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대에 발칸반도 자유여행을 떠난다.
황 안토
출발 전날 전혀 잠자리에 들 수 없었다.
한국에서 미리 준비한 유럽유심이 커버하지 못하는 세르비아와 북마케도니아. 그런 나라에 도착하여 인터넷이 안될 경우 대비하여 호텔 찾아갈 때 쓸 구글지도의 길찾기 약도를 사진으로 찍어 결합하여 PDF 파일로 만들었다. 여행서적에서 해당 도시의 관광정보를 사진으로 찍어두었던 걸 출발 전날에야 PDF 파일로 만들었다. 플릭스 버스 보딩패스,호텔 예약 번호 확인서도 출력하였다. 1일차부터 13일차까지 인터넷 까페와 개인 홈페이지에 검색자료들을 올려놓았던 것을 DOC파일로 만들었다. 그런 저런 여행관련 자료들을 내 스마트폰과 아내의 스마트폰에 각각 한 폴더에 저장하였다. 핸폰 밧데리가 죽더라도 부부 두 명 중 한 명의 핸폰이 살아 있다면 자료를 볼 수 있다.
작은 노트에 1일차부터 13일차까지 내용을 요약하여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늙어가고 은퇴전의 직업으로 머리를 너무 사용한 결과, 기억이 깜박깜박하였다. 60대 중반부터 해외 자유여행이 두려워지기 시작하였다. 아직도 완벽하게 여행준비가 되지 않았다. 다시 되돌아올 수 있을까? 준비했던 내용도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기억이 나지 않았다. 50대때와는 많이 달랐다. 60대는 두려움만 커졌다.
인천공항에 들어서자 그동안 두려움이 컸는데.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Alea iacta est)는 생각이 들었다.
카이사르가 원로원의 명령을 어기고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강을 건넜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결정하기 전, 강을 건너기 전 두려움이 엄청나게 컸겠지만, 결정후 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해들어갈 때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으리라. 이제부터는 난관을 두려워 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헤쳐나갈 일만 카이사르는 생각했을 것이다.
당시에 카이사르의 감정의 흐름을 이상하게도 인천공항에 들어서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기내 영화는 한글 자막이 없는 게 대부분이었다. 왜 이렇게 바뀐 거지? 그래서 한국 드라마 "백번의 추억"을 보았다. 도중에 졸기도 하고 핸폰에 저장된 1일차부터 13일차까지의 자료를 요약하여 노트에 정리하기도 하다 보니 드라마를 다 보기도 전에 부다페스트에 도착하였다. 30분 연착하였지 아마. 수하물을 찾고, 유심을 장착하였다. 장착후 스마트폰을 껐다 켜면 바로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는데 그렇지 않았다. 안될 때 조치방법을 따랐더니 42개국 유심은 정상화되었다. 그러나 아내 폰에 끼운 33개국 유심은 계속 오프라인. 1시간째 공항에서 씨름하다가 포기하고 호텔에 가서 한번 더 유심과 씨름하기로 작전을 바꾸었다. 현 상태에서 부부가 서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통신두절로 서로 다시 만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공항버스 근처의 부다페스트 대중교통 발권기에서 콘택트리스 위비트래블 체크카드로 결재하여 공항버스표를 뽑으려는데 핀번호 입력화면이 뜨지 않았다. 결재가 되지 않는 것이다. 내 옆의 기계에서 표를 끊으려다가 실패한 외국인 여성 관광객이 나에게 묻는다. 나는 첫화면으로 가라, 영국기를 눌러라,라고 간단하게 답하고 다시 내 문제에 돌입한다. 우리카드로 시도한다. 제대로 핀번호 입력화면이 나오고 카드 암호 4자리에 "00"을 입력하고 작은 화면 우측 맨 아래 버튼, 아마도 확인(ok)버튼을 누른다. 노안이라 이런 작은 글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결재가 끝나면 자동으로 엉덩이를 도로 내밀어야 할 카드가 카드 홈 안에 쏙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 바삐 낯선 곳에서 움직이다 보면 카드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기계 아래에 떨어지는 버스표, 영수증만 꺼내고 자리를 뜰 수도 있으니 조심할 일. 손가락을 집어넣어 카드를 빼내었다.
이어서 지하철,시내버스,트램에 두루 통용되는 교통권 중에서 1회권을 4장 뽑았다.
2명이 시내 중심지 데악역에 걸어가서 까마귀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내일 국경을 넘는 플릭스버스를 타기 전에 아침식사로 때울 빵과 음료수 같은 간단한 먹거리를 슈퍼에서 사올 계획이었다. 그리고 번화가를 걸으며 까페에서 커피 한 잔 할 수도 있겠다.그런 후에 호텔로 귀가할 때 지하철표 부부 2장, 내일 아침 고속버스 정류장까지 갈 때 사용할 지하철표 부부 2장, 합계 4장을 뽑았다.
공항버스는 메트로 4호선 케빈테르. 메트로 2호선 아스토리아, 메트로 3호선 데악페른테르에서 정차한다. 가장 초보자들이 이용하기 좋은 시내 가는 교통편이다. 비싼 택시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공항버스 정차하는 곳 주변의 호텔에서 숙박하면 좋은 선택이다. 그런데 환율이 나빠진 탓인지 작년보다 배로 숙박료가 올라서 올해는 다른 대안을 찾아 지하철로 세 정거장 더 가서 옥타곤역 근처에 있는 호텔을 잡았다.
이제는 부다페스트 대중교통시스템을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 대중교통 환승도 할 수 있고 그에 알맞은 교통권도 선택할 수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옥타곤역에 내려 나침판 기능이 엉망인 내 폰으로 5분 거리의 호텔을 찾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2~3배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날씨까지 이러니 짜증이 났다. 경험상 더 이상 내 스마트폰의 나침판 방향을 믿어서는 안된다. 길찾기가 가리키는 것을 불신하고 스타벅스, 버거킹이 보이자 그것들을 참고 하여 직진해야겠네,라고 어떨 때는 내 폰 갤럭시 S24의 길찾기 나침판 방향과는 반대방향으로 가며 호텔을 찾아내었다. 길찾기가 제시하는 그대로 맏고 따랐다면, 어느새 반대 방향을 향하는 고장난 나침판 기능때문에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하루종일 옥타곤 로타리를 수백번 돌았겠지. 이럴 때 아내폰에 장착한 해외유심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아무 생각없이 길찾기의 나침판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움직이면 정확하게 호텔 앞에 쉽게 도착했으리라.
호텔에서 잠시 쉬면서 유심 정상화를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까마귀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러 데악역으로 메트로로 이동하려고 호텔을 나섰다. 항공기가 연착하고, 예기치 않은 유심 문제로 시간이 소비되고 생각보다 일찍 저녁 11시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구글맵에서 확인하고는 까마귀 식당에 도착해도 식사 주문이 가능할지 애매한 시간이다. 전혀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은 유심문제를 해결하려고 1시간 이상을 헛되이 보내는 바람에 애초의 계획을 포기해야 될만큼 시간이 흘렀다. 하여 포기하고 호텔 주위만 구경하고 저녁을 해결하기로 하였다. 10시가 넘으니 DM도, 대부분의 식당도 묻을 닫았다. 저녁 늦게까지 하는 식당은 케밥식당, 뉴가티(Budapest-Nugati) 기차역에 입점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널드 정도. 맥도널드에는 늦은 저녁에 길게 줄 서 있는게 보인다. 지난 여행에서 다 둘러본 곳이다. 어쩌면 기차역 옆에 위치하고 있으니 24시간 영업하는지도 모르겠다. 케밥식당에 들어가서 굴라시 2 그릇, 소고기 버거, 콜라 1병 시키니 3만원 정도. 이 동네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널드가 있는 동네임을 알게 되었으나 안 가본 곳이 아니므로 더 이상 볼 것이 없어서 귀가하였다. 환전은 하지 않았고 신용카드로 교통권,식사 비용을 결재하였다.
내일 아침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세르비아 북부 도시 노비사드로 이동하여야 한다.
2025.12.6.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