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좋게 하루에 3 곳을 면접보고 얻은 최종합격 소식
황안토
어제 월O권역공원에 최종합격했다는 전화를 전직장동료로부터 받았다.홈페이지에 방금 올라온 명단에 내 이름이 있다고 그가 말하였다. 20명정도 뽑는데 경쟁율은 5:1이 넘었다.
비교적 많은 수의 조경노동자를 뽑는, 시청 산하의 공원 3곳이 면접일을 같은 날짜로 정하였다.
공원들 간에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으니 같은 날짜에 면접시간이 다르다할지라도 시간 간격이 충분히 떨어져 있지않으면 세 곳의 면접에 모두 참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한 곳에만 면접하였다는 전직장 동료도 있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작전을 짠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승용차로 이동하면 두 곳은 충분히 면접을 볼 수 있겠고 마지막 공원은 잘하면 아슬아슬하게 성공할 수도 있겠다고 판단하였다.
전직장 동료도 나와 동일하게 세 군데를 서류 접수하였는데 첫번째 면접장소(대공원)와 두번째 면접장소(월O공원) 사이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지 않았고, 나는 두번째 면접장소와 세번째 면접장소 사이가 그러하였다.
첫번째 면접장소는 동료와 동일한 시간에 함께 9명의 면접관들 앞에 앉았다. 예상보다 면접 소요시간이 짧아서 면접을 마치자마자 두번째 면접장으로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동료의 면접은 나보다 2시간 정도 더 이른 오전시간이었고 나는 점심식사후에 면접이 잡혀 있었다.
비닐하우스 안에 놓여진 25개의 좌석에서 대기하다가 5명씩 면접실로 들어갔다. 심사의 공정성을 기한다는 의도로 교수들이 외부에서 와서 면접관 역할을 하였다.
내 승용차로 함께 동일한 면접장에 다니고 있는 동료 심 선생이 면접 내용을 알아내기 위해 면접을 끝내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질문 내용을 물었다.
잡초의 이름들을 말해보라고 면접관이 물었단다. 잡초가 이름이 있오,라고 내가 되물었다. 잡초는 이름없는 풀, 값어치 없는 풀을 통칭한 용어가 아닌가? 잡초라 부르지마라, 이름 없는 풀이 어디 있겠는가,라는 시가 있기는 하였지만. 조경 노동자가 잡초를 잘 뽑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조경기능사 자격증 시험 보러온 것도 아닌데, 이런 질문으로 일 잘하는 노동자를 가려낼 수 있을까?
면접자는 이런 예기치 않은 질문은 처음이라 대답을 못한 모양이다. 다른 면접자에게 물었더니 토끼풀, 쇠뜨기 등등을 나열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대형 놀이시설들이 있는 관광지에 있는 까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손님이 까페에 들어와서 관광지도를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물었단다.
공원 가꾸는 일과 무관한 이런 질문으로 옥석을 구분할 수 있을까 의아했다.
그리고 초화류에 대해 물었단다. 답을 못하자 공원에 있는 초화류에 대해 나열해보라고 했단다. 이 질문은 공원에서 자신이 심은 꽃나무들을 나열하면 되는 것이니 옥석의 구별이 가능한 질문이다.
그리고 병충해와 병해에 대해 설명하라고 했단다. 조경 기능사 공부를 하면서 책에서 본 내용이기는 하지만, 시험준비를 하지 않은 평범한 노동자에게는 어려운 문제다. 현장에서 작업반장이 농약을 주면서 일정 비율로 물과 섞으라고 지시하면 노동자는 그대로 희석하여 나무에 뿌리면 되는 것인데 이런 용어를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모른다고 불합격 판정을 내리면 현장일을 잘 하는 노동자들이 억울하지 않을까?
나는 점심식사 후에 면접이 잡혀 있었고, 전직장 동료 심 선생은 오전에 면접을 마치고 나와서 이른 점심을 먹고 있는 나와 식당에서 합류하였다.
점심시간이 끝나자마자 내 면접이 시작되기 때문에 승용차 안에서 네이버 검색을 하며 잡초, 병충해에 대한 정보를 간단히 정리하고 암기할 시간이 필요하였다.
잡초 종류에 대한 대답은 을사조약때 갑자기 번성한 외래종이며 대한제국을 망하게 한 풀이라고 하여 명명되었다는 망초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
토끼풀[클로버], 씀바퀴, 쑥, 질경이, 쇠뜨기, 바랭이, 환삼덩쿨, 담쟁이넝쿨, 관목에 진입하는 잔디. 마지막에 언급하는 잔디에 대해서는 현장 경험을 살짝 비추어주는 것이 좋겠다.
관목 속으로 침투하는 잔디는 잡초 취급을 받습니다. 관목의 영양분을 빼앗아먹으므로 관목 주위 10cm 정도는 삽으로 잔디를 끊어준 적이 있으며 여성동료들이 호미로 쉽게 잔디를 걷어낼 수 있도록 제초작업을 도왔습니다, 라고 답변을 머리 속에 담아두었다. 노화현상으로 암기력이 떨어지니 입으로 계속 반복하며 답변 연습을 하였다.
공원에 있는 초화류에 대한 대답은 몇 년전에 쓴 수필에 나오는 꽃들을 떠올리고 대답하고 공원의 꽃나무들을 하나씩 말하는 게 좋겠다.
꽃양귀비, "이리"라는 뜻이 내재하는 루피너스, "손장갑"이란 뜻이 내재하는 디기탈리스 , 팬지, 비올라, 베들레햄의 별처럼 생긴 꽃이라 하여 명명된 베들레햄, 모기 퇴치제 역할도 하는 제라늄,
수선화, 수국, 민들레, 튤립, 코스모스, 백일홍, 영산홍, 맥문동, 마지막으로 꽃양배추. 공원에는 4계절마다 꽃을 바꾸어 심는데 가장 마지막에 심는 초화류가 꽃양배추다. 겨울 추위에도 버티기 때문이다,라고 특별히 꽃양배추에는 현장경험이 드러나게 말해주는 게 좋겠지.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5인 1조가 되어 면접실로 들어갔다.
긴급시항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나에게 면접관이 물었다. 어떤 긴급사항인지 더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며 질문해주어야 하는데 60대, 70대의 구세대로서는 질문 내용이 애매하다고 느낄 수 있겠다. 나는 대답하였다. 회사동료에게 발생한 경우와 공원 방문객에게 발생한 경우가 있을 수 있겠는데, 회사동료의 경우를 말씀 드리자면 실제로 동료가 작업현장에서 쓰러진 경우가 있었다. 반장이 가까이에 있으면 반장에게 보고하여 사무실 직원에게 전달되도록 하겠다. 그러나 반장이 없거나 시민에게 긴급사항이 발생했다면 119에 연락을 직접하여 선 조치하고 후 보고 형식을 취하겠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하니까.
민원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하는가,라고 두 번째 질문이 날아왔다. 나는 대답하였다. 민원인이 기분나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사무실 직원이 피곤해진다. 공원사무소에 민원을 접수하라고 안내를 하고, 민원인이 귀찮아 하고 짜증을 내면 현장 작업자인 본인이 민원을 듣고 공원사무소에 대신 접수를 해주겠다,라고 말해주고, 이전에 접수된 민원들이 있고 매일 해야할 작업들이 있으므로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처리될 것이므로 빨리 처리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기다리고 있으면 잘 처리해줄 거라고 안내하겠다.
그리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보호장구에 대해 설명하라고 물었다. 예초기를 예를 들어 보호장구에 대해 설명하겠다. 보호헬멧, 앞치마, 무릎보호대, 작업화 등을 착용하고 동료 간에 가급적 10 m의 거리를 두고 예초작업을 하며 시민이 지나가면 예초작업을 일시정지한다. 휴식시간이나 다른 작업현장으로 이동 중에는 엔진을 끈다. 이런 질문은 예상된 질문이라서 답하기 편하다.
그리고 국문과 교수로 보이는 늙은 면접관은 자신이 대형 놀이시설들이 있는 관광지에 있는 까페의 알바생이라고 생각하고 손님이 까페에 들어와서 관광지도를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물었다. 이전 면접자에게는 까페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라더니 알바생으로 바뀌어 나에게는 질문이 던져졌다. 나보다 먼저 동일한 질문을 받은 이는 안내소에서 관광지도를 여러 장 구해와서 까페에 배치해놓았다가 손님에게 주겠다고 대답하였다. 나도 그런 대답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선수를 빼앗겼으니 동일한 대답은 신선도를 잃어버린 생선을 내놓는 격이 될 것 같아 약간 변형시켜 답하였다. 놀이시설의 안내소에 관광지도가 비치되어 있다면 많이 구해와서 까페에 비치하고 손님에게 주겠습니다. 만약 안내소에 관광지도가 없다면 까페 사장을 설득하여 관광지도를 만들어 인쇄하게 하되 지도 하단에 까페 이름과 전화번호를 넣으면 까페 홍보도 되니 사장도 좋고 손님도 좋지 않겠느냐고 서로 윈윈되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말하겠다고 내가 답했다.
다른 면접자에게 은행나무가 활엽수냐 침엽수냐,라고 조경과 교수로 보이는 면접관이 물었다. 조경기능사 문제에 나오는 질문이다. 잎의 겉모양은 활엽수이지만 내부 구조는 침엽수의 잎구조와 동일하기때문에 은행나무는 침엽수다.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있길래 내가 손들고 대신 답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너무 나선다고 면접관이 생각하면 손해보는 행동일 수도 있어서 그냥 잠자코 있었다.
내 옆 면접자에게 질문이 들어왔다. 젊은데 더 좋은 직장이 있을텐데 왜 여기 지원하였냐고 면접관이 묻자, 그는 작년에 공원일을 처음하였고 보람이 있었다, 은퇴 후에는 돈벌이보다는 보람있는 일은 하고 싶었다,라고 그가 대답하였다. 경력이 짧으니 합격하기 어려울 사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면접관이 그에게 좋은 대답이 나오도록 여러 차례 질문을 하였다. 나한테 동일한 질문을 던지면 초화류의 종류, 병충해 종류를 완벽하게 대답해주고 합격을 자신할 수 있겠는데 면접관과 내 눈이 몇 차례 마주쳤음에도 더 이상 나에게는 질문이 날아오지 않았다. 내 옆 사람이 면접관과 아는 사이여서 합격시켜주려고 저러는 것이라면 5:1의 경쟁율이므로 우리 조 5명 중 한명꼴로 뽑힌다면 그가 합격하고 나는 어이없게도 밀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경과 교수가 어느 늙은 면접자에게 오늘 별로 대답을 못하셨는데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고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그가 기회를 살리지 못하였다, 남의 잔치에 온 사람처럼.
나중에 합격자 발표를 보니 우리 조에서는 나만 합격하였다. 면접관에 대헤 오해하였던 것이다. 면접관은, 나에게 던진 질문들에 대한 나의 대답에 만족하여 합격 표시를 채점난에 하였을 것이고 그래서 나에게는 더 이상 질문을 할 필요가 없었기때문에 다른 면접자들에게만 질문을 해댄 모양이구나,하고 나 나름대로 분석하였다.
지금껏 여러 군데 응시원서를 내었지만 이제는 서류통과가 되더라도 면접하러갈 필요가 없어졌다. 작년처럼 올해도 1부 리그에서 합격하는 바람에 취업 스트레스가 일찍 끝났다. 공원 일을 시작한 후 연속하여 매년 취직이 되는 바람에 올해 6년째 공원노동자로 일하게 되었다.
올해는 1부 리그 경우 조경기능사, 산림기능사 등의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처음으로 적용되었다. 실기에서 불합격하는 바람에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따지 못한 나로서는 불리한 게임이 되었지만, 지난 1년동안 2명이 일하는 공원에서 일은 힘들었지만 온갖 동력장비를 내가 전담하며 사용하는 바람에 엔진톱, 정전기 경력까지 경력사항에 넣을 수 있었다. 작년보다 주특기가 늘어난 셈이다. 이 점은 유리하게 작용하는 무기인 셈이다. 올해는 혹시라도 1부 리그에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2부 리그인 시설관리공단에서 뽑는 조경노동자에는 합격하리라는 자신이 있었다.
정년 퇴직은 인생 1막이었고 8,9개월 만에 계약이 종료되는 기간제 노동자로 2막,3막,4막,5막,6막을 올렸다면 이제 인생 7막이 3월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2022.2.12.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