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문예작품 공모요강

 

춘천시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문예작품을 공모합니다. 역량 있는 작가와 우수작품 굴로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문화 창달에 기여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이 문예작품을 공모하오니 시민 여러분의 많은 응모를 바랍니다.

 

● 모집부문 및 원고료

- 모집부문 : 시

- 원 고 료 : 당선작 1편, 100만원(5편 이상 제출)

우수작 2편, 50만원(5편 이상 제출)

 

● 작품내용 및 응모자격

- 작품내용은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문화조성, 민주시민으로서 투표참여에 대한 책무, 그 밖에 선거와 관련된 내용으로서 유권자의식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내용

- 응모자격은 기성, 신인 제한 없음.

 

● 응모요령

△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하되 원고 말미에 이름(필명인 경우 본명 병기)·주소·전화번호(휴대폰 포함)를 반드시 명기하여야 함.

△ 춘천시선거관리위원회가 지정한 메일로 ‘선거문예작품 응모작’이라 표기하여 제출하여야 함.

 

● 응모시 유의사항

△ 응모 작품은 발표된 적이 없는 순수 창작물이어야 함.

당선작 및 우수작에 대한 모든 권리는 발표일로부터 3년간 춘천시선거관리위원회가 소유함.

 

● 마 감 : 2010년 11월 30일

 

발 표 : 2010년 12월 10일,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지 및 개별 통지함.

 

● 보내실 곳 : da1919@korea.kr

 

● 연락처 : 033-254-3066, 257-3066(안일규)

 

 

주최:춘천시선거관리위원회, 후원:한국문인협회춘천시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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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선관위 선거문예작품 심사결과 공지
 글쓴이 : 도선관위
아이콘 조회 : 1,507  
  파일첨부 선거문예작품 심사결과 공지.hwp  [104] DATE : 2010-12-10 09:54:13
춘천시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선거문예작품 심사결과를 다음과 같이 공지합니다.
---심사결과 첨부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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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안내선거참여 수필공모 당선작 발표
 글쓴이 : 도선관위
아이콘 조회 : 499  
  파일첨부 선거참여수필공모 우수작 선정 결과.xlsx  [152] DATE : 2012-05-10 15:15:51
  링크 선거참여수필 공모우수작 내용 [133]
우리 위원회의 선거참여 수필공모에 참여하여 주신데 대하여 감사드리며,
붙임과 같이 당선작을 발표합니다. 당선작에 대한 시상식은 별도로 개최하지
않고 시상금 상당의 상품권을 5월 10일 개별우송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구 분 응모자 성별 연령       비고
금상 임양숙 63 새날을 향한 여행을 떠나며  
은상 곽일규 43 이번에도 내가 맞췄지  
동상 조혜경 34 딸에게 밝은 미래를 선물하다  
동상 강동규 47 동행  
입선 김정자
(홍예은)
61 우리의 의무이자 권리인 투표  
입선 박혜균 48 사랑하는 딸에게  
입선 양희성 30 희망을 품는 시간들 속에는
언제나 새로운 비상이 있다.
 
입선 현종길 58 신발벗고 한 투표  
입선 서동숙 35 투표! 감사하는 마음으로...  
입선 이유진 33 벚꽃 향기를 맡으며  
입선 이순미 55 아름다운 참여  
입선 이종근 46 이번 선거 ‘애정남’에게 물어보세요  
입선 이승진
(허재녕)
14 온 국민을 유치원으로  
입선 허동욱 43 선거와 도장  


선거참여수필 공모우수작 내용


【금  상】

새날을 향한 여행을 떠나며

임 양 숙


친구여

판도라의 상자를 품고 여행지를 향해 기차에 오른다. 

내 손에는 금과 은으로 살 수 없는 표 한 장이 들려 있다.

희망을 안고 5천만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 즐겁기도 하고 또 조금은 염려스럽기도 한, 그러나 부디 아름다운 여행이 되었으면. 여행지마다 전개될 풍경들, 삶의 바구니에 담을 따뜻한 사연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적 소리에 가슴이 설렌다.

산등성이와 골짜기, 파도와 험산 준령, 폭풍우도 있겠지만 푸르고 기름진 초원의 땅이 펼쳐질 것을 믿으며 여행을 떠난다.

친구여, 꿈꾸는 여행지는, 우리와 우리 자식들이, 자식의 자식들이 길이길이 살 땅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어두운 곳에 촛불이, 부패하지 않을 소금이 되겠다고 선거공약 마당마다 쉰 목소리가 거리를 메운다.

인맥의 낡은 동아줄을 버리고 대한민국을 위해, 보이지 않는 국민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살피며 염려를 씻어 줄 새로운 지도자를 세우는 축제에 징이 울린 것이다. 

진실이나 용기가 힘든 여러 이유들을 내세우는 사람들.

급해서, 여건이 안돼서, 끼리끼리, 바보짓이라서, 복잡해지니까, 편한 게 좋으니까 등등, 숫자에 의해 미봉책으로 슬며시 넘어가는 지도자들의 허다한 술책들. 그런가 하면 제자리걸음 되풀이 되는 사회에, 팔짱을 끼고 강 건너 불 보듯 냉소하며 뒤에서 비판하는 우리 자신은 아니었는지.

하늘이 부끄럽지 않게 제발 우리, 빗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듯 5천만 한 사람 한 사람 함께 힘을 모아 역사의 수레를 끌고 가야할 때가 아니냐.

친구여, 이제 지구는 우리 국민만 사는 세상은 아니다. 초를 다투며 전 세계의 소식을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몇 시간 내로 갈 수도 있다. 온 세계가 하나 되어 발맞추며 빠르고 정확하게 힘껏 뛰어야 산다.

힘이 없으면 억울하지만 보는 눈앞에서 동지가 적과 동침하고, 멀쩡하게 눈뜨고 땅을 빼앗기고, 안방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세계정세에 재빠르게 대응하면서도 또한 약한 나라에 힘을 실어주어 돕는 친구의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라 밖에서 인권을 존중받고 보살핌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니. 아버지 품처럼 든든한 울타리로 서있는 내 조국이 든든히 지켜주어 맹수 득실거리는 허허벌판에 국민 홀로 헤매는 일은 없어야지.  나라 안에서는 힘껏 일한 대가로 꿈을 이루며 가족과 밥상에 둘러앉아 사랑을 먹고 마시는 따뜻한 풍조, 정직한 저울이 움직여가는 깨끗한 사회, 약한 자와 강한 자가 서로 어울리고 힘이 되어주는, 무질서, 폭력, 억울함이 없는 아름다운 땅, 어디서든 맑은 하늘, 맑은 물에 가슴이 시원해지는 금수강산이 그립지 않니?

우리들의 자식 손자들이 즐겁게, 신뢰와 사랑과 예절을 배우고, 지덕체와 재능을 키울 수 있는 학교,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을 국민과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반납하는 군 복무 기간, 그들에게 보람과 긍지를 갖고 임할 수 있도록 훈련과 명령 가운데서도 전우애와 인권보호와 생명이 존중되는 나라. 이 모든 국민의 소망이 허망하지 않았으면.

친구여 기차가 출발하기 전, 우리 여행지를 다시 살펴보자.

영원히 비밀 속에 갇혀버리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닌 밀봉하였다가 알몸을 그대로 드러낼 타임캡슐.

말갈기를 휘날리며 장애물이나 칼과 창을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준마처럼, 거짓된 가면으로 덮어버리지 않고 온 천하에 드러나도 자랑스러운 역사 앞에 도도히 흐르는 강줄기가 되기를.

기회주의자가 되기보다 진실 앞에 당당히 맞서는 외롭지만 단호한 결단력을 보여주는 지도자의 모습.

나라와 국민을 위해 우리가 직접 뛰지 못하는 일들을 대신 해내며, 앞장서서 이끄는 지도자가, 임기를 끝내고 아니 몇 십, 또는 몇 백 년 후 역사 앞에서 그 땀방울과 헌신에 감사하여 어린이들이 꽃다발을 바치며 어르신들이 심장 위에 손을 얹고 대한의 하늘과 땅이 고요히 넋을 기리며 경의를 표할 지도자가 참으로 아쉽다. 

친구여, 조국이 새 힘으로 용트림하도록 국민의 무릎을 일으키게 하는 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런 자에게 우리 함께 조국이 잊지 않도록 마음의 붉은 도장을 찍자. 국민 가슴 가슴에 절절이 소망하는 우리 대한의 미래가 판도라의 상자에 담겨 있지만 선택은 우리의 지혜를 모은 손에 달려 있구나. 희망의 씨를 뿌리고 나무를 키우고 꽃을 보며 열매를 맺는 원칙을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히 여길 수 있었으면 한다.

소년 소녀 적, 새 학년을 맞아 30년 후의 자신을 그리며 새로 산 학용품에 이름을 적던 마음으로 새로운 여행을 위하여 준비하자.

우리가 선택한 미래가, 먼 훗날 되돌아보았을 때, 자랑스럽고, 따뜻하고, 행복한, 축복의 날이기를. 구부러진 등으로 어린 손자손녀의 손을 꼭 잡고 물려줄 위대한 유산을 위해 이 되도록 준엄한 우리의 힘을 보태자.



 

【은  상】

이번에도 내가 맞췄지

곽 일 규


스마트폰에서 경쾌하게 벨소리가 울린다. 언제봐도 그리운 어머니의 집 전화번호가 찍혀있다. 어머니의 전화는 아주 반갑지만은 않다. 장남이기도 한 나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거의 일이 있을 때나 의논 할 일이 있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나하는 가슴 철렁함이 앞설 때가 더 많다. 벨소리가 울리는 그 짧은 시간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면서 전화 자주 못 드리고 제 앞길 가기 바쁜 내 자신이 한탄스럽고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넉넉하면 좋은 옷에 편한 집에 모시고 해외여행도 모시고 싶은 것이 모든 자식들 심정이려니.


오늘도 역시 무슨 일이려나 하는 근심 반, 반가움 반의 마음으로 통화글자를 밀어내니 “야야, 어떡하니” 아주 다급한 목소리다. 식은 땀이 이마와 등줄기에 스미는 것을 느끼며 “무슨 일 있으세요”. 어머니는 “야야 누굴 찍어야 하나” 하신다. 하휴~~한숨을 돌리고 나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내일이 선거 날이란다. 다급함에 진지하기까지 한 어머니는 내일이 선거인데 아직 누굴 찍을지 선택을 못했다고 동네 아주머니들과 얘기중이시란다. 그러시면서 “여태까지 내가 선거는 안빠졌지”라고 하신다. 투표하러 잘 가시는 걸로는 알았는데 놀랍기도 하고 자부심도 느껴진다. 


오늘은 동네 아주머니들과 이야기하다 큰 아들한테 물어 보라고 누가 시킨 모양이다. 돌아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선거 때 되면 의례 전화 하셨던 것도 같다. 그러면 나는 언제나 어머니 마음에 드는 분, 이쁜 분, 좋은 분 찍어 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어머닌 찍어야 할 칸이 너무 많고 사람도 많아 통 헤깔리시단다. 우리네 지방선거의 모습일게다. 총선이야 덜 하지만 지방선거는 시장군수, 도시군의원, 정당에 어르신들은 구분이 잘 안 가실 것이다. 나도 투표용지 들고 한 참 쳐다보고 도장을 찍으니 말이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있다. 정작 아무것도 모른다던 어머니에게 한사람씩 놓고 물어 보면 그 사람은 어째서 안 좋고, 이 사람은 이래서 좋고 아는 것은 다 알고 계신다. 어머니와 동네 아주머니들 나름대로 TV를 보고 나누는 대화 속에 누군 어떻고 어떻다 하더라, 누구는 인사 잘 하고, 인상이 어떻고, 뉘집 아들이더라 하는 세부사항들도 알고 계신다. 알고 계시는 정도에 깜짝 놀랄 정도다. 한 술 더 떠서 누가 되면 세금을 더 내고 누가 되면 뭐가 생기고 누가 되면 안 좋다더라 하는 등 정책과 공약의 부분까지도 이야기의 대상이다. 어머니나 동네 아주머니들의 삶과 지역발전에 미치는 내용에는 관심이 더 많으시다.


가만 생각하니 아들인 나에게 전화한 것도 정보수집 대상의 하나인가 보다. 농촌에 계신 우리 어머니의 선거에 임하는 자세는 지금 정치현실에 비하면 너무나 순수하고 현실적이고 진실하다. 적어도 선거와 정치인은 이 순수함과 현실성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은 이런 주민들의 맑고 밝고 깨끗한 순수한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고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의 편리함, 행복을 위해 진정성 있게 봉사하는 자세로 죽을 힘을 다해 뛰어야 하지 않을까? 가슴깊이 생각해 본다.


 정치인이 그렇게 해 주기 바라기 전에 우리가 할일이 있다. 바로 정성을 다해 봉사할 자세가 되어 있는 능력 있는 일꾼을 뽑는 것이다. 정치는 정치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가 곧 경제이고 정치가 등록금을 낮추고, 정치가 안전하고 밝은 사회를 만들고, 정치가 교육정책을 만들고, 정치가 우리의 행복한 미래를 여는 중심에 있는 것이다. 바른 정치, 옳은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이 선거이고 그 주권은 국민에게,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시골 나의 어머니와 동네 아주머니들도 보다 나은 생활과 삶을 위해 투표를 하는데 요즘 선거일을 공휴일로 여기고 놀러 가거나 투표하지 않는 일부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최근 20~30대 투표율이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미흡한 수준이라 생각한다. 생활이 어렵고, 정치가 어떻고, 등록금이 비싸고 하는 불평에 앞서 우리가 투표장으로 향할 때  그런 불만 불평이 빨리 사라지지 않을까? 행복도 자아실현도, 우리의 밝은 미래도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 권리를 다른 나라가 다른 사람이 만들어 주지도 않는다. 소중한 나의 한표를 통한 정치참여가 참다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이고 훌륭한 정책을 이끌어 내고 나라를 바꾸고, 시대를 바꾸고, 여러분의 운명도 바꿀 것이다. 생각이 모이면 힘이 되는 것이다.


이제 좀 귀찮더라도 우리 투표장으로 발길을 돌리자. 그리고 투표하고 인증샷도 남기자. 부부와 친구와 동료와 함께 말이다. 국민으로서 뿌듯함과 자부심과 긍지가 느낄 질 것이다.


 오래전 선거가 끝나고 울 어머니의 한 말씀이 생각난다. “이번에도 내가 맞췄지” 사실 맞춘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뽑으셨다는 표현이 맞을 텐데... 이제 우리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우리 나라의 주인은 바로 나이고 정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다름 아닌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어머니이고 여러분 한분 한분이라는 절대 진리를 우리가 잊지 말아야겠다. 4.11총선 이번에도 울 어머니가 맞추셨을까?

 

【동  상】

딸에게 밝은 미래를 선물하다

조 혜 경


 해가 뉘엿뉘엿 한데 딸아이는 공원에 산책을 가자고 졸라댄다. 활동적인 성격의 아이에게 엄마가 베풀어줄 수 있는 사랑 방식은 함께 움직이며 놀아주기란 걸 알기에 손 꼭 잡고 공원으로 향한다.

거리 곳곳에 붙여진 선거 홍보 플래카드와 후보자 기호와 이력이 적힌 벽보를 바라보던 딸아이가 묻는다.

“엄마, 당연히 이번 선거에 투표는 하실 거죠? 근데 누구 뽑을 거예요? 내 친구 아빠는 기호O번 OOO 뽑는데요. 과연 사람들이 누구를 뽑아줄지 너무 기대돼요. 그리고 뽑힌 사람들이 국민과 나라를 위해 얼마나 더 열심히 노력해줄지도 걱정되고요. 우리 반 반장은 반장선거 할 때 학급에 봉사한다고 약속했는데 잘 지키고 있어 정말 고마워요. 어른 정치가도 그렇게 해주시겠죠? 국민의 소중한 투표로 오른 자리잖아요.”

 아직 어린 줄로만 알았는데 엄마인 나보다 선거에 관심을 더 보이고 국가 발전을 걱정하고 있는 딸이 기특하기만 했다. 한편으로는 선거나 투표, 정치에 무관심했던 자주성 없는 국민이었던 사실이 순간 너무도 부끄러웠다.

“선거는 원래 비밀로 하는 것이 원칙인 거야. 자기가 누굴 찍었는지 모르게 하는 거지. 너도 반장 투표해봐서 알잖아. 엄마는 우리 고장을 위해서 가장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신중하게 생각해 보고 뽑을 거야. 발전하고 살기 좋아지는 고장에서 우리 딸의 미래가 활짝 펼쳐진다면 그 얼마나 좋은 일이니. 분명 투표한 국민들의 뜻을 알고 국회의원들도 더욱 최선을 다해주실 거야.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국민은 투표로 국민의 권리를 찾고 정치인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해 준다면 세상은 정말로 살기 좋고 누구나 행복해질 거야.”

 딸에게 좋은 미래를, 살기 좋은 고장을 선물하고 싶은 엄마의 바람을 담아 대답하고 나니 딸은 내게 다시금 질문을 한다.

엄마는 이번 선거에 나온 후보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무슨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는지 알고 계세요?”

순간 머리를 제대로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후보자들의 선거자료와 투표장소 문서를 우편으로 이미 받았음에도 바쁘다는 이유로 책상 구석에 미뤄두고 방심했던 나의 과오가 들킨 것 같아 얼굴까지 빨개졌다.

산책 끝나고 엄마랑 집에 가서 이번 선거에 나온 후보자들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 고장을 위해 어떤 일을 해주면 좋을지 이야기 나눠 볼까? 딸이랑 함께 하면 더 확실한 해답이 나올 것 같은데......”

 아이는 자기가 더 신나하면서 씽긋 긍정의 눈웃음을 보여주었다.

집에 돌아와 아이와 함께 선거 홍보자료를 보면서 후보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를 하고 선거의 4대원칙과 우리 고장에서 바뀌어야 할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딸은 자신도 빨리 성인이 되어 반드시 선거권을 행사해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사람들이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다. 나만의 잣대로 선거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고 투표권 행사에 안일하게 대처한 자신을 반성하며 딸아이가 잠든 후 지역방송을 통해 선거 후보자 인터뷰를 모니터하고 내 딸의 미래를 희망으로 밝혀줄 인물을 마음속에 새겼다. 그리고 투표권 행사가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기본 과정이자 필수불가결한 사항임을 되뇌며 바른 정치, 공정한 사회, 더불어 잘 사는 국가를 만들어 가는데 일조하기 위해 반드시 선거에 관심을 갖고 투표를 하는 부모가 되어 딸에게 본보기가 되리라 다짐 했다.

 선거 날 이른 아침, 누적된 피로로 간만에 늦잠을 자고 느지막이 투표하러 가려던 내게 딸아이는 단잠도 잊은 채 안마 서비스를 해준다.

“엄마, 어서 빨리 일어나세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신다는 약속 잊으신 건 아니죠? 국민의 권리를 찾기 위해 어서 투표하러 가야죠. 벌써 연예인들은 인증샷도 찍고 뉴스에서도 투표 얘기만 해요. 이러다 꼴찌로 투표하겠어요. 제가 시원하게 안마해 드릴 테니 어서 기운 차리고 투표하러 가요. 네?”

 매 선거 때마다 밀린 잠을 자거나 여행을 떠나며 내가 아니 여도 세상은 잘만 돌아갈 거고 내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 얼마나 있겠냐는 안일한 생각에 사로잡혀 국민의 권리를 스스로 박탈하고도 룰루랄라 했던 자신을 뼈저리게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다. 세계에 우뚝 서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던 딸을 위해 이제는 앞장서서 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할 때다. 옆집, 뒷집 아주머니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같이 투표하러 가자고 제안을 해야 할 판이다. 사랑스런 딸의 애교와 재촉에 나는 힘이 불끈 솟았다. 그리고 상쾌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근처 초등학교 투표장으로 향한다. 국민의 투표권 하나하나가 모이고 모여 올곧은 정치가를 선출하고 정책을 바꾸며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그 큰 의미를 왜 진작 절감하지 못했는지 안타까움이 남지만 지금이라도 청출어람 딸 덕분에 국민 된 도리를 하고 내 가족, 내 고장, 내 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해 일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긍심이 충만해진다.

소중한 투표를 통해 딸에게 밝은 미래를 선물할 수 있어서 나는 정말 행복한 엄마다. 십 년 뒤 딸과 나란히 투표하러 가는 그 날엔 오늘을 웃으며 회상할 수 있겠지. 딸은 더욱 더 행복과 자긍심이 가득한 얼굴이겠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선거 날이다. 



 

【동  상】

동행

강 동 규


누구나 결혼 후, 세월이 가면서 배우자에게서 몰랐던 사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알게 된다. 식성, 좋아하는 제품, 선호하는 TV채널, 사물을 보고 이해하는 방식 등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면 실망에 빠지기도 한다. 나도 아내에게서 몰랐던 게 있었다. 첫째는 몸이 아파도 병원에 안 가는 것이고, 둘째는 선거 때마다 투표를 안 하는 것. 나는 아내와 투표 장소에 같이 갔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선거 날이면 아침 일찍 아버지는 어머니와 투표소에 다녀왔다. 그리고 아버지는 네 살이 많은 형과 나에게 ‘선거’와 ‘투표’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투표소에 같이 갔어도 선호(選好)하는 ‘당’이나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기표하는 ‘번호’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를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 내 머리에 ‘사상(思想)’으로 각인되었다. 이렇게 투표를 배운 나로서는, 아내가 선거 때마다 투표를 안 하는 게 이상했다. 이해가 안 갔다. 그렇다고 아내에게 내 사상과 가치관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설득한다고, 강요한다고 상대방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맏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그 날은 대통령 선거일이었다. 나는 아내를 설득하려고 맏이 책상에 있는 교과서를 꺼냈다. ‘국민의 참정권’이 있는 페이지를 열고 아이와 큰 소리로 읽었다. 투표하러 가자고 아내를 설득하는 작전(?)이었다. 그러면서,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자녀가 따라서 해요.” 라고 작전상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나 그 날도 투표소에 나 혼자 가고 말았다. 

맏이가 중학교 2학년 때. 그 해 도지사 선거가 있었다. 아내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부재자 봉투를 발송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온 아내에게 선거일에 투표하러 같이 가자고 했다. 아내는 시큰둥했다. 나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을 하고 왔으면 당연히 투표를 해야 한다고 ‘이상한 억지’를 부렸다. 선거 날, 아내는 내 생떼가 귀찮아서 그런지 마지못해 따라 나섰다. 아내와 손을 잡고 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투표소로 갔다. 동행하는 아내의 걸음은 가볍지도, 아내의 얼굴은 밝지도 않았다. 사람의 마음은 얼굴에 나타나기 마련. 학교가기 싫어하는 학생 같았다. 아내는 투표용지를 받기 위해 신분증을 찾았다. 지갑 구석구석을 한참 뒤졌으나, 끝내 신분증을 찾지 못했다. 나는 얼굴이 붉어진 채 혼자 투표를 하고 집으로 왔다. 아내는 방에서 신분증을 찾다가, 지갑에 신분증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에게 말했다. “마음에도 없는 투표를 하려니까, 지갑에 있는 신분증도 안 보이는 것 같아.” 나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먹기 싫은 것을 억지로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지.”

맏이가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내가 ‘이상한 억지’를 부릴 것 같아서 일까? 아내는 올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다. ‘올해도 나 혼자 외롭게 가겠구나.’ 하고 있는데, 화장(化粧)을 끝낸 아내가 갑자기 투표하러 가자고 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했다. “해가 서쪽에서 뜨겠는데?” 아내가 농(弄)을 했다. “해가 서쪽에서 뜨면 정권이 바뀐 데요. 우리 투표하러 가요.”

동행에는 외국인과 내국인의 동행, 여성과 남성의 동행, 노인과 아동의 동행, 선거권과 피선거권자의 동행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동행은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동행하는 마음은 ‘박수의 전조(前兆)’이고, 동행은 동행자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녹색 신호등’이다. 부부가 선호하는 것이 달라도 동행 자체는 ‘마주보는 사랑’이다. 

창 밖에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우산을 쓰고 집을 나섰다. 녹색 신호등이 밝혀지고, 우리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투표소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멀리서 보였다. 목련꽃망울 같은 후보자가 꽃봉오리를 활짝 터뜨리기를 바라면서, 나와 아내는 투표소를 나왔다. 4월 11일, 아내와의 동행은 우리 가족사에 의미 있는 날로 기록될 것이다.      



 

【입  선】

우리의 의무이자 권리인 투표

홍 예 은


오늘 동생 예진이가 몸이 좋지 않습니다.

원래부터 장이 좋지 않은 지라 질병에 잘 걸리는데 오늘 또 배탈이 난 것입니다.

엄마께선 예진이에게 오늘 학교를 쉬라고 하셨습니다.

 “예진아, 오늘 학교 가서 괜히 고생하지 말고 그냥 집에서 쉬면서 누워있으렴. 선생님께도 결석계를 내야겠다고 말씀드릴게.”

 “안돼요. 오늘 학교 꼭 가야해요. 그냥 학교 다녀올게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조금만 아파도 학교 쉬면 안되겠냐고 보채고 조퇴하고 싶다고 하던 애였는데 웬일인지 오늘은 학교에 꼭 가야겠다고 하니 의외였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엄마와 아빠의 표정에서도 놀라신 기색이셨습니다.

 이어서 엄마께선 아픈데 왜 학교에 가려 하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전교 임원 뽑는 날이에요. 처음으로 주어지는 투표권인데 투표를 안 할 순 없어요.”

 맞습니다. 오늘은 학교에서 전교임원투표가 있는 날입니다. 4학년인 예진이는 처음 투표하는 것이거든요.

엄마와 아빠는 서로 마주 보시며 더 아무말씀 못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저더러 동생을 잘 챙기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4학년인 동생을 1학년 동생을 데리고 가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학교를 가는 길에 저는 동생에게 물었습니다.

 “누구 뽑을지는 결정했어?”

 “응. 내 친구 형인 수빈이 오빠 뽑으려고.”

동생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무슨 이유라도 있어? 혹시 너의 반 친구 오빠라서 그런 거야?”

 “그래서만은 아니야. 그 오빠 저번에 보니까 운동장에서 다른 오빠들 다 노는데 쓰레기도 줍고 우리 친구들이 축구하고 있을 때 다른 오빠들이 공 빼앗아 가면 그 오빠가 그러지 말라고 얘기도 해주고 다시 돌려주게 했어. 그리고 복도에서 막 뛰어가는 1학년 아이를 불러 세우고 ‘그렇게 뛰면 넘어져 다쳐’ 이렇게 얘기해 주는 거야. 그런 거 보면 학교 회장 일도 잘 할 것 같아. 그렇지 않아?”

수빈이는 저와 5학년 때 같은 반이여서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한 반이였던 나는 잘 알고 있지만 그 친구의 그런 모습을 동생이 알아내었다는 것이 참 놀라웠습니다.

또 동생은 자그마한 한 표도 헛되이 버리지 않으려 아픈데도 학교에 오려들지 않나 신중하게 결정하기 위해 그런 점 까지 보려고 했었다니 언니인 제가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였습니다.

동생의 확실한 생각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저도 처음 투표할 때는 꼭 누구를 뽑아야겠다는 생각 없이 투표에 임하곤 했었는데 동생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을 도와 우리 학교의 대표 얼굴이 되어줄 전교회장을 신중히 뽑아야 한다고 덧붙이는 동생이 나보다 더 언니 같았습니다.

학교 복도에는 입후보자들의 사진과 약속들이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어 오늘이 투표일인데도 아직도 아이들은 그곳에서 하나하나 읽어 보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조회를 끝낸 후 예정대로 입후보자들의 소견 발표가 끝나고 순서대로 투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선거관리 위원 인지라 투표가 끝나고 개표 과정까지 다 참여했습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마치 우리학교에서 어린이 회장단을 뽑는 이 과정이 우리나라의 국회위원이나 대통령을 뽑는 과정과 똑 같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선거를 하러 가시면  그 과정이 참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이젠  알 것 같습니다.

개표결과가 나왔지만 선생님은 내일 발표할 거니까 그 때까지는 비밀이라 하셨습니다.

그렇게 또 학교생활이 끝나고 집에 와보니 엄마, 아빠 모두 집에 계셨습니다.

 투표만 하고 열이 너무 나 조퇴 맞고 온 동생과 병원까지 다녀왔노라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씻고 나오다가 잠자고 있는 동생 옆에서 엄마, 아빠께서 하시는 대화를 얼핏 듣게 되었습니다.

“여보, 우리 어른들도 투표 귀찮고 바쁘다고 안하려고 하는데 어린애도 저렇게 투표 꼭 해야겠다고 하니 우린 절대로 투표 거르는 모습 애한테 보이지 말아야 겠어요. 어른이 모범이 되어야지 어른답지 않은 모습 보여주면 되겠어요?”

 “그래야겠어. 애한테 우리가 배우네. 참.”

 엄마와 아빠는 예진이 덕분에 뭔가를 다짐하신 것 같았습니다.

예진이를 깨워 네가 지지하던 수빈이가 회장이 되었노라 말해 주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그게 제가 할 도리이니까요.

수빈이에게 한 표를 던진 사람들은 한결 같이 동생과 같은 마음에서였을 것입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나라의 중대사인 총선과 대선이 있습니다.

어른 분들은 투표 때마다 소중한 한 표를 없애지 말아야 합니다.

작게는 교실과 학교를 크게는 우리고장,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이끌어 가실 분들을 뽑는 일인데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그 한 표 차이로 아까운 결과를 얻는 후보들 또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있을 총선과 대선 때는 모든 어른들이 투표를 꼭 하셨으면 좋겠고 우리는 엄마, 아빠가 투표를 하시도록 자꾸 옆에서 얘기를 해드려야 합니다.

 공정하고 올바른 투표과정과 결과를 위해 모두가 소중한 한 표를 버리지 말고 꼭 투표에 참여하여서 아름다운 정치가 될 수 있는 일에 동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입  선】

사랑하는 딸에게

박 혜 균


“우리 엄마는 참 깐깐해. 그깟 투표가 뭐라고.”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너의 말을 들으니, ‘부재자 투표 신청서를 보냈느냐? 부재자 투표를 했느냐?’며 확인했던 엄마가 너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웠던가보다 하는 생각을 했단다.
그래서 ‘내가 좀 심한가?’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엄마가 스무살에 겪었던 미안한 감정을 너는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지.
다행히 부재자 투표를 하고 나서 며칠 동안 뿌듯함을 느꼈다는 널 보며 ‘잘 했구나’하며 내 기분도 좋아졌단다.
민정아!
투표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거란다.
물론 너가 처음에 말한 대로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벌이 내리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도 아니니 말야.
너희 또래들은 이런 말을 한다고 하더구나.
‘투표란 늙은 사람들이나 못 배운 사람들이 꼬박꼬박 하는 거라고. 지식인들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 투표를 하지 않아도 정치는 어떻게든 되고 나라살림도 굴러가는데 뭘.’
그 말을 듣고 구세대에 속하는 엄마는 깜짝 놀랐단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어떻게 그리도 무책임한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지?
더구나 ‘선거일=휴일’이라고도 하며 여행지에 젊은 사람들이 북적댄다는 뉴스까지 듣고 나니, 너가 엄마의 말대로 부재자 투표를 한 것이 얼마나 기특한지 모르겠구나.
그리고 국민의 권리로 주어진 투표는 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정책에 무조건 반기를 드는 일이 지식인들이 하는 일이라는 논리에 휩쓸리지 않은 너의 주관도 칭찬해주고 싶단다.
실은 민정아!
너한테만 고백하는 건데, 엄마도 스무살때 너와 똑같은 말을 외할아버지께 한 적이 있단다.
요즘처럼 부재자투표라는 것이 없을 때였지.
투표를 하러 시골로 내려오라는 외할아버지의 말씀에 너와 똑같은 말대답을 했더니 외할아버지께서 그러시더라.
‘태어나서 처음으로 주어진 선거권인데 포기해버리면 빚진 기분이 오랫동안 갈텐데’
그 당시에는 ‘무슨 빚, 누구한테?’ 하면서 흘려버렸는데, 정말 빚진 기분은 오래 가더구나.
마땅한 채권자적 대상도 없는 빚쟁이였지.
외할아버지의 그 말씀이 맞았단다.
그때 이후로 누가 ‘선거’나 ‘투표’라는 말을 하면 이상하게 죄를 지은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
나라에서 주는 혜택은 누리면서, 정치 이야기에 열은 올리면서 왜 투표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막급은 그날 이후로 꽤나 오랫동안 엄마를 괴롭혔단다.
하긴 그 덕분에 그때 이후로는 선거가 다가오면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지.
선거 방송도 열심히 보게 되었고, 투표 안내서가 오면 꼼꼼히 살펴보고 무조건 투표장으로 달려가게 되었으니 말야.
민정아!
사람은 애초에 행복할 권리를 갖고 태어난단다.
그리고 그 권리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정치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노력해야 하지.
그래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정치라면 욕을 해도 괜찮아.
어찌보면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의무가 될 수 도 있는 거란다.
만약 선거를 하는데, 나이든 사람들만 투표를 하고 젊은이들은 대부분 기권을 해버리면 정부는 제대로 된 국민의 의견을 듣지 못하게 되는 셈이지.
결국 투표를 한 나이든 사람들의 의견에 맞춰서만 정치를 하게 될 거고, 결국 젊은이들에게 돌아갈 정치적 혜택은 배제된 채 국정이 진행된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끔찍한 일이니?
국가 경제는 퇴보할 것이고, 정치인들은 투표를 하는 계층의 요구조건만 수용하게 되는 절름발이 나라가 되고 말 거야.
민정아!
선거는 너의 귀중한 시간을 뺏는 것이 아니란다.
너의 판단력을 중시하고, 너가 결정해준 사항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려는 국가적 차원의 배려임을 알았으면 좋겠구나.
다음에는 엄마가 굳이 ‘부재자 신고는 했니? 투표는 했니?’하는 일이 없을거야.
투표를 왜 꼬박꼬박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너의 말을 믿기로 했거든.
부재자 투표라는 제도가 있어, 국민의 권리행사도 쉽게 할 수 있는 좋은 시절이 너에게 주어진 것이 참으로 감사하구나.
이제 네가 뽑은 새로운 일꾼의 시대가 왔고, 희망도 그만큼 가까이 와 있는 좋은 시간이란다.
언제나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잘 이행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딸이 있는 한, 정치도 잘 굴러가리라 믿고 싶구나.
이제 처음으로 선거의 테이프를 커팅해 본 딸아!
앞으로 더 좋은 시간, 더 행복한 날들을 위해 이번 선거에서 얻은 뿌듯함을 계속 네가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파이팅를 외치면서! 엄마가..



 

【입  선】

희망을 품는 시간들 속에는 언제나 새로운 비상이 있다

양 희 성


이야기 1. 기권은 중립이 아니다. 암묵적인 동의다.
나는 괴테의 말을 인용해서 아이들에게 힘주어 말했다. 분명 내 스스로 그렇게 느끼듯이, 목소리가 다소 격양되어 있었다. 나는 상기된 얼굴로 투표에 참여할 권리는 국가의 주인으로서 갖는 공적인 권리이며, 선거를 하지 않는 사람은 곧 국가의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혼자 열을 올리며 아이들 눈을 차례로 응시했지만, 역시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건 분명 내 말이 엄청 어렵거나, 아니면 지극히 관심이 없어서 일게다.
난 방법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아이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나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우리 반 반장은 우리들보다 덩치도 크고, 힘이 센 친구였어. 그 친구가 처음 자신이 반장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우리 반 아이
들은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 하지만 마땅히 다른 후보가 없었기에 나는 그냥 기권을 해버렸어. 결국 그 친구는 반장이 되었고, 곧 교실의 질서를 무너뜨리기 시작했지. 정작 자신은 급식신청을 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의 점심을 빼앗아먹거나 힘이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기 일쑤였지. 그때 나는 뒤늦게 후회하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단다. 그 친구는 우리의 손으로 뽑은 반장이었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거야. 결국에는 반장이 계속해서 말썽을 피워, 담임선생님의 손에 의해서 강제로 물러나게 되었지만 그때 내가 느낀 무력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단다. 난 스스로 민주주의를 포기한 것이었어.”
내 말을 숨죽여서 듣던 아이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아마
내 경험이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은 움직이게 한 모양이었다. 사실 우리 아이들에게 선거참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반장선거와 학생회장 선거를 통해서 민주주의를 경험해왔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아이들에게 선거참여의 중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사회수업시간을 계기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선거참여의 중요성을 이해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

이야기 2. 처음에 ‘실패’라고 써서, 나중에 ‘성공’으로 읽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학생회장선거를 한주 앞둔 월요일. 나는 고민 끝에 EBS에서 방영된 「우리
들의 선택-선남선녀」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이 드라마는 같은 반 친구 사이인 두 주인공이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착실히 준비한 공약과 유세 등을 통해 벌이는 경합 과정을 그린 드라마였다. 이 영상을 보여주기로 결심한데에는 아이들에게 선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지만, 사실 더 큰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우리 반 아이들 두 명이 학생회장선거에 나섰고, 이들이 경쟁을 벌어야하는 과정이 드라마와 꼭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걱정과는 달리 눈을 반짝거리며 열심히 영상을 시청하고, 서로의 선전을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을 보니, 새삼 아이들이 대견스러워졌다.
마침내 선거 날이 다가왔다. 선거 전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거운동을 펼친 학생회장후보들을 선두로, 아이들은 질서정연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투표에 임했다. 걱정했던 것보다 아이들의 태도가 진지했던 것에 놀랐지만, 내가 더 크게 놀랐던 것은 학생회장선거에서 낙선한 아이의 태도 때문이었다. 그
아이는 의연하게 결과를 승복하고, 오히려 친구의 당선을 누구보다도 더 기뻐하며 축하해주는 것이었다. 아이가 혹시 상처를 받았을까봐 걱정이 되었었는데, 내 걱정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 처음에 ‘실패’라고 써서, 나중에 ‘성공’이라고 읽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하지 않았나. 오늘의 경험이 낙선한 아이의 인생에 큰 밑거름이 되리라. 오늘 난 우리 아이들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고, 또 자랑스러워졌다.

이야기 3. 희망을 품는 시간들, 그 시간들 속에는 언제나 새로운 비상이 있다.
나는 작년에 태백시에 있는 철암중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발령을 받자마자 난 주소를 경기도에서 이곳 태백으로 옮겼다. 올해 치러질 총선과 대선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4월 11일은 제 19대 국회의원선거가 있는 날이다. 나는 아침부터 서둘러 투표소를 찾았다.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덤으로 투표소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지팡이에 의지해서 걸음을 재촉하시는 어르신부터, 고사리 같은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나오신 부모님, 그리고 밝은 표정으로 인증샷을 찍고 있는 청년들과 투표의 원활한 진행을 책임지는 청소년 자원봉사자들로 북적거렸다. 오늘은 아마 누군가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권리행사의 날이요. 누군가에게는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이요.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밝은 표정으로 선거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희망을 품는 시간들, 이 시간들이 모여 대한민국은 새롭게 비상할 것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선거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도록 노력하고 싶다.



 

【입  선】

신발벗고 한 투표

현 종 길


  2012년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날 아침,

봄비가 촉촉이 내리며 초록대지를 툭툭 울리면서 축복의 아침이 열린다.

올해의 국회의원 선거에 더욱 눈이 밝아지고 귀를 열고 있었던 것은 우리가족 중 에 새롭게 투표권을 처음 받는 동서 때문이다.


동서는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에서 4년 전에 한국으로 시집을 온 한족으로 우리는 다문화 가정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우리 시동생이 국제결혼 상담소를 통해 중국에서 선을 보는 날 시동생이 마음에 든 아가씨가 있었는데 지금의 동서가 시동생을 보고 한눈에 반해서 자기가 시집 오겠다고 상담소 직원에게 말해 결혼하게 된 것이다.

바로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 한다는 것을 다시 새겨본다

그러나 결혼하고 보니 30~40년씩 서로 다른 나라의 전통과 관습 등이 하나에서 열까지 부딧치기 시작했고, 때로 가방을 싸서 나가기도 몇 번이나 했다.

그럴 때마다 시어머님과 우리 부부는 중재에 나서기를 수 없이 반복하며 그를 감싸 안았다. 차츰 한국 정서와 가족들 사랑에 마음을 열며 첫 아들을 낳게 되고 또 연이어 둘째 딸을 낳고, 그러다 보니 이제 어느정도 말도 배워서 서로 마음도 알게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만사 해결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일 년 중 동서의 양 부모가 한 9개월 정도 한국에 나와 계시는데 부모님과 소통이 하나도 안 되니 시어머니는 그 사돈들이 바보같다 하며 왜 한국말을 배우지 않는지 모르겠단다. 사돈들이 딸 하고만 말을 하니 본의 아니게 우리 시어머니는 외톨이가 되곤 한다. 왕따 당한 느낌으로 노인정에 가서 기간을 보내곤 하시니 안스러운 마음이다.  이것도 이 시대의 가정에 아픔이다.


시동생 역시 중국말을 못하니 장인 장모와도 대화가 잘 안 된다.

아이들 역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 가지 않으려 하니 소통하지 못하면 한 집에 살아도 남인 듯 하다. 내가 이렇게 가족사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나랏일도 마찬가지 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서로 마음이 통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함께 일 할 수만 있다면 . . . . . .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많이 배운 사람도, 못 배운 사람도“ 한 표를 행사하는 민주주의의 잔치라는 선거의 의미를 되 새겨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나는 동서에게 우리의 선거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선거 방송을 보는 것부터 유세장에서 후보자의 공약 등을 꼼꼼히 체크해 가며 정말 그들이 허황된 약속으로 현혹하는지 않는지 다시 짚어보기 까지를 하고 또 했다.

우리 가족은 가족회의도 세 번이나 하면서 한 사람씩 의견을 듣기도 하고 토론도 하며 선거를 확실하게 하자고 했다.

이제는 서민들도 입에 사탕발림 같은 말엔 속지 않는다.

주부들이라서 정치를 잘 알지 못 한다고 하나, 그것은 모르는 말씀이다.

가게부 체크하며 쓰듯 한 후부 한 후보 체크할 것이고, 냄새가 나는 썩은 과일 골라 내듯 골라낼 것이다.  눈을 가린다고 뱃속이 썩은 생선을 몰라볼 일 없다.

썩은 것은 가차 없이 골라 버리자.  쌀의 뉘 고르듯 깨끗이 걸러낼 것이다.


우리 동서는 아주 신이 나서 적고 외우며 선거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시간이 나면 다문화 가족 친구에게 우리 가족은 모두 선거하기 위해 가족회의도 했다며 자랑까지 한다.

우리 한국문화를 하나씩 익혀가는 동서의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아니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겠다.

드디어 선거 날이 오고 우리 가족은 새벽부터 선거하러 가려고 떠들썩하니 꼭 무슨 축제에 가는 것 같았다.  처음 투표하는 동서가 시동생과 먼저 투표했고,

나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가느라 조금 늦게 했으며,  남편은 선거사무에 종사하는 관계로 미리 부재자 투표를 했다. 아들은 직장인이라 점심시간을 이용해 모두 투표를 했다.  저녁에는 개표 상황을 보기위해 온 가족이 모여 맛있는 음식들을 만들어 먹으며 하루 있었던 이야기들로 꽃을 피웠다.

내가 먼저 이야기를 했다. 어떤 사람이 투표 하는데 얼마나 긴장 했는지 주민등록증을 놓고 가서 찾아 주라고 근무하는 직원에게 맞긴 일을,  그러자 시동생이 동서를 쳐다본다. 동서가 말하지 말라고 애원에 가까운 애교를 부린다.

나는 너무 궁금해서 뭐냐고 했더니, 우리 동서가 처음하는 투표라 너무 긴장해서 신발을 벗고 투표소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모두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내가 우리동서 상 줘야겠다고 하자 왜냐고 물었다. 아 신성한 투표를 하는데 신발 벗을 수 도 있는거지 안 그래요? 하자 우리는 또 한 번 웃음꽃이 피었다.

이렇게 선거 날을 이용해 가족이 모여 화합도 하고 또 나라의 새로운 일꾼을 뽑아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고 정말 바람직한 일인 것이 분명한데 이번에도 60%도 안되는 참가율을 보며 많은 유권자가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십이월에 대통령선거 때에는 우리 동서처럼 신발 벗고 투표하지는 않더라도 모두 모두 내가 하는 한 표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유권자의 권리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 동서는 십이월 대통령 선거에는 꼭 예쁜 신을 신고 투표를 하겠다며 지금부터 설레고 있다.

이렇게 다문화 인들도 나라를 근심하고 시대를 아파하며 뜻을 바로 세우는 일, 선을 권장하고 악을 선별하는 일을 배우고 익혀가며 나라를 걱정하는데 십이월 대통령선거 때는 투표권을 갖은 사람들은 모두 자기 의사를 확실히 밝혀 투표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자랑스러워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민주주의는 유권자의 참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원칙을 알았으면 한다”

십이월 대통령선거 때는 예쁜 구두를 신고 투표하러 가겠다고 설레고 있는 우리 동서의 그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거워진다. 끝.   

 

【입  선】

투표!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 동 숙


  얼마 전 이른 새벽, 여느때처럼 늘 듣는 주파수에 채널을 고정시킨 채 아침식사를 준비하면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북한의 선거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다. 그러고 보니 국회의원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 또 군인으로서 살아가는 나의 삶은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바쁘게 지나가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때가 많다.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느꼈던 국회의원 선거일이 정말 가까이 다가옴을 보고, 또 한 번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을 느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얘기에 잠시 귀를 기울여보니, 북한은 우리나라처럼 선거를 하지만, 한 선거구에 당에서 지정된 한 사람이 후보로 나오고, 주민들이 그에 대한 투표를 한다고 했다. 후보가 한 사람이고, 우리나라처럼은 아니지만 선거운동도 한다고 했다. 갑자기 귀가 솔깃해지면서 나중에 북한선거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출근하는 길, 새벽부터 선거에 대한 생각을 해서인지, 내가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선거에 대해 회상하게 되었다. 내가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된 선거는 1998년 지방선거였다. 나는 내 인생에서의 첫 선거를 잊을 수가 없다. 막 군에 입대하고 자대배치를 강원도 춘천으로 받고, 지금은 제2의 고향이 된 춘천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 나는 처음으로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한다는 생각에 설레임 반 기대 반이었다. 처음으로 투표소란 곳에서 줄을 서고, 내 손으로 직접 내가 선택한 후보자 옆에 표시를 하고 투표함에 용지를 집어넣는 것을 상상하면서 그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상상에서만 일어난 일이었다. 군인으로 주소지가 경기도였던 나는 부재자투표라는 것을 하게 된 것이다. 부재자투표라는 것이 무엇인줄도 몰랐었기에 부대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부대 내 한 지정된 장소에서 우편으로 온 투표용지를 받아 거기에 볼펜의 앞부분이 제거되고 남은 몸통으로 인주를 찍었다. 그 후 내가 선택한 후보자 옆에 동그라미가 표시될 수 있도록 찍어서 다시 해당 동사무소로 보내질 수 있도록 봉투에 담아서 제출하였다. 이런 방식의 투표는 상상속에서 조차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라 괜히 당황스러웠고, 그렇게 나의 첫 번째 투표는 끝이 났다. 하지만, 얼마 후 나의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한 사람이라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생겨난 제도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가 누려야할 권리를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 제대로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룬 채 나의 마음은 실망에서 국가에 대한 신뢰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꼈었다.


  퇴근 후 잠시 시간을 내어 북한의 선거에 대해서 인터넷검색을 통해 알아보았다. 조금씩 다른 내용들이었지만, 공통적인 사항은 북한은 절대로 비밀투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에서 지정해준 후보가 대부분 1명이고, 그 후보에 대한 찬성과 반대에 대해 표를 하는데, 99%이상의 투표참여율과 100%의 찬성은 북한주민의 선거에 대한 자유가 없음을 전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반대와 찬성이라는 두 개의 투표함에 표를 넣는 것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한 개의 투표함이지만, 찬성은 그냥 용지 그대로를 넣고 반대는 X표시를 한 후 투표함에 넣는다. 물론 당에서 나온 감시자 앞에서 말이다. 만일 반대라고 생각해도 실제로 반대의 표시를 한다면 당에 대한 반역으로 잡혀간다고 하니 누구나가 찬성의 표를 투표함에 넣을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선거때만 되면 진풍경이 펼쳐진다. 대형 현수막의 등장과 함께 개조한 차량 안에서 음악소리와 후보자의 연설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또한, 괜히 선거시기에는 그동안 하지 않던 선행들을 베푸는 사람들, 후보자의 기호번호가 새겨진 조끼를 맞춰 입고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모습 등 분명 평소와는 다른 모습들이 보여진다. 그런 모습이 가식인지 아니면 진정한 모습인지 우리 국민들이 제대로 심판할 수 있는 것이 투표인 것이다. 우리힘으로 우리를 대표해서 일할 일꾼을 뽑는 큰 행사이다. 회사에서 일할 사원 한명을 선발함에 있어서도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하기 위해 얼마나 체계적이고 계획적이며, 이것저것 따져보고 재보는데, 하물며 우리 지역을 대표로 해서 일할 일꾼을 선발하는 일에 우리 모두가 큰 관심을 갖고 진정한 일꾼을 선별해야 하지 않겠는가...북한주민들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우리국민의 권리와 자유가 보장되는 선거제도. 선거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는 광고문구도 보았지만, 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집으로 배달된 후보자들의 선거유인물을 꼼꼼히 살펴보고, 선거공약도 확인하고, 인터넷으로 후보자에 대한 자료검색도 하면서 어느 후보자가 우리지역을 위해서 열정을 다해 애써줄지 비교하면서 내가 한 표를 행사할 후보자를 결정하였다. 우리나라는 투표참여율이 50~60% 정도라고 한다. 이런 통계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대표를 뽑는 크고도 중요한 행사에 모든 사람들이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오늘 드디어 선거일이다. 어제 부대에서 당직으로 인해 밤을 지새우고 아침에 퇴근 후 얼마 잠을 못자 많이 피곤했지만,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해 조금이라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투표소로 향했다. 우리지역의 일꾼을 뽑는 큰일에 나도 동참하고, 나의 소중한 한 표로 인해서 이 지역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비밀투표의 원칙에 따라 내가 누구에게 한 표를 행사했는지 지면을 통해 밝힐 수는 없지만, 기쁘게도 내가 선택한 후보자가 당선이 되었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니만큼 앞으로 우리지역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에 관심을 갖고, 훗날 우리 지역이 더 발전하여 아이들에게 좋은 미래를 선물함과 동시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도시 1위로 선정되기를 가만히 기대해 본다.

 

【입  선】

벚꽃 향기를 맡으며

이 유 진


 누군가 ‘4월은 잔인한 달’ 이라고도 했다.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을 그렇게 표현하며 1차 세계대전 후의 정신적 황폐를 나타내려고 했다고도 한다. 시인의 의도가 무엇이었건간에 현재에도 매스컴이나 상품 마케팅, 혹은 개인의 블로그에 이르기까지 역설적인 표현방식으로도 다양하게 인용되곤 한다.

 나에게도 한때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학교를 다닐 때에는 때마침 4월이 중간고사가 겹친 달이었고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닐 때에도 4월은 유난히 바쁜 일정들이 많았었다. 창밖으로 눈부신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들을 바라보면서 그 아래 길을 거니는 사람들이 마냥 부럽기만 했었다. 이런 저런 연유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4월은 또한 가장 즐기기 힘든 달이기도 했다.

얼마 전 이사한 우리 집 근처에는 작은 공원이 하나 있다. 그 공원으로 가는 길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과 하얀 벚꽃나무가 아담하게 심겨져 공원으로 산책하는 이들의 마음을 괜스레 들뜨게 해주곤 한다. 지난 주말 4살짜리 아들녀석과 손을 잡고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4월의 주말은 정말 따뜻하고 포근했다. 흩날리는 벚꽃과 향긋한 꽃 내음, 따뜻한 봄 햇살에 언뜻 언뜻 불어오는 싱그러운 봄바람, 게다가 내 손을 꼭 쥐고 해맑게 웃고 있는 사랑스런 아들 녀석까지...... 이러한 행복이 없다 싶었다. 그런 감정을 만끽할 수 있는 4월에 감사했고 벚꽃내음에 감사했고, 따뜻한 봄햇살에 감사했다. 공원에 설치된 작은 미끄럼틀을 타고 나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아들녀석에게 같이 손을 흔들어주면서 새삼스레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소중함, 고마움을 느꼈다.

한참 동안 아들 녀석과 함께 놀아준 후 고사리같은 손을 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는 따뜻한 봄 햇살만큼이나 밝고 환한 색상으로 쓰여진 각종 현수막들이 눈에 띄었다.「무한리필~ 조개구이점 오픈」,「봄신상 30% 세일」「어린이 뮤지컬 ‘뽀뽀로의 대행진」푸근해진 마음의 여유만큼이나 그런 현수막들을 쳐다보며 다음 주말에는 꼬마 녀석을 데리고 뽀로로 뮤지컬이나 보러 갈까? 하면서 즐거운 상상을 하기도 하면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걸음을 내딛었다.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잊지 않겠습니다」수많은 광고 현수막 속에 문득 눈에 띈 한 문구......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왔던 후보자의 현수막이었다. 선거가 치러진 후 뉴스에서 후보자였다가 당선인이 되어 기뻐하는 모습의 그가 떠올랐다. 또 한편으로는 선거에 패배한 후 머리를 숙인 상대 후보의 얼굴도 오버랩되어 나타났다. 꼬마 녀석의 손을 꼭 잡고 그 현수막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은 노랫 가사처럼 ‘살기 좋은 세상’이어야 하는데... 차별받지 않고, 당당히 능력을 펼칠 수 있고, 살고 싶은 나라여야 하는데... 좋은 정책들, 사람을 위하는 정책들을 펼칠 수 있는 똑똑하고 바른 정치인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올 초 0세에서 2세까지의 어린이집 보육료를 전액 무상지원해준다는 신문기사, 그리고 곧 시행되는 정책들을 보면서 무척 반가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매달 30만원을 넘는 어린이집 비용에 안 그래도 부담이 많이 되었는데 그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준다고 하니 정말이지 엄마의 입장에서는 고맙고 환영받는 정책이었다. 그런데 그 정책을 시행한지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매스컴에서는 우려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지자체와의 협의없이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으로 재원이 고갈되어 무상보육이 중단될 거란 소식들, 그리고 성난 엄마들의 댓글과 누리꾼들의 질타까지......이러한 사태를 지켜보면서 같은 엄마 입장에서 화도 나고 국회의원들, 정치인들에 대해서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이렇게 쏟아주는 선심성 행정, 선심성 공약을 원하지는 않는데,,,,,, 당장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고 진심으로 우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그러한 정치를 하길 원하는데...... 매번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단지 표를 의식한 이러한 포퓰리즘적인 정책은 이제 그만 했음 좋겠는데......

문득, 어쩌면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우리 유권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주인이 되어 우리의 올바른 대표를 뽑고, 우리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그들의 공약과 정책을 꼼꼼이 살펴보고 진정한 대표를 뽑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으면 아이를 혼내는 부모의 마음처럼 잘못된 대표를 뽑았다면 그것마저 책임지고 우리가 올바른 대표를 뽑을 수 있도록 선거 때마다 투표에 참여하여 우리의 마음을, 우리의 진심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 손에 한 아름 노란 풀꽃을 가득 쥐고 해맑게 웃는 아이의 손을 꼬옥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이런 저런 생각에 왠지 평소보다 더 멀게 느껴졌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대표를 뽑는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해이기도 하다. 우리의 아이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가족을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할 때가 아닐런지.



 

【입  선】

아름다운 참여

이 순 미


투표장 출구 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려도 어머님은 나오지 않는다. 아침 식사를 하고 서둘러 팔순이 넘는 어머님과 함께 들른 투표장이다. 그렇다고 투표장으로 들어가 어머님과 함께 투표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빨리 나오라고 소리를 지를 수도 없다. 여러 명이 투표장을 들어갔다가 나오는 시간 동안 출구 앞에서 서 있었다. 그저 기다릴 수밖에.

아이들을 직장 따라 타 지역으로 보내 놓고 우리 부부는 어머님과 함께 산다. 날아온 투표 안내문을 읽다가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출근을 하지 않는 휴일이라 친구들과의 약속도 있겠지만 꼭 투표에 참여하라고 했다. 투표권은 내게 주어진 권리가 아니겠는가. 내 생각과 일치하는 후보를 만나기는 힘이든 일이지만, 내 의사를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권리이니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아이에게 덧붙인다.

수많은 사람 중에 기껏해야 한 표뿐이라고 선거권에 대해 그 가치를 무시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가진 한 표로 인해 당선자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별 가치를 두지 않는 사람도 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거나, 정치인에 대한 실망으로 투표장에 가지 않는 사람도 있다. 혹여 그렇다 하더라도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 마음에 들면 드는 대로, 들지 않는다면 반대의 의사 표시를 전달하기 위해서 투표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래 전, 새댁 시절의 일이 떠오른다. 앞집에 나와 나이가 비슷하고 아이도 같은 또래인 여자가 살았다. 날마다 그녀와 함께 어울렸다. 선거일이 다가올 무렵에 그녀가 내게 누구를 찍을 거냐고 물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누구를 찍겠다고 말했더니 그녀는 의아하게 나를 바라보면서 되지 않을 사람을 왜 찍느냐고 물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투표는 당선될 사람을 찍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찍은 사람이 당선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이나 공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도 중요하다. 그래야 당선자도 반대표를 가진 사람들의 생각에 귀 기울여 줄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이 선거에 관심을 가져서 투표율이 높아질 때 후보자들은 더 긴장을 한다. 긴장감을 주어야 진실을 위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당선자는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니 한 표의 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투표해야 한다. 인류가 생겨난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투표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프랑스 시민혁명 이후에도 재산을 많이 가진 자 중에서 일정한 나이 이상의 남자에게나 투표권이 있었다. 한 표를 찍기 위해 긴 시간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이 투쟁을 벌였다. 투쟁의 결과로 신분이나 재산에 관계없이 투표권을 얻었다. 하지만 여성의 투표권은 이보다 늦었다. 1893년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미국이나 영국은 1920년대에 가서야 투표 할 수 있었다.

한 표의 권리를 위해, 내 의견을 정치에 반영하기 위해 긴 시간의 노력으로 얻어낸 투표권이다.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할지라도 내게 주어진 권리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여럿이 되고 조직이 되고 집단이 되고 사회가 이루어지듯이, 한 표 한 표가 모여서 당선자가 결정된다. 한 표뿐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아름다운 미래를 위한 나의 노력이다.

촉촉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투표장 앞에서 어머님이 나오시길 기다란다. 구부정한 몸으로 느릿느릿 걸어 나오시는 어머님께 왜 늦었냐고 여쭈었다.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받은 용지 두 장을 들고 사람과 당을 정확히 찍기 위해, 한 글자 한 글자를 천천히 읽느라고 늦었다 하신다. 비록 눈은 어둡지만, 그 한 표는 아름다운 내일을 위한 어머님의 정성이라 생각한다. 어머님의 한 표가 우리들을 위한 큰 빛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입  선】

이번 선거 ‘애정남’에게 물어보세요

이 종 근


  이번 4월 총선에 뜻을 두고 있는 지인을 손꼽아 보니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모두 크고 작은 인연으로 설켜있는데... 오지랖이 넓은 셈이다.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하는 남자)식으로 구분해보면 아주 가까운 사람이 출마한 경우, 1) 여론 조사 결과에 따라 그날 기분이 좌우된다. 2) 어떤 식으로든지 자발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 3) 선거 정보 메시지를 받았을 때 안쓰럽다. 4) 선거에 떨어졌을 때, 경제적인 면과 건강이 걱정된다.

 미지근한 사이라면, 1) 꽃값은 아깝지만 가급적 당선됐으면 한다. 2) 당선되면 자주 못 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몇해 전, 교육감선거가 끝나 당선자들이 취임해 일하고 있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서운한 것이 있어 선거 얘기를 하려고 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선거법에 휘말릴까 참아두었던 말을 이제라도 꺼내려고 한다.

 선거가 한창이던 어느 날 길거리에 서서 춤추듯 손을 흔드는 한 교육감 후보를 보게 됐다. 한참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짠해졌다. 그는 기호도 없이 이름이 새겨진 현판을 목에 걸고,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정신없이 손을 흔들었다.

 난 이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다. 그는 평생을 교육 현장에서 일했고, 여러 후보들 가운데서도 교육적 소신과 철학이 분명한 분이었다. 30년이 넘게 교육 현장에서 일하면서 제자들을 길러냈고, 교원으로서 남부럽지 않은 자리까지 오른 분이다. 그 분의 대쪽 같은 강단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그의 교육적 철학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언제나 일관된 교육 정책을 갖고 있었고, 교육의 중심에 학생을 두고 있던 분이었다. 교육장 시절에는 학교 배정 문제를 놓고 몇 개월동안 학부모들과 대치하면서도 원칙을 사수한 분이다. 길거리에서 춤을 출 수 있는 그런 분이 아니었다.

그가 가슴에는 이름이 적힌 피켓을 걸고, 같은 색깔의 옷을 차려 입은 운동원들을 옆에 두고 잘 보이지도 않는 운전자들을 향해 ‘피에로’가 된 것이다. 다행히도 그는 그 흔하디 흔한 푸른색 점퍼를 입지 않았고 넥타이에 정장을 했다. 나는 그것이 그 분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알고 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차라리 옛날 선거가 그리웠다. 검정 고무신 돌리고, 막걸리 먹이는 그 선거가 이것보다는 순수하다고 본다. 생각도해서는 안되지만 이 같은 ‘피에로’ 선거를 하느니 차라리 옛날 선거판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를 믿고 맡기면 될 일이다. 돈 있는 사람은 돈을 뿌리고, 잘 난 사람은 맘껏 잘난 체 하고, 춤 잘 추는 사람은 춤추게 하고... 옛날에는 고무신과 막걸리가 표로 환원됐을지 모르지만 오늘날의 유권자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선거가 인물을 제대로 알리고, 그의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감수할 수도 있겠지만 후보들이 특정 번호를 얻기 위해 혈안이 되고, 모두가 푸른 점퍼를 입고 길거리에 나와 춤을 춰야 하는 이런 선거라면 국민들이 감내할 가치가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라는 절차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지금보다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같은 ‘피에로’선거가 계속될 바에야 옛날처럼 풀어놓는 것이 훨씬 민주적이다. 하지만, 아직 과거의 그때에 머물러 과거의 관습을 그리워하며 간직하는 곳이 바로 시골 민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을회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대부분은 모든 것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뿐이다. 어쩌다 젊다고 생각이 드는 분들의 연세도 백발에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들이다. 농촌 유권자 대다수가 과거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금품을 그리워하는 고령자들이 많다. 특히 양대선거(4월 국회의원선거, 12월 대통령선거)를 맞아 유권자들이 먼저 나서서 시대의 흐름을 인지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문화가 되길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정치인들도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가 헛되지 않게 정치인을 위한 정치를 하지 말고 국민을 위한 깨끗한 정치로 거듭나야 할 것이며, 재선거로 말미암은 불필요한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우리는 현재 변화가 매우 빠른 시대에 살고 있다. 나날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고자 아주 숨 가쁘게 달려왔으며 지금 우리는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올라있다. 그것에 맞게 우리의 의식수준이나 사고방식 또한 과거의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으로의 전환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기다. 앞의 교육감의 얘기처럼 각각 ‘애정남’의 기준을 만들어 놓고 올해 선거에 참여한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입  선】

온 국민을 유치원으로

허 재 녕


   4월의 일요일은 마음이 외롭다. 온 세상을 따뜻한 기운으로 북돋우는 걸 보면 미치도록 세상을 향해 달려가고 싶다. 하지만 중학생이라는 신분이 나를 책상 앞에 가둬두고 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나의 마음을 엿듣는 듯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제에게 한 표를 더 해 주시다면 지역의 일꾼으로서 최선을.......”

 지나가는 차량 소리와 함께 한 사나이의 스피커 목소리가 여간 거슬리지 않았다. ‘도대체 평화로운 일요일의 단상을 깨뜨리는 게 뭐지?’

공부하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은 핑계거리를 찾아낸 듯 짜증이 났다. 공부를 못 할 수 있는 원인,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저 스피커의 잡음이 없어져야 공부에 집중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거실에 엄마를 찾았다. 엄마는 전화를 받고 계셨다.

 “그건 네가 잘못했다. 선거날 놀러간다고 말했으니 당연히 유치원 아이가 뭘 알겠니? 그리고 유치원 다닐 때 아이들이 얼마나 고지식하고 정직한대. 그런 아이들한테 선거날 놀러간다 했으니 당연히 혼이 날 수 밖에..... 쯪쯧쯧. 어떻게 할 거야. 콘도는 예약 했구? 그럼 아침 일찍 선거하고 민주 데리고 놀러가면 되겠네. 너는 그런 요령도 없니?”

 전화기가 내려 앉았다. 엄마의 통화내용을 엿듣고 있던 내게

  “너는 공부 안 하고 왜 거실에 나와 있는 거니?”

  하신다. 나는 요란한 스피커 소리가 나의 집중을 방해한다고 말씀드렸다.

 “선거철이잖니. 4월 11일이 선거 날이야. 그때까지 저렇게 시끄러울 테니 어쩌겠니. 각오하고 생활해야지. 우리 생활의 일부라고 받아들여. 지금 이모도 선거 날 때문에 민주한테 오히려 혼이 나서 어쩔 줄 모르겠다고 전화한 거 아니겠니?”

 “아니? 선거 날 무슨 일 있대요”

“그게 아니라, 민주가 유치원 다니는데 공부시간에 4월 11일날 뭐 하는 날 인 줄 아냐고 선생님이 교육을 시켰나봐. 근데 민주는 그날 용평 콘도 가서 놀기로 되어 있어서 아마 아무렇지도 않게 놀러가는 날이요 하고 대답을 했는데 선생님이 그날은 놀러가는 날이 아니고 꼭 투표를 해야 한다고 일러줬던 모양이야. 집에 돌아와 투표하지 않으면 선생님한테 혼 날지 모른다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지 않니? 바로 그 내용 전하드라”

 “놀러가도 되잖아요. 우리는 선거날이라고 하기에 하루 쉬는 날이라 좋다면서 좋아했는데......”

“어? 중학생인 네가 오히려 유치원인 민주보다도 못 하네. 선거날이 어떻게 노는 날이냐? 국가의 일꾼이자 민생을 돌볼 일꾼을 뽑는 중대한 날인데..... 유치원 애들보다 못하니 큰일이다. 정말 순수하고 정직해서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행동해야 하는 유치원애들이 교육시키기가 낫단 애기가 여기서 나오는구나”

 결국 이모네는 선거날 뭐 했냐고 물으면 난처해질 지 모르는 조카 민주를 위해 투표를 하고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하셨다고 전해 주셨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조그마한 미소가 내 입가에 머물렀다. 콩알 만큼 조그만 계집애로 말미암아 여행 일정까지 좌지우지 되어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오였다. 그 만큼 선거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하려는 유치원 교육의 목표가 실현된 것이며 어린 나이에 선거참여에 앞장서는 교육을 통하여 민주 시민의 중요한 권리 행사를 배우는 것이라는 걸 나는 뒤늦게야 알게 된 것이다.

  tv뉴스에서 늘상 정치싸움만 일삼은 국회의원들의 모습이나 거창한 공약만 걸고 실행하는 모습을 찾기 힘든 국회의원의 모습이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일으켰다. 그 국회의원을 내 손으로 선출했다는 생각은 추오도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그리고 그런 정치현실 때문에 선거날이 무의미하고 선거날을 다른 용도로 유용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가 좋아하는 분이 나올 수 있다는 기사를 본 순간 좋은 정치인이 나올 수 있는 사회적 배경을 만들고 좋은 정치의 장을 만드는 것이 국민의 몫이 아닌가 하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에게 훌륭한 정치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진리이다.

  그러한 사회적 배경과 정치 현실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투표이다. 국민들의 높은 정치 참여를 본 정치인들의 머리끝이 얼마나 쭈뼛하겠는가? 그러기 위해서 국민의 가장 큰 권리인 선거 투표는 목숨을 걸고라도 행사해야 한다. 100세 넘은 할아버지도 투표장에 나오고, 몸이 불편한 장애인도 도움을 받아 나오며, 미래가 걱정인 아저씨들도 어린 아이들 손 잡고 투표장에 나와서 우리의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앞날을 위해서.......

  인터넷에 이번 투표에 투표율이 70% 넘으면 광화문 광장에서 춤을 추겠어요, 비키니를 입고 포즈를 취하겠어요, 상의를 탈의 하겠다는 투표 독려의 글을 보고 웃음이 나오면서도 안타까움이 들었다. 아름답지도 예쁘지도 않은 사회인사 분들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갖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모습이 좋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아직도 정치 무관심이라는 열사병을 앓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 있기에 일어나는 모습이려니 생각하니 안타까움이 자리잡는 것이었다. 이젠 더 이상 투툐율로 고민하는 내용의 기사가 아니라 높은 투표율로 정말 쓸모있는, 바람직한 일꾼이 뽑혔다는 기사를 보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

  공부방으로 들어가는 내게 어머니께서 날카로운 일침을 가하셨다.

  “ 민주가 중학생보다 낫다. 유치원으로 온 국민을 보내서 기본부터 다시 배우게 해야 하는데......”



 

【입  선】

선거와 도장

허 동 욱


  선거는 그 지역의 온 유권자가 하나되는 축제의 장이자, 미래의 터전이 되는 일이다. 그래서 선거는 그 지역의 백년대계를 뽑는 일이라고 했다. 국민이 열망하는 정치개혁과 이를 바탕으로 한 국가와 지역 발전은 유권자의 몫이다. 정치 비판만 하고 투표장에 나서지 않는 시민은 정치를 비판할 자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한민국 국민은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각각 4년을 이끌 선량(選良)과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광역·기초의원 등을 각각 뽑는다. 투표율이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지방의 대표성이 크게 훼손되고, 국정의 방향성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크다. 그래서 투표 참여는 중요하다.


  최근 총선 투표율을 기준으로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 지난 1985년 84.6%를 기록했던 투표율은 1988년 75.8%, 1992년 71.9%, 1996년 63.9%, 2000년 57.2%, 2004년 60.6%, 2008년 46.1%를 각각 나타냈다. 정치 무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선거가 시대의 정신을 성찰하고 생산적인 담론을 이끌어 내지 못한 것이 원인이 클 것이다. 게다가 정책은 간데없고 공천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치르게 되는 각종 선거에 대해 느끼는 국민의 실망감은 항상 상존해 왔다. 그러다 보니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누굴 찍어야 하는지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두텁다는 것이 그 당시 조사기관마다 공통된 결과였다.


  유권자가 올바른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선거 1∼2일 전에는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해야 한다. 적잖은 유권자가 그동안 정당, 후보 됨됨이를 보는 대신 지역색에 매몰되고 금품·혼탁 선거운동에 흔들려 표를 준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안보 시국관, 무상급식 문제, 지역발전 마인드, 공약사항 등 철저히 따져볼 재료가 많이 있다. 지역별 현안도 생각하고 있는지 체크해 봐야한다. 자기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비전이 무엇이냐를 놓고 지역마다 진지한 토론이 있어야 함에도 후보자들의 공약은 천편일률적이고 재탕 삼탕이 이어지고 있다. 유권자가 시대적 소명과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의사를 당당하게 표출해야 하는 이유인 셈이다.


  유권자는 선거 때 마다, 각 후보들을 올바로 살펴, 누가 임기 동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골라내야 한다. 예를들면, 국회의원은 나라 살림살이를 설계하는 결정권자다. 역으로 그러한 국회의원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게 또한 유권자이다. 국가와 지역에 대한 책임은 선량(選良)과 지방자치단체의 장 그리고 지방의원보다는 유권자에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공약에 재원 조달의 방법은 있는지, 나라와 지역을 이끌어 나갈 철학과 능력, 신뢰성 등은 어떠한지 철저하게 옥석(玉石)을 가려 선택해야 한다. 후보자들도 유권자들이 그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자료를 가감 없이 빨리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오래전 대선(大選) 때의 일이다. 투표를 하러 가려 하는데 아버지가 자꾸 농을 뒤지며 따라나서지 않으셨다. 아버지께 무엇을 찾고 있느냐고 여쭈어 보았다. 도장을 찾는 중이라고 하셨다. 아버지 도장도 내가 챙겼다고 하자 보여 달라고 하셨다. 도장을 보여 주었더니 그 도장 말고 한자로 이름 새긴 나무도장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 도장은 고향에서 퇴거해올 때 실수로 면사무소에 놓고 왔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그 도장 꼭 찾아오라며 이렇게 말을 이으셨다.


‘그 도장은 6·25전쟁 중 북한군의 총탄에 돌아가신 네 작은 아버지가 손수 새겨 준 거다. 나는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마다 통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그 도장을 가져가 투표를 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꼭, 찾아오너라.’


  복숭아 꽃 만발하고 배꽃 휘날리는 새 봄이 출렁거릴 때면 정겨운 나의 아버지와 그 도장이 아련히 떠오른다. 모든 사람들의 고향이고, 정신적인 기둥이 바로 아버지가 아닐까 싶다. 아버지께서는 선거일에는 유권자가 되는 우리 가족 모두를 대동하고 한 번도 선거에 빠지지 않으신 이력을 갖고 계셨다. 나 역시 선거참여를 아버지의 유훈으로 기억하여 집사람과 결혼한 이후 한 번도 투표일에 빠진 기억이 없다. 이젠, 아버지의 유품이라고는 빛바랜 초상화와 한문도장뿐이다. 그 도장은 아버지를 대변하는 인격체이다. 나아가 아버지의 사랑과 숨결이 담겨있고, 살아온 내력이 들어 있으며, 인생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선거에는 꼭 참여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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