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전설의 화수분을 발견하다


                                                                                              황 안또니오


병원생활 중 처음에는 공기밥을 먹고난 후에도 허기졌다. 노동자가 되면서 밥통이 커진 탓일까?

나중에서야 입원한 첫날 아내가 냉장고에 풀무원 요플레들을 넣고 간 것이 생각났다. 식사후 요플레를 꺼내 마시고 커피 자판기에서 칼로리 높다는 자판기 커피를 한잔 빼 마시니 그제서야 허기가 가셨다.

그러다가 어렵게 입을 열어, 식사배달 아줌마에게 밥을 좀더 달라고 했더니 간호사에게 이야기하란다.
밥 더주는 것도. 환자의 병에 따라 달리 주는 환자식이니 간호사의 지시를 받고 식사에 반영하는 게 이치에 맞는 이야기이기는 하다마는, 어렵사리 연 입을 또 간호사를 찾아가서 같은 대사를 읊기 위해 또 입을 열어야 하다니 이거원.

다음 끼니부터는 큰밥그릇으로 바뀌어 나왔다. 더이상 허기를 느끼지 않고 포만감이 왔다.

1층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신용카드로 칼로리가 적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사서 마셨다.
배가 부르고 커피맛이 쓰서 약 반 마시고 남겼다. 커피잔 뚜껑을 닫았다.
다음 식사후, 남아있는 식어버린 아메리카노에 뜨거운 물을 부었더니 컵 속에 또 가득찼다.
또 마시다가 남기게 되고 식어버린 아메리카노에 다음 식사후 정수기의 뜨거운물을 부으면 또 다시 온전한 아메리카노로 변신하기를 반복한다.

여기 병원에서는 나의 아메리카노 잔이 바로 전설의 화수분이다.
한잔으로 뜨거운 물만 부으면 하루 3번 식후에 마실 커피가 해결되기도 하니까.

그래도 아메리카노는 구세대에게는 여전히 쓴맛이다.


                                                                                             20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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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 

(1)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

(2)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 그 안에 온갖 물건을 담아 두면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다는 전설의 아이템으로 본디 하수분(河水盆)이란 말이었다. 진시황 때 만들어진 말인데, 만리장성을 쌓을 때 거대한 물통을 만들어서 거기에 황하의 물, 즉 하수(河水)를 담아 와서 사용했는데 그 물통이 워낙 커서 물을 아무리 써도 전혀 줄어들지가 않는다고 느껴질 정도였고, 이것이 '무언가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 신비한 단지'라는 뜻을 지니고 화수분이란 말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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