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각고 끝에 ‘나무의사’가 되다

                                                             김무영




‘굳이 지금….’
‘새삼스럽게 무슨….’
이렇게 뒷짐을 지고 있던 도중에 제법 큰 뭉치의 동창회보 우편물을 열어 본 후 졸업 50주년 기념문집 원고 반별 제출 현황이 이 글을 쓰는 동기 부여가 되었다. 멍석 깔아 줄 때 놀지 못하는 바보는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함께 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50년 전 고등학생 시절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살았으면 하는 막연한 생각이 첫째였고, 학생이니 공부는 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겠지 하며 지낸 것 외는 특별한 기억이 없다. 그렇지만 마산고 본관 정문 출입구 양 옆에 있던 금목서의 매혹적인 향기는 지금도 코 끝에 아련하다.
학창시절에 관한 기억은 그리 많지 않은데, 매번 우편물로 오는 학명 소식지를 받으면서 “이 친구들은 참으로 대단하네!” 라고 감탄하고 있었다.
작년에 내 친족의 조사(弔事)를 동문의 연락처를 통해 가장 먼저 접하면서 ‘여러 사람이 고생하면서 봉사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부터라도 잘하자’라고 마음을 바꾸었다.

어릴 때부터 나무를 사랑

어릴 때의 기억을 지금 새삼 들추어 보면 한의사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잠재된 나의 기대가 발현되어 나무의사가 되려 애썼다.
“새로 생긴 신종 직업인데 전공이 달라서 시간이 걸리는 것 외에는 애로사항이 없으며 명색이 의사이니 쉬울 수 없지!”라고 자기 최면을 걸고는 한 3년을 몰입해서 공부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처럼 학업에 착 달라붙어 노력한 것이다.
해 보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오랫동안 지속해서 할 수 있는 것이고 쉽게 지치지를 않는다.
공과대학교 기계과를 나온 내가 수목의 병해, 충해,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되는 수목을 치료하는 나무의사가 되기로 작정한 것은 20년 가까이 산으로 들로 쏘다니면서 생긴 일이다.
대학 졸업 후 군대생활, ROTC 예편 후 직장생활, IMF 시기에는 해외주재원으로 국내 상황을 체감 못했다. 대우그룹이 흔들거리면서 대기업도 평생직장이 되지 않음을 간파하고 창업을 위한 사전 준비로 장인가구로 회사를 옮겼다. 2004년엔 직접 MOO LIVING & SOFA 라는 1인기업을 만들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시련을 겪으면서 더 단단해졌던 것 같다.
매어 있던 직장과 시간이 이제는 내가 만들고 관리하는 대상으로 됨에 따라 욕심을 내어 사회의 요구를 먼저 알고 싶었고 또한 치우침과 누락되는 일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 휴일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시작한 사회봉사 활동으로 문화 관광해설, 숲 체험활동 및 생태해설 활동 등을 하면서 환경, 생태로 관심사항이 넓어져 갔다.
본격적으로 깊이가 있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현장을 알아야 하겠기에 2014년 신구대학교 식물원에서 1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가드닝 교육을 받았다. 그 과정을 마친 후 동북아 식물연구소의 전문연구원으로 취업하면서 수목으로 직업으로 삼겠다고 작정했다.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식물분류 공부를 체계화하고 식물조사, 분류, 종자채취, 식물표본 제작 등의 전문화된 업무를 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이런 경험이 이제 어언 10년 가까이 된다. 이제까지 해본 현장 일은 인천수목원에서 숲 해설과 수목관리, 부천수목원에서 정원관리 (코디네이터), 계양공원사업소에서 식물의 증식과 양묘, 인천시청과 계양구청 녹지과에서 공원관리와 수목관리, 소래습지 생태공원과 환경공단 공촌 사업소에서 염류 토양에서 사는 수목 식생조사 및 관리 등이다. 이를 통해 수목생리, 토양관리, 병해, 충해 등 여러 업무를 체험하고 정리하였다.

칠순에 나무의사 자격증 취득

‘수목관리, 외과수술, 병해, 충해 관리를 위한 나무의사 관련 법제화를 통해 나무의사 국가자격증을 발급한다’라는 사실을 알고는 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제반의 일들을 진행한 것이다.
비전공자가 나무의사가 되려면 식물보호기사 자격증이 필요하고 현장 경험 5년 이상의 사람에게 지원 자격을 준다. 그간의 수목분야 현장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2019년에 식물보호기사 자격증을 확보한 후, 곧바로 나무의사 교육을 실시하는 서울대학교 식물병원에서 소정의 공부를 마쳤다. 마침내 2023년 3월 17일 꿈에 그리던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길게 공부한 결실을 맺어 나무가 말하는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명의가 될 작정이다.

아래는 지금까지 공부한 이력을 정리한 목록이다.
1. 서울대 나무의사 양성과정 교육수료 (160시간) [ 2019. 9. 7.~ 2019. 11. 17 ]
2. 신구대 수목치료기술자 양성과정 수료 (160시간) [ 2018. 10. 13~ 2019. 03. 30 ]
3. 실내건축 목공시공 교육 수료, 건설기술교육원(160시간) [ 2017. 11.~ 2018. 01. ]
4. 신구대 위탁교육: 수목원 전문가(가드너) 교육과정 수료 [ 2014. 01.~ 2014. 12.]
5. 고려대 위탁교육: 생물자원 전문인력 양성과정 수료(심화) [ 2012. 01.~ 2012. 12.]
6. 고려대 위탁교육: 생물자원 전문인력 양성과정 수료(기본) [ 2011. 01.~ 2011. 11. ]
7. 산림청 인증 숲 해설가 양성 교육 수료 [ 2011. 01- 2011. 06.]
8. 문화관광부 / 인천 문화 관광 해설사 양성교육 수료 [2 008. 09.~ 2008. 12. ]

1973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지금까지 한 공부는 작은 양이 아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공부하리라 다짐한다. 참고로 창업 관련 신문기사를 첨부물로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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