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효과 때문에 골로 간 열대어들

                                황 안토

미꾸라지들을 장거리 운송할 때 다 살려가는 방법으로 메기 한마리를 넣는다고 한다. 그러면 긴장한 미꾸라지들이 포식자를 피해 도망다니기 바쁘다 보니 활력을 잃지 않고 산 상태로 식당에 내다 팔 수가 있단다. 메기 효과(Catfish Effect)다.
바닷물 바깥으로 올리자마자 열불이 난, 성질 급한 고등어는 스트레스로 이내 죽기 때문에 어부들이나 막잡은 고등어를 회로 먹지 일반인들은 장거리 운송이 불가능하니까 고등어회를 맛볼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고등어 운송 방법이 바뀌어 장거리의 횟집까지 살려서 오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살아 있는 고등어를 회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방법은 메기 효과를 적용하여 작은 상어 한마리를 넣어온다는 것인데,  이는 낭설이다.  실제는 침을 놓아서 고등어를 기절시켜 운송하였다가 도착지에서 또 침을 놓아 정신이 번쩍들게 하여 잠을 깨게 만든다고 한다.
겨울철 강화도 낚시터에 얼음낚시 가는 지인에게 잡은 붕어를 모두다 매운탕으로 먹지말고 몇 마리 살려서 오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집어항에 버들치만 있었지 붕어는 없었다. 붕어를 살려서 오는 방법은 물을 완전히 뺀 스티로폴 박스에 붕어를 넣어 운송해야 한단다. 박스 속에 얼음을 넣지 않는다. 풀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물고기의 피부가 마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봄 가을에는 물고기의 피부가 마르지 않도록 신문지로 돌돌 감아야 한다고 한다.  까무러쳐 기절한 상태, 가사 상태로 운송된 붕어를 집에 도착하자마자 물 속에 넣으면 되살아난다고 한다. 그렇게 되살아난 큰붕어 3마리를 건네받아 오랫동안 키웠었다. 

주말마다 홀로 등산을 하는 시기가 있었다.  금요일 술자리에서 등산이야기가 나오면 다음날 자기도 등산하고 싶다고 꼭 불러달라던 술고래들이 막상 전화를 하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등산을 못하겠다, 다음으로 미루자,라고 말을 바꾸었다. 술 마실 때의 마음이 술 깬 후의 마음과 같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전화기를 통해 그들의 게으름이 내 귀로 전달되고 나도 영향을 받아 등산가기가 싫어진다는 점이다.  내 주변에 건강에 나쁜 술 좋아 하는 작자는 많지만, 건강에 좋은 운동인 등산을 좋아하는 인간들은 왜 없는 걸까?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술고래들에게는 등산 권유하는 전화를 하지 않게 되었다.  마음 편하게 홀로 등산 갔었다.  하산 후에는 늦은 점심식사를 하게 되는데 3군데 정도 정하여 돌아가며 먹는다.  그것은 드물게 동행이 있을 때의 선택지다. 밴뎅이 회덮밥, 메기 매운탕, 가리비 칼국수다.  혼밥을 먹을 때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질릴 때까지 먹는다.  한 때는 밴뎅이 회덮밥만 먹기도 하였고, 한 때는 김포한탄강에서 점심특선메뉴 메기매운탕만 줄기차게 먹기도 하였다. 그래서 혼밥은 불편하지 않고 익숙하다.
한 번은 메기 매운탕에 메기를 덜 넣어도 되니까 상품성이 없는 새끼 메기가 있으면 살아 있는 상태로 줄 수 없느냐,라고 단골식당 주인에게 물었었다.
그러자 식당주인이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라고 물었다. 나는 집 어항에 버들치 등의 민물고기들을 키우고 있는데 그 안에 넣으려고 한다,라고 대답하였다.
식당주인이 말하기를, 메기를  주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포식자여서 어항 속의 다른 물고기들을 다 잡아 먹는단다. 그러면 안될 일. 새끼 메기를 포기하였다.

오래 전에 식당하는 지인이 상품성 없는 새끼민물장어기 섞여서 들어 왔는데 키우겠느냐,라고 물어서 기쁜 마음으로 수락하였었다. 어쩌면 어미 장어가 식당 수족관에서 새끼 장어를 낳았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새끼라고 하지만 식당의 큰 수족관에서는 작은 크기이지만, 60 L짜리 집 어항에서는 작은 크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집 어항에서 새끼민물장어를 도저히 발견할 수가 없었다. 작은 물고기는 안 보일 수도 있지만, 장어는 어항 안에서 가장 몸집이 크고 길다란 녀석이니 눈에 안 띌 수가 없는데 보이지 않는 것이다. 며칠간 자세히 훑어보니 이상한 게 눈에 띄었다. 어항 바닥에 잔돌들이 깔려 있었는데 대가리만 내놓고 있는 녀석을 발견한 것이다. 단단한 돌더미를 뚷고 들어가려면 쉽지 않았을텐데도 대가리를 박고 뚫고 들어가서 몸 전체는 자갈 속에 숨겨지고, 쉼쉬기 위해 대가리만 자갈 바깥으로 내놓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료는 금붕어,비단 잉어용 사료를 다른 민물고기들과 함께 먹였다. 
그러나, 민물장어를 오랫동안 키우지는 못하였다. 점프하여 어항 바깥으로 날아 떨어진 것이다. 물이 전혀 없는 방바닥에 떨어져서 허우적대다가 호흡곤란으로 죽었다. 뒤늦게 발견되었을 때는 피부의 수분까지 말라 있었다. 새끼장어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다. 다니던 직장을 갑자기 때려치우고 새 직장을 구하려는 사람의 모습도 비슷한 행동이 아닐까? 새 직장을 먼저 구해놓고나서 현 직장을 때려치워야 순탄하게 이동이 되는 것인데, 성질 급한 사람은 다니던 직장부터 그만둔다.  앞으로 자신에게 펼쳐질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  그런데 현실은 만만치 않다.  같은 조건의 직장은 쉬 구해지지 않는다.  장어탕이나 장어구이가 될 운명이었던 새끼장어가, 자연상태는 아니더라도, 아쉬운대로 집 어항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과 충동적인 선택으로 자신의 수명을 앞당긴 꼴이다.

메기 효과는 경영학에서는 유효한 이론이다.  침체된 회사 분위기에 유력한 경쟁자를 섞어놓음으로써 경쟁을 유발하여 조직원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그런데 미꾸라지 운송에 메기를 넣어 효과를 본다는 것은, 경영학에 사용하기 위한 비유일뿐 현실에서는 유의미한 통계자료가 아닐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집에 열대어 어항이 2개 있다. 하나는 구피 어항이고, 다른 어항은 왁 플래티, 골든 알지이터와 펫퍼드 코리도라스 같은 청소부가 들어 있는 어항이다. 그러다가 한 어항으로 모두 합사하였다. 남은 어항은 빈 어항에 물만 채워 두었다. 1주일마다 열대어를 건져내어서 물만 채운 빈 어항으로 옮기는 새로운 물갈이 방법이다. 그러면 일이 바쁘더라도 물갈이 주기를 놓치지 않을테고, 종전처럼 일부 물만 갈아주는 것보다 PH농도가 안정화되어 수질개선에 도움이 되리라. 

며칠 뒤, 네온테트라, 제브라 다니오, 수마트라를 구입하여 넣었다. 사나운 새끼수마트라는 1마리를 구입하였는데 열대어의 "메기" 역할이다. 작은 녀석이 쉴 새없이 다른 열대어를 쪼아대기 때문에 다른 열대어들이 도망치기 바쁘다.  대신 열대어들의 운동량이 많아져서 더 건강해지리라 기대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어항 안의 열대어 수가 계속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그 많던 구피가 3마리만 남았다. 큰 구피는 다 사라지고 작은 구피만 보인다. 몸집 큰 빨간 왁 플래티도 몇 마리 사라졌다. 활동하는 수심이 달라서인지 바닥을 열심히 핥아대는 청소부들은 거의 다 살아 있는 것 같다. 수마트라와 함께 배달된  네온테트라는 도착 당일 사라진 것 같다. 
100 L짜리 넓은 공간의 대형 수족관에 많은 열대어가 가득찬 환경이라면,  각 개체들이 겪는  수마트라의 공격 빈도수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40L 남짓한 넓지 않은 어항 안의 많지 않은 열대어 개체의 경우 공격당하는 빈도수가 훨씬 더 많으리라. 결국 공격에 의해 죽거나, 정신력이 약한 녀석은 스트레스로 죽었으리라. 밤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불침번을 계속 서다가 수면부족으로 죽은 열대어도 있었겠다.

구피는 굳이 구입할 필요는 없곘다. 주위의 지인들이 많이 키우니까 번식이 많이 되었을 때 얻어서 집 어항에 넣으면 된다. 

불경기가 되면서 취미생활도 줄이는지 더 이상 열대어를 키우지 않고 집 주위 연못, 동네 산의 계곡, 공원의 연못에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운 좋으면 그런 곳에서 잡을 수도 있겠다. 추위가 닥치면 그런 환경에서는 열대어는 떼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다.
OO생태공원의 입구들 중에 물레방아가 돌고 있는 입구로 들어가면, 연꽃 연못에 버려진 구피가 엄청나게 번식하고 있다는 소문에 가 본 적이 있다.
곧 추위가 닥칠 계절이었다. 연꽃 연못의 수면이 얼어붙을 것이고 구피는 전멸할 운명이다.  수족관이 망하면서 구피들을 여기에다 부어버렸나?
200~300마리는 구조한 것 같다. 집 어항에 가장 많은 구피가 들어간 날이었다. 문학산의 무허가 식당들을 모두 내보내고 문학공원이 조성되었는데 연못이 하나 있다. 거기에는 예전에 닭백숙, 오리탕을 팔던 "연못집"이 있던 자리였을 거라고 짐작이 된다. 수면을 뛰어다니는 물장구 같은 벌레는 보이지만 물고기는 전혀 없는 연못이었다. 물고기가 없는 연못이라니 말이 되는가? 닭백숙을 먹으며 바라볼꺼리로 만든 연못이니 굳이 물고기가 없어도 장사하는데는 전혀 상관이 없었겠지.  산행 중에 동료와 함께 붕어와 비단 잉어들을 방사하였다. 붕어,잉어가 새끼를 낳았을까 궁금하여 하신길에 연못 안을 살펴보곤 한다. 물이 흐려서 큰 붕어의 움직임은 보이지만 새끼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날 어, 작은 물고기떼들이 보였다. 붕어 새끼인가 보다,하고 자세히 보니 구피들이었다. 폭염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되면 전멸한 운명이다.

현재 어항 상태는 너무 허전하다. 이렇게 허전해질 때마다 열대어를 11번가에서 구입하는데 그럴 때마다 2만원은 들어간다.
그런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되니 누적되면 어느새 10만원 넘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야 말로 마지막이다, 더 이상은 열대어를 구입하지 않고 살아남은 녀석들로 계속 키우리라 다짐하며 새 식구 4종류를 11번가에서 주문하였다. 착한 가격과 순한 녀석들로. 브론즈 코리도라스 5마리(6,000 원), 왁 플래티 5마리(5,000 원), 레드 화이트 미키 플래티 5마리(5,000 원), 프리스텔라 리들레이 10마리(5,000 원) 그리고 운송비 4,000 원 합하여 25,000 원어치다. 네온테트라 10마리보다 프리스텔라 리들레이 10마리가 훨씬 몸집이 크서 눈에도 잘 띄고 무리지어 헤엄치니 보는 재미도 있다. 성격도 온순하단다. 비슷한 열대어 사페는 사나운 성격이라서 구피와 합사하면 안된다. 엔젤피쉬, 시클리드도 합사가 어려운 사나운 어종.
여러 순한 어종들로 채워지니 어항 안이 월씬 더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며칠 전부터 빈 팝콘 통에 물을 채워 수마트라만 격리하여 키우고 있다. 공격적이던 녀석이 거의 꼼짝하지 않는다. 삶의 목적을 상실한 자의 행태다. 은든자로 바뀌었다. 같은 비닐봉지에 수마트라와 동행하여 도착했던 제브라 다니오를 어항에서 뜰채로 겨우 잡아서 수마트라 감옥에 넣었더니 동거인이 생기자 수마트라의 움직임도 늘어났다. 제브라 다니오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수마트라가 공격할 수가 없다. 제브라 다니오는 더 큰 몸집의 플래티를 공격한다고 하니 이놈도 한 성깔하는 어종이라고 한다. 계속 수마트라와 제브라 다니오는 격리되어 함께 살아야 할 팔자인 듯하다.

열대어에 비하면 갈겨니, 붕어, 잉어, 미꾸라지가 들어 있는 민물고기 어항은 전혀 비용이 들지 않는디. 수도물로 바로 물갈이를 해주어도 되니 정말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사료 값도 싸다.  싸움도 없어 보이고 평화롭다. 
물론 여기에도 폭력배가 있으면 상황이 달라지는데 다음 기회에 글로 쓸 기회가 있으리라.

2025.8.10.

지인들로부터 어제 구피들이 들어 왔다.
큰 구피는 기존 열대어 어항에 합사하였고,  구피새끼는 기존의 새끼통에 합사하였다.  수마트라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작은 구피 3~4마리 마리에 10~20마리가 들어 오니 어항 풍경이 더 볼만하다.
리플레이 한 마리가 구피를 준 한 지인에게 넘겨졌다. 사나운 수마트라, 제브라 다니오를 줄 수는 없고, 구피와 함께 키울 수 있는 성격이 순한 열대어를 그가 원하였기에 다른 열대어보다 상대적으로 개체수가 많은 리플레이를 건네주었다.
수마트라 감옥에도 구피 1 마리를 넣었다. 감옥에는 제브라 다니오가 수마트라와 함께 갇혀 있었는데 구피까지 3마리가 동거하게 된 셈이다. 
구피 합사 1일차, 수마트라가 이따끔 구피를 공격한다. 헤엄 속도가 떨어지도록 지느러미를 1차적으로 공격하는 단계라고 한다. 아직은 구피가 견딜만해 보인다.  수마트라가 속도가 굉장히 빠른 제브라 다니오를 간혹 공격하지만 워낙 제브라 다니오가 빨라서 헛발길질이다. 성질난 제브라 다니오가 수마트라에게 역습하는 모습도 드물게 보인다.  제브라 다니오들은 여러 마리가 함께 헤엄칠 때는 순하지만 숫자가 적을 때, 이렇게 1 마리일 때는 공격성을 보인다고 한다. 아무튼 10일 이상 제브라다니오와 수마트라는 어느 누구도 죽지 않고 공존하고 있다. 
구피 합사 2일차, 구피가 죽어 있다. 야음을 틈타 깡패 수마트라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당한 듯하다.  

2025.8.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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