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가리아 플로브디프에서 이스탄불행 야간 버스를 타러 가다.
황 안토

2025년 12월 14일 날이 밝아지기 시작하였다.
자정을 지나면 12박 13일의 발칸여행 마지막 관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번 여행 기간 중에 이전 여행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통과해야할 여러 어려운 관문이 있었다. 이번 발칸여행에서 야간버스는 처음이다. 아내는 관광시간을 길게 갖기 위해 야간열차를 이용하자는 소리를 평소에 자주 해왔는데, 그것은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탓이리라. 영화와 현실은 같지 않다.
플릭스 버스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보다 시간이 더 절약되고 비용도 더 저렴하다. 그리고 60대의 체력은 젊은이들의 체력과 달라서 여독이 오래 간다. 야간 버스와 야간 열차가 잠을 자면서 이동하므로 아침에 도착하면 온전한 하루가 관광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지마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 현실을 비슷하게나마 아내가 깨닫는 기회가 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야간버스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부다페스트로 입국하여 여러 나라 국경을 넘어서 이스탄불에서 출국해야 하는 나의 여정상 이스탄불 공항에서 월수금만 운항하는 항공편 스케쥴에 맞추어야 했다.
내가 소지한 비행기표는 예약을 할 수 없는 대기자 표(standby ticket)다. 그러니 금요일 출국하려다가 여유좌석이 없으면 꼬박 3일을 더 이스탄불에 발목이 잡혀 더 머물러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추가적인 호텔비, 식비 등의 계획에 없던 비용이 발생된다. 예전 여행에서 부다페스트를 출국하려다가 갑자기 여유좌석이 없어져서 계획한 항공기에 탑승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런던, 빠리처럼 매일 운항하는 스케쥴이 아니었기 때문에 2일을 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머물러야 했다.
그래서 발칸여행을 준비할 때 1안, 2안이 필요하였다. 2안은 좌석상황에 따라 여정을 2일 앞당겨 이스탄불 공항에서 월요일 저녁에 출국하는 것이고, 1안은 애초의 계획대로 수요일 출국하는 것이다. 12월초에 여행준비가 덜 되었더라도 서둘러 한국을 출국한 이유는 좌석여유가 충분하였기 때문이다. 출발날짜가 늦어질수록 그리하여 겨울방학을 맞아 대학생들이 해외여행을 떠나기 시작하게 되면 출국과 입국 중에 하나가 어려워지거나 둘다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해진다. 월수금에 맞추다 보니 2안이 적용되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야간버스로 이동하는 당일 이스탄불 공항에서 저녁 항공편으로 출국하려는 것이다. 여행 도중에 귀국편 예약상황을 이따끔 확인하곤 하였다.
다행히 좌석 여유가 충분하여 1안 그대로 이스탄불에서 2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행이 길어서 지겨우면 이틀 앞당겨 귀국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호텔 1박 요금이 날아가므로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다.
어제 아침 10시에 불가리아 소피아 버스정류장(Sofia central bus station)에서 출발한 버스가 2시간 20분 동안 달려서 낮에 우리 부부를 내려준 플로브디프 버스 정류장(Plovdiv central train staion bus stop)은 플로브디프 기차역(Plovdiv central train staion) 앞이었다. 버스 정류장이라기보다는 버스 정류소였다. 그리고 1박을 한 Residence City Garden 호텔은 걸어서 15분 거리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이스탄불행 야간 버스를 타야 할 블로브디프 남부 버스 정류장도 호텔에서 도보 15분 거리다.
야간버스를 타려면 버스터미널까지 어두운 골목을 걸어가야 하므로 너무 먼 거리의 호텔은 치안 문제가 걱정이 되었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호텔닷컴에는 거리상 적합한 호텔이 없어서 부킹닷컴에서 이 호텔을 예약했었다. 1박에 20 만원이 넘는 호텔은 피하는 게 내 기준이지만, 이 호텔은 그런 기준을 넘지만 잡았다. 야간버스로 인해 하루 호텔비가 절약되기도 하였고, 바로 옆에 큰 공원이 있고 그 공원을 지나면 보행자 전용 거리(Knyaz Aiexander I , Княз Александър I-ви)가 시작되므로 위치도 좋았다.
1박을 하고 호텔 조식을 먹고나서 캐리어를 호텔 리셉션 담당에게 맡기고 체크아웃을 하였다.
오늘 관광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시급한 일은, 오늘 자정 넘어서 출발할 야간버스를 탈 버스정류장의 정확한 위치와 플랫폼 번호를 알아두는 것이다. 러시아에 가까운 발칸반도의 국가의 경우, 녹색의 플릭스 버스로 예매하더라도 실제 운행하는 버스는 제휴한 다양한 색상의 현지 버스인 경우가 많았다. 처음 겪는 일이다. 소피아에서 플로브디프로 이동할 때도 녹색 플릭스 버스가 아니라 실제 운행하는 버스는 Karat-S 버스였다. 다른 시간대는 Traventuria 버스였다.
그리고 오늘 플로브디프에서 이스탄불로 이동하기 위해 플릭스 버스로 예매하였지만, 실제 운행하는 버스는 제휴한 KAMİL KOÇ 버스다.
나침판 기능이 불완전한 나의 갤럭시 S24의 구글맵 길찾기로 플로브디프 남부 버스터미널을 찾아가기 시작하였다. 잘 가리키다가 도중에 나침판이 돌았는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경우가 발생하면, 아내의 폰 갤럭시 S20을 넘겨받아 길찾기를 하였다. 호텔 로얄(Hotel Royal)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호텔 맞은 편의 큰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이다. 재건축하려는 것인지 어쩌면 관광유산이라서 복원 작업을 장기간에 걸쳐 하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조금 더 걸어가니 오른쪽에 소도시 버스터미널 같은 인상을 주는, 철제 울타리로 둘러쳐진 버스 정류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플로브디프 남부 버스터미널이다. 입구에 빵 가게가 있다. 들어가니 플랫폼이 10개 정도 있고 좀 떨어져 울타리 쪽 마당 한 구석에 국경을 오고가는 버스 몇 대가 주차되어 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건물 앞면에는 각 버스회사의 발권사무소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플랫폼 발권 사무소 바로 앞에 플랫폼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맨 안쪽 발권사무소가 끝나는 지점에 커피자판기가 있었다. 그 앞에 서 있는 운전기사로 보이는 사람에게 플릭스 버스 승차권을 보여주며 어디에서 이 버스를 타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손을 흔들어대며 불가리아어로 여러번 반복하며 말하였다. 잘 알아듣지 못하니 여러번 말하였겠지. 마침내 "여기에는 이 버스가 운행하지 않아."라는 뜻으로 알아들었다. 황당한 대답이다. 그리고 그가 한쪽 끝을 가리키며 "메트로 어쩌구 저쩌구."라고 불가리아어로 말하였다. 메트로라고? 지하철말인가? 그의 손짓과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메트로(Metro)"라는 말에 나는 저기 발권사무소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문을 열고 나가서 지하철을 타고 더 가야 KAMİL KOÇ 버스가 서는 버스 정류장이 나타날 거야,라는 소리로 들렸다. 더 이상 소통이 불가능하였으므로 나는 1번 플랫폼 방향으로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하였다. 좌우에 있는 10개의 플랫폼들과 여러 버스 발권사무소의 사이를 걸어가게 되었다.
Luks Yonca Turizm 버스 발권사무소,HUNTER 버스 발권사무소,ARDA TUR 버스 발권사무소,Рачич(Racic EUROBUS) 버스 발권사무소,살수장치(ДИCЛEЧEP)가 들어 있는 공식박스(CЛУЖEБEH BXOД, OFFICIAL BOX, "직원출입구" 또는 "관계자외 출입금지 구역" 뜻), PANORAMA 버스 발권사무소를 지나치자 METRO 버스 발권사무소(Ticket office)가 나타났다. "메트로(Metro)"가 지하철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버스 회사 이름이구나,라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대합실로 들어가는 하얀 문은 METRO 버스 발권사무소(Ticket office) 바로 왼쪽에 있었다.
그리고 정면에 문이 굳게 닫힌 "국제선 버스 예약 사무소(BOOKING OFFICE FOR INTERNATIONAL BUS)"가 있었고 그 위에 글자가 들어 있는 커다란 화살표가 보였다. 당시에는 뜻을 알 수 없었던 "나는 티켓을 기다리고 있다(ЧAKAЛHЯ БИЛETHИ KACИ ГAPДEPOБ)"라는 키릴문자와 함께 화살표가 가리키는 하얀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간이 대합실이었다. 간이 대합실에는 의자들도 있어서 안에서 버스를 기다릴 수 있겠다. 이 간이 대합실의 내부에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유일한 발권사무소가 있었으며 창구의 창에는 버스 출발 시간표가 인쇄된 종이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러나, 플릭스 버스 표시도 KAMİL KOÇ 버스 표시도 없었다. "무료 와이파이 지역(FREE WiFi Zone)"이라는 안내문도 보인다. 나는 창구 안으로 플릭스 버스 탑승권을 내밀었다. 그러자, 1번 플랫폼 !,이라고 창구 여직원이 외쳤다. 플랫폼 번호가 1번인가요. 라고 내가 되물었더니 다시 1번 플랫폼 !,이라고 창구 직원이 외쳤다.
내 생각에는 운행편수가 많지 않은 버스들을 도맡아 버스표를 파는 창구(KACA)로 추측된다. 어쩌면 예전에는 그런 역할을 "국제선 버스 예약 사무소(BOOKING OFFICE FOR INTERNATIONAL BUS)"에서 하다가 겨울철 칼바람을 피해 대합실 안의 창구로 이동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중에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플릭스버스의 사이트에서 자신의 버스 현재 상황을 추적할 수 있는 메뉴(global.flixbus.com/track/예약번호)를 이용하면 플랫폼 번호도 운좋으면 알 수 있다. 항상 플랫폼 정보가 입력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플로브디프 남부 버스 정류장 위치도 알아냈고 플랫폼 번호도 알았으니 이제 어제 오후에 이어서 오늘 하루종일 관광하다가 버스 출발 30분전 쯤에 여기로 와서 자정을 넘기고 1시 15분에 출발하는 이스탄불로 가는 KAMİL KOÇ 버스를 타면 된다.
나는 간이 대합실에서 도로로 나가는 다른 문을 발견하고 계단을 밟으며 바깥으로 나가서 블로브디프 남부 버스 정류장 건물을 바라보았다. "aBmorapa lor"라고 건물의 이마 부분에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 있다. 블로브디프 남부 버스 정류장은 불가리아어로 "Автогара Юг" (Avtogara Yug)라고 하는데 저 이름은 도대체 무엇인가? 호텔닷컴에는 유그 버스 정류장(Yug bus station)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도로에서 길찾기로 이 버스 정류장을 찾아온다면 "aBmorapa lor"라는 건물이 나타나면 남부 버스정류장을 제대로 찾았다고 보면 된다.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럴싸한 MEGDaNa 레스토랑이 있는데 문이 닫혀 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 17시에서 00시 30분까지 일하고 일요일과 월요일은 쉰다고 적힌 글이 눈에 보인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남부 버스 정류장 근처에는 저녁식사할만한 곳이 전혀 없는 셈이다. 저녁식사는 시내에서 해결하고 와야 하는 상황이다. 다시 1박 하였던 Residence City Garden 호텔 옆의 노래하는 분수가 있다는 공원("Tsar Simeon Garden” Park)을 통과하여 메인 스트리트(Knyaz Aiexander I , Княз Александър I-ви)로 향했다. 노래하는 분수는 겨울에는 가동하지 않아 구경할 수 없었다. 어제 캐리어를 끌고 호텔을 찾아 도로의 횡단보도를 지나자마자 입구에서 본 2개의 원 형태로 보였던 넓은 공간이 노래하는 분수인가 보다,라고 아내가 추측하였다. 동파의 위험이 있어서 분수들이 겨울잠에 빠져 있어서 썰렁하지마는, 원 안의 여러 분수가 물을 뿜어내는 계절에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저녁에는 조명이 비추어대리라.
다시 공원을 가로질러 로마포럼(Roman Forum)을 내려다보며 크리스마스 마켓을 지나치고 사람이 많은 보행자 전용 거리(Knyaz Aiexander I , Княз Александър I-ви)로 진입하였다. 쇼핑할 게 있나 둘러 보았다.
언덕 위의 모스크로 향했다. 성모승천성당(The Assumption of the Holy Virgin orthodox church, Катедрален храм „Успение Богородично“)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이 힘들면 계단 옆의 비탈길로 걸어 올라가면 되는데, 오른쪽에 불가리아 출판의 선구자 흐리스토 다노프의 저택(Hristo G. Danov House)의 대문이 보인다. 현재 지역역사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다노프에 대한 사진들이 대문과 벽면에 붙어 있다. 성모승천성당 안에 들어가 보았다. 내부 관람은 무료. 사진 촬영 금지.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어제 낮에 도착하여 걸었던 골목은 피하고 가급적 들어가지 않었던 골목으로 들어가니 큰 규모의 고대로마 원형극장(Ancient Theatre of Philippopol)이 나타났다. 유료였다.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서 아래를 향해 내려 보았다. 눈에 익숙한 많은 석재 스탠드가 보였다. 어제 낮에 무료로 들어가본 로마 유적지는 뭐지? 여기가 아니었나? 석조 스탠드에 앉아서 기념 촬영도 하였는데? 그것은 고대로마 원형경기장(Roman Stadium)이었다. 관람료 무료이므로 어제 낮에 고대로마 원형경기장 내부를 구경하였었다.
제미나이에게 8시간 관광동선, 4시간 관광동선, 이런 식으로 변동되는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물어서 그대로 이동하였는데, AI가 추천하는 대로 구시가지(Stari Grad, Old Town)로 향하였다.
오스만 투르크 통치를 받을 때 1층의 면적에 따라 세금을 매기므로 옛 오스만 가옥은 1층보다는 2층이 더 넓은 특이한 형태로 짓게 되었다고 한다.
이어서 기원전 5세기 트라키아 부족의 정착지였다는 네벳 테페(Nebet Tepe)로 힘들게 올라갔다. 걷기 싫어하는 아내는 고역이었을 것이다. 언덕의 입구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겸 올라갔던 것인데, 아내가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았는지 식사할 생각이 없다고 하여 식당은 들어가지 않았다. 돌무더기가 군데군데 흝어져 있는 느낌이어서 별 감흥이 없었다. 관광 시간을 허비한 느낌이었다. 자유여행을 하다 보면 시간은 많이 소요되었으나 자신의 취향은 아니었던 관광지에 왔을 때 그런 느낌이 든다.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관광지에서 더 시간을 보냈더라면 좋았을텐데.
네베 테베가 아니라 마리차 강에 갔어야 하는데 아쉽다. 마리차 강은 버스를 타고 플로브디프로 들어올 때 그리고 이스탄불로 가기 위해 플로브디프를 나갈 때 버스 위에서 다리를 넘어갈 때 잠깐 차창 바깥으로 보았는데 몇 척의 배가 떠 있는 풍경이 인상에 남았다.
구시가지로 다시 내려왔다.
큰 도로 건너 카파나로 이동하였다. 그래피티(graffiti), 아트 샵, 바가 많은 예술 지구이다.
다시 고대로마 원형경기장(Roman Stadium)으로 되돌아왔다. 주마야 모스크( Dzhumaya Mosque, Djumaya Mosque) 앞의 야외 까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주문하고 다리의 피로를 풀기로 하였다. 오후 4시 30분경이다. 계단을 올라가면 주마야 모스크 예배당이다. 내부에 여성 기도 공간이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인근의 고대로마 원형경기장의 석재들을 이용하여 주마야 모스크를 건축하였기에 원형경기장의 오늘날 규모가 작아져서 경기장으로 생각되지 않을 정도다.
화장실은 주마야 모스크 아래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면 된다. 기도하러 온 신자들이 손을 씻는 곳이기도 하고, "걸레질 후에 사용해."라며 재래식 변기가 있는 화장실을 밀대 걸레로 열심히 닦는 무슬림 청소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
밤 1시 넘어서 출발하는 버스라서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저녁은 조각 피자를 콜라와 함께 사 먹었다. 어두워지면서 기온이 내려갔다. 쇼핑하기 위해 여러 가게도 들락거려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10시까지 영업한다고 적혀 있는 맥도널드에 들어가 햄버거 세트와 커피를 주문하고 2층 창가의 테이블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먹으며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여기서 10시까지 시간을 보내고 10시 30분쯤 호텔에 가서 캐리어를 찾고 호텔 로비에서 12시까지 앉아 있다가 12시 30분경 버스정류소에 도착하고 40분쯤 기다리면 버스가 오겠지,라고 내나름대로 계획을 잡았다. 너무 일찍 버스정류장에 갈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데 밤거리가 불안한 아내 생각은 달랐다. 내 나름대로 머리에 갖고 있는 계획보다 더 빨리 움직이기를 바랬다. 호텔 로비에서 머무르는 것도 반대하였다.
9시 직전에 종업원이 올라왔다. 오늘은 일찍 9시에 문을 닫겠단다. 호텔로 이동하여 캐리어를 찾아 플로브디프 남부 버스터미널로 이동하였다. 아침에 위치를 확인해두었으니 찾아가는 것은 쉬웠다. 한적한 골목이기는 하나 로얄 호텔(Hotel Royal)이 밝게 불을 켠 상태여서 어둡고 불안한 밤거리는 아니었다.
플로브디프 남부 버스터미널은 어둠이 깔려 있고 입구의 빵가게는 영업하지 않았다. 아침에 들어가보았던 간이 대합실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차가운 밤공기를 피해 안에 들어가서 앉아 있으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불가리아 할머니가 문 앞에 앉아 있었는데 우리가 보기 드믄 동양인이어서인지 불가리아어로 말을 붙여 왔다. 나는 이스탄불로 가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이스탄불로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목적지가 같다면 같은 버스일 가능성도 많을테고 초행길에 안심이 될텐데 아쉽다. "자봉", "지나"라는 말을 반복하여 일본사람이냐 중국사람이냐 묻는 것 같은데 "코리아"라고 대답해도 잘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래서 손짓으로 "자봉"과 "지나" 사이에 있는 "코리아"에서 왔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잘 소통이 되지 않았다. 나중에 귀국하여 불가리아어로 일본,중국이 무엇인지 찾아 보았는데 영 다른 말이었다. 국제선 버스가 운행되는 곳이므로 발칸반도의 다른 나라 사람이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플랫폼 가까이에 건물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발권사무소(Ticket office)는 두어 군데 불이 켜져 있다가 자기네 버스가 버스터미널에 들어오면 불 끄고 퇴근하였다. 11시 45분경 하얀 panorama 버스가 플랫폼에 들어오고 승객들이 내리더니 버스터미널 구석으로 몰려갔다. 궁금해서 따라 가보니 유료 화장실(1 레프, 0.51 유로)이었다. 화장실 담당 직원이 근무하는 시간(06:00~20:00)이 아니므로 무료 화장실이 된 셈. 점점 추워져서 캐리어에서 옷을 꺼내어 입었다. 식당, 매점도 문을 닫았다. 커피 자판기만 이용할 수 있는 밤이다. 시간도 죽일 겸 나는 플랫폼 1번부터 10번까지 훑어 보았다. 1번 플랫폼(CEKTOP)을 가리키는 안내판 뒤에 적힌 목적지에 이스탄불이 없었다. 차라리 안보았더라면 불안하지 않았을텐데. 너무 많은 정보를 머리에 담고 있으면 오히려 걱정도 많아지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아침에 확인할 때 분명히 1번 플랫폼이라고 창구의 아줌마가 소리쳤는데 1번 플랫폼에는 다른 목적지들이 적혀 있었다. 마드리드,PATRAS,프라하,데살로니키, XANTHI, 베를린, 아테네.
불이 켜진 METRO 버스 발권사무소(Ticket office)에 들어가서 플릭스버스 탑승권을 보여 주며 여기 버스터미널에서 탑승하는 게 맞는지 물었더니, 지나칠 정도로 성질을 내면서 자기네 버스가 아니다, 내 소관이 아니다, 나가라, 하며 문을 잠궜다. 한국에서 여행 준비를 하느라 인터넷 검색을 할 때 이런 일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블로그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이 여자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아내는 계속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초행길에 여행을 같이 하다가 예기치 않은 상황에 봉착하면 같이 해결하려고 들어야 하는데, 다시는 이런 불안한 자유여행은 하지 않는다,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하겠다,라는 소리만 해대어 나의 정신을 흔들어놓는다. 분명히 아침에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일찍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오랜 시간 어둠 속에서 대기하다 보니 불안해지는 것이다. 버스가 드물게 들어오는 늦은 저녁 시간에 걱정이 많아지고 불안해지는 60대 늙은 나이인 것이다. 블로그에는 플랫폼이 아니라 도로에 버스가 정차하는 경우가 있어서 당황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이스탄불 가는 버스가 플릭스버스만 있는 게 아니고 다른 회사 버스도 이스탄불 가기 마련이고 그런 버스가 플랫폼으로 들어 오면 출발시간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혹시 저 버스가 우리가 탈 버스 아니냐고 엉뚱한 소리를 하였다.
우리가 버스 출발 30분전에 도착했더라면, 그래서 30분만 대기했더라면 그런 불안은 없었으리라. 밤에 너무 많은 시간을 대기하다 보니 재확인 위해 플랫폼 번호마다 목적지를 다 뒤져 보게 되었고, 문전박대 하는 METRO 버스 발권사무소에도 들어가게 되었고 예상과 다른 상황에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이니까. 게다가 플랫폼에는 물어볼 승객이나 여행자도 보이지 않았다.
맹자 어머니가 아들 맹자를 너무 믿으니까 마을 사람들이 그 믿음을 흔들어놓자고 작당을 하였다고 한다. 물레를 돌리고 있는 맹자 어머니 집에 한 명씩 순차적으로 뛰어들어가서 "맹자 어머니, 맹자가 물놀이하다가 물에 빠졌어요. 큰일 났습니다."라고 말하여 맹자 어머니의 정신을 흔들어놓자는 것이다. 맹자 어머니는 그런 말에도 "맹자가 그럴리가 없다."라며 변함없이 물레를 돌렸다. 아들이 학업에 전념하고 있지 위험한 곳에서 놀 맹자가 아니라는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곧 이어 두 번째 사람이 뛰어들어오더니 같은 말을 하여도 맹자 어머니는 흔들림이 없었다. 3번째 사람이 같은 말을 반복하자 물레를 돌리는 맹자 어머니의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4번째 사람이 뛰어들어오자 그가 말하기도 전에 맹자 어머니가 물레를 내팽개치고 문 밖으로 뛰어나갔다고 한다.
불안이 올바른 판단을 마비시킨 것이다. 자꾸 아내가 옆에서 불안해 하고 불안을 증폭시키니까 초행 길의 여행가이드 역할을 맡은 나의 불안도 커져 갔다.
갑자기 한 무리의 불가리아 사람들이 보였다. 물어볼 사람이 생긴 것이다. 나는 스마트폰의 번역 앱에 4가지 짧은 질문으로 처넣었다. 그리고 보여주었다. 1번, 2번, 3번, 4번,이라고 외쳤다. 1번은 여기가 플로브디프 남부 버스 터미널이 맞느냐, 였다. 내 질문 3가지에 대해 "Da, Da,Da!"라고 무리 중의 아주머니가 답했다. 아마 "예"라는 대답이겠지.
마지막 질문은 땅바닥을 향해 손가락을 빙그르르 돌리며 불가리아어로 답하였다. 마지막 질문은 "이스탄불로 가는 KAMİL KOÇ 버스가 1번 플랫폼에 정차합니까?"였다. 플랫폼 번호는 모르겠으나 여기 플랫폼 중의 하나에 선다는 뜻임을 알아차렸다. 여기 남부버스터미널을 자주 여행하는 승객이라면 KAMİL KOÇ 버스도 목격하였으리라. 드디어 불안이 사라지고 안심이 되었다. 이런 감정의 변화는 장기간 여행 중에 초행길에서 발생하는 여행자의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다. 나는 너무 고마와서 거의 90도로 인사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였다.
밤 00시 23분경 하얀 METRO 버스가 5번 플랫폼으로 들어 왔다. 그들이 METRO 버스를 탑승하였다. 밤 00시 50분경 하얀 METRO 버스가 출발하였다. 01시 07분경 KAMİL KOÇ 버스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버스를 보고 감격하게 되다니 살면서 처음 느껴 보는 감정이다.
버스에 탑승하고 01시 15분에 KAMİL KOÇ 버스는 드디어 이스탄불로 출발하였다.
플로브디프 남부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처음 대화하였던 불가리아 할머니는 아직 버스 정류장에 홀로 남아 있었다. 버스가 들어올 때 버스 기사와 대화하는 모습도 보였었는데 목적지가 어디길래 아직도 버스 정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걸까?
불가리아와 튀르키예의 국경을 넘는 버스라서 출입국 심사를 위해 버스에서 내려야 했는데 외국 여자가 툭 치길래 보았더니 플랫폼에서 도움을 받았던 그 여자였다. 동양인은 드물어서 눈에 띄였나 보다. 웃으며 인사하였다. 버스가 우리보다 먼저 출발하였음에도 출입국 심사는 같이 받게 된 것이다. 출입국 심사하는 건물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불가리아 동전이 없어서 이용하지 못하고 있자 눈치챈 불가리아 남자가 동전을 건네었다. 고마운 사람이다. 나는 화장실 기계에 동전을 넣었다. 그러자 아내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유로 동전이었다면 2명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을텐데 불가리아 동전인 모양이어서 나는 소변을 더 참아야 했다.
이스탄불은 오래 전에 와본 곳이라서 큰 부담없이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불안의 시간이 지나가자 잠이 몰려 왔다. 여행 중 버스를 타면 여행기를 쓰기 위해 간단히 적다 보면 어느새 도착하곤 했는데, 이스탄불로 갈 때는 그런 일 없이 어느새 잠이 들었고 눈을 뜨니 이스탄불 도착하기 직전이었다. 9시 28분 이스탄불 에센레르 버스터미널(Esenler Otogar) 도착.
2026.3.17.화.
불가리아 플로브디프 여행 올드 타운 둘러보기 (+성모승천성당,로마원형극장,히사르 카피아)
** 흐리스토 다노프의 저택(Hristo G. Danov House)
아르메니아 사도 정교회 "성 게보르크" (Арменска църква „Сурп Кеворк“)
구시가지(Old Town) - 네벳 테페(Nebet Tepe) 언덕
민속박물관(Ethnographic Museum) 또는 힌들리얀·쿠유므드질루 등 르네상스 시대 가옥 박물관
카파나로 이동 그래피티, 아트 샵, 바가 많은 예술 지구
쓰르 시메온 왕 공원(Цар Симеонов, Tsar Simeon Garden)
메인 스트리트 끝에서 연결됨 ㅡSinging Fountain 감상
[불가리아] 플로브디프에서 고속버스로 [터키] 이스탄불 도착 & 호텔 리얼 리뷰 (플로브디프 남부버스터미널)
[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 플로브디프의 오랜 역사, 올드 타운
불가리아_플로브디프 올드타운 골목여행을 시작해 볼까요? (feat.성모승천 성당)
** 세계여행 부부가 추천하는 한달살기 너무 좋은 도시 플로브디프 BG 소피아 불가리아
** 그냥 그랬던 불가리아 제2의 도시 플로브디프 여행
** Plovdiv is Unreal! | Discovering The Oldest City in Europe
** 불가리아 ) 유럽의 문화도시이자 로마시대 유적지가 많은 플로브디프 탐방기.
** "리스본행 야간열차" 를 통해 알아보는 고전문헌학자 이야기 / 영화, 직업을 만나다 JOB정보센터 180622
** "걸어서 세계속으로_리스본행 야간열차, 시간의 향기를 품은 포르투갈 리스본 여행 2017.02.25(토) 방송
Stefan 스탐블로브 광장 , 고대 로마포럼(Roman Forum)
** 유럽 한달살기 고대도시 플로브디프 8분요약불가리아 전통음식 뷔페식당까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랜선투어 소피아 한달살기
Kamil Koç
실제 운행사인 Karat-S 발권카운터 (sofia)(12번 창구)
/Operated by concession owner >KAMİLKOÇOTOBÜSLERİ A.Ş.
08:00 İstanbul Esenler bus station (Altıntepsi Mah. ,34035 İstanbul)
Total price: EUR 54.99
Seat 15,16 (예)
2 × Small soft bag or backpack
(7 kg · 42×30×18 cm)
2 × Hold Luggage
(20 kg · 80×50×30 cm)
Lines 1999 and N1999 use Platform 1.
FAQ:
출처 : "플릭스 버스(FLIXBUS)로 발칸반도 여행을 하였을 때 다른 동유럽과는 달랐던 점"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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