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2일에 첫출근한다
황 안토
삼일절 다음날이면 새 직장에 첫출근한다. 거의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겨울이면 계약종료로 실직하고 삼일절 다음날이면 새 직장에 출근한다.
공원 조경 노동자로 일한 경력이 어느듯 5년이다. 내일 첫 출근하면 6년차 조경 노동자의 직장생활이 시작되는 셈이다.
큰 공원에서 일하다가 큰 공원에 딸린 중소 공원들, 일명 권역공원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이 작년에 처음이었으니까 올해 권역공원은 2년차 일하게 되는 셈이다.
권역공원은 일반적으로 5개로 구성되어 있다. 작년에 일한 OO대공원 소속의 권역공원들은 동부공원으로 불렸는데 2명씩 배속되었다.
올해 내가 일하게 되는 O미공원 소속의 권역공원들은 서부공원으로 불린다.
노동자 대기소가 5개 공원에 모두 있는 것이 아니라 3 곳에만 있기 때문에 3 곳에 5~6명의 남성 노동자가 배속되고 여성 노동자 5명은 1곳에 배속되는 걸로 소문으로 알고 있다.
최종합격자 등록을 하러 공원사업소 사무실에 들렀을 때 희망하는 공원을 신청받았었다.
1지망은 문O공원으로 신청하였고 2지망은 장O공원으로 신청하였다. 3지망은 신청받지 않았지만 남은 남O공원이 자동으로 3지망이 되겠다.
1지망은 출퇴근 시간이 가장 적게 걸리고 상대적으로 일하기가 편해보였다. 지난 해 노동자 2명이 너무 많은 작업량을 소화해내느라 고되었기 때문에 올해는 덜 고되게 일하고 싶었다.
작년에 고생은 했지만 종전에는 거의 만져볼 기회가 없었던 엔진톱, 트리머 등 동력기계를 전담하여 사용하다 보니 경력에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2지망은 1지망보다 좀 더 공원일은 많아 보이지만 더 이른 시간에 작업을 종료한다는 소문이 있다. 주어진 작업을 빨리 끝내면 더 이상 추가적인 작업이 떨어지지 않는단다. 반장의 스타일이다.
노동 현장은 열심히 일하여 주어진 작업량을 일찍 완료하면 또 다른 일을 시키는 게 일반적인 풍토이다. 그러니 서둘러 작업을 일찍 끝내려고 무리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장O공원의 반장은 노동자와 같이 일하니 피곤하기는 하나 오전 작업 종료시간과 오후 작업 종료시간이 다른 공원보다 빠르다. 그만큼 휴식시간이 충분해지는 것이다.
3지망은 공원이 조성된지 몇년되지 않아서인지 별로 작업량이 많지 않아 일하기는 제일 좋다고 소문 났지만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기에는 최악이다.
처음 공원 조경일을 시작했을 때 친하게 지낸 동료 김경O 선생이 예비합격자로 매달려 있다가 최종합격자 중에 다른 공원사업소에도 합격한 이가 서부공원의 최종합격자 등록을 하지 않는 바람에 결원이 생겨
그가 운좋게도 막판에 합격자가 되었다. 2년 경력의 젊은 예비합격자와 경합이 붙었는데 5년 경력의 늙은 자신이 낙점되었단다. 우리는 서로 정보를 교환하여 1지망을 문O공원으로 지원하였다.
서부공원은 기업문화가 좋아서 어느 공원으로 배치되더라도 상관이 없기는 하다. 그러나 친한 동료와 동일한 공원에서 함께 일하면 서로 힘이 되겠지. 그와는 2년을 같은 공원에서 일했었다.
운좋게도 올해 같은 공원에서 일하게 된다면 3년을 같은 공원에서 일하는 기록을 남길 수 있겠지.
내일은 장O공원으로 첫 출근한다. 오전에 안전교육을 포함한 오리엔테이션이 있겠지. 작업화, 장화, 작업조끼, 작업모, 비옷을 치수대로 나누어 주겠지. 배치되는 공원을 알려주고 트럭으로 인원을 나르겠지.
2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나는 어느 공원으로 배치되는 지 궁금하다. 그리고 동료 김경O 선생과 같은 공원에서 일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최종합격자 등록하러 공원사무소로 제출할 서류들을 가지고 들렀을 때, 코로나 진단키트로 출근 하루 전날 검사하고 스마트폰으로 양성인지 음성인지 결과물을 사진으로 찍어오라고 사무실 직원이 말하였다.
PCR도 된다고 하니, 2월 마지막날 코로나 임시검사장에 9시 직전에 도착하였는데도 대기하는 줄이 엄청 길었다. 40분 정도 대기한 후 난생 처음으로 면봉으로 목 안과 콧구멍을 깊이 찔리는 경험을 하였다.
다음날 아침인 오늘 아침에 검사결과를 알려주는 문자메시지가 온다는데, 하루종일 "검사진행중"이라는 문자메시지가 1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3 차례나 날아왔다.
같은 날 거의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PCR 검사를 한 동료 심만O 선생에게는 오늘 아침에 검사결과를 알려주는 문자메시지가 정상적으로 당도했단다.
내일 첫출근할 때는 음성 문자메시지를 가지고 가야 하는데 이거 원, 사람 마음 바쁘게 만드는구먼.
보건소 코로나 상황실에 전화를 하니 "검사진행중"이며 양성이 나올지 음성이 나올지 모른다, 오늘 중에 결과를 알려줄 것이라고 당직자가 대답하였다.
그러나 보건소 퇴근 시간이 지나고, 시간이 더 흘러 저녁 10시가 지나도 문자메시지가 당도하지 않았다.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보고 그때도 문자메시지가 도착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코로나 진단키트로 검사하고 결과를 사진으로 찍어야 하겠지.
그렇게 하면 출근길이 바빠질런지도 모른다. 나는 저녁 11시가 다가오는 늦은 시간에 콧구멍 두 곳을 깊이 또 찌르기 시작했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렇게 빨리 결과가 나오는데도 여전히 공식적인 PCR 검사 결과는 "검사진행중"이겠지?
2022.3.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