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로마에 재입성하다
황 안토

내가 채용서류들을 접수한 직장 3 곳에서 며칠전 지난 10일에 면접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가장 빠른 합격자 발표다.
시청 직속 공원 2 곳과 체육회 1곳이다. 전자는 이 바닥에서는 가장 보수가 좋고 그래서 경쟁율이 높은 1군(群,Group)에 속한다. 대공원, 월O공원, 계O공원이 여기에 속한다.
나는 1군(群) 공원들을 고대로마(Rome)의 본토에 비유하고 싶다. 여기서 일하는 것은 이 바닥에서는 가장 보수가 좋아서 로마시민으로 사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고 싶다.
후자, 즉 체육회는 3군(群,Group)에 속한다. 1군도 2군도 아니다.
그 다음 순차적으로 상대적으로 조금씩 격이 떨어지는 직장 군(群,Group)의 면접이 이어진다. 1군이 고대로마의 본토 지역이라면, 2군 3군은 갈리아 , 히스파니아, 게르마니아, 아이깁투스, 누미디아, 벨기카, 브리타니아 같은 변방 속주(屬州, Provincia)에 비유할 수 있겠다.
2군에 해당하는 OO시설공단 소속의 송O공원의 면접이 11일, 2군에 해당하는 OO구안전공단 소속의 연O공원의 면접이 12일이다. 초장에 더 이상 그런 곳에 면접하러 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어서 3군에 해당하는 미OO구시설공단, OO대학교의 면접이 계속 이어진다. 체육회도 3군에 넣을 수 있겠는데, 격에 맞지않게, 작년부터 1군처럼 일찍 서류 접수 받고 일찍 합격자 발표를 하였다.
체육회와 미OO구시설공단은 가장 인기가 없는 직장이다. 전자는 워낙 빡세게 일시키는 기업문화때문인데, 그렇게 일 시켜도 어쩔 수 없이 군소리없이 일할 수 밖에 없는 70세 전후의 노인네들, 여기저기 다 떨어진 60대들이 모이는 조경노동자의 경로당 같은 곳이다. 아파트 경로당은 쉼터이지만 노동의 경로당은 엄청 힘든 곳이다. 나의 50대 후반의 나이에, 이 바닥에서는 싱싱한 나이였으니까 웬만하면 합격하였었는데, 체육회는 1차 서류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하였었다.
나중에 체육회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를 얻게 되니까 왜 50대의 내가 서류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였는지 짐작이 되었다.
체육회는 비가 와도 우비를 입고 예초를 한다, 우비를 입고 일하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서 땀으로 속옷이 젖어버리니 결국은 우비를 벗어던지고 비 맞으면서 일한다,등등의 단편적인 소문이 돌았었다.
그런 기업문화라면, 일이 힘들어 젊은 사람은 도중에 그만두고 떠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경로당처럼 늙은 노인네가 노동자의 주축이다보니까, 젊은 노인네는 노동 뿐만 아니라 막내들이 하는 물당번 등 일종의 수발을 들어야 하니 도중에 그만 두는 사례가 발생했으리라 추측이 되었다.
체육회는 50대에 2 차례 채용서류를 접수해보다가 번번히 실패한 이후로 더 이상은 나와는 무관한 직장으로 관심 밖에 두었었다.
그런데 며칠전 동료가 보험삼아 접수하였다가 접수번호를 보니 작년과 달리 올해는 정원미달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는지 나에게 전화를 하여 보험으로 내어보라고 권하였다.
그래서 등 떠밀려서 올해 부랴부랴 서류를 준비하여 체육회에 접수하게 되었는데, 정말 지원자 수가 정원에 미달하거나 약간 넘으리라 예상되었다. 운 때가 안좋으면 면접마다 다 떨어질수도 있으니 그럴 경우 체육회에서는 일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힘들다고 소문난 직장이라서 다른 직장에 중복 합격한다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카드이기는 하다.
올해 7 곳에 채용서류를 접수하였는데 지난 10일 3곳이 합격자 발표하였다. 해마다 1군이 가장 빨리 합격자 발표를 시작한다. 여기에 체육회도 은근쓸쩍 끼어든 형세다.
면접을 못 봤다고 생각한 대공원 권역공원에 합격. 면접을 잘 봤다고 생각한 월O공원에서는 불합격. 체육회는 당연히 합격.
11일과 12일의 2군 면접을 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체육회에는 조만간 나는 가지 않으니 나 대신 예비합격자를 올려라고 알려주어야 한다. 좋은 일하는 셈이지. 정원의 7명이 오버된 모양인데,
2군 합격자 발표까지 끝나면 체육회 합격자 중에 합격자등록을 포기하는 자가 또 발생할 것이라서 예비합격자 전원이 출근할 수 있으리라 추측된다.
합격자 발표 며칠 전 체육회는 오전에 면접, 오후에 예초기 실기면접을 실시하였었다. 면접하느라 하루종일 노동자들을 잡아두는 곳은 여기 밖에 없다.
오전 면접을 위해 각자 접수번호와 이름이 적힌 의자에 앉아 대기하였는데, 내 옆 자리에 동갑내기 농사꾼이 처음 조경에 뛰어들었음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나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기 온 사람 모두 올해는 합격할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농사가 힘들지 않느냐, 시간 여유가 없지 않느냐,라고 내가 물었더니, 토지가 넓으니 다품종으로 심지 않고 품종 수를 줄이고 기계화로 농사지으니 시간여유가 많다고 그가 답하였다. 지난 해에도 체육회에 지원했었는지 그때는 경쟁율이 높았다고 그가 말하길래, 올해 경쟁율이 낮아진 이유에 대해 내 나름대로의 분석을 그에게 말해주었다.
그전에는 체육회가 가장 늦게 합격자 발표를 했었는데, 합격자 중에 이탈자가 많아서 작년부터 채용일정을 앞당겨 1군과 동일하게 일찍 서류접수,면접,합격자 발표를 하고 있다,
다른 직장으로 가는 이탈의 원인이 기업문화, 즉 노동강도가 문제인데,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일찍 채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첫 해는 아마도 체육회에 대해서 모르는 젊은 피가 들어왔을테고 그들이 기존의 체육회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오갈데 없는, 그러나 일은 잘하는 70대 노동자들을 밀어냈을 것이다,
1년이 지난 올해, 터줏대감이던 70대 노동자들 상당수가 이제 나이때문에 밀려나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지원하지 않았을테고 작년에 처음 여기서 일해본 젊은 노동자들은 너무 노동이 빡세어 지원을 하지 않아서 올해는 거의 1:1 경쟁율이어서 다들 합격할 것이다, 다른 공원에서 합격자 발표하면 여기 합격자들이 그곳으로 빠지나가기 시작할 것이고 결국에는 사실상 정원미달이 될 것이다,라고 그를 안심시켰다. 4명씩 면접실에 들어갈 때 조의 선두가 접수증들을 거두어 면접관에게 제출하여야 했는데 우리 조는 60대 2명, 70대 2명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참으로 편안하게 면접보러 왔다.
면접 대기장에는 커피,쌍화차,생강차가 놓여 있었다. 요즘 보기 드문 배려다. 반장으로 보이는 이가 오후 실기면접을 위해 개인별 실습에 사용할 장비를 확인 중이었다. 예초기는 필수이고 다른 장비는 3중 택일이었는데 나는 엔진톱을 선택하였다. 먼저 도착한 동료 심 선생이 선택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단다. 이렇게 추운 날 기름 묻은 엔진톱 분해 조립을 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되어 빼달라고 반장에게 요청하였다. 어차피 전원합격할 경쟁율인데 손에 굳이 기름 묻힐 필요는 없겠다.
면접관은 4명이었는데 참으로 사람들이 좋아보였다. 매일 간식으로 빵,우유가 주어지는 모양이었다. 면접 질문은 1군 공원과 달리 평범하였다. 면접 질문들 중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반장이 부당한 작업지시를 하였을 때 어떻게 할 거냐,라는. 사무실 직원이 내린 지시를 반장이 받아서 노동자에게 내린 지시일테니 그대로 따라야 한다, 그게 싫으면 집에서 놀아야지 왜 일하러 나오느냐,
질문의 의도가 지시가 아주 부당하다는데 방점이 있다면, 2달 정도는 묵묵히 따르고 어느 정도 반장과 인간관계가 성립된 후 건의 차원에서 그 방법보다는 이런 방법으로 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말할 수는 있겠지요,라고 내가 답하였다.
점심은 근처에 식당이 없다고 거의 매일 함께 등산하는 동료가 말하였기에 아침에 동네 편의점에서 산 빵 2개와 음료수를 면접대기장에서 먹고, 면접장에 준비되어 있는 믹스커피에 뜨거운 물을 붓고 마셨다.
오후에 예초 실습이 있었는데 예초기 상태가 엉망이었다. 엑셀 레버가 다 닳아 둥근 밑둥만 남아 있고 삐죽 튀어나온 레버가 없어서 속도 조절이 힘들었다.
시동이 걸린 채 예초를 시작하고 끝나면 엑셀을 줄인 상태에서 예초기를 내려놓아라고 실기심사관인 반장이 말하였는데, 그렇게 하고 예초기를 내려놓는데 갑자기 엑셀레버를 올린 것처럼 웽,하고 제멋대로 헤드가 돌기 시작하였다. 시동을 끌까요,라고 물었더니 보조 심사관이 끄지 말라며 도와주었고 아마도 다른 예초기로 교체하였을 것이다. 예초를 할 때 잔디가 여러 사람에 의해 깎인 상태여서 시늉만 하는 셈이었다. 옆 사람과의 경계는 좌우의 바닥에 테이핑이 되어 있었다. 꽤 폭이 넓었다. 아하, 폭넓게 예초해야 되겠구나, 이거야 내 특기이지. 넓게 예초하였다.
예초하기 전에 대기조로 있을 때 아마도 여기 터줏대감으로 보이는 70대 노동자가 나에게 물었다. 1군 공원들에도 채용원서접수를 하였느냐고.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이곳 저곳 다 내었다고 대답했더니, 그가 말하기를, 거기되면 여기에 못온다고 사무실에 연락해주어야 한다고 당연한 말을 하였다. 여기 밖에는 일할 곳이 없는, 오갈데 없는 종족의 비애, 걱정이 그의 말에서 느껴졌다.
사실상 정원미달이 예상되는 올해 체육회에서 예비합격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합격자들이 빨리 채용포기해주시기를 미리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직장도 필요는 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늙어갈 것이고 70줄을 넘어서면 밀려날 것이고, 그럴 때는 다행히 오갈데 없는 노인들을 받아주는 빡센 직장이라도 있으니까.
공동묘지를 관리하는 가O공원도 70대가 아니면 채용서류 낼 필요가 없다는 소문이 있으니 70줄 넘어서도 체력이 있으면 그 때는 갈 곳이 2 곳이나 그래도 남아 있는 셈이다.
이 두 직장은 50대때 유일하게 1차 서류심사에서 통과를 2차례나 못하여 그 이후 포기해왔던 곳이기도 하다.
손이 시려울 정도로 엄청 추웠는데 내 차례의 실기 면접을 끝내고 럭비경기장 바깥으로 나왔더니 동갑내기 농사꾼이 꾸벅 인사를 하였다. 아무도 아는 이가 없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고 힘을 주니 고마웠던 모양이다. 현재시간을 보니 오후 2시여서 계획을 앞당겨, 서로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OO대학교, 미OO구 시설공단에 채용서류를 제출하려 바삐 움직였다. 거리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후자는 직원들 퇴근시간 15분전에 도착하여 가까스로 채용서류를 접수하였다. 반나절을 추위 속에 보내었더니 결국 저녁에 몸살이 시작되었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
시청 직속 공원 2 곳과 체육회 1곳이 지난 10일 합격자 발표를 하였다. 전자는 대공원 권역공원과 월O공원이다.
발표 며칠전, 월O공원은 오전에 면접을 보았고, 대공원은 오후에 면접을 보았다. 시청 소속 공원은 같은 날 면접을 보기때문에 작전을 잘 짜서 채용서류접수를 하여야 이렇게 오전,오후로 나누어 2 곳을 면접 볼 수 있다.
아무 생각없이 접수하였다가 작년에는 2 곳 모두 오후 면접에 걸려서 1 곳은 면접 포기하였었다. 올해 대공원 면접 보러갔다가 전직장의 동료 노인네를 만났는데 그는 2년째 두 공원의 면접이 거의 같은 시간대에 걸려 한 곳을 포기하였단다. 내가 어떻게 작전을 짜서 지원하여야 하는지 여러번 설명을 하였는데도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대답을 계속하였다.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자기 주장만 하는 것이다. 노인네의 특징.
주(Main) 공원과 권역공원은 팀(team,부서)이 달라서 면접 시간대가 다르다. 전자는 오전, 후자는 오후에 한다고 보면 대충 맞다. 그러니 저 노인네처럼 본인이 일하고 싶은 권역공원들만을 지원하면 둘 다 오후 면접에 걸릴 것이고, 두 공원 면접장소 간의 거리때문에 한 곳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
한 군데보다는 2 군데, 그보다는 3군데에 면접을 볼 수 있어야 그 중에 한 군데에 합격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
하여 대공원은 권역공원에 지원하고, 월O공원은 권역공원을 피하였다. 그 결과 나는 2 곳 모두 오전, 오후로 나누어져 면접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작전을 잘 짜서 시청 직속 공원 3 곳 모두 면접 보러도 갔었다.
그 중 한 곳인 계O공원은 언제부턴가 더 이상 지원하지 않았으니 지금은 1군에서는 2 곳이 면접 볼 수 있는 최대치다.
월O공원은 면접 첫 조에 속하여 가장 먼저 면접을 보았다. 5명이 한 조였는데 1명이 결석하여 4명이 면접을 보았다.
면접 질문은 5가지.
지원동기는? 12년간 자원봉사를 해왔는데 공원 일이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종이라서 지원하였다.
공원이 뭐 하는 곳인가? 인공적 시설물과 자연적인 녹지대를 아름답고 쾌적하게 관리하여 시민에게 복리증진을 도모하는 곳이다. 산책길 등이 시민의 복리증진과 관련 있다.
흰불나방 방제는 어떻게 하는가? 흰불나방은 약으로도 잘 죽지 않는 것 같더라. 그래서 흰불나방이 번식해 있는 가지를 고지톱으로 베어 떨어뜨린 후 한 곳에 격리하였다.
가지치기 언제 하는가? 꽃이 진 후에 가지치기 하는데 ,봄꽃의 경우 순차적으로 꽃이 피고 질텐데 일반적으로 6월초 꽃이 진 후 1-2개월 내에 가지치기한다.
그리고 이번 폭설에 낙엽수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으니 피해가 없었지만, 침엽수는 잎이 무성한 경우 폭설로 인한 피해가 많더라. 솔잎 많은 소나무가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생가지가 꺾이거나 쓰러지는 경우 많았다. 폭설 전에 사전에 솔가지치기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대답하였다.
약 먹는 것 있는지? 비타민 C 정도 먹고 있다. 겨울에 일이 없는 기간에는 체력관리를 위해 매일 산으로 출근한다. 이렇게 건강을 관리하면 3월에 일을 시작할 때 전혀 힘이 안 든다,라고 대답하였다.
제자리 걸음 3번. 손 뻗고 잼잼 3번을 시켰는데, 제자리 걸음은 무릎을 구부려 위로 최대한 올려 걸었다.
시민의 입장에서 공원에 바라는 것을 말해보시요? 시민이 집에서 화분에 키우던 꽃나무를 가지고 와서 산책길 근처에 자신이 좋아하는 소규모 꽃밭을 만들어 자신이 물 주고 관리하는 이가 있더라. 그런 거 제안한다,라고 답하였다.
가지치기가 좀 답변하기가 어려웠지만 같은 조에서는 가장 면접을 잘 본 것 같아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가지치기 하는 시기는 2023년에도 면접 질문으로 나온 모양인데 예상문제에 넣지 못하였다. 완벽한 답변은 다음과 같아야 했는데 좀 아쉽기는 하다.
수목의 종류와 시기에 따라 다르다. 침엽수는 10-11월경 또는, 2-3월에 1번 실시. 상록활엽수는 5-6월과 9-10월에 2번 실시.
낙엽활엽수는일반적으로 7-8월경과 11-3월에 1번 또는 2번 전정(剪定)한다.
개나리,라일락,연산홍,목련,벚나무처럼, 봄부터 5월말이나 6월초순에 꽃이 피는 나무는 꽃이 지고나서 1-2개월 안에 바로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한다. 늦게 해주면 다음 해 꽃이 피지 않는다.
고사목, 처진 가지는 행인이 다칠 염려가 있으니 눈에 보이는대로 수시로 가치를 친다,라고 해야 정답.
4번의 노동자가 내 답변을 낼름낼름 잘 주워 먹었다. 5번 노동자는 답변이 눈에 띄지 않았다. 각 조에서 1등을 하여야 합격될 가능성이 높은데 합격할 것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불합격. 의외로 5번이 합격. 나중에 알고 보니 작년 근무자 절반 가까운 수, 8명이 올해도 합격하였다는데 5번은 작년 근무자였다. 그에게 밀렸다.
오후에 참가한 대공원 면접은 간단히 답변하라며 질문을 전담한 중앙의 면접관이 계속 인상을 썼다. 자기소개를 하는 중에 끊어버리고 다음, 다음을 외쳐댔다.
이렇게 간단하게 답변하게 강제하면서 신속하게 진행하면 옥석을 구분할 수 있나 의아하였다. 면접관들은 열심히 채용서류를 뒤적였다.
대공원은 불합격이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면접장 밖으로 나왔는데, 같은 조 바로 내 옆 사람이 낯익은 사람이었다. 2017년 처음 이 바닥에 뛰어들었을 때 같은 호수공원에서 일했던 자였다.
당시 반장이 2명이었는데 그는 개대가리라는 별명의 반장 밑에서 작업용 트럭을 몰았다. 나와는 서로 다른 반이었지만, 두 반이 함께 작업할 때도 더러 있었으니 서로 얼굴과 이름은 당시에는 알고 지냈다.
내 기억에 그는 부동산중개사를 하다가 불경기라서 벌이가 시원찮아서 이 일에 뛰어들었었다. 당시 최저임금 120만원을 받았으니 부동산 중개업 벌이가 그 액수에도 못 미쳤던 모양이다. 그는 소설 쓰던 이로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체육회에서 일해 본 적이 있다길래 분위기 파악 위해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물어보았다.
체육회 소속의 체육시설을 찾아 다니며 예초하고 전정작업을 하는 것이 주된 업무란다. 넓은 운동장의 잔디를 예초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경마장의 경주마처럼 한줄로 주욱 세우는데 맨 오른쪽에는 예초 실력자를 맨 왼쪽에는 초짜를 배치하여 전진한단다. 수평을 이루던 행렬이 실력이 차이가 나다보니 사선이 되기 마련이다. 이런 형태의 작업방식에서는 초짜는 마음의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예초기를 등에 짊어지고 작업하는 예초는 힘이 들기 때문에, 현장 상황에 따라서는 융통성있게 10분간의 휴식보다 더 쉬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쉬는 시간에 예초기에 기름을 넣어야 하고, 긴 풀이 잘려나가면서 헤드를 심하게 감았을 때는 회전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므로 헤드를 분리시키고 감긴 풀을 제거하고 다시 헤드를 재결합해야 하는데 그런 작업준비를 하다보면 10분이 그냥 경과해버릴 수도 있어서 10분이 쉬는 시간이 아니라 작업준비 시간으로 다 쓰일 수도 있다.
그러니 다른 작업과는 동일하게 10분간 휴식은 합당치 않다. 누가 무거운 예초기를 짊어지고 예초하려 하겠는가? 예술이 배고픈 직업이라할지라도 예술가가 좋아서 예술하듯이 "조경의 꽃은 예초"라는 자부심으로 노동자는 무거운 예초기를 등에 짊어지고 예초기를 휘두른다. 회사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하지말고 배려를 해주어야 공정하다.
대공원에 합격하고 2일후 합격자 등록을 해야 하기때문에 신체검사를 서둘러야 했다.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의사의 소견이 적힌 일반채용신체검사서를 신체검사 다음날 받자마자 대공원 사무실에 가서 합격자 등록을 마쳤다. 그리고 며칠 뒤 체육회에 전화하여 다른 직장에도 합격하여 체육회는 못 가므로 예비합격자를 올리라고 말했다. 포기각서를 보내라길래 그리하였다.
신체검사는 혈당이 기준치(99 이하)를 벗어났지만 당뇨 (126 이상)는 아닌 수치 113이 예상되었지만 검사 결과는 104였다. 당뇨가 아니므로 당뇨 전단계, 관리단계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단계까지는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판정이 의사의 소견란에 적혀진다. 채용에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작년에는 매년 채용신체검사를 하던 성OO병원 검진센터에 내과 담당의사가 남자의사로 바뀌면서 초짜라서 그랬던 것인지 병원 수익을 높이려고 그랬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의사 소견이 "특이사항 없음"이 아니라 "재검사 필요"라고 적혀 있어서 합격자 등록일이 빠듯한 상황에서 또 피를 뽑고 정밀검사 비용을 들이고나서야 "특이사항 없음" 이라는 의사 소견이 나올 수 있었다. 당뇨 수치(126 이상)가 나오지 않을테니 당연히 정상이고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적힐 것을 2번이나 검사하게 만들다니 !
2군에 해당하는 OO구안전공단 소속의 연O공원에 합격자등록하러 갔을 때는 정밀검사 전이라서 "재검사 필요"가 적힌 일반채용신체검사서를 들고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접수 거부 당했다. 며칠 후 OO대학교 면접에서 합격하였을 때는 정밀검사후 였고 거기는 공무원채용신체검사서를 요구하였다. 성OO병원 검진센터에서 작년에는 3 장의 채용신체검사서를 발행하는 바람에 제기럴 검사비도, 시간도 , 신경도 작년에는 많이 들었다. 비용 할인도 적용되지 않았다.
하여 올해는 열O의원 검진센터로 바꾸어 채용신체검사하였다.
열O의원 검진센터에서 일반채용신체검사서는 3만원, 공무원신체검사서는 35,000 원이었는데, 2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면 겹치는 검사비는 빼주니 60,000 원이란다. 국민건강검진과 동시에 진행하면 또 3만원이 할인되었다. 국민건강검진은 나중에 근무중에 공가를 내어 받을 생각이다.
대공원은 일반채용신체검사서를 요구하고, OO대학교는 공무원신체검사서를 요구하였다. 후자의 경우 작년에 일해보니 가장 분위기가 좋았다. 비록 봉급은 적었고 6개월내내 예초기를 짊어져야 했지만
합리적이고 융통성 있는 휴식시간 탓에 피로가 누적되지 않았었다. 몸도 상하지 않았다. 정말 신명나게 신들린듯이 넓은 캠퍼스의 잔디를 여러 번 돌면서 예초하였음에도.
그래서 올해도 OO대학교에 면접을 보고 합격하게 되면 대공원은 채용포기각서를 써내고 OO대학교으로 갈 생각이 더 컸다. 그래서 일단 최종결정을 하기 전이므로 2 가지 신체검사서를 다 준비해둘 작정이었다. 그런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신체검사를 다음날로 미루게 되면서 하루동안 많은 생각을 해본 결과, 수년만에 속주에서 다시 로마 본토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중요한 역사의 터닝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귀에 들려오는 속주의 소식이 안정적이지 않아 보였다. 비유하자면 노예의 반란의 조짐이 보인다고나 할까? 평화로왔던 분위기가 불안정한 분위기로 바뀔 조짐이 엿보였다.
초기 로마 이탈리아 반도 지역에서만 일하다가 갑자기 자격증 유무가 많은 배점을 차지하면서, 로마 본토에서 쫓겨나 어쩔 수 없이 속주(屬州, Provincia)로 밀려나지 않았던가? 수년간 갈리아로 , 히스파니아로, 게르마니아로, 변방을 떠돌게 되지 않았던가? 시대의 흐름에 따르기 위해 올해 여름 무더위 속에서 산림기능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학원을 다니지 않았던가? 그결과 자격증을 따는 바람에 올해는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1 군에 합격하지 않았는가?
당분간 로마 시민으로 살기로 결정하였다. 그래서 일반채용신체검사를 받기로 결정하였다. 1군 경력은 경력관리 측면에서도 좋다. 나이를 먹어 나중에 2군, 3군으로 밀리더라도 1 군 경력은 면접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리운 나의 속주 아이깁투스, OO대학교여 안녕.
나중에 언제든 더 늙어서 일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거기서 일하다가 더 늙으면 체육회로 가면 될 것이고. 더 늙어서 체력이 약해져 일할 수 없을 때는 노동현장에서 은퇴해야 하겠지. 노가다는 몸이 상해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때가 바로 은퇴할 때라고 한다.
그 때가 오면 집 근처의 중앙도서관에 콕 박혀 소설 창작이나 해볼꺼나?
2025.2.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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