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칠레 좌파 대통령 아옌데의 어설픈 개혁이 초래한 국가적 혼란과 퇴보, 이후의 회복 과정도 공들여 서술했다. 아옌데는 다국적기업을 국유화해 미국을 적으로 돌렸고, 구두끈 가격까지 간섭했으며, 급격한 임금 인상 추진으로 국가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끝에 무너졌다. 17년의 암흑 같은 군사정권을 몰아내고 1990년 재집권한 칠레 좌파는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아옌데의 죽음을 복수하지 않았다. 심지어 피노체트의 우파 경제노선을 계승함으로써 군사정권 시절의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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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역사의 교훈 받아들여야 미래가 있다
‘총, 균, 쇠’의 저자 다이아몬드 교수 / 각국 역사 경험·지정학적 제약 풀이 / ‘전범국’ 독일과 일본의 접근법 비교 / “위기 극복하려면 심각성 인정해야”
입력 : 2019-06-01 01:00:00 수정 : 2019-05-31 19:40:25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재러드 다이아몬드/강주헌/김영사/2만
독일은 전쟁으로 수백만 동포를 잃고 소련군에게 수많은 독일 여성들이 강간을 당했다. 전후에는 상당한 영토를 빼앗긴 까닭에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고 자기 연민(자기 위안)에 빠질 수도 있었다. 만일 연합군이 승리하지 않았다면, 독일의 도시들에 폭격을 퍼부어 수많은 독일 시민을 죽인 연합군의 작전은 전쟁범죄로 여겨야 마땅하다고 푸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은 나치의 범죄를 광범위하게 인정했다. 학교에서도 나치의 범죄와 독일의 전쟁책임을 가르쳤다. 이에따라 2차 대전 동안 독일에 핍박당한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과 보다 더 나은 관계를 수립해나갔다.
대변동-위기, 선택, 변화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김영사·2만4800원‘핀란드화’(Finlandization)라는 말이 있다. 핀란드의 대외정책, 특히 옛 소련을 상대로 한 정책에 붙여진 비웃음 섞인 딱지다. 1979년 미국 <뉴욕타임스>는 핀란드화를 “전체주의적 초강대국의 군사적·정치적 무자비함에 위압되어 그 옆에 있는 작고 약한 국가가 체면을 버리고 당혹스러울 정도로 자주적인 자유를 양보하는 개탄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소련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대통령 선거를 연기하고, 대선 후보가 사퇴하며, 신문사가 자체 검열하는 핀란드의 모습을 서유럽이나 미국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책에 따르면, 영어에서 ‘위기’를 뜻하는 ‘crisis’는 ‘구분하다’ ‘결정하다’ ‘전환점’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나왔다. 위기를 예측하고, 선택하고, 또 다른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걸 암시한다. 전조 없이 닥치는 위기는 없다. 국가의 위기는 오랫동안 축적된 외부적 압력이나 내부적 압력에서 온다. 성공적으로 대응하려면 ‘선택적 변화’(selective change)가 필요하다. 압력에 짓눌려 과거 방식으로 회귀하거나 더 나쁜 선택을 한다면 도퇴될 수밖에 없다.
< 체르노빌>은 사고 지역에서 살아가던 다양한 사람들을 ‘줌인’하며 원전 폭발로 개개인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는지 생생히 고발한다. 원전에서 일하던 단순 노무자, 불을 끄기 위해 폭발 현장에 근접했던 소방관들, 철교에 올라 ‘불구경’을 했던 시민들…. 이들은 경고 한마디 듣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에서 재앙에 노출된다. 방사능 낙진이 마치 눈처럼 날아오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손을 뻗으며 행복해하는 장면은 가슴 아픈 명장면이다.
"핀란드는 독특한 언어와 건축 양식을 지닌 작은 국가예요.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소련과 싸워 독립을 지켜냈지요. 그 뒤 혹독한 자기 평가를 거쳤고, 전쟁을 막기 위해 국경을 맞댄 러시아의 예민한 비위를 맞춰갔습니다. 핀란드인들은 내각의 관리, 하위 공무원까지 러시아와 적극적인 대화를 해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