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마음 뒤흔든 황홀한 '문화 쇼크'
● 신경숙씨 '엄마를 부탁해' 부산 낭독회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부산이 신경숙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 푹 빠졌다. 부산진구 부암동 동양초등학교(교장 권태복) 도서관. 교실 두 개 반 정도의 공간이 소설책을 손에 든 200여명의 시민들로 가득 찼다. 낭독회를 주최한 부산시교육청은 70명 정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책 읽는 감동을 공유하려는 열기가 뜨거워 참여자가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좌석이 모자라 30여명은 바닥에 앉아 함께 책장을 넘겨야 했다.

이날 낭독에는 작가를 비롯해 낭독 연극배우 심미란씨, 동양초등학교 학부모 김경미씨, 조병태 부산시교육위원이 참여했다. 배우 심씨는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는 소설의 첫 문장을 읽으면서 낭독회의 문을 열었다. 학부모 김씨는 엄마가 사라진 뒤 상실감을 느끼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장면을 읽어 내려갔고, 낭독을 듣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마지막 낭독자로 참여한 신경숙씨가 소설 4장의 마지막 대목 중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을 읽자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 소설《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씨(오른쪽)를 보기 위해 몰려든 청중들로 성황을 이룬 부산의 낭독회.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낭독회 뒤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서 신씨는 "책이 나오고 여러 번 낭독을 해 봤는데 (오늘이) 가장 즐거웠다. (부산 분들이 낭독하니까) 부산 언어가 작품에 스며드는 새로운 경험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엄마의 고단하고 어두운 얼굴을 글로 쓰겠다고, 어린 시절의 나 자신에게 했던 약속을 30여년 만에 지키게 돼서 다행"이라며 책에 미처 다 쓰지 못한 뒷이야기들을 들려 주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자신이 책을 읽은 날짜까지 말해 가며 책에서 느끼고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작가와 독자의 소통은 예정된 25분을 훌쩍 넘겨 1시간가량 진행됐지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낭독회 실무를 준비한 김숙정 장학관은 "무척 감동적인 밤이었다. 부산에서 매달 '책, 함께 읽자' 낭독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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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제1회 '책 함께읽자' 부산 낭독회가 4일 밤 부산 부암동 동양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열린 가운데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씨의 팬사인회, 책을 읽어주고 토론하는 등의 행사가 진행됐다. /김용우 기자
입력 : 2009.02.05 03:02 / 수정 : 2009.02.0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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