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라 부르면, 잘못된 시스템에 면죄부 준다
교통사고·산업재해·재난 참사까지
100년간 벌어진 '사고의 역사' 추적
입력 2024.07.06. 00:33
사고는 없다
제시 싱어 지음 | 김승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456쪽 | 2만3000원
책은 이런 예시를 든다.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는 바닥에서 미끄러진다면? 나의 부주의 탓도 있지만, 바닥에 물이 고여 있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제한속도를 위반하는 것은 과실이지만, 과속을 하기 좋게 설계된 도로는 위험한 조건이다. 즉 인간의 과실이 개입되지 않는 사고는 거의 없다. 하지만 위험한 조건이 과실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권력자들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고치기보다 인적 과실을 탓하는 서사를 유포해왔다고 말한다.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장치 도입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던 자동차 제조사들은 ‘무단횡단자’와 ‘운전석의 미치광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퍼뜨린다.
출처: https://www.chosun.com/culture-life/book/2024/07/06/DHOK65NFCVBQRITNHAJNWXLRLQ/
입력 : 2024-07-06 06:00:00 수정 : 2024-07-04 21:11:0
美, 유색인종·빈곤층일수록 사고 확률 커
기업, 재해 원인 인간의 과실·부주의 전가
사고 초래 위험한 환경·정책 부재 등 추적
“취약층 맞춰 예방 초점… 시스템 바꿔야”
기업, 재해 원인 인간의 과실·부주의 전가
사고 초래 위험한 환경·정책 부재 등 추적
“취약층 맞춰 예방 초점… 시스템 바꿔야”
사고는 없다/ 제시 싱어/ 김승진 옮김/ 위즈덤하우스/ 2만3000원
사고를 둘러싼 담론은 강자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1950년대 미국 코넬대는 자동차 충돌로 인한 손상 연구의 하나로 충돌 내구성 테스트 방식을 정교화했다. 거의 모든 충돌 테스트 인형이 175㎝에 78㎏ 정도의 남성 신체를 모델로 한 것이 문제였다. 여성에 맞는 충돌 테스트용 인형은 없었다. 그러니 여성은 전면 충돌 사고에서 사망 확률이 남성보다 최대 28%, 부상 확률은 최대 73%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