신분이 덩치가 큰 남자분이셨는데 움직일때마다 팔에 치여 아팠는데 지독한
입냄새와 땀냄새까지 풀풀 풍겨져 나와서 코가 마비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그
아저씨 계속 트림과 소리없는 방귀를 뀌시는데 통풍도 잘안되는 그 좁은 곳에서
정말이지 가는 2시간내내 지독했습니다.
그래도 계속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 작은 비행기가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자 불안했던 맘은 잠시 사라지고 순식간에
구름위로 작은 새가 비행하는거처럼 자유롭게 날아올라 땅밑에 모든 것들이 성냥갑
처럼 아기자기하게 보였으며 굴러가던 자동차도, 강물들도, 집들도 모두모두
손바닥안에 넣어도 들어올만큼 작아보여서 신기했습니다.
한참을 밖을 내다 보고 신기해할 때 즈음 승무원 형과 누나들이 맛난 기내식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불편했던 마음은 친절하신 분들 덕분에 사라졌지요.음료와 물, 몇번을 달라고 해도
웃으며 건네주시는 그 모습 제 기분까지도 좋아졌습니다. 이래서 어른들이 시내버스
말고 비행기를타나봅니다.
맛난 기내식도, 음료수도 실컷 마시고 우리의 작은 비행기는 중국, 베이징을 향해
내려가려고 날개짓을 하였습니다. 밑으로 보이는 한문간판들과 나무들이 집보다 많고
건물들이 많이 낡아 보이고 대체로 낮아 보이는걸 보니 tv나 책에서 보았던 중국이
맞는거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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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기했습니다. 아침엔 한글간판에 한글방송에, 한글로 대화를 나누고 한국 음식들이
당연했는데 불과 몇시간후에 전혀다른 간판과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보니 말입니다.
이곳에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거라는 어머니의 인터넷 조회실력 덕분에 우리는 기본
케리어가방 3개에다가 더불군용백에 3분요리, 인스턴트, 컵라면등등 비상식량을 잔뜩
담아 가져왔고. 거리가 길어 걷기힘든 중국의 특성 때문에 퀵보드까지 챙겨왔기에 짐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우리숙소까지 1시간을 버스나 전철을 타고 가야하는데 날은
푹푹찌고 중국말은 모르겠고 길도 모르겠고 군용백을 매고 케리어를 들고 작은짐들을
들은 아버지는 어느세 땀범벅이되어 짜증을 내시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그 무거운
짐들을 들고 이리저리 공항을 40분을 헤메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전철을 타는 곳을
찿게 되었습니다.
중국어와 길찿기에 도움을 준다며 3권의 여행책자를 비싼 돈을 주시고 사신 어머니,
비상식량을 꼭 사서 챙겨야한다며 짐의 반을 늘리신 어머니께 아버지께서 마구마구
투덜되시더니 급기야는 두분이 서로 말씀도 안하시게 되는 상황까지 되버렸습니다.
유치원때부터 저는 중국어를 배웠었습니다. 그래서 인지 중국어의 간자체와 병음을 좀
알아 듣거나 글자 하나 정도는 읽을수있었습니다.그 전철역도 제가 찿은거라면
믿으실까요?
부모님께서는 가르치신 보람이 있다며 저를 칭찬해 주셨고 저도 중국이란 나라에서
제가 아는글자하나가 나왔다는 것이 무척이나 설레고 기뻤습니다.
베이징에 도착한 3시간만에 우리는 외각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짐이 홀가분해진 우리 가족은 본격적으로 베이징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힘들었지만 헤메고 고생한 덕분에 전철 표를 사는것과 여행코스별로 정해서 움직이는
것은 한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가족은 배가고파 먹거리로 유명한 왕푸징역으로
전철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왕푸징역에 도착하니 우리나라 명동거리처럼 사람들로 복잡했고, 인도인지 차도인지
모를정도로 차와 사람이 뒤엉켜 다니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사람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차도를 지나가는 모습에 또한번 놀랐지만 그 사람들을 당연하다는 듯 피해가는 차들도
이상했습니다.
꼬치의 거리답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여러나라에서 온 서로 다른 관광객들과 꼬치에
메달려있는 다양한 것들이 쭈욱 늘여져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전갈, 불가사리, 메뚜기, 지네, 양고기, 양콩팥, 번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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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고기등이 상품처럼 걸려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낙지, 새우, 오징어 도
꼬치로 팔고있었지요. 그러나 저만 그런지 그 옆을 지나면서 넘 역겨웠습니다.
중국사람 들이 먹는 향신료라고 하는데 넘 강해서 숨을 쉴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곳이라 어떤것들이 있는지는 살펴보고 제 눈을 사로 잡은
딱하나의 꼬치를 사먹었습니다.
과일여러개를 꽃아놓고 코팅시킨것처럼 부드러운 과일꼬치였는데 먹다보니 설탕이
넘많아서 넘 단데다가 자꾸 흘리니까 먹기가 어렵더군요. 결국 왕푸징에서는
부모님들도 두손두발 다 들었기에 근처 패스트 푸드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래도
희귀한 구경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런 부분들도 중국의 한 문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첫째날의 우리가족의 중국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가 마무리 했습니다.
둘째날 어머니와 저는 베이징의 큰 지붕 천안문광장을 갔습니다.
그날도 후덥지근하게 덥고 불쾌지수가 약간 높기는 했지만 어머니와 즐거운 여행이라
힘들지않았습니다.그런데 베이징은 우리나라와 다른게 몇가지가 있었습니다. 지하철
역을 들어갈때마다 공항검색대 같은데 가방을 넣고 공안들이 사람들을 검사를
했습니다.
어머니 말씀엔 테러나 각종 사고에 대비하려고 검사하는거라고 했지만 왠지
으스스했습니다.
검색대를 통과하고 천안문광장에 도착했을 때 처음엔 방향을 잘못 나가서 엉뚱한
박물관에 들어가 가방을 맏기고 돈을 썻다가 나중에 잘못온걸 알고 다시 환불 받으려고
했지만 중국말이 되지않아서 그냥 가방만 찿아서 온적도있구요.
베이징이 엄청 나게 큰 곳 같아요. 어딜가도 입구가 어딘지 출구가 어딘지 갈때마다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니 넘 불편했습니다.
한참을 걸어다니고 찾고 찾다가 드디어 천안문광장을 찿았습니다.
우리가 방문했을땐 한쪽을 막아 놓고 공사를 하고 있었지만
중국의 새 시대를 들고 흔들었던 목택동주석의 대문짝만한 사진과 함께 우리나라
경복궁처럼 지어진 큰 집 몇 개가 사방을 둘러 싸고 엄청난 사람들이 들어와도 남을
공간의 광장에선 몇몇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며 공을 날리고.여기저기서 온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인증샷을 남겨놓으려고 분주했습니다. 그 뒤쪽엔 사진사
아저씨들이 여렷나오셔서 영업을 하셨고 아이스깨기를 판매하는 아줌마 아저씨들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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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광장에서 먹는 비비빅같은 아이스크림은 참 맛있었습니다.
천안문광장 바로옆엔 자금성이있습니다.
자금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고 자주색의 금지된 성이고,
정치와문화중심의 궁궐로서 일반인들은 출입할수가없었데요. 오로지 궁궐사람들과
외신들만이 출입했던그곳이 왠지 신비스러웠어요. 그래서인지 지나는 문마다
철통보안을 했구나 란 느낌이었답니다.그런곳을 구경할수있다는게 세상이 참 많이
좋아 졌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편으로는 조금 속이
상하였습니다. 예전부터 권력을 가진 왕족들이 화려한장식과 웅장한 건물들,동화같이
잘먹고 잘입고 잘살고 있을 때 서민들은 밥도 못먹고 억울하게 당하는 일도 많은데
과연 저분들이 가진 저 화려한 생활들은 누구를 위한 모습들인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또한 왕족들이 사는곳엔 일반백성들은 오지도 못한다는 말에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결국은 왕들의 호화로운 생활을 위해 백성들이 뼈빠지게 일하고 눈물흘리는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조금만 덜 하려하게 짓고 그 돈으로 백성들에게 쌀을
나눠주었다면 가난으로 고통받는 백성은 줄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자금성을 보고
돌아나오는 내내 마음이 슬픈건 저만 그런걸까요?
자금성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북경의 철도 박물관을 갔습니다.
우리나라 의왕시의 철도 박물관보다 규모가 작고 전시된 기차도 몇안되었습니다.
디젤기차 몇 개 있어서 실망을 좀 하였습니다.
30분만에 관람을 마치고 북경시내에서 쇠고기 국수를 먹었습니다.
어머니와 즐거운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일기를 쓰며 베이징에서 2틀을
기록하였습니다. 보람된 하루를 선물해 주신 아버지께 감사의 뽀뽀를 하면서 말이죠.
지치고 뿌듯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행복한 꿈나라로 여행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낯선
나라 베이징에서
세 번째 즐거운 베이징 관광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중국오기전 어머니와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중국하면 만리장성인데 어린저와
이곳을 여행하는 것이 쉽지않다는점에서 해야되나 말아야하나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저 당당히 어머니께 할수있다고 했습니다. 어리지만 저는 이미 7살 때 제주도의
한라산도 등반을 했었을만큼 산악인의 취미를 가진 아버지를 따라 여기저기 많은 곳을
다녔기에 그만한 체력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언제 다시 중국을 다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이곳은 텔레비전에도 많이 나오는 곳이기도 하고 정말 저곳을 제가
포기안하고 다녀올수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을 많이 볼 수 있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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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여행그중에서 우리가 예전부터 많이 들어봤던 유적인 만리장성을 갔다왔습
니다만리장성은 북쪽의 흉노족의 침입을 막기위해 진나라 황제가 쌓은 산성이며
세계에서 가장 긴 성으로 5~6000km 정도라고 합니다그만큼 이로 인해 사람도 많이
죽고 다쳤다고 하는군요
처음부터 걸어가진 않았습니다. 그럼 몇일안에도 돌아오긴 힘들거리 같았습니다.
어머니와저는 케이블카를 이용해 조금 걸으면 전체가 절벽이고 좁은 벽돌길을 따라
사람들이 관람하는곳으로 이동해 절경을 구경하고 이내 돌아서서 내려왔습니다. 길이
끝까지 있던데 사람들은 굳이 거기까지 가지않더군요. 들은 얘기지만 어떤 외국사람이
실제 만리장성을 끝에서 끝까지 간적있는데 대략 3년이 넘게 걸렸다고 가이드분이
얘기해주더군요.진짜 멀긴 먼가봐요.
만리장성의 웅장함을 구경하는데 하루가 걸렸습니다.
네 번째 관광은 후통거리에서 인력거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어머니가 일을 하시기에 주말에도 늘 바쁘셔서 우리가족은 함께 여행을 하기가
쉽지않았습니다. 마트를 함께가는 모습도 부러울 정도였으니까요.그런데 이번엔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있는 친구들이 저를 많이 부러워하겠지 생각하니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그런만큼 저도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행은 언제나 즐거우니까요 .사랑하는 부모님과의 여행은 언제나 제게 큰 힘이 되곤
합니다.
숙소에서 후통거리까지는 약 100위안을 준것같습니다.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본적있는 호수위에 멋진 다리위, 중국사람들이 사는 골목
여기저기를 누비며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을 보고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딜가나..중국어가 안되니 문제였습니다. 중국어가 안되니 자꾸 금액을
엉뚱하게 비싸게 부르거나 속이려고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인력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책에는 130원이면 두명이 자견거 투어를 할수있다고 잘
협상하라고 되어있었습니다만 직접 그 분들과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말이 안통하니
어쩔수없었습니다. 결국 어머니께서는 180원을 주시고 자전거에 올라 탔습니다.
그 인력거 아저씨 중국말로 뭐라고 뭐라고 설명해 주시는거 같은데 우리가 못알아
들으니 웃으시면서 yeah~yeah~만 연발하시면서 무조건 오케이? 오케이? 하십니다.
우리도 웃겨서 오케이 오케이 만 하다가 약 40분의 인력거 여행이 끝났습니다.
후통의 골목골목이 중국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상품화가 되다보니 일상생활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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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식당과 상점들로 바꿔져 있고 백년이 넘는 집이라며 들어가 보라고 자기들끼리
연계해서 관광객에게 대놓고 호객을 하는 것을 보니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그렇지만
인력거뒤로 보이는 호숫가에 한가롭게 노는 오리들과 나무들이 우거져 시원한 정자를
지나 아기자기한 중국 특유의 멋진 건물들과 집들을 보며 멋진 영상을 보는듯하여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의 눈에도 참으로 멋지게 보였습니다.
친구들에게줄 기념품도 저렴하게 사고 맛있는 음료수도 많이 먹고 싱싱한 과일도
원없이 먹었습니다. 그중에 제일 맛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오렌지과즙음료 쌕쌕 과 같은
과즙음료를 중국에서도 판매했었는데. 그 음료이름은 모르겠지만 덥고 습하여 목이
말라서 수시로 사서 먹었던 그 주스가 생각이 납니다. 사실 관광도중 어머니께서 돈을
잃어 버리셔서 굶고 다닌적도 있고 목이 말라도 물을 사먹을수가 없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마냥 즐겁거나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세계를 보고 배울수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우리가족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고생을 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왜 사람들이 저가항공보다는 좀 비싸더라도 큰 항공사가 낫다고
하는지를..공항에 일찍 도착한그날 갑자기 날이 흐려지더니 번개가 치고 비가
쏟아졌습니다. 우리는 중국어를 몰라서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지요 . 그렇게
비행기가 기상악화로 지연된다고
말을 듣고 5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우리는 돈도 없고, 더 마실 물도 음식도 없는
상황에서 서로 힘든시간을 보냈습니다. 11시에 떠나기로했던 비행기가 5시가되도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기에 사람들이 항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항공사 직원들이
갑자기 도시락을 가져와서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무슨말인지 못알아듣고 앉아만
있던 사람들은 그 도시락도 받지 못했지요. 어머니가 상황을 알아 보러 가셨을 때
나눠주신거라서 우리것은 받았지만 말이죠. 맛나게 다 먹은후 어느세 밤 9시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항의가 많아 지자 이번엔 비행기가 뜰거처럼 우리를
게이트밖으로 보냈습니다. 그시간이 밤 11시입니다.14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렸습니다.
허리도 아프고 이렇다저렇다 말도 없이 무한정 한끼만 먹고 버티기엔 넘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때를 써도 어떻게해줄수없는일이니 어머니도 답답해 하셨지요. 그렇게 긴
기다림 끝에 우리는 드뎌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니 밤 12시좀 넘었습니다.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온후 우리는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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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하게된 이번 여행에서 기쁨도있었고 짜증도 있었고 먹먹함과 아찔함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얻은것도 많습니다. 여행을 통해 저는 중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를 하였습니다.
적어도 내가 사먹는 것이 정확히 얼마인지, 비싼지 싼지 어디를 가야하는지 정도는
알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신기한것도 많은 여행이었지만 제 가
한 여행중에 가장많이 겪고 가장많이 힘들었지만 뿌듯한 기억이 많은 여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중국어를 좀더 유창히 할수있다면 남방항공에 편지한통 쓰고 싶습니다.
비행기표가 싼것도 좋지만 사람들의 시간을 길게 뺏을 거면 적어도 뭐라고 얘기라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고, 오래기다리게 될 상황이라면 먹을 음식이라도 좀 넉넉히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내용으로 꼭 보내고 싶습니다.
이번여행에서 많이 아쉬웠던 점이 어머니와 이화원과 더많은 유적지를 둘러 볼 시간이
못되었고 지하철 지도와 정보를 많이 알고오지않아서 헤메다가 시간을 보냈고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았기에 혹시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사랑하는 어머니와 많은 사진을 찍으며 많은 종류의 음식도 먹으며 어머니와
동네시골길을 걷더라도 함께라서 좋은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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