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일이 얼마남지 않은 공모전이 우연히 내 눈에 띄었다
                           
                                                              황안토

2달 이상 대학교 캠퍼스 전체 잔디밭을 예초하고 있다.  1바퀴 도는데 40일이 소요되었으니 잔디밭이 많고 면적이 넓기는 하다.  
넓은 면적의 보도블럭 틈새의 잡초까지 예초기로 깨끗하게 제거해주어야 하니 체력의 소진이 심하다.

우연히 특이한 공모전이 눈에 띄였는데 마감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10 줄로 소설을 만들어내라고 하니 비록 며칠이 남지 않았다 하더라도 열 줄이야 쓰지 못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역대 당선작들을 대충 훌어 보니 열 줄이라는 제약때문에 태생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져 보였다. 게다가 소설 소재도 평범하였다.
이거 도전해볼만 한데? 육체노동으로 피곤하지만 놓치기 힘든 유혹이다.

올해 대학교에서 일하게 되면서 이루고 싶은 2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산림기능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행 소재로 단편소설을 만들어내어 관련 공모전에 응모하는 것이다.
전자는 필기시험처럼 독학으로 준비하려다가, 동료의 만류로 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하여 학원에 가서 실기를 배우고 손쉽게 자격증을 따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등에 예초기를 짊어지고 2달이상 계속된 예초작업으로 지친 육체는 정신을 억누르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소재, 새로운 주제, 새로운 이야기꺼리를 떠올릴 머리 속의 자유로운 생각을 밀어낸다.
마음의 여유, 생각의 여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2마리의 토끼를 좇다가 다 놓쳐버릴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하였다.
어느 토끼를 잡을까 결정하여야 한다.
후자는 마감일까지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보장이 없는 반면, 전자는 주경야독이지만 학원에서 반복 훈련을 하다보면 잡을 수 있는 토끼다.
학원 등록을 하였고, 1주일후부터는 1달간 토요일과 일요일 온전하게 학원에서 보네어야 한다. 1달간 평일은 예초작업을, 주말은 학원에서 기능사 실기시험 준비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우연히 특이한 공모전을 발견한 것이다. 
마감일이 얼마 남지도 않았으니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려고 애쓰는 것보다 기존에 썼던 작품을 손보는 게 현실적인 최선의 방안이었다.
20대때 썼던 꽁트를 40여년이 지난 60대에 다시 2~3일 저녁에 손보느라 늦은 잠자리에 들어갔고, 불충분한 잠으로 다음날 예초작업은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언젠가 단편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오히려 10 줄로 줄여야 하니 더 쉬워다고나 할까?
오늘날 소설작법에서는 버려진지 오래된 만연체도 가능하다고 하니, 여러 문장을 쉼표로 적절하게 연결하면 10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40년전의 한국 정치 상황을 풍자하여 쓴 우화인데, 오늘날 답답한 한국 정치상황에도 적용되는 작품이어서 새롭게 느껴졌다. 전혀 고소설처럼 보이지 않았다.

지난 금요일 무더웠던 퇴근길에 직장동료가 시원한 막걸리 한잔하자고 제안했을 때, 잠시 흔들리는 감정을 이내 추스리고 이성에 따라 곧장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시간에 마지막으로 손질을 보고 제목도 결정하여 작품을 주최측 홈페이지에서 제출하였다. 
제목을 여러 개 써서 동료들에게 어느 것이 좋겠느냐고 노동현장, 노동자 대기소 등에서 물었는데  선택이 어려웠다.
그 많던 원시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원시인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원시인들은 왜 벽화를 그렸을까? 원시인이 그린 벽화. 원시인은 왜 직립보행을 거부했을까. 교수와 원시인. 교수와 원시인의 만남. 석 교수, 드디어 원시인을 만나다. 석 교수가 충청북도에서 만난 원시인. 원시인, 교수에게 말하다. 

최종적으로 내가 결정한 제목은 "상시슬기사람"이다.
더 글을 다듬자니 정신,육체의 피로가 더 지속되겠고, 서둘러 제출하였다.
작품을 제출할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2천편이상 응모 작품이 들어온다고 한다.
화살은 시위를 떠났고, 이제는 현실로 돌아가서 기능사 자격증 시험 준비에 매진하여야 겠다.

2024.7.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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