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의 빵과 나의 공통점
안또니오
작품을 쓰지 못한 지 10년은 넘은 것 같다.
공원의 수도관이 노후화 되어 수도요금이 1,200 만원이 초과 지출되었다고 한다. 애초에 수도관 연결 부위가 금속재질이 아니어서 몇 년 지나니 강한 수압을 버티지 못하고 균열이 생겨 물이 새는 것이어서 외부 수리업자는 올 때마다 35만원 출장 수리비를 받는다.
여전히 공원 곳곳의 수도관이 새고 있다. 수도관의 도면을 보고 모든 수도관 연결 부위를 일제히 금속재질의 연결부위로 교체한다면 1,200 만원이 들지 않을 것 같은데, 그때 그때 많이 새는 수도관의 연결부위만 출장수리로 땜질식으로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또 수도세가 1,200 만원 초과하는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참 문제다.
초과된 수도세 1,200 만원을 공원 관리공단 자체 경비를 줄여서 메꾸려하지 않고 현장의 일꾼들의 일당으로 메꾸려한다는 점이 또 다른 문제다. 강제로 5일간 쉬게 하여 일당을 주지 않아도 되니 전체 일꾼의 일당 총합계가 1,200 만원이 되어 땜질식으로 해결한 것이다. 그러니 손에 쥐는 월급이 얼마되지 않는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밀레가 빵을 위해 그림을 그렸다던가? 비슷한 심정이 되어 잃어버린 5일치 빵을 메꾸기 위해 다시 펜을 들었다. 몸이 고달프니 퇴근 후 쉬어야 되는데 작품을 쓰려하니 쉬운 일이 아니다. 머리가 아둔해져 작품 구상이 되지 않는다. 같이 일하는 동료 중에 글쓰기 책을 300권 읽은 동료가 있어 그도 함께 밀레처럼 작품을 만들어 보자고 권했다. 그 역시 퇴근하면 몸이 지친데다가 머리까지 사용하려니 마음 고생만 될 뿐 글이 쓰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공모전 마감날 월차를 내어 투고 했다. 나는 마감날 하루 전에 내었고. 그는 은상을 받았다. 공모전 응모는 처음이라고 한다. 응모를 권하여 결과까지 좋으니 기분이 좋다. 보람 있다. 전어회를 기분 좋게 사고 기분 좋게 얻어 먹었다. 주위 사람이 잘되면 이렇게 먹을 일이 생기고, 반대로 주위 사람이 어려워지면 사줄 일이 생기는 법이다. 나는 수상자 명단의 맨 끝자리에 가까스로 들어갔다. 이런 적은 없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창작을 하지 않은 탓인지, 작품이 지정된 원고지 수를 못 지킨 탓인지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이 들어 있어 심사위원이 보수적이라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았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수상작품집을 받으면 전체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자연히 알게 될 일이다.
그 외에 2군데 더 응모를 했는데 전국구이기도 하고, 문학성보다는 목적성을 많이 요하는 것 같아서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월말 발표하리라 예상되는데 일단은 희망을 가지고 기다려볼 일.
이번에 수필을 쓰며 느낀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초안 형태라도 그 당시의 느낌, 장소, 날짜 등을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 (비양도 여행기는 그런 기록이 있었기에 14년후 글쓰기가 가능했다. 기록이 없었다면 기억해내기기 어려워서 작품을 써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둘째,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가급적이면 매일 일기 쓰듯이 짧은 글이라도 써야 한다는 것. 독서는 지난 수년간 매일해왔지만 글쓰기와 독서는 별개라서 글쓰기 훈련도 병행해야 한다는 사실.
셋째, 백일장처럼 주어진 제목에 대해 즉석에서 써내려가는 순발력 발휘도 연습할 것. 남동구 백일장에 갔다가 전날 전어회와 과음 탓도 있었겠지만 도저히 주어진 제목에 대해 채울 내용이 떠오르지 않아 철수하였다. 당시 주어진 제목은, "친구,소금,거짓말" 중에서 택일.
2017.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