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깽 농장에서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애니깽 잎을 수확하며 삭신이 쑤시는 생활한 지도 어느듯 한 달이 지났다.
일단 하루만 버텨보자.
그 다음엔 한 달만 버텨보자.
그 다음엔......
그 한 달이 지났다.
반 고흐의 구두를 신은 지 한 달이 지났다.
ㅡ아래ㅡ
반 고흐의 구두
20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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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애니깽 잎을 잘라내는 도구 사용 기술이 점차 좋아졌다.
지난 한두 달이 중도 포기하는 가장 위기의 기간이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고려대 농학과 출신 조선인 동료는 그만두고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옮겨 갔다.
일단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직접 부딪혀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가 귀에 들어오기도 한다.
농부가 되어가기 시작한다.
문무를 겸비하는 셈이다,이 나이 되어서야.
2017.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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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쇼생크 탈출"의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 역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구세대이다보니 폴더폰을 사용하면서도 매월 전화요금을 5만원대를 내고 있다. 나는 상담사 역할을 한다. 더 싸게 나오면서 요금폭탄을 피하는 최선의 요금제를 추천해준다.
안전교육 강사가 교육 끝부분에 40만원대 건강식품을 홍보하고 피교육생들로부터 신청을 받는다. 귀 얇은 늙은 동료가 신청한다.
나는 즉시 취소를 권하고 인터넷상에서 비슷한 2만원대 대안을 제시해준다.
카톡 의문사항도 답을 해준다.
Mp3 CD를 한번도 사용해본 적 없는 동료의 경우 카오디오에 넣어 사용하게끔 운전자의 취향에 맞는 트로트 노래로 mp4 Cd를 구워준다.
"앤디 듀프레인"의 모습을 나에게서 발견한다.
연극배우들은 여러 일들을 하며 다양한 배역을 소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키운다고 한다.
여기서 소설 캐릭터를 발견한다면,소재를 발견한다면, 예비작가로서는 행복한 시간 (시절)이 되리라.
애니깽 작업중 농주를 갖고온 조선인 동료가 있어서 낮술을 했더니 기분전환이 된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저녁잠은 참 달게 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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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 (1994, 드라마) (모바일 버젼)
2017.5.26.