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조경 기간제 채용 면접에서 합격하기 시작하다

                                               황 안토

시청 직속 공원 3 곳에 서류를 접수하였으나 올해도 모두 성공하지 못하였다. 2년째 연이은 패배다.
작년은 정원의 2배수만 서류합격자를 뽑는 바람에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여 면접을 볼 수 없었다.
100 점 만점에 조경 기능사 자격증,산림 기능사 자격증 등이 1/3을 차지하는 것으로 심사기준이 바뀌다 보니 자격증 유무는 당락을 가르는 큰 요소가 되어 버렸다.

올해는 정원의 3배수를 서류합격자로 뽑는 바람에 잘 통과하여 2 곳은 면접을 볼 수 있었으나,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면접시간이 잡히는 바람에 대공원은 면접을 포기하였다.
서류접수를 한 곳은 일찍 접수하고 다른 한 곳은 늦게 접수시켰더라면 오전 면접, 오후 면접으로 운좋게 면접시간이 다르게 잡혔을 가능성도 있는데 올해는 안일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3 곳중 2 곳은 면접시간이 겹쳐버렸다, 
월O 권역공원과 대공원 권역공원 중에서 전자로 결정하고 면접 보러 갔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었다. 전자는 자격증 유무가 면접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고 후자는 그렇지 않았다. 자격증 없는 동료가 후자에 가서는 합격하였으니까.
1군 공원에서는 3전 2패1무.

OO구 시설공단은 생활임금이 아니라 최저임금으로 시급을 계산하여 월급을 주는 곳이었다.  올해 처음 발견한 사업장이었는데 보험삼아 서류를 접수시켜 보았다.
여러 군데 이력서, 자기소개서,응시원서 등의 서류를 접수시켜놓아야 그 중에 1~2 곳에 합격할 것이다. 나이는 먹어가고 정년 퇴직자가 이 바닥에 밀려들어 오고 있으니 예년처럼 올해도 1~2 곳에 합격할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 인해전술로 여러 군데 보이는 족족 서류를 접수시켜 놓아야 승산이 있는 것이다.

OO구 시설공단은 가고 싶은 직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 원하는 직장을 못 얻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여야 했다.
서류합격이 되어 지난 주 면접을 하게 되었는데, 3명의 면접관이 4인 1조 혹은 3인 1조의 노동자들을 면접하였었다.
자기 소개를 간단하게 하라고 하여, 7년간 시청 직속 공원에서 녹지관리 일을 하였으며 엔진톱, 예초기, 전정기, 브로와, 고지톱 등을 사용할 줄 안다, 예초기로 폭을 넓게 예초하기 때문에 동료들보다 동시간에 더 넓은 면적을 예초하며, 풀의 성격에 따라 강약을 조절하기 때문에 연료는 동료들보다 적게 든다,라고 나 자신을 소개하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민원이 뭐냐고 묻길래, 갑자기 물으시니 기억나지 않지만, 민원인에게 공원사무소에 민원을 접수하라고 안내를 하는데, 간혹 화내는 민원인이 있으면 내가 대신 민원을 접수해드리겠다고 말하고 기존의 작업들이 있으니  순차적으로 민원을 해결해드리니 좀 기다리고 있으면 해결해줍니다,라고 응대합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민원은 사무실 직원이 접수하고 관리할 일이고, 노동자는 사무소 직원이 문제의 현장에 가서 삽질하라, 방제하라, 시설물을 보수하라, 배수로 정비하라, 등 지시를 내려주면 몸과 장비를 사용하여 그대로 이행하면 되는 것이므로, 기억남는 민원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은 노동자에게 던질 적합한 질문이 아니다.

시청 산하의 공원에서 일하다가 왜 여기까지 내려오게 되었느냐,라는 질문이 날아왔다. 좋은 질문이다. 울고 싶던 차에 빰 맞는 꼴이랄까? 응어리가 되어서 공적인 자리에서 말하고 싶었지만 못하던 차에 질문의 형태로 날아온 것이다.
2년전부터 시청 산하의 공원의 기간제 채용기준이 바뀌었다, 기능사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 5점을 더 주는 정도가 아니라, 100 점 만점에 1/3 즉 33점을 먹고 들어간다, 그러나 나처럼 자격증이 없으면 33점을 잃게 된다, 
원래 경력이 없는 사람들이 이 바닥에서 일하려고 할 때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는 것인데, 경력보다 자격증을 더 중시하여 당락의 가준으로 삼아버리니 이리 되었다,라고 답을 하였다. 그리고 덧붙였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한 제 잘못이다,라고. 질문한 면접관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공원 관리에 뛰어든 사람들이 여기 공단 지원자 중에 많아 보였다. 같은 조에도 그런 사람들이 둘 있었는데 1명은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지원했단다. 시청 산하의 공원이라면 이 양반은 경력자인 나를 밀어낼 수 있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가 떨어졌다. 오늘 구시설공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예비합격자 명단에도 그는 들어가지 못하였다. 그는 면접관이 물은 수O공원에 있는 나무 이름도 많이 알고 있던데 의외였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라고 면접관이 물었었다.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답변을 잘한 것 같은데, 굳이 한 마디 더 하다가 말실수가 나오면 다 된 밥에 재 뿌릴 수가 있어서 나는 없다,라는 표정으로 옆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도 없단다.
갑자기 면접관이 나에게만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의미일까?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나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려는 행동일까?
함께 면접 보러온 전직장 동료 정 선생이 면접장을 나와서 내용을 듣더니, 면접관이 정년퇴직후 뭐할까 고민하다가 황 선생한테 조언을 얻으려 한 거야,라고 말하였다. 면접관의 속을 내가 어떻게 정확히 읽어낼 수 있겠는가?

이 일을 오래하게 된 동기가 있습니까,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삼성이 미래에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고민 끝에 반도체로 결정하였듯이, 저는 정년퇴직 후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고민 중에 공원관리가 눈에 띄였고,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데 첫단추로 공원관리를 잠그다보니 계속 조경일을 하게 되었다, 너무 힘들어서 하루만 버텨보자, 3일만 버텨보자, 1주일만 버텨보자 하다가 1달이 지나더라, 어 한달이 버텨지네, 버틸 만 하네, 그렇게 시작되었는데 이 바닥의 노동에 적합한 근육이 생기고 이제는 힘들지 않게 일할 수 있게 되었을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라고. 
아침부터 눈비가 뿌려대던 하루였고, 3군데 직장에서 행해진 연3일 이어진 면접의 마지막날이다. 정신적인 피로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면접 시간이 늦어져서 , 면접장 밖으로 나와 술 약속된 장소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4명이 한 테이블에서 돼지고기와 술을 마시는 자리였는데, 나는 다 아는 사이였지만 다른 참석자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조경이라는 공통된 소재는 이런 자리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오늘 OO구 시설공단이 면접 합격자 발표하였다.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내 이름, 그리고 함께 지원한 전직장 동료 정 선생의 이름이 있었다. 
드디어 2군에서 첫 승리.  따라서 전체 전적은 4전 1승 2패 1무.
2일후 송O공원사업단과 연O구 시설공단에서 최종합격자 발표를 한다. 지난 해에는 전자에서 일하였다. 어깨가 많이 상하였다. 
지난 해에 두 곳 모두 합격하였는데 올해는 어떤 결과가 나올런지 자신할 수 없다. 후자는 합격자가 다른 직장에 가면 괘씸죄가 적용되어 다음 해는 불합격시킨다는 소문이 노동자들 사이에 떠돈다. 
실제 체육회 면접에 갔을 때 면접 질문 중에 왜 작년에 합격하였음에도 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은 동료의 사례가 있었다.

거의 연이어서 OO대학교 조경 기간제 근로자 면접일이 다가오고 있다. 노동강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 같아서, 합격한다면 예초수당이 없어서 봉급은 적더라도 올해는 거기로 결정해야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다른 공원의 합격여부를 보고 고민해봐야 할 듯. 공원마다 장단점을 갖고 있으니까.

2024.2.19.월.  

p.s. 송O공원사업단 불합격, 연O구 시설공단 합격(일반채용신체검사서 요구)OO대학교 녹지팀 합격(공무원채용신체검사서 요구). 누적 전적 7전 3승 3패 1무. 더 이상 면접 불필요. 서류접수 하는 곳도 이제는 더 이상 없음.

2024.2.27.화.

p.s. 주경야독 끝에 2024년 정기 3차 기능사 시험에 응시하여 산림기능사 필기(독학), 실기(학원 주말반)  합격하여 산림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합격자 발표후 10일 정도 뒤에 이어진  2024년 정기 4차 기능사 필기시험에 응시하였는데 독학으로 주경야독 끝에 치룬 조경기능사 필기시험에서 합격히였다.
힘들어서 좀 쉬었다가 내년에  조경 기능사 실기시험에 응시할 예정이다.

 202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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