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리 토지문학상 참가 보고
거창하게 토지문학상 보고라 하니까 꼭 주최측 같습니다.
13일 아침에 눈을 떠보니 7시 18분이 되었더군요. 알람을 듣지 못 할 정도로 무딘 사람이 아닌데 이게 웬 일인가 싶어 놀라,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준비를 하고 송내역으로 향했습니다. 도착을 하니, 8시5분 다행이다 했지만 가까운 곳에 사는 저만 지각을 했습니다. 대상을 받는 전영관 시인님은 물론, 남양주시 별내면에 사는 중견 수필가 류인혜 선생님, 이승훈 사장님, 문철수 시인님, 이미자님 모두 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8시 20분 경 송내역을 출발, 평사리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가 정체되면 어쩌나 걱정을 하였는데, 아마, 전시인님이 대상 받는 줄 알고 나들이객이 길을 열어 준 것 같았습니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 야산에는 벌개미취와 구절초,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축하를 해주고 있었지요. 아직 단풍들지 않은 나무들을 보며, 이승훈 사장은 가을에게 속은 기분이 든다고 했습니다. 대진고속도로 죽암휴게소(맞나요?)에 내려 볼 일(?)들 본 후 커피 한 잔 마시고 출발을 하며 전시인은 수상자의 심정을 그대로 토로했습니다. ‘평사리에 갔는데 내 이름 없다며 잘못 알았다고 하면 어쩌지?’ 일제히 웃기는 했지만, 그 순간 우리들은 전시인만의 심정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진주에 오후1시 경 도착해, 진주성과 촉석루를 둘러보았답니다. 진주 남강에서의 유등축제 기간인지라 남강에는 갖가지 조형물이 떠 있었습니다. 논개가 왜장의 몸을 껴안고 강물로 투신 했다는 바위가 있는 곳에 전 내려가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제가 심한 고소공포증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진주 남강이 내려다보이는 음식점에서 바닷장어와 민물장어로 점심을 먹고, 평사리로 향했습니다. 한판암 교수님, 박래여 선생님은 이미 평사리에 도착을 하였다는 연락을 받았고, 김창애 선생님은 평사리로 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동군청에 들러 대상 수상 절차를 마친 뒤 명찰을 받고 서야 비로소 대상을 받는 것이 맞구나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강정옥 시인 일행과 만났지요.
평사리로 들어가는 길목은 생각보다 붐볐습니다. 누렇게 익은 벼들로 가득한 황금들판에서 들판 축제도 함께 했는데 많은 인파와 자동차가 축제 분위기를 부추겼습니다. 한때 서슬 퍼렇던 최서희의 한이 그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은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남녘이라 그런지 감나무가 참 많은 게 인상적이더군요. 축제의 흥분이 바로 그 감빛이었을 겁니다.
최 참판 댁 마당에서 한 교수님을 만나고, 이어서 박래여 선생님과 김창애 선생님 가족을 만났습니다. 마당에서 내려다 본 들판과, 섬진강 강물은 한 폭의 그림이었고, 한 편의 시요, 수필이 되었습니다. 막걸리 한 잔하자는 교수님의 제안으로 길상네 주막으로 들어갔습니다. 드라마 토지의 등장인물이나 여타 명칭을 딴 가게가 대부분이더군요. 평상에 둘러앉아 도토리묵과 파전을 시켜 막걸리 잔을 돌리던 중 말끔한 신사 한 분이 우리 곁에 와 공손하게 인사를 하더니, ‘혹시 한판암 교수님 아니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알고 보니 드림팀 홈페이지에서 지난 6월 테마수필 수상자로 선정된 장현재 선생님이었습니다. 하동소재 문학상 전년도 수상자로서 올 해 수상자에게 꽃다발을 증정하러 왔는데, 전시인님 소식을 알고 있던 터라 한판암 교수님만 찾으면 우릴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시상식 자리에 앉아 시상식 목차와 수상자 소개 및 작품이 실린 팸플릿을 받아들었습니다. 얼마나 가슴 뿌듯하고 대견하던지 눈물이 났습니다. 그 시간의 감동은 사진이 올라오면 찬찬히 감상하시면 됩니다.
1부 행사가 끝나고 우리 일행은 여수로 향하기 위해 자리를 떴습니다. 추위에 언 몸을 녹이고 가자 하여 재첩국으로 저녁을 먹은 후 여수로 출발을 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우리를 기다리던 임병식 선생님을 만나 숙소를 정하면서 하루를 마쳤습니다. 물론 남자들이야 자기네들 방에서 소주를 더 마셨답니다. 팔딱팔딱 뛰는 대하를 안주 삼아서요. 이승훈 사장이, 이런데 와서 일찍 자면 안 된다고 바람을 잡았을 겁니다.
임병식 선생님의 도움으로 정확히 아침 여섯시에 일어났습니다. 전 시인의 말에 의하면 자기네 방에서는 밤새 매운탕 끓는 소리가 들려 한숨도 못 잤다고 합니다. 누군가 코를 심하게 곯았던 모양이죠 뭐.
임병식 선생님의 안내로 아침을 먹은 식당에서 후식으로 나온 누룽지가 어찌나 맛있던지 과식을 하고 말았답니다.
우리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최초 사당이 있는 충렬사를 둘러본 후, 돌산대교를 건너 향일암으로 갔습니다. 바위틈새의 계단을 올라 도착한 향일암은 마음을 빼앗기기에 충분한 곳이었고, 길게 펼쳐진 바다는 마음까지 깊고 넓게 만들어 주는 듯 했습니다. 향일암 난간에 기대어 사진 찍는 일도 전 못했습니다. 물론 그 고소공포증 때문이었지요.
며칠 푹 쉬면 신선이 될 것 같은 향일암을 두고 내려오는 길은 아무런 근심도 아픔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돌산대교를 건너오기 전, 임병식 선생님 친구 분 댁 정원에서 비너스상과 사진도 찍고, 시원한 매실차를 얻어 마시고, 육개장으로 점심을 먹은 후 남쪽에 계신 분들과 작별을 해야 했습니다. 강정옥 시인이 한판암 교수님을 모셨고, 임병식 선생님을 집 앞까지 모셔다 드리고 우리는 순천의 송광사에 들러 마음을 씻었고,(사진이 올라오면 감상하세요) 해거름 고찰의 풍경을 가슴에 담아 내려왔습니다. 송광사 입구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이른 저녁을 먹은 다음 주암댐 하늘에 가늘디가는 초승달 배웅을 받으며 서울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 죽암휴게소에서 류인혜 선생님을 동서울터미널로 가는 고속버스에 오르게 해 드리고, 문철수 시인은 청주 톨게이트에 내려주었답니다. 전날, 출발한 송내역에 도착을 하니 저녁 10시 40분 정도, 오류동인 제 집에 도착을 하니 11시 30분이었습니다.
대상을 받은 전영관 시인님, 다시 축하드립니다. 전영관 시인과 함께 운전하느라 고생한 문철수 시인 수고하셨고, 자리 함께해 주어 감사합니다. 한판암 교수님 늘 감사합니다. 임병식 선생님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 길 동행해 주시고 좋은 말씀 많이 주신 류인혜 선생님 감사합니다. 박래여 선생님, 선생님 댁에서 밥 한 끼 먹여 보내고 싶어 그렇게 애쓰셨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죄송했습니다. 다음엔 꼭 맛있는 밥 먹으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온 모든 분에게 앙증맞은 효자손을 선물로 주셔서 잘 가져왔답니다. 김창애 선생님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못 들고 온 갓김치 너무 아쉽습니다. 강정옥 시인님, 정말 감사해요. 운전하느라 애쓴 순향님 고생하셨고,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이미자님, 수고 많았어요. 오는 길에 그 놈의 잠 때문에 받은 구박 잊어버리세요. 멀고 긴 시간 동행해 주어 감사합니다. 이승훈 사장님 마음은 뿌듯하고 해 줄 것은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먼 길 오가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전영관 시인님 고생하셨고,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급히 쓰느라 조금 산만하오니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