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한 회사와 연결된 줄 하나가 끊어진 날

                                  황 안토

정년퇴직을 한 지 10년이 흘렀다. 그러나, 2개의 줄로 끈질긴 인연이 아직도 연결되어 있었다. 
이따금 정년퇴직한 회사의 생수창고로 생수박스 타러 갈 일이 한 줄이요, 정년퇴직한 회사 홈페이지에서 여행 관련 할인표 해마다 신청하는 일이 다른 한 줄이다.
오늘 그동안 미루어왔던 한 줄을 끊었다. 관리자 직급이 되면 생수 3박스와 교환할 수 있는 포인트(점수)가 매달 제공되었었는데, 대부분의 정년퇴직자는 정년 전에 다 소진하였겠지만, 
나는 제법 많은 생수 포인트가 남은 채 정년을 맞이하였다.  웅진(Woonjin)에서 대여한 정수기를 사용하던 시기가 있었고, 우리 가족은 물을 적게 마셔서 한 달에 3 박스를 다 마시지 않았다. 남았다.

정년퇴직 후에도 포인트 형태로 남아 있는 생수박스를 받으러 이따금 본사에 인접한 생수창고로 승용차를 몰고 갔었다. 취업하면서는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생수 타러 갈 수 없었다. 1달에 1번 주말에 생수창고를 열었지만, 밀린 집안일도 주말에 해치워야 하므로 그 날에 맞추기 위해 시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매년 겨울마다 실직 상태가 반복된다. 며칠전에 회사 홈페이지에서 생수 신청서를 미리 인쇄해두었다. 1.5L, 0.5L, 0.33L, 이렇게  생수 박스 종류는 3가지. 생수병이 작아질수록 깎이는 포인트는 커졌다. 박스 전체 물의 양은 적어지는데 왜 그럴까? 아마도 플라스틱 병의 갯수가 많아지니까 제조비용이 더 들어가서일 것이다. 물의 양으로 따지면 남은 점수로 1.5L,짜리 2박스로 교환하는 게 실속있지만, 0.5 포인트를 남기게 된다. 그것으로는 생수로 교환할 수 없으니, 버려지는 의미없는 점수다.  이제는 인연의 줄을 끊어버리자. "0"으로 만들자. 그래서  1.5L,짜리 1 박스와  0.5L,짜리 1 박스로 결정하였던 것이다.
작년부터  생수창고 위치가 변경되었단다. 본사 가기 전에 위치하였었던 생수 창고가 본사를 스쳐 지나간 후의 위치로 이전하였단다. 이전한 창고로 진입하는 입구와 나오는 출구, 이동 동선이 그려진 약도도 인쇄하였다.

30년간 출퇴근하며 지나가던 운전길이었지만 오랜만에 가려니 기억이 가물거렸다. 아내가 승용차를 사용하고 있었고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었으므로 운전도 참 오랜만이다. 내비가 가리키는대로 가기로 하였다.
출퇴근하는 나만의 코스를 가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시내를 내비가 가리켰다. 한번도 지나가본 적 없는 도로를 달리면서 이거, 오랜만에 운전연습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사를 스쳐 지나가고 그 옆 건물의 입구로 들어가야 하는데 놓쳤다. 나의 거래처이기도 하여 몇 번 들렀던 건물인데도 10년의 세월이 흘러가니 이런 실수도 생기는구나. 출구 앞의 도로에서 유턴을 하여 다시 입구로 진입하였다. 약도가 가르키는대로 이동하였더니, 여러 화물대리점의 창고들을 스쳐지나가니 맨 끄트머리에 생수박스가  잔뜩 쌓여 있는 창고가 보였다. 창고 안에는 직원 승용차 한 대가 들어가 있었다. 나도 후진하여 그 옆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다. 그리고 생수 교환 쿠폰을 담당 직원에게 내밀었다. 뒷트렁크에는 아내의 짐, 호미,비료 푸대 등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미리 신문지를 깔아둔 뒷좌석에 생수박스들을 실었다. 창고 밖으로 빠져 나오다가  낡은 승용차의 쇼크업소버(쇼바)에 무리가 생길 것 같았다. 생수 박스 하나를 조수석으로 옮겼다. 귀가길은 나에게 익숙했었던 외곽의 도로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2개의 고속도로를 이용하되 돈이 들지 않는 코스이다.

때마침 제주삼다수를 다 마신 싯점에 생수를 가지고 왔으니 당분간 생수를 살 필요는 없겠다,

예상보다 일찍 집에 도착하였기에 전직장 동료와 점심 약속 시간을 앞으로 더 당겼다. 바지락 칼국수를 먹기로 하였는데, 화요일 휴업이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두 늙은이가 깜박하였다. 가성비가 좋은 우리 동네 맛집인데 아쉽다. 나는 작년에 함께 일하며 이 동료와 식사하러 갔던 국민짜장으로 가자, 좀 걸을 겸 하며 제안했다. 중국집에서 짬뽕을 시켜 먹고 나와서 컴포즈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그록(Grok) AI 설치해주고 사용방법을 그에게 가르쳐 주었다. 작년 같은 직장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챗지피티를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 관심있어 하였다. 이런 반응이면 전파하는 보람이 있다. 그러나, 그록(Grok)은 중국제품이라서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며 정치적으로 반응하며 배척하는 이도 있었는데 황당하였으며 그렇게 정치이념에 생각이 굳어진 사람의 꽉 닫힌 반응에는 맥이 빠진다.

다시 귀가길 애매해진 오후시간이다.
산행 동료를 불러 가까운 승학산을 산행하였다. 싸락눈이 빗방울로 바뀌어 흩날렸다.

저녁에는 봉사단 매주 모임에 참석하였다. 

실업자의 하루가 그렇게 바쁘게 흘러갔다.

2026.2.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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